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Ariana Grande, Why try inst.
#민윤기 #100일 #성공적
"선배, 내일 무슨 날이게."
"모르는데, 무슨 날이냐?"
선배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이럴 줄 알았어.
솔직히 민윤기처럼 무뚝뚝한 남자는 세상에 둘도 없을 거다.
나라도 챙겨야지. 생각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보니 선배가 필요한 물건이 뭐가 있을까.
얼마 전에 아울렛 갔을 때 새로 나온 신발 정말 유심하게 바라보던데, 아냐 사진 찍는 거 좋아하니까
카메라를 사줄까? 너무 가격이 나가는데 … 잠시 고민하고 있었는데 선배가 손을 휘휘거리며 내 주위를 끌었다.
"정신 차리자. 이름이."
그제서야 교수님이 열심히 강의를 하고 계시는 걸 들었고 나는 알겠다며, 다시 앞을 쳐다보았다.
워낙에 날짜 같은 건 안 세는 민윤기라지만 내일도 모르면 아주 조금 서운해지려고 했다.
에이, 설마 모를까. 아냐, 진짜 민윤기라면 모를지도 몰라. 한 시간 내내 이 생각만 하다가 보낸 것 같다.
선배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쁘게 짐을 챙겼다.
"왜요,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아, 어. 태형이라고. 우리과 후배 있는데 걔한테 밥 사주기로 했거든. 지금 만나자네?"
"너무하네, 여자친구보다 친구가 더 소중해요?"
"너 답지 않다? 오늘 진짜 왜 이래. 기분 안 좋아?"
"그게 아니고…아니에요. 맛있게 먹어요."
"너도. 꼭 밥 챙겨 먹어. 연락할께."
정말 미련 없이 손을 몇 번 젓더니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어느새 강의실에는 나 혼자 남아 선배가 나간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 밉다. 어떻게 사람이 이 지경까지 미울 수 있을까? 한숨을 푹푹쉬면서 나가고 있는데 가방을 툭치는 소리에 놀랐다.
옆을 바라보니 박지민이 바보 같이 웃고 있었다.
"너랑 놀아 줄 기분 아니다, 짐니."
"짐니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왜 기분 안 좋아보인다?"
"응, 그니까 수업이나 가라~."
"왜 기분 안 좋은데."
"내가 항상 기분 나쁜데는 이유가 있지. 카톡으로 말해줄테니까 저리가."
"아, 왜에."
"너 교양 한국사 아니야? 그거 오늘 일찍 시작한다던데."
그제서야 시계를 보더니 아, 지각이다,라며 빠르게 사라졌다. 어휴, 우리 짐니는 언제 철 들려나.
아울렛 들러서 신발이나 사가야겠다. 곧 바로 아울렛 매장에 들러서 선배가 갖고 싶어하는 것 같았던 신발을 샀다.
그리고 나오는데 어느새 벌써 겨울인지 입에서 하얀 입김이 나왔다.
눈 앞에 바로 보인 게 머플러였다. 저거 하나 사가야지. 검정색, 흰색 이렇게 두 개 사서 커플로 매자고 그래야겠다.
그리고 검정색 머플러를 쇼핑백에 넣고는 추워지는 바람에 패딩을 더 감싸안고 집으로 향했다.
*
그리고 다음 날이 되었고 혹시나 하는 기대에 카톡을 열어보았지만 100일은 커녕 [졸려]라는 카톡 하나 뿐이였다.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정말 아무 말도 없을까해서 오후 4시까지 기다렸지만 무소식이였다.
말도 안 된다. 너무 화난 마음에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진짜, 뭐야.
"여보세요."
잠에서 방금 깬 것인지 목소리가 잠긴 느낌을 받았다. 정말 너무했다.
그래도 우리 첫 번째 기념일인데 아무리 무뚝뚝하다고 한 들.
"설마 방금 일어난 거에요?"
"어, 그런데?"
"와 …진짜 너무했다."
"뭐?"
"오늘 우리 백 일이잖아요. 백 일."
