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사계 (봄 03)
w. 일공공사
"안녕."
"안녕하세요."
병실 맞은편에서 벽에 기대어 서있는 그에 놀라 몸을 살짝 웅크렸다.
그를 지나쳐 곧장 밖으로 나갔다.
아직은 차가운 바람에 외투를 더 여몄다.
저 멀리에서 걸어오는 엄마를 보고 달려나갔다.
그새 우셨는지 눈이 띵띵 부어있었다.
울음이 나올것 같아 괜히 더 웃어보였다.
결국 울음을 참지 못하는 엄마를 이끌고 병실로 들어갔다.
엄마와 병실에 들어갈 땐 그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밤이라 그런지 불이 꺼진 병실은 더욱 더 어두워 보였다.
울다 지쳐 간이침대에 쓰러지듯 잠들은 엄마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불쌍한 사람.
병원비를 벌기 위해 하루종일 일하는 엄마다.
항암치료는 결국 암이 더 퍼지지 않도록만 해주는 치료란걸 알고 있으면서도 엄마는 나를 하루라도 더 보기 위해 일을 한다.
괜히 서글퍼져 이미 없는 아빠를 원망하다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땐 새벽이였다.
엄마가 옷을 입는 소리에 깼다.
엄마가 미안한듯 머쩍은 웃음을 지어보고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 병실을 빠져나갔다.
엄마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도중 정자에 앉아있는 그를 봤다.
해가 아직 뜨기 전이라 그림자 진 정자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그를 나도모르게 숨을 집어삼켰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스르르 웃어보이는 그에 천천히 다가갔다.
"왜 안자고 여기 있어요?"
"그러게.. 잠이 안와서일까?"
눈을 도르르 굴리며 말하는 그에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거짓말."
"맞아, 거짓말이야."
하하, 하고 그가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너는 엄마 배웅하러 나왔구나.
말을 하는 그에게서 미약한 술냄새가 풍겨왔다.
"술마셨어요?"
내 물음에 그가 검지와 엄지 사이를 좁혀보이며 말했다.
쪼오금.
울었는지 발갛게 부은 그의 눈을 모른척 했다.
"정희 하루라도 더 보려면 내가 돈을 벌어야 되는데, 돈 버는게 쉽지가 않네. 지쳐."
한숨을 푹 내쉬는 그에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 지 몰라 발만 빤히 쳐다보았다.
"지치면 안 돼지. 지치긴. 정희 보자고 하는 일인데. 지치면 안되지, 안되지 하면서도 자꾸만 너무 힘드니까.."
고개를 푹 숙인 그가 한동안 가만히 그렇게 있었다.
뚝, 뚝 하고 그의 바지 위로 얼룩이 새겨졌다.
"우, 울어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조용히 우는 그에 어쩔 줄 몰라 손을 쥐었다 폈다.
울지마요. 결국 손을 그의 등에 대고 살살 토닥였다.
알콜로 달아오른 체온이 손에 닿아왔다.
눈물을 참아내는 그의 모습이 순간 엄마의 모습과 닮아있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울어도 돼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흐느낌이 입술 새로 비져나왔다.
엉엉 우는 스무살의 어린 아이를 서투르게 토닥이는 동안 봄은 살며시 도망가고 있었다.
[암호닉]
일공공사 지유 악마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