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르 |
첫 글이예요! 두근두근 설레네요:) 연애고수 생물선생 세훈이와 연애초짜 문학선생 준면이의 연애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집중하기 힘들시다면 브금을 꺼주세요! 신알신, 암호닉 반갑게 받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미리 메리 추석!! |
***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내 이십 팔년 인생동안 '연애'에 내린 정의는 바로, '귀찮음' 이다.
준면은 이렇게 생각했다. 준면은 이십 팔년을 살면서 연애에 대해 설레임을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니, 준면은 딱히 설레임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였다. 준면이 살면서 느꼈던 설레임의 한계는 좋아하는 게임 CD를 사러 갔을 때나, 아주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기 바로 직전의 그 설레임 뿐이였다. 그렇다고 준면이 딱히 감정이 메마른 사람은 아니였다. 슬픈 영화를 보고 눈물 콧물 상관없이 질질 다 짜낸 적도 있었고, 친구들과 함께 외박을 하고 새벽에 몰래 집에 들어갈 때 부모님에게 두려움도 느꼈었다. 준면이 연애를 귀찮다고 생각할 만큼, 준면은 연애 횟수가 적었다. 준면의 연애 횟수는 딱 두 번 뿐이였다. 이성에 대해 딱히 호기심이 없었던 초등학생 시절을 지나 준면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남중을 다니고, 남중 바로 옆에 붙어있는 남고를 다니고 난 뒤 준면은 대학에 입학했다. 남중, 남고. 그렇다. 준면은 욕정이 활활 끓다 못 해 넘쳐 흐르는 청소년기를 남자들의 소굴에서 보냈다. 청소년기를 남자들의 소굴에서 보낸 남자들에게는 두 가지의 유형이 있다. 여자만 보면 개가 되는 일명 '여자만 보면 미치는' 형, 자연에 산이 속해있고 자연에 물이 속해있는 듯 여자도 자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일명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고 여자는 여자로다' 형. 준면은 당연히 후자였다. 준면은 자신의 친구들이 한국, 미국, 일본, 하다 못해 제 3세계까지의 야동을 섬렵했을 때에 자신은 조용히 책을 읽었다. 참고로 준면은 청소년기 때에 관심사가 딱 두 개였다. 책, 그리고 게임. 준면의 좌우명은 '컴퓨터 업그레이드는 꼬박꼬박 하자' 였다, 게임을 할려면 PC방 컴퓨터를 방불케 하는 최신식의 컴퓨터가 필요했기 때문에. 준면의 친구들은 그런 준면의 컴퓨터를 잘곧 활용했다. 빵 몇개를 빌미로 자신의 집에 찾아 온 친구들이 야동 속 여자들을 보고 환호를 쏟아 내도, 준면은 그저 친구들이 빨리 자리를 비켜주고 게임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 뿐이였다. 그 정도로, 준면은 여자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여자를 두 번이나 사겼냐고? 이 두 번의 경험이 준면이 연애를 귀찮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이다. 준면이 남중 남고 게이트를 끝내고 막 대학에 입학 했을 때 준면의 훈훈한 외모만을 보고 들러 붙은 여선배들과 여동기들이 매우 많았다. 뭐, 물론 말수도 적고 맡은 일은 열심히 하는 준면에게 호감을 가져서 들러 붙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여하튼 준면이 다니는 A 대학교에서 신입생 김준면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불릴 정도로 준면은 유명했다, 훈훈한 외모를 가진 신입생으로. 준면은 자신에게 들러 붙은 여자들이 매우 귀찮았다. 준면에게 들러 붙은 여자들이 준면에게 온갖 추파와 대시를 보내 봐도, 준면은 그저 산송장처럼 책을 읽거나 게임만 했다. 당연히 준면의 무반응에 실망한 여자들은 대부분 알아서 떨어졌다. 그렇게 준면이 입학한 지 1년이 지나고 준면에 대한 유명세는 완전히 사그라 들었다.
