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 ; Call me may be,Carly Rae Japsen inst ver. ♡
우리 학교 최고의 철벽남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민윤기가 아닐까 싶다.
그런 그에게 끊임없이 구애를 요구하는 여자들이 많은데, 그는 그런 여자들을 자주 단칼에 거절하곤 했다.
그 때문에 전교에 민윤기를 좋아하는 여자는 셀 수 없이 많이 보이지만 고백을 하는 장면은 드물었다.
그냥 자신의 상사병으로 끝내고만 말았지, 절대 민윤기에게 먼저 다가서는 일은 없었다.
*
"오빠는 무슨 음식 좋아해요?"
친구들과 함께 급식을 먹고 매점에 들어오는 듯했던 민윤기에게 나는 물었다.
끊임 없이 구애를 요청하는 그 많은 여자 중 하나는 바로 나였다. 그것도 정말 끈질기게.
내 들이댐이 거슬렸는지 인상을 조금 찡그리더니 무시하고는 옥동자요,라며 매점 아주머니에게 돈을 건넨다.
좀 더 용기를 내서 오빠에게 팔짱을 끼니 밀어내질 않는다.
어? 뭐야. 이제 아예 없는 취급 하겠다는 건가. 하긴 벌써 이렇게 껌딱지처럼 붙은지 한 달이 조금 넘은 거 같긴 한데.
"오빠, 저 영화 보고 싶은 거 있는데 같이 가주면 안돼요?"
오빠는 단칼에 고개를 돌려 내 말을 가볍게 씹고는 오빠의 친구들과 롤인지, 뭔지 게임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빠 친구들도 내가 자주 이런다는 걸 알고 있는 건지 아예 내가 없는 취급을 했다.
하, 엄청 슬펐지만 나는 의지의 한국인이니까. 라고 나 혼자 다짐하고 있었는데 예비종이 울렸다.
"아…나 체육이였던 거 같은데…망했다."
아, 안되는데 윤기 오빠 반까지 들어가는 거 보고 갈려고 그랬는데….
몹시 슬픈 표정을 지으며 어떡하지,라고 혼자 작게 말하고 있었는데 윤기 오빠가 팍,하고 일어났다.
그 덕에 팔짱을 끼고 있던 나도 동시에 일어나졌다.
"야, 너 몇 반이냐."
지금 나한테 말 건건가? 대박이다, 이러면서 드디어 구애의 끝이 보이는 구나. 하고 뿌듯해하고 있었다.
야. 다시 한 번 윤기 오빠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네? 아…저 2학년 3반이요!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오빠는 자신의 친구들을 바라보며, 2학년 체육 누구냐,라고 물었고 한 오빠가 누구긴 학주지.라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야, 너 빨리 가."
"싫어요. 오빠 반까지 들어가는 거 보고 갈 거야."
"그럼 그러던지."
와, 완전 그냥 시크하네. 반해버릴 뻔.
오빠는 그대로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4층으로 올라가다가 갑자기 3층에 멈췄다.
그러더니 층으로 들어가서 몇 번 두리번 거렸다. 고개를 들어 3반임을 확인한 건지 이내 우리 반 앞에 멈춰섰다.
헐, 대박…. 엄청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오빠가 들어가,라고 말했다.
"아…네! 들어가야죠!"
허둥대면서 팔짱을 풀고 반으로 들어가려는데 오빠의 목소리에 행동을 멈추게 되었다.
나 오늘 애들이랑 피씨방 갈꺼라서 오지마,라고.
저거 지금 나 걱정해준 거 맞지? 혼자 반에서 기다릴까봐?
오늘 진짜 감격스럽네. 나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튀어나온 것인지 가려는 오빠를 후다닥 쫓아서
핸드폰을 내밀었다.
"주세요."
"허, 참. 싫어."
"오빠 저랑 오늘 같이 못 간다면서요."
"그게 왜."
"그러니까 주세요. 대가로."
오빠는 몇 번 허, 참. 이러면서 헛웃음을 치더니 내 핸드폰을 받아들고 몇 번 화면을 터치한다.
심장아, 나대지마. 얼굴까지 달아오르는 느낌에 핸드폰을 받고, 빠르게 인사를 하고 난 후에 반으로 달리듯이 들어왔다.
아, 나 어떡해. 민윤기 진짜 좋다.