"헐, 진짜? 나 몰랐어. 어떡하냐?"
"됐어요. 그냥 공원에서 만나서…"
"아냐, 그래도 100일인데 나가서 밥이라도 먹자."
"밥이요?"
뜬금없는 밥이라니, 지금 화나 있는 상태에서 밥이 넘어갈지 의문이였다. 뭔 또, 이렇게 먼 레스토랑까지 부르는 건지
손에 민윤기의 선물을 든 채 택시에서 내렸다. 만나면 한 바탕 잔소리 좀 해줘야겠다, 싶어서 당당하게 레스토랑의 문을 열었더니
한 웨이터가 와서 말한다. 어디서 많이 본 웨이턴데?
" 손님, 혹시 성함이 성이름이신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하였고 웨이터는 따라오세요.라는 말과 함께 나를 2층으로 인도했다.
더욱 더 놀란 것은 내 앞에 펼쳐진 양초길과 꽃이라는 거, 전혀 민윤기 컨셉에 맞지 않았다.
이 길을 따라가면 민윤기가 나오는 건가? 싶어서 양초길을 따라서 무작정 걸었다.
분위기라던지 모든 게 환상적이였다. 웨이터는 내게 인사를 하더니 이 쪽으로 계속 가시면 됩니다.
말을 끝으로 내 옆에서 사라졌다.
계속해서 걸었더니 엄청 예쁘게 꾸며져있는 룸이 보였다. 의자에 꽃이 달려있고, 방 자체가 예쁘게 꾸며져있었다.
계속해서 올라오는 광대를 주체하지 못 하고 내가 내 손으로 내릴 정도로, 기뻤다.
역시 민윤기 인성 하나는…알아줘야해.
"안녕."
"......"
"미안, 오글 거렸냐?"
가지고 있던 쇼핑백을 의자에 두고 그대로 선배를 끌어안았다. 고마워요, 고마워.
선배는 나를 더 꽉 끌어안더니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내가 훨씬 고마워. 이런 상황극 자체가 짓궃었을 텐데 참아줘서 고마워."
"알긴 아네요? 나 진짜 선배가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고 엄청 실망했다구요."
"감동 받았어?"
"네, 눈물 나올 거 같은데 참고 있어요."
"울어도 되는데."
"됐거든요."
선배는 나를 자신의 품에서 떼놓더니 내 뺨을 부드럽게 잡았다.
예쁘다.
"뭐가 예뻐요, 눈물 글썽거려서 화장도 다 번진 거 같은데."
"고마워, 이름아."
"아, 진짜 …"
"나 너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
선배는 조금씩 흐르는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아주더니 웃어주었다.
그리고는 내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더니 다시 안아주었다.
"사랑해, 성이름."
"나도, 엄청 사랑해요. 오빠."
*
집에 와서 선물을 뜯어보니 그 동안 지나치면서 갖고 싶다고 말한 것들 전부였다.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또 날 것 같았다. 그러다가 작은 편지봉투가 보여 꺼내들었다.
편지봉투도 꼭 자기 같은 거 사지, 민윤기.
[성이름이에게]
안녕. 이렇게 글을 쓴다는 게 어색한 건 줄은 예전에는 몰랐네.
티비에서 남자 주인공들이 항상 여자 주인공에게 편지 쓸 때 뭐 저렇게 힘들어해하면서 비난했는데
그랬으면 안됬었네. 우리 이름이 100일 동안 나 만나줘서 고마워. 지금까지 큰 일 없이 사랑해줘서 고맙고.
나 같은 남자 만나느라 네가 고생이 많아. 그리고 앞으로도 더 고생해줘라.
나 너무 이기적인 거 같기도 하고, 아 미친. 밤 되니까 더 보고 싶어진다.
너도 내가 생각나는 밤이였으면 좋겠네. 항상 사랑해.
[민윤기가.]
민윤기가 생각나는 밤이라 쓴 조각글이였슴다.
읽어주셔서 감사해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