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사계 (봄 02)
w. 일공공사
봄이 끝나가고 있었다.
항암치료는 내 머리카락을 조금씩 잡아먹어갔다.
아직 티는 안났지만 속상했다.
애초에 나을 수 도 없는걸 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마다 새벽에 들은 그의 울음소리를 생각했다.
"안녕."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에 놀라 순간적으로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아, 안녕하세요..
반말 하라니까.
그.. 그래도..
웃으며 다가온 그가 날 잡고 이끌었다.
아직 차가운 바닥에 맨발이 닫자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슬리퍼를 신고 옷 매무새를 다듬자 그가 날 다시 이끌었다.
너 내 이름은 알아?
복도를 반쯤 지났을 때 그가 물었다.
모른다며 고개를 양 옆으로 돌리자 윤정한. 하고 말해온다.
알았다며 내 이름을 말해주려고 하자 병실앞에 떡하니 써 있다며 웃어보였다.
"동생은요?"
아, 괜히 말했다.
순간적으로 슬퍼보이는 그의 얼굴에 입술을 물었다.
"자고있어. 깨우기가 좀 그래서 너한테 놀러왔지."
아이처럼 웃으며 긴 긴 머리를 뒤로 넘긴 그가 천천히 걸어가는 날 재촉했다.
벤치에 앉자 그가 내 옆에 앉았다.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짧은 머리를 쓰다듬다 그를 올려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그를 바라보다 마주친 눈에 재빨리 고개를 돌려버렸다.
왜그랬지.
"학교 안가서 슬프지 않아?"
아.. 이걸 말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다 입을 떼었다.
"학교 자퇴했어요."
"왜?"
왕따당해서요. 라는 말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미술하는 중이였거든요.
"아, 미술.."
고개를 끄덕이자 내 손을 잡아간다.
따듯한 온기가 차가운 손을 감쌌다.
"그래서 굳은살이 있구나.."
손을 한참 만지던 그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나를 보고 살풋 웃었다.
따듯한 미소에 나도 따라 웃자 그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봄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더웠다.
아마 그가 잡은 손 때문이라 생각했다.
[암호닉]
일공공사 지유 악마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