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w. F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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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이것이 내가 보는 세상이었고 내가 느끼는 세상이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그 순간부터 나의 세상은 암흑으로 뒤덮여있었다. 내가 원하지도 바라지도 않았지만 처음부터 나의 세상은 그렇게 정해져 있었다. 죽으려고도 해봤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내가 자살을 한 다는 건 사는 것 보다 더 어려웠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죽으려 했지만 내가 죽으려 할 때마다 내가 보지 못했던 곳에서 사람들이 나타나 나를 말렸다. 나를 말리는 이들에게 소리쳤었다. 내가 살아가는 걸 도와주지 않을거면 날 말리지 말라고 하지만, 나의 이러한 외침은 언제나 사람들의 의해 묻혀버렸다. 자신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앞이 안 보인다는 이유로 나의 소리는 언제나 짓밟혀버렸다.
"죽으려고요?"
옆에서 들리는 부드러운 음성에 고개를 돌렸지만 그런다고 해서 옆에 있는 사람이 보일리가 없었다. 고개를 숙이며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리자 시원한 바람이 내 머리칼을 흔들었다. 사실 흔들리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냥 느낌이, 느낌이 흔들린다는 느낌이 들 뿐. 보지 못하는 나에게 머리카락이 흔들린다는 말은 이해되지 않는 말이었다.
"왜 죽으려고 해요?"
"........."
"........앞이 안 보여서? 그래서 죽으려고 하는 거에요?"
남자의 말에 손에 쥔 지팡이에 힘이 들어갔다. 이런 사람들이 가장 싫다. 다 아는 척 위로하는 척 하지만 사실 이들은 나를 보며 자기 자신을 위로하고 있는 거였다. 저런 장애인 새끼도 앞을 못보는 새끼도 살아가는데 그래, 나 정도면 뭐 아직 살만 한 거야 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도구로 나를 이용하는 거 뿐이었다. 아직 느껴지는 인기척에 지팡이를 뻗어 자리를 벗어나려고 하자 또 한번의 바람이 불어왔고 그 바람과 함께 아까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남자의 음성이 귓가로 날아와 박혔다.
"당신은 못 보겠지만 나는 지금 흐르는 저 물들이 보여요"
"................"
"당신은 안 보이겠지만 나는 지금 우리 머리위로 떠 있는 둥근 달이 보여요"
"................"
"당신은 안 보이겠지만 나는 우리를 지나치는 사람들이 보여요"
"지금 뭐 하는 거야?"
"당신은 안 보이지만 나는 다 보여요"
"하- 너 지금 내가 앞 못본다고 나 가지고 노는거니!? 너는 다 보이는데 나는 못보는게 그렇게 우스워!!!?"
손에 쥔 지팡이가 떨릴 정도로 흥분 했다. 나를 놀리는 얼굴 모를 남자의 모습에 입술을 꽉 깨물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어차피 눈이 보이지 않는 장님새끼가 휘두르는 지팡이에 맞지 않겠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분이 풀릴 거 같지 않아서 있는 힘껏 지팡이를 휘둘렀다. 퍽- 그리고 휘두른 지팡이에서 묵직한 마찰이 전해졌다. 조그만 신음소리와 함께 지팡이는 내 손에서 떨어졌다. 맞았다. 앞에 있는 남자가 내가 휘두른 지팡이에 맞은 거다. 있는 힘껏 휘두른 쇠막대기에 맞은 남자의 상태를 알 수가 없어 멍하니 서서 어딘지 모를 암흑 속을 바라보자 끙끙 거리는 신음소리와 함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보이지만 보이지가 않아요. 나는 이 모든게 다 보이는데........보이지가, 흐.....보이지가 않아. 보이지, 하아....."
아까와 같은 사람의 목소리지만 다른느낌이었다. 아까의부드러움이 아닌 잔뜩 젖은 목소리가 내 귀에 그리고 내 가슴으로 흘러와 박혔다. 그리고 그 순간 보이지 않은 나에게 처음으로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무언가가 여태 느낄 수 없던 무언가가 내 깜깜한 세상에서 비춰지고 있었다.
내 앞에서 우는 남자에게 내가 해 줄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남자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 나는 그저 남자의 울음소리가 점차 잦아질 때까지 가만히 서서 묵묵히 남자의 곁을 지켜주는 것 밖에 없었다. 살짝 불어오는 바람에서 새벽의 냄새가 났다. 새벽이 되어 버렸지만 남자에게는 아직 작은 흐느낌이 남아있었다. 저 남자는 뭐가 저렇게 슬퍼서 우는 걸까? 무엇이 저 사람을 저렇게 힘들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반면, 나는 과연 저 사람보다 행복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저렇게 서럽게 우는 남자보다 내 삶이 난 걸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내가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 남자의 흐느낌이 들리던 곳에서 작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크지 않는 발소리가 내 옆을 스쳤고 다시 내 앞으로 다가왔다.
"미안해요. 여기, 이거 줄게요"
남자의 손이 조심스럽게 내 손을 잡아 올리고는 움켜진 손가락을 풀어 손바닥 위에 차가운 쇠지팡이를 쥐어주었다. 손바닥에 올려진 차가운 쇠느낌에 살짝 한기가 들어 몸을 떨자 내 손을 잡은 남자의 손에서 살짝, 힘이 들어갔다. 남자에게 잡힌 손을 빼내고 지팡이를 내 딛으며 뒤를 돌았다. 더 이상 내가 있을 필요가 없을 테니까 나는 그렇게 미련없이 뒤를 돌았다.
암호닉 저를 떠나가신 분들..........흡 ㅠㅠㅠ 계셔....흡 ㅠㅠ
그래서 다시 한 번 리플레이로 받을건데
아무래도 암호닉 받는 게시글을 따로 올리는게 낫겠죠?
근데 나 독방에 은근 조각 많이 올렸네 (조각이 모두 짧다는 건 비밀)
조각 글 또 있나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