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르 |
프롤로그까지 합치면 벌써 세 번째 글이네요! XD 세준에 앓는 작가의 자기만족 팬픽입니다! 그나저나 추석음식 하기 왜 이렇게 힘들죠, 전 부치다가 팔뚝 효도르 될 판이네요..ㅠ 오늘은 새벽부터 친척분들 약주 냄새를 계속 맡고 있었어서인 지 저도 취하는 기분이네요♪ 브금은 집중이 안 되신다면 꺼 주세요! 오늘은 좀 길어요♥ ps. 세훈이 나이가 이번 편에서 나온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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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준면이 학교를 막 적응할 때 쯤, 약 일주일 뒤에 일어났다.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일주일 동안 준면은 담임을 맡은 반 아이들과, 그리고 선생들과 친해지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하였다. 준면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인 지 반 아이들은 준면과 개인적인 진로 상담을 할 정도로 친해졌고, 선생들과는 짧게 개인적인 대화도 나눌 만큼 가까워졌다. 아, 단 한 사람 빼고. 옆 자리 생물선생. 준면에게는 악질로 보이는 세훈에게 준면이 먼저 다가갈 리가 없었다. 게다가 준면이 세훈에게 다가가게 된다면 다른 선생들 눈에는 준면이 세훈에게 관심이 있어 다가가는 걸로 보일테니까! 안 친한 선생이 있어도 자기 무덤 파는 것은 죽어도 싫었던 준면이였다. 일주일동안 준면과 세훈의 관계에는 아무 진전도 없었다. 그저 준면이 세훈에게 악감정만 남아 있을 뿐.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딱, 일주일.
-……
-……
-하하, 오 선생이랑 김 선생이랑 옷 취향이 비슷한가 보네.
일은 터졌다, 준면이 첫 부임을 하고 일주일 뒤에. 평소 비싼 옷은 활동 하기에도 불편하고 별로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라 잘 입지 않았던 준면이 오늘은 준면에게 딱 한 벌 있는 명품 와이셔츠를 입고 나왔다. 이유는 엄마가 입을만한 옷들을 다 빨아 버려서, 입을 옷이 없었단 이유로….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부모님이 축하한다고 선물로 사주신 명품 와이셔츠를 입고 버스에 올라탄 준면은 명품을 입은 걸 반 애들이 알아채고 놀리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하면서 창문에 와이셔츠를 이리저리 비춰 보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 안녕!
준면이 버스를 타면 준면을 알아보고 인사를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내가 진짜 선생이 되었구나, 혼자서 뿌듯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준면은 문득 한동안 버스에서 보지 못 한 세훈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휴, 내가 뭔 상관이야.
더운 듯 손 부채질을 하는 준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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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끝! 애들아 그럼 1교시 준…,
-아 맞다, 쌤 오늘 오세훈 쌤이랑 옷 똑같은 거 아세요?
-어, 어?
생각해 보니 조회 시간 전 회의 시간 때도, 출근 시간 때도 보지 못한 오세훈 선생이였다. 비어있는 옆 자리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긴 했지만, 오세훈 선생이 대체 어디로 갔는 지 예상이 전혀 안 되던 준면이라 그냥 거기서 오세훈 선생에 대한 생각을 끝내 버린 준면이였다. 그런데, 옷이 같다니? 조회가 끝나고 반 아이들의 수다와 같은 통보에 놀란 준면은 고개를 아래로 내려 자신의 와이셔츠를 내려다 보았다. 생각해 보니 오세훈 선생은 지금껏 명품 옷, 명품 가방, 명품 넥타이, 명품 시계…. 등등 온갖 명품들만 입고, 매고, 차고, 갖고 왔던 것 같다. 흘끗 옆자리 오세훈 선생의 명품 컬렉션을 보고 속으로 잔뜩 씹던 자신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진 준면이였다. 명품 욕 해놓고 내가 명품 옷을 입고 오다니! 아, 쪽팔려. 그나저나 옷이 같은 건 어떡하지. 무조건 다른 선생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텐데.
-쌤 오세훈 쌤이랑 옷 맞췄어요? 커플로?
-아냐, 아냐!
반 아이들의 짖궃을 질문에 마하의 속도로 손사레를 치는 준면이였다. 그 사람이랑 커플로 와이셔츠라니! 미치지 않은 이상 오세훈 선생과는 커플룩을 절대 할 생각이 없는 준면이였다. 머리를 긁적이며 이 옷을 어떡하지 생각하고 있던 준면은 1교시 시작 시간이 거의 다 되자 원치 않게 반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거기서, 만났다. 자신과 같은 와이셔츠를 입은 오세훈 선생을.
