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발생 2시간 전>
"헐, 대박...그래서...청첩장 받았냐... 너?"
"그럼 어떡하냐, 받아야지....뭐........"
"이런 배알도 없는 년아. 넌 청첩장 받고 가서 축의금 내고 뷔페가 그렇게 먹고 싶냐? 어? 와 진짜.. 야 내가 사줄게!!! 까짓것 결혼식 뷔페보다 맛있는걸로!!!"
"아..아..야... 진정해.. 내가 뷔페가 가고 싶어서..뭐...그랬겠냐......"
"그럼 대체 이건 뭘로 설명할건데? 괜찮다면서 훌쩍거리는 건 또 뭔데-!!!"
오늘 무려 지난 6년간 짝사랑했던 오빠에게서 청첩장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괜찮다고 다독이면서 훌쩍거리고 있는 중이다.
뭐, 딱히 그 오빠에게 마음을 표현한 적도 없고 그럴 용기도 없었고.
그러니까 오빠가 결혼하는게 오빠 잘못이 아니라는거지.
잘못이 있다면 등신머저리곰탱이같은 내 잘못이랄까.
"이름 네가 꼭 와주면 좋을것같아"
어휴, 진짜 바보같이 또 저렇게 웃으면서 본인 결혼식장에 와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내 심장은 여전히 쿵쿵거렸다.
망할심장년.
어차피 마시지도 못하는 술이고, 마셔봤자 내 나이에 숙취로 고생할게 뻔하니까.
라며 친구와 간단히 소주를 각 2병씩하고 헤어졌다. (원래 인생은 모순적이다)
손에 든 청첩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오빠가 좋아하던 쪼코에몽을 쭉쭉 빨며 걸어갔다.
앞으로-앞으로- 조용히 동요를 흥얼거리며.
아니 흐느낀다는 표현이 더 맞을까.
"에이씨 이놈의 에몽가틍자쉭!!!!!! 어흐으휴...내일부터 안먹을거야아.."
("아 괜찮아-잠시만요!")
"이씨..내가 (킁) 그렇게 좋아(킁)했능..이렇게 겨론한다곡!!!"
("야야 그냥 가지마...위험한것같아..")
("그래두 이거 전해줘야지-")
("그럼 내가-")
("형이나 나나 똑같거든?")
흐느낄 시간에 주위를 한번이라도 살피고 다른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했음을 배우기에는
이미 내가 돌아섰을 땐 너무 늦은 교훈이었다.
"아................................................지..진짜아파....................."
"백현아, 여기봐봐........ !!! 야...너 얼굴...얼굽.....쿱.......이...머..멍이.."
"왜왜왜!!! 나 멍들어써? 어디어디!!!"
"괜찮아보이네. 소리치는거보니까"
"형!! 그게 지금 사랑스러운 멤버한테 할 소리야? 어? 사랑하는 우리 백현이라 할때는 언제고!"
"시끄러, 이거 메이크업으로 지울...수 이...있을거야. 뭐 장담은.."
"아....진짜..모레 축가부르러 가는데..."
도저히 이 둘의 대화에 낄수가 없었다. 어쨌든 난 떨어진 내 지갑을 주워준 사람에게 폭행을.. 아니 이렇게 착한 사람....아흑...
"저...괘..괜.찮.아.요?"
장수원님 저리가세요 이제 로봇연기 제가 잘.할.수.있.어.요
"아.......네..뭐.....지갑을 흘리셔서.."
"아.정.말.죄.송.합.니.다. 어.디.다.치.진.않.으.셨.어.요?"
미친 내 주둥아리
"아..음....어..오히려 그쪽분이 다치신거 아니에요? 왜 말을.."
"전.정.말.괜.찮.아.요"
"아................예........."
"걱정마세요- 어쨌든 실수셨으니까, 얘 워낙 회복력 좋으니까 괜찮을거에요- 가자 백현아"
"응, 아 그리고 혹시 TV에서 저의 이 파란 멍이 보이더라도 너무 죄책가암- 아! 형!!아파!!"
"시끄러, 무슨 소릴하는거야 너는- 그럼 조심히 가시구 지갑 잘 챙기시구요-"
무슨 정신으로 집에 돌아와서 잠을 잔 건지 기억도 안 난다.
