독백W. 임시저장함1. 혼자서 중얼거림. 2. 배우가 상대역 없이 혼자 말하는 행위. 또는 그런 대사.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것을 애써 참았다. 하지만 눈물이 정말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아프지만 아프지 않았다. 이상했지만 사실이었다. 태민은 민호와 헤어졌다. 그리 기나긴 연애는 아니었지만 언제나 함께 일 것 같았던 이태민과 최민호가 더는 연인이 아니다. 이태민과 최민호는 더이상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다. 아…. 태민은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했다. 먼저 이별을 말한 것은 태민이었다. 그만두자는 태민의 목소리는 자신도 이상하게 담담했고 이별을 받아들이는 그의 행동도 담담했다. 이것이 벌써 몇 개월 전 일이었다. 헤어진 둘은 아무런 연락도 서로 하지 않았고 잘 살았다. 민호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태민 자신은 아무런 탈 없이 잘 지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태민은 애인이 생겼다. 자연스레 최민호는 잊혀 갔다. 태민은 그렇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잠재되었던 어떤 무엇일 뿐 전혀 그렇지 않았다. 태민은 그런 자신을 원망했다.-……여보세요.잘 못 건 전화 한 통에 태민은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분명히 이젠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랬는데. 온몸이 떨려오고 불안했다. 하지만 끊고 싶지가 않았다. 아마도 너무 오랜만이어서, 그런 것 같았다.-왜 아직 안 자고 있어.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에 자꾸만 땀이 났다. 태민은 말을 할 수가 없었고 무언의 것이 자신의 입을 막고 있다고 느꼈다. 너머에 들려오는 목소리와 말투는 변하지 않았다. 온전한 최민호였다. 과연 모습도 그대로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태민은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떨궜다. 태민의 인해 통화는 이미 끊겼고 바닥에 쳐진 핸드폰이 볼품없이 소리를 냈다. 하지만 핸드폰은 다행인지 모르게 진동이 오거나 하지는 않았다.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던 밤이었다.태민은 새벽 감성에 민감했다. 그래서 저지른 일은 대다수 있었다. 원래 우울함을 잘 타던 태민이였지만 우울증 같은 건 아니었다. 사실 자신도 잘 모르지만, 병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생각을 깊게 하면 할수록 그 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부정적인생각을 하다가또 갑자기 긍정적이게 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것에 피해를 받아 홀로 아픈 적이 꽤 있었다. 어제 민호에게 한 전화를 태민은 잊지 못했다. 그리고 온종일 내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복잡했다. 혹시 민호에게 연락이 올까 핸드폰을 자꾸만 만져댔지만 결국 민호의 연락은 오지 않았고 그것에 태민은 왠지 모를 안도감과 슬픔에 빠졌다. 아직도 좋아하는 것 같았다. 확고한 마음에 심란해졌다.짝사랑은 싫었다. 하지만 태민은 어찌할 수 없었다. 혼자 하는 사랑이 얼마나 지독한지 태민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싫었지만, 자신은 아직도 민호를 잊지 못하는 것 같아 하는 자신의 모습에 무너졌다. 민호는 자신에게 이미 아무런 감정이 없을지도 몰랐다. 자신 혼자만 설쳐대는 것은 꼴볼견이었다. 그래서 애써 지우려고 노력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최민호가 미웠다. 자신의 잘못이지만 미웠다. 그리고 연락을 하지 않는 것도 미웠다. 하지만 몇 개월 동안 서로 연락을 하지 않는 동안, 최민호에겐 자신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생각해 주는 것만 해도 기뻐해야 될 망정, 최민호에게 자신만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고 태민 자신도 그러했다.태민에겐 애인이 있었지만, 너무나도 바빴다. 태민은 아직 일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일을 하고성인이다. 어리광을 자주 부리게 되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민호가 더 생각났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결국 태민은 문자를 하고 말았다. 사실 보낼까 말까 몇 번을 고민하고 결국 보내 버렸다. 자? 자신이 생각해도 좀 없어 보이는 문자였다. 그리고 조금 있다 보란 듯이 진동이 울렸다. 아니. 액정에 떠 있는 글자는 별것 아니었지만 태민은 답장을 어찌할 지 몰랐다. 곧이어 짧은 진동이 울렸다. 이제 자려고. 자판을 몇 번 치고 지웠다가 쓰기를 반복하다 결국 보낸 내용은 정말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 잘 자. 누가 자신에게 그게 뭐냐고 큰소리를 쳐도 할 말이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소심해진 자신이 어색했다.「이불 잘 덮고 자. 잘 때도 감기 걸려.」나와 다르게 최민호는 빠르게 문자를 해 왔다. 그리고 나를 걱정했다. 나만 걱정하고 고민하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지만, 최민호의 걱정에 조금이라도 자신이 설렜다는 사실에 더욱더 자존심이 상했다. 아, 짜증나. 이대로 핸드폰을 놓아 버릴까 했지만, 또 그러기에는 미안해서 대충 너도. 답을 해 주고 침대에 누웠다. 억지로 눈을 감았다. 오는 진동에도 눈을 뜨지 않으려고 했지만 태민은 또다시 핸드폰을 집었다. 미간이 좁혀 오는 것이 느껴졌다.「문자 하니까 자꾸 답장하고 싶어져. 답장 말고 자.」최민호는 변하지 않았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