-……
-…그렇게 제가 좋습니까?
-아, 아, 아, 아니거든요! 어디서 김치국이야!
붉어진 얼굴을 한 채 출석부로 오세훈 선생의 마른 배를 쿡 찌르고는 총총총 교무실이 있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준면이였다.
-…아니면 그냥 아니라고 하지 왜 배를…, 아 명치….
그리고 배가 아픈 세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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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오늘은 수업이 하나밖에 없는 날이였다.
그 뜻은 바로 교무실에 계속 있어야 한단 말이다. 결국은 오세훈과 같은 옷을 입고 온 걸 다른 선생들이 알게 된다면 내가 오세훈 선생을 따라한 걸로 보이겠지. 막막한 마음에 자신의 자리 칸막이 안에서 머리를 잔뜩 헤집는 준면이였다. 어떡하지, 나 외투도 안 갖고 왔는데? 비어있는 옆 자리를 힐끗 보니 오세훈 선생도 외투는 안 갖고 온 것 같다. 아 그냥 이 옷 안 입고 김준희-준면의 여동생. 나름 패셔니스타- 옷 입고 올 걸! 그냥 밖에 나가서 옷 새로 사 올까? 그냥 옷을 찢어 버릴까? 조금 미친 생각도 하는 준면이였다.
-김준면 선생, 오늘 회식 있는 거 알지?
-아…, 네…….
괜히 놀란 건 준면에게 회식 사실을 알려주려 준면의 자리까지 온 교감 선생이였다. 칸막이 안에서 미친 행동을 하고 있던 준면은 이내 얼굴이 또 다시 붉어져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교무실 문이 열리더니 준면과 똑같이 1교시가 빈 세훈이 들어왔다. 좀 길게 늘여서 말한다면, 준면은 게이로 만들고 오지랖을 쩔게 넓고 명품 컬렉션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명품을 좋아하고, 오늘은 어쩌다 준면과 같은 명품 와이셔츠를 입고 있는, 준면과 똑같이 1교시가 빈 오세훈이 들어왔다.
-……
-……
-하하, 오 선생이랑 김 선생이랑 옷 취향이 비슷한가 보네.
준면은 막막한 마음에 미친 사람마냥 허탈하게 웃어 제꼈고, 세훈은 그냥 미친 사람같은 준면이 웃겨서 웃어 제꼈다. 그리고 교감 선생은 자신의 농담이 웃긴 줄 알고 뿌듯해하며 같이 웃었다.
그나저나 왜 하필 오늘 회식이야?
***
수업이 끝났다.
오늘 준면이 들었던 말은 여러가지 있다. 시간 순행적으로 말하자면. 오세훈 선생이랑 커플룩으로 옷을 맞췄냐, 오 선생이랑 김 선생이 옷 취향이 비슷하냐, 김 선생이 오 선생 좋아하나 보네, 옷까지 같은 걸로 입고. 오 선생 번호 따갔다더니 진짜 오 선생한테 관심 있는 거냐고, 자기는 동성애에 대해 관대하니 한 번 얘기해 보라고. 심지어 오 선생은 그 옷을 입으면 등도 넓찍한 게 안기고 싶은데 김 선생은 좀 허름해 보인다고. 이런 장난끼 섞인 말도 들었다. 그리고 준면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미친 사람마냥 웃어 제꼈다. 심지어 오늘은 회식이다. 교무실 선생들 뿐만 아니라 생활지도부, 진로복지부 등 여러 선생들이 모이는 날이다. 준면은 막막한 앞날에 내심 눈에 습기가 찼다. 앞으로 내가 이 옷 입나 봐라, 그 땐 내가 미친 거지. 회식 자리에 올 때까지 준면은 우울한 기분에 잔뜩 울상을 짓고 말도 안 하고 있었다.
-자, 그럼 제대로 먹기 전에 새로 오신 선생님 소개부터 해야지!
-…아, 안녕하세요. 새로 온 문학 선생 김준면입니다!
갑작스러운 인사 요청에 자리에서 일어난 준면이 자기 소개를 하자 회식 자리에서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아니 뭐 첫 인사 한 게 상 받은 것도 아니고…. 부끄러운 마음에 인사가 끝나자 마자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제자리에 앉은 준면이였다. 그리고 회식 자리에 있던 준면을 잘 모르는 선생들은 세훈과 준면의 옷을 번갈아 보면서 둘이 옷이 같냐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런 명품 우리 학교에서 오 선생밖에 못 입고 오는데. 준면은 그저 고기를 꼭꼭 씹으며 오늘은 절대로 술을 안 마시리라, 다짐했다. 자신의 주사가 얼마나 험한 지를 알기에.