준면은 그저 조용히 대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을 봐 평생이 안심되는 백년직장을 갖고 싶었다. 그런 선비스러운 생각만을 하는 준면에게 여자는 딱히 관심없는 것이였다. 준면이 2학년이 되고 점차점차 학교에 적응하고 있을 때 1학년 신입생 한 명이 준면에게 다가왔다. 생긴 것도 귀엽고 입고 다니는 옷도 귀여운 전체적으로 그냥 '귀여운' 과 후배였다. 쭈뼛쭈뼛 준면에게 다가 온 그 신입생은 준면에게 좋아한다며 고백을 했다. 이게 준면의 인생에서 처음 받은 고백이였다. 그 동안 여자들의 추파나 대시는 받아 봤어도 직접적인 고백은 처음이였던 준면은 많이 당황했었다. 수줍게 고백했던 그 신입생이 귀엽긴 했어도, 절대로 좋거나 설레지는 않았었다. 그저 평범한 과 후배라고 생각했던 후배의 고백에 당황했던 준면은 결국 그 고백을 받아 버렸다. 그 후 준면과 후배 커플은 과에서 유명한 CC가 되었고, 준면은 그 후배를 귀찮게 생각했다. 당연한 것이였다, 좋아하는 감정이 없는대도 연애를 시작한 것이니. '커플'이라면 당연한 데이트나 커플링, 커플 악세사리 등을 요구하는 후배가 준면은 귀찮았다. 늘 여자보다는 책 읽는거나 게임이 먼저였던 준면은 그 후배의 데이트 신청이나 커플링 요구를 외면했고, 후배는 생각보다 일찍 준면에게 질려 버렸다. 사귄 지 한 달도 안 돼 깨져버린 준면과 후배는 이내 만날 때마다 남처럼 지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준면의 첫 연애는 끝이 났다.
준면의 두 번째 연애는 준면이 군대에 가기 바로 직전 시작했다. 준면이 군대에 가기 전, 면회 와 줄 여자친구는 필요하다며 준면의 친구들은 같은 과 후배 한 명을 소개시켜 줬다. 검은색 긴 생머리가 잘 어울리던 후배였다. 소위 말하는 소개팅으로 만난 준면과 후배는 짧게 연애를 했다. 이 후배에게도 역시 준면은 귀찮음을 느꼈었다. 이 후배 역시 저번에 사겼던 후배처럼 '커플'이라면 당연한 데이트나 커플링을 요구했었다. 그리고 준면은 또 다시 외면했다. 얼빠였던 후배의 준면의 얼굴을 보는 재미로 근근히 연애 생활을 이어 가다가 준면이 입대했다. 그리고 준면이 입대하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친구들에게 그 후배가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준면은 별로 슬퍼하지 않았다. 왜냐고? 준면은 이 후배를 매우매우 귀찮아 했었거든. 암튼 그렇게 준면의 두 번째 연애도 끝이 났다.
두 번째 연애가 끝나버린 후 준면은 제대를 하고 학교를 졸업했다. 그 후 준면은 임용고시를 봐 당당하게 합격하고 고등학교 문학 교사가 되었다. 우연찮게 배정받은 학교가 공학이긴 했지만 준면은 전혀 여고생들에 대한 설레임을 느끼지 않았다. 이젠 독자들도 알 것이다. 준면에게 '설레임'이란 너무나도 친하지 않은 단어였다. 준면이 처음 배정받은 학교로 출근을 할 때 준면은 오랜만에 두근두근 떨리는 설레임을 느꼈다. 야호! 엄마! 아빠! 나 이제 선생님이래!! 평생 직장!! 나 평생 연금 받으면서 살 수 있어!!! 첫 출근을 앞두고 너무나도 신나는 마음에 준면은 전날 밤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졌었다. 완전히 꽐라가 될 정도로 마셔버린 준면은 아직까지도 용모가 좀 초췌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핸드폰에 자신의 얼굴을 요리조리 비춰 보던 준면은 이내 후회했다. 아, 나 술도 못 하는데 어제 왜 그렇게 많이 마셨대. 내 꼴 좀 봐. 그러나 준면은 몰랐었다, 자신은 그 초췌함이 커버될 정도로 잘 생긴 외모를 가졌다는 걸.
