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르 |
두 번째 글입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두근두근 설레네요XD 너무 다른 생물선생 세훈이와 문학선생 준면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여러분 조금 있으면 추석 연휴이니 하루도 파이팅! 브금은 집중이 안 되신다면 꺼 주세요! |
***
준면은 지금 매우 혼란스러웠다.
우선 첫 번째 혼란스러운 이유는 준면이 첫 부임을 하자 마자 3학년 담임을 맡았다. 그것만으로도 준면은 충분히 혼란스러웠다, 풋풋한 1학년이나 그래도 아직 애티가 나는 2학년이라면 모를까 입시 스트레스에 잔뜩 찌든 3학년이라니! 첫 부임이라 설마 담임을 맡기겠어라는 생각에 담임을 맡을 생각이나 할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던 준면은 지금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학교를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준면의 발목을 붙잡는 건 연금, 연금, 연금…. 그래, 연금이였다. 하필 준면의 전에 부임해 있던 문학선생이 3학년 담임이였다니! 난 아직 애들을 이끌고 통솔할만한 리더십이 없단 말이야! 어느새 배치되어 있는 교무실 구석 자신의 자리에서 잔뜩 울상을 짓고 있던 준면은 자신의 옆자리를 보더니 더 울상을 지어 버렸다.
두 번째 준면이 혼란스러운 이유였다, 아까 버스에서 만나 명함을 건넸던 생물선생이 바로 제 옆자리였다. 게다가 자신이 담임을 맡을 반의 바로 옆 반이였다! 수업 준비를 하는 듯 교사용 교과서를 뒤적거리며 노트필기할 거리를 찾고 있는 무표정한 얼굴을 본 준면은 이내 한숨을 폭 쉬어 버렸다. 뭐, 그래. 옆 자리이든 옆 자리든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이 생물선생이 준면에게 아주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게 있었다.
-안녕하세요, 첫 부임한 김준면입니다!
-어, 버스에서 내 번호 따간….
이 생물선생은 여전히 준면을, 자신의 번호를 따간! 자신에게 관심있는 남자! 로 인식하고 있었다. 처음 교무실에 들어 와 교감 선생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첫 인사를 하는 준면에게 달린 코멘트는 바로 저 세훈의 코멘트였다. 세훈의 말에 몇몇 놀란 선생들은 세훈과 준면을 오묘한 눈으로 번갈아 보기 시작했고, 당당한 세훈의 말에 당황한 교감 선생은 하하, 김준면 선생이 우리 학교 선생을 알아봤나 보군. 하며 말도 안 되는 변명거리를 늘어 놓았다. 익숙한 세훈의 얼굴에 놀란 준면은 붉어진 얼굴을 밑으로 푹 숙이며 자기 자신을 해학했다. 아오, 왜 하필 그 때 붙잡아 가지고! 걍 학생이라고 오해 받고 건들지 말 걸! 준면은 고개를 푹 숙여 오그라드는 자신의 손을 보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기 비판이라는 것을 해 보았다. 어색한 첫 인사가 끝나고 준면이 교무실에서 자리를 배정 받았다. 당연히 전 문학선생이 있었던 자리에 배정 받았다. 자신을 구석 자리로 안내하는 교감 선생의 커다란 몸을 쫄래쫄래 따라갔다.
-전 문학선생이 자기는 책 읽을려면 구석 자리가 좋다고 해서, 구석도 괜찮지 김준면 선생?