그리고 준면의 그 다짐은 너무도 쉽게 꺠졌다.
-비 내리는 호남써언!!!! 놔맹 열촤에에!!! 흔!! 들!!! 리는!!! 차창 너머로!!!! 얼씨구나!!!!!!!!
-저, 저…. 이제 회식도 다 끝났으니 김 선생 좀 집에 데려다 줘야 할 것 같은데….
-저, 저는 술을 좀 마셔서…. 교직 생활 하는 사람이 범법하면 안 되잖아요…. 그럼 전 가겠습니다!
-저는 저희 집 개 밥도 못 줘서…, 빨리 가 봐야 해요, 죄송합니다!
준면은 취했다. 첫 부임 축하주로 여러 선생들이 주는 술잔을 거절할 수는 없어서 한 두잔 마시다 보니 어느 새 이렇게 취해 있었다. 가정이 있는 선생들이 몇몇 퇴근을 하고, 회식만 딱 하고 술은 안 마신 선생들이 몇몇 퇴근을 하고, 또 몇몇 선생들이 퇴근을 하니 회식 자리에 남아있는 사람은 아예 술에 절여져 있는 준면과 준면 못지 않게 취했지만 제 정신은 챙겨져 있는 교감 선생, 그리고 술은 안 마시고 고기만 먹고 있던 세훈이였다. 자신의 노래방 애창곡이라며 남행열차를 신명나게 부르는 준면을 한심하게 보고 있던 세훈은 준면을 보면서 어쩔 줄 모르고 쩔쩔 매고 있는 교감 선생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말을 건넸다.
-김준면 선생은 제가 데려다 주겠습니다, 교감 선생은 먼저 들어가세요.
-어, 그래? 오 선생 고마워. 둘이 친한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좀 더 친해져…, 그럼 난 갑니다.
-네.
세훈은 아직까지도 남행열차를 무한번 돌려 부르고 있는 준면을 보더니 자신의 가방과 준면의 가방을 챙기고는 준면을 안아 들었다. 갑작스레 자신이 발이 땅에서 떨어지자 놀란 준면이 몸을 파닥거리며 세훈의 품에서 벗어 나오려 안간힘을 썼다. 야, 너 모야!! 왜 니가 나를 업어!!!! 너 누구야!!!!! 내가 너 신고할거야!!!!! 있는 꼬장 없는 꼬장 다 부리면서 세훈의 등을 아프게 때리고 있던 준면이였다. 고기집에서 나와 자신의 차 보조석에 준면을 거의 던지다싶이 태우고 아까 준면에게 맞아 아픈 등을 긁적거리며 어느새 새근새근 자고 있는 준면을 본 세훈은 한숨을 폭 쉬었다. 이렇게 자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참 이쁠텐데. 술을 마시면 사람이 정 반대가 되네.
-어, 으, 아! 오 선생! 너!! 너 왜 또 내 옆 자리야!!!!!!
-일어 났습니까?
-야!! 너 뭔데!!! 니가 뭔데 날 호모로 만들어?!!!! 이 못된 놈아!! 엉엉!! 왜 하필 오늘은 나랑 옷이 같아 가지고!!!!! 그나저나 이 차 뭐야!!!!! 너 나 인신매매 하려는 거야?!!!!!!! 아 맞다 나 그리고 니보다 안 어려!!!!!! 나 스물 여덟이라고!!!!!! 딴 선생님들이 너 스물 여섯이라던데!!!!!!!! 내가 니 보다 두 살이나 많아, 이 싸가지 없는 새끼야!!!!!!!!!!!!!
-…됐고 집 주소나 알려 주세요.
-킁…, 차는 좋네.
세훈이 준면의 집도 모르고 어디로 가야 하나 방황 하고 있을 때에 준면이 잠시 깨어났다. 준면은 처음에는 이 곳이 어딘가 눈을 꿈뻑이더니 자신의 옆 자리에서 운전을 하고 있는 세훈을 보고선 냅다 소리를 꽥 질러댔다. 옆 자리에서 들려 오는 소음에, 술 냄새에. 인상을 확 찌푸린 세훈이 됐고 집 주소나 알려 달라고 하자 준면은 다시 잠이 들었다. 최면이라도 든 듯이. 대답이 없는 옆 자리에 힐끗 옆 자리를 쳐다 본 세훈이 다시 준면이 골아 떨어져 있자 어이 없다는 듯 허, 하고 웃었다. 참나…, 이렇게 골 때리는 남자도. 이렇게 나한테 막 대하는 남자도 처음이다.
-아, 그나저나 어떡하냐.
쯧, 짧게 혀를 찬 세훈은 이내 차를 자신의 오피스텔 방향으로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