오전 여덟 시, 사람들이 꽉 찬 만원버스에서 자신이 내릴 역이 되자 준면은 급하게 빨간 버튼을 누를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이 많아서인 지, 준면의 팔이 짧아서인 지(…) 빨간 버튼까지 손이 닿지 않았다. 버둥대며 버튼을 누를려고 안간 힘을 쓰는 준면은 누가 봐도 불쌍했다. 아, 엄마는 왜 날 팔을 짧게 낳아가지고! 늦을까 봐 핸드폰 시계를 몇 번씩 확인하며 어떻게든 버튼을 누를려고 하는 준면의 어린 손에 커다란 손이 포개어졌다. 갑작스러운 따뜻한 온기에 놀란 준면이 그 손을 따라 손의 주인을 찾았다. 눈을 커다랗게 뜨고 손의 주인을 찾던 준면은 무표정을 가지고 자신보다 키가 훨씬 큰 잘생긴 남자가 자신의 바로 뒤에 자리잡고 있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엄마야!"
"…요즘 유행은 학생이 선생님 보고 놀라는 건가."
"……"
학생? 나 학생 아닌데…? 교복도 안 입었는데…? 준면 대신 빨간 버튼을 누른 남자가 내릴 역이 되자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휙휙 몸을 잘도 놀려 버스에서 내려 버렸다. 그 남자를 따라 어렵사리 버스에서 내린 준면은 자신보다 빠르고 큰 걸음으로 저 만치 앞에 걸어가고 있는 남자를 따라 뛰었다. 자신이 다닐 학교로 성큼성큼 들어가고 있는 남자를 어렵게 따라 잡은 준면은 무작정 그 남자의 팔을 잡았다. 남자가 준면에게 뭐냐는 표정으로 돌아 섰다. 원색의 캐주얼 수트, 선생님 치고는 밝은 머리카락, 하얀 피부에 말랐지만 키가 커서인 지, 아님 얼굴이 무섭게 생겨서인 지 누가 봐도 무서워 할 무서운 포스를 뿜어내고 있는 남자에게 준면은 순간 무서움을 느꼈다. 뭐지, 이 학교 선생님인가? 까만 눈동자가 준면에게 추궁이라도 하는 듯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저! 저, 저…."
"…아."
불러 세워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준면을 보던 남자는 이내 짧은 감탄사와 함께 자신의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쫄지 마, 김준면! 너도 이 학교 선생이니까 당당하게 말해야 돼! 난 학생이 아니라 선생이라고! 더듬더듬 거리며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생각하고 있던 준면의 눈 앞에 명함이 들이 밀어졌다.
"번호는 명함에 써져 있습니다. 근데 난 연하 취향이 아니여서."
"…에?"
얼떨결에 명함을 받아 버린 준면은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저 먼치 걸어가는 남자를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바보같이 서 있는 준면의 주위로 곧 있음 준면이 가르칠 학생들이 지나 다녔다. 몇몇 학생들은 낯선 준면의 얼굴에 누구냐면서 속닥대는 것 같기도 했다. 아니, 어…, 내가 할려던 말은 번호 달라는 말이 아니라 학생이 아니란 말이였는데…. 잘못 잡으셔도 한참 잘못 잡으셨네. 머리를 긁적이며 벌써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남자가 들어간 학교를 쳐다보고 있던 준면이 이내 명함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세훈, A 고등학교 생물선생.
근데 무슨 학교 선생이 명함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