침대에 있는 6년산 곰돌이(짝사랑 오빠가 준 선물)가 너덜너덜한 걸 보니 분명 간밤에 나름 죄책감에 시달렸던 것 같은데.
마침 토요일이고,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들이 방송을 하고!!! 라며 들떴는데,
음악센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어젯밤의 일이 생각났다.
그들의 팬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호감가는 그룹이었고, 참 잘생겼다 여겼던 그룹인데.
"네- 다음은 아쉽게도 오늘이 막방이라는 엑소분들이죠-"
MC의 말에 불가항력적인 힘으로 고개가 돌려졌고, 시선은 TV에 고정시켰다.
막방이었구나...제발.....어제의 그...눈 옆의....그..관자놀이 부근의 멍이 .....가려져.......
그럴리가 없지, 딱 봐도 '여기 멍들어쬬'구만.
죽었다. 나는 이제.
인터넷도 자제하고...일단 암막 커튼..아니지...음...그러니까..음.....
나.......한국에서 살 수는 있나..?
아직 엑소가 아프리카 진출은 안했으니까 거기로 갈까?
엑소 백현, 눈 옆 멍?
엑소 백현 의문의 멍자국
헐!!! 배켠이 멍!!!
뭐야 저거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
누가그랬어 누가!!!!!!!!! 나와라!!!!!!!!!!!!!!!!!!!!!!!!
헐...백현아...아파?
미안해요 엑소엘 고의가 아니에요 이건 정말 다 결혼식때문이애요 사과할개요
아냐 나라는 걸 아무도 모를거야. 일단 목격자 1명 피해자 1명이니까 내가 그 둘만 어떻게..어디 지구 밖으로 보내버려?
말도안돼 엑소잖아!!!!!!!
왜 말이 안돼? 보내버릴까? 어떻게 입을 틀어막지?
엑소에게 주먹날린 결과 정신분열이 오기시작했다.
[너 그래서 거기 진짜 가냐?]
"가야지- 갈래"
[으휴 진짜..]
"괜찮아!!! 나 이제 오빠 안좋아해!!!"
[뻥치시네]
아직은 뻥인데, 뻥을 진실로 만들면 되는거지
어제 하루종일 정신분열에 시달리다가 겨우 붙잡은 정신줄이라서 놓치면 안되는데.
일요일 점심,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리가 없는 식장에서 혹시나 폭행(?)사건을 누군가 봤을까봐
두리번두리번 거리다가, .. 오빠가 턱시도를 입은 걸 보고야 말았다.
"성이름!! 왔구나- 고마워-"
라며 내 머리를 톡톡 두드리는데,
누가 보면 오해하는..하기는 커녕 그저 오빠 친구들에게도 난 동네 동생에 불과했으니..
"아...오빠 축하해요"
"고맙다. 진짜- 신부대기실은 저기야, 알지?"
"그럼요- 가서 언니보려구요-"
"밥은? 일찍가지말구 밥도 먹고 피로연도 보고가라-"
"아..제가 오늘 시가..ㄴ"
"오늘 축가 기가막힌다. 진짜 내가 특별히 널 위해서 싸인도 받아놨어"
"네?"
"너 아이돌 킬러잖아. 기대해-"
힌트따위 없는 오빠의 말만 듣고 축가니 아이돌이니..대체 뭔가...싶으면서 신부대기실에 들어갔다.
평소에도 예뻤는데, 역시 드레스와 신부화장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켰다.
대기실에서도 언니는 내 손을 잡더니 아는 동생이 와서 축가 불러준다고- 싸인 받아놨다고 꼭 끝까지 보고가라는 당부의 말을 했다.
누가 신랑신부아니랄까봐..
축가는 둘째치고 괜히 기분이, 그냥 그랬다.
신랑이 입장하고 뒤이어 신부가 입장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저 눈빛, 내가 꿈 속에서 몇 천번이나 상상했던 그런 눈빛이었는데.
결국 그 눈빛의 도착지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난 옹졸한 사람 아니니까!!!! 오빠와 언니의 행복을 빌어..줘야는데 또 눈물이 나려고 한다.
"자! 오늘의 하이라이트!! 축가가 있겠습니다- 이게 정말 극비로 진행된건데, 우리 신부님의 지인께서 아~주 유명한 가수에요!!"
아......얼마나 유명한 가수이길래..
"자! 엑소의 백현씨!"