*
나는 카톡 새로운 친구에 오빠의 카톡이 뜨는 것을 확인하고는 정말 기쁨에 이불을 몇 번 걷어찼다.
아, 진짜 좋아. 뭐라고 보내지? 썼다 지웠다 몇 번 반복하면서 난리를 쳤던 것 같다.
[오빠, 뭐해요?]
계속해서 답장을 기다렸지만 답장은 그리 빠르게 오지 않았고 나는 오빠의 답장을 기다리며 새벽까지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새벽 2시쯤 되자, 핸드폰이 우웅,하고 진동이 울렸다.
[잠.]
완전 귀여워. 카톡 답하는 것도 민윤기네, 완전.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 광대가 자기 주장을 마구 펼치기 시작했다.
[잘자요.]
이를 마지막으로 나는 불을 끄고 잠에 들었다.
오늘 꿈에 꼭 민윤기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
오빠는 오늘도 어김없이 벤치에 앉아있었고 왠일인지 친구들이 보이질 않았다.
입에 사탕을 물고는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길래 익숙하게 팔짱을 꼈다.
아, 저기있구나. 친구들. 갑자기 든 궁금함에 나는 오빠에게 물었다.
"오빠는 왜 축구 안 해요?"
"너 때문에."
"헐, 왜 나때문에 못 해요?"
"너 내 팔 잡고 있으면 못 뛰잖아."
저거, 또 내 생각 해준 건가?
오늘도 어김없이 심장 폭행 여러번 해주는 민윤기씨, 태어나주셔서 감사합니다.
나 진짜 민윤기 때문에 너무 좋아서 심장 마비로 병원 실려가는 거 아닌지 몰라.
"근데 너 나한테 왜 고백 안 하냐."
오빠의 직설적인 말에 나는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사람이 뭐 저렇게 직구로 말을 던지냐.
조금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계속 날 보던 오빠에게 대답했다.
그게…
"제가 고백하면 오빠랑 사이도 멀어지고, 그러면 전 이렇게 오빠 옆에 못 앉아있을 거니까?"
"생각하는 것도 어리네. 왜 안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는데."
"네?"
"받아줄테니까 고백해봐."
"미쳤네요, 아니…우와…그…좋아해요, 나랑 사귈래요?"
"아니."
"아, 뭐에요! 받아준대놓고는!"
웃었다. 무표정의 대가 민윤기가. 그것도 입꼬리까지 올려주면서.
웃으니까 훨씬 더 잘생겼다. 역시 내 남자.
"그래, 그럼. 여기다가 뽀뽀해주면 생각해볼께."
오빠는 자신의 볼을 손가락으로 두어번 톡톡치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망설임없이 쪽,하고 빠르게 뽀뽀하고 떨어졌고 오빠는 나를 보며 계속 웃었다.
재밌네, 성이름. 조금 귀여운 거 같기도 하고, 그 말에 나는 또 좋아서 승천할 뻔했다고 한다.
"너 원래 그렇게 함부로 남자한테 뽀뽀하고 그러냐?"
"오빠니까…그렇죠."
조금 시무룩해지려고 했다. 오빠가 나를 너무 가볍게 보는 거 같기도 했고,
아니…그냥 좀 그랬어.
"야, 너 꽤 재밌네."
"네…?"
"그러니까 받아줄게. 고백."
"와, 엄마아.."
"그리고 고백은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네?"
오빠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앞으로 왔다.
나와 눈 높이를 맞추기 위함인지 무릎을 조금 구부리고는 입을 열었다.
"야, 껌딱지."
"…ㄴ,네?"
"나랑 사귀자. 잘해줄게."
"…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붉어진 건 아닌지 걱정되서 손이 차가워 손으로 볼을 감쌌다.
아, 진짜 어떡해…좋아서, 정말 좋아서 미칠 거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오빠는 계속해서 웃음이 나오는 건지 아주 크게 웃었다.
그리곤 내 손을 볼에서 떼버리더니 자신의 손으로 내 볼을 감싸며 꽤 진지하게 말했다.
"왜 가려, 귀여워죽겠는데."
그 말에 나는 오늘도 심장이 멎어 죽을 고비를 아슬아슬하게 넘겼다고 한다.
정말 이 오빠랑 사귀다가 죽는 거 아닌지 몰라….
윤기 무뚝뚝한 표정 짓는 거 보고 갑자기 생각나서 썼어요!
우리 군주님은 사랑이에요, 여러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