-아, 네! 괜찮…,
전혀 괜찮지 않았다, 그저 구석 자리만을 보고 괜찮다 말할려던 준면은 자신의 옆자리를 보고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의 앉을 자리의 옆 자리에는 쩌는 오지랖에, 다른 선생들에게는 내가 번호 따간 남자로 오해받고 있는 생물선생이 있었다. 자신의 자리 옆에서 멀뚱히 서 있는 준면을 힐끗 쳐다 본 세훈은 다시 수업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어색한 기류가 감도는 세훈과 준면에 너털 웃음을 지은 중년의 교감 선생은 좀만 기달려, 친해질거야. 라며 준면을 토닥이고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칸막이가 있어서 다행이지, 칸막이라도 없었으면 난 아예 죽어 버렸을 거야. 벌써부터 울상을 짓고 자리에 털썩 앉은 준면은 들고 왔던 가방에서 책 몇 권을 꺼내기 시작했다. 책들은 모두 교과서 아님 문학 공부에 필요한 책들이였다. 임용고시 준비할 때 선생님이 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몇 번 매고 다녀서 그런 지, 아님 오래 되서 그런 지 가방은 좀 낡아 있었다. 자신의 낡은 가방을 보고 있던 준면은 다시 시선을 힐끗 돌려 옆자리 생물선생의 가방이 뭔지 체크했다. …신상이네, 명품이고. 원래 명품이나 그런 거에 대해선 잘 모르는 준면이였지만 옆 자리 생물선생의 가방은 명품이라는 걸 단박에 알아 차렸다. 깔끔하지만 우아한 디자인을 가진 가방이 생물선생의 자리 옆 가방 걸이에 걸려져 있었다. 하긴, 뭐. 매고 다니는 사람이 저렇게 키 크고 잘 빠진 사람이니. 제 주인을 잘 찾아 간 명품 같았다. 난 저런 명품 살려면 일을 몇 달동안 해야 하는거지, 준면은 이내 자신의 부족한 현실을 깨닫고 낮게 한숨을 쉬었다.
-…부럽다.
-……?
-…아, 아뇨! 그, 그게….
속으로만 부럽다고 생각하는 게 그만 입으로 나와 버렸다. 작지만 옆에 있는 사람은 다 들릴 정도로 부럽다라는 말을 해 버린 준면은 내가 뭔 말을 한 거지, 다시 한 번 얼굴이 붉어지며 자신을 의문섞인 눈으로 쳐다 보는 생물선생에게 손사레를 치기 시작했다. 아, 아니, 부럽다는 게, 그게…. 얼굴까지 붉어지며 잔뜩 손사레를 치는 준면에게 의문섞인 눈길을 보내던 생물선생은 이내 다시 시선을 자신의 교과서로 옮겼다. 아오, 진짜 김준면 왜 이러냐. 칸막이 안에서 제 머리를 쥐어 뜯으며 자기 해학을 하고 있던 준면은 자신의 자리에 쑥 넘어 온 A4 용지에 흠칫 놀라며 소리를 작게 내질렀다.
-어, 엄마야.
-들어가실 시간표입니다.
A4 용지를 건네 받은 준면은 A4 용지를 건네 준 세훈과 A4 용지를 몇 번 번갈아 보았다. 근데 이걸 왜 생물 선생님이…, 네모가 가득한 종이 안에 작게 들어갈 반과 그 반의 담임 선생이 적혀져 있는 종이를 보던 준면은 자신의 반이 3학년 7반이라는 것과, 세훈이 담임을 맡은 반이 3학년 8반이라는 것을 알았다. 여, 옆 반? 커다랗게 눈을 뜨며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수업준비를 하고 있는 세훈을 쳐다 본 준면은 이내 다시 한 번 A4 용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수요일 1교시 3-7 담임:김준면(문)
수요일 2교시 3-8 담임:오세훈(생)
오, 쒯. 문학 선생답지 않게 영어로 작게 욕을 흘린 준면이였다. 첫 부임이라지만 준면은 알았다. 바로 옆 반이라면 학생들을 물론, 선생들끼리도 부딪힐 일이 많았고, 어쩌다 보면 현장체험 학습은 물론 봉사체험 활동까지도 같이 가야 하는 날이 많았다. 게다가 연수를 가게 되면 같은 숙소를 써야 한다. 이 점들을 미리 임용고시에 붙어 벌써 선생이 된 선배 선생들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학생 운보다 중요한 게, 옆 반 선생 운이라고…. 준면은 이미 모든 걸 다 말아 먹은 것 같았다. 첫 부임에 3학년 담임이라니, 그것도 옆 반 담임이 저런 오지랖 넓고 날 남자 번호나 따는 게이로 오해받게 만든 남자라니!
준면은 지금 울고 싶었다. 처참한 자신의 현실에 울상을 지은 준면이 못 보고 지나친 것이 하나 있었다. 세훈이 준면에게 준 A4 용지 뒷장 귀퉁이에는 깔끔하고 작은 글씨가 몇 마디 적혀 있었다.
[학생이라고 오해한 것 같네요.
그리고 전 연하보단 연상 좋아합니다.]
죽어도 죄송하단 말은 쓰지 않는 세훈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