우와..언니가 엑소 백현이랑 아는 사이구나 축가도 불러주...어..?....누..누구?
핀 조명을 받으며 피아노 옆으로 등장하는 사람은 엑소의 백현이자 그날밤 사건의 목격자이면서 피해자였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놀라움과 탄성 소리, 환호소리가 뒤섞여 식장을 꽉 채웠다.
"네! 위아원 안녕하세요 엑소 백현입니다- 아 이번에 저랑 친한 누나가 결혼을 하신다 그래서 이렇게 왔는데요-
어, 정말 진심으로 결혼 축하드리고, 행복하게 사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시작된 노래는 김동률의 감사
아 진짜 좋다 완전 목소리 꿀이야 완전 잘불러..가 아니지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노래는 점점 절정으로 치닫고 나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식장 밖으로 향했다.
언뜻 본 얼굴에는 여전히 멍이...아....이런 힘만 드럽게 쎈 년같으니....
사람들의 비집고 뛰어나와 화장실로 향했는데, 화장실 앞까지 서있는 분들은..대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관객분들이신지..
도저히 화장실 문을 열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최대한 사람이 없을만한 곳을 찾아서 들어갔다.
거울을 보니 이미 머리는 산발이고 마스카라도 번졌고.
"성이름. 네 인생 왜 이러냐"
6년간 좋아했던 오빠 결혼식장에 하객으로 오고
그 오빠 축가는 내가 때린 사람이 부르고
정말 쥐쥐쥐쥐롸롸롸뢀맞군.
화장실 문이 녹슬었네 잘 열리지 않아서 순간적으로 있는 힘을 발휘해 문을 열었는데
'퍽!"
"아악!!!!!!!!!!!!!!!!!!!!!!!!!!내 발!!!!!"
오마이갓지저스하나님아버지부처님
이게 무슨, 이 무슨.....나에게 이런 팔자......
"......................................"
놀라서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도 신발이 두꺼워 보여서 순간적인 충격이 아팠을 뿐 금방 괜찮아진 것 같았다.
"지갑?"
"아.아닙니다-"
"맞는데요?"
"아,아닌데요"
"에이 딱봐도 맞는데"
"딱봐도 아닌데요"
"아..그렇구나...아...아!!! 내 얼굴 아..진짜 아프네.."
"아,아직도 아파요? 그렇게 많이 다쳤나..?제가 막 그렇게 힘을 엄청준게 아니.."
낚였다.
"맞네!! 지갑!!!! 그죠? 우와....저 또 다쳤어요-"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진짜루!! 한개도 안아프네요!!"
마음은 또 착해가지고 안아프다면서 신발 끝으로 바닥을 콕콕 내리찍다가 일그러지는 표정을 나는 보고야말았다.
"아파보이네요"
"아닌데..."
"네, 어쨌든 정말 고의는 아니었구요. 물론 그날도..아 그날 지갑 주워주셔서 감사하구요, 음 그러니까 제가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뭐, 누나 결혼식장에서 나오는거 맞죠?"
"네? 아......네.."
"음. 근데 울었어요? 다친 나보다 왜 눈이 더 빨갛지?"
"아,아닌데-....."
"아, 왠지 알것 같아요-"
"네? 뭘....?"
"나도 그 마음 공감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거든요-"
"......................?"
뭔가 내가 생각하는 그런게 맞다면 백현도 언니를....헉...헐..대박....헐..헐......
그럴 가능성이 있을 수 있지!! 아는 누난데 예쁘고 착해!! 그럼 좋아하지 암 그럴 수 있지.
나 혼자 망상에 있는 동안, 밖에서 백현을 부르는 매니저의 소리가 들렸다.
"앗, 형 왔나보다!! 이름이 뭐에요?"
"예?"
"이름~"
"성..이름.."
"아~ 그렇구나 이름씨?"
"네,"
"알겠어요, 울지말구. 집에가서 쉬어요- 이름 기억할게요 이름씨"
번외 |
그렇게 말도안되는 상황을 두 번이나 겪고 한달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나. 어느 날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었다. 모르는 번호는 잘 안받는데, 그날은 처음으로 내 핸드폰이 울린 날이라서 나도 모르게 받았다. 사람이 그리워서
"여보세요"
[..어? 받앗따!!]
"네?"
