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사계 (봄 01)
w. 일공공사
얼마 살지 못한다고 했다.
암이 너무 깊게 퍼져서 손 쓸 도리가 없다고했다.
이해가 되지 않아 의사가 한 말을 곱씹고 또 곱씹어봤다.
결국 이해를 했을땐 울음이 터져버리고말았다.
엉엉 울며 나를 끌어안는 엄마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먼저 떠나버린 아빠가 괜시리 미워졌다.
원망해도 바뀌질 않는다는걸 알지만, 그가 너무 미웠다.
울다 지쳐 잠든 엄마를 한참동안 바라보다 병실을 나섰다.
여기저기서 울음소리, 기계소리, 비명소리가 새어나와 한데 뒤섞이고있었다.
바람이 쐬고 싶어져 무작정 계단을 밟고 올라섰다.
숨이 턱턱 막혀왔지만 게속 올라갔다.
끼익- 하고 낡은 철문이 기분 나쁜 소리를 내었다.
텅 빈 옥상위를 아직은 차가운 봄바람이 쓸고 지나갔다.
얇은 병원복을 뚫고 살결을 에는 바람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아, 그냥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옥상의 끝자락에 서서 아래를 한참동안이나 바라보았다.
노란 개나리들이 아직 덜 핀채로 바람에 휘청였다.
"안녕."
바람소리를 가르고 나타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짧은 머리를 한 나와 달리 그는 머리가 길었다.
거친 숨을 고르던 그가 나에게 손짓했다.
그의 반쯤 묶인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렸다.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자 내 손목을 덥석 잡았다.
뜨거운 체온이 전해들어왔다.
내 짧은 머리를 귀 뒤로 쓸어준 그가 개나리꽃 가지를 내 귀 뒤에 꽂아주었다.
까끌까글한 나무의 촉감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병실로 돌아갈까?"
나를 이끄는 그에 나도 모르게 홀린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단을 다 내려갈 때 까지 그는 나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병실 앞까지 나를 데려다 준 그가 내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곤 말했다.
잘 들어가.
아마 내가 죽으려는걸 막으려 온 모양이였다.
아, 정말 죽지도 못할건데, 괜히 웃음이 나왔다.
멀어져가는 그의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있었다.
잠들어있는 엄마가 감기에 걸릴까봐 창문을 꾹 닫았다.
[암호닉]
일공공사 지유 악마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