[야야 받았어,아 잠시만요-]
하이톤으로 받았다며 외치는 남자가 잠시 기다리라면서 다른 사람을 바꿔주었다. 신종 보이스피싱인가
[저,.성이름씨?]
헐 내 이름을 아는데, 누구지. 개인정보유출이 이렇게 심각하다니
"맞는데 누구세요?"
[아, 저 엑소 백현인데요]
뚝
"세상 말세구만 보이스피싱을 하다하다 이젠 아이돌이라고 속이고 , 참..먹고살기 팍팍하네"
끊어버리자 마자 다시 그 번호로 전화가 왔다. 이걸 받아 말아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사기치지 말라고 한마디 해줘야 할 것 같아서 불타는 사회정의감으로 용감하게 통화버튼을 밀었다.
"이봐요- 엑소? 백현? 살기가 그렇게 힘드세요? 이런걸로 보이스피싱하게? 이 번호 제가 사이버수사대에 넘길수도 있었는데 아저씨가 사시는게 너무 한심하고 불쌍해서 충고하는거에요! 알겠어요? 내 나이가 몇인데 엑소에 넘어가.. 혹시라도 이딴 짓 학생들한테 하지마요, 알겠어요?"
[아...어.......푸하하하하하하하하]
"어머 지금 사람말이 말같지 않나보죠? 한개도 안무섭거든요?"
[이름씨, 저 엑소 백현 맞아요] (백현맞아요오-----)
"역시 이런 사기를 혼자 칠리는 없고, 곁에 계신 분한테도 이런 장난은 하는거 아니라고 전하세요!"
[아 정말 맞는데..음.. 결혼식?]
"결혼식은 무슨, 보이스피싱할거면 조사나 제대로 하고 하시던가요"
[아하하 아니 그날 결혼식장, 누나 결혼식장에서도 봤구, 지갑도 찾아줬구!! 아 결혼식장에서 화장실 문에 발도 다쳤고!!!!]
헐....이게 무슨일이야................ 진짜 엑소 백현이네.....................
[이제 좀 믿겠어요?]
"아.......아.............어...그..그니까...."
[많은 놀랐죠? 내가 전화해서-]
"어..어.....예...예...."
[누나한테 엄청 졸라서 얻은 번호에요]
"아....네....음....네....."
[뭔가 좋은 친구 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아 그니까 , 연예인 생활도 오래하다보니까 친구들이..아..] (뭐하는거야아 변백현! 딱 말해 딱!!) (아후 김종대 조용히 좀 해봐 안들리잖아) (뭐야 박차녈?)
[음 그니..아 둘다 조용히 좀 해!! 나가!!!!!]
[아, 아...멤버들이 장난을 쳐서..]
"네..."
[음, 아 그러니까.. 음...]
멤버들이 쫓겨났는지 어색한 침묵이 흘렀었다.
[성이름. 제가 이름 기억한다고 했죠? 기억했으니까, 우리 친구하죠!]
친구는 수작이었어, 알아차리지 못한..내가...참..대견하다. 큭 현재 옆에서 부비적 부비적 내 넓디 넓은 등에 고개를 파묻고 있는 애가 나한테 친구신청 아이다.
"뭐해?"
"안알랴줌"
한대 때리고 싶은데, 멍의 추억이 너무나도 선명해서 트라우마가 걸렸다. 진짜 속이 부글부글 왜 얘랑 친구한다고 했는지 몰라. 생각보다 서로 낯가리는 성격이었는데, 비슷해서 더 빨리 친해진건가.
"변백현, 나 쌍수 할까봐"
"하지마"
"네 사진 들고가서 쌍수하려고"
"쓰읍- 하지마라"
"아 왜 내눈이지 네눈이야?"
"어 내 눈이야, 네꺼 내꺼야 "
"뭐,뭐래-"
"너 내꺼맞는데? 내꺼안할꺼야?"
뭐 지금은 이런사이..랄...까라라라라라랄라랄라라랄라랄라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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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
시험에 허덕이면서 살다가 겨우 시간이 나서 한 편 끄적였어요.. 그래서 그런지 똥글....망글...... 그리고 어제 씽포유!!!!!!!! 그거 하루종일 들으니까 괜히 아련터지려구 해서 재밌는 글을 쓸수가..쓸수가..ㅜㅠㅜㅠㅜㅠ 하하하핳 재밌게 읽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