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AOA-심쿵해
너와 나만의 시간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고, 매미 우는 소리가 크게 내 귓가를 울렸다. 밝은 햇살이 반사되어 눈이 부셔 눈을 찌푸렸다. 그리고 내 눈 앞에 보이는 벌레...벌레...악 시발!!!
"아, 엄마! 벌레들 좀 어떻게 해봐!"
"시골인데 벌레가 있는게 당연하지, 잔말 하지 말고 짐이나 옮겨."
"아씨, 진짜..."
방년 십팔세, 이 나이에 시골로 이사를 오는게 말이 되나? 괜히 화가 나 마당에 있던 돌을 확 발로 찼다. 내 발길질에 작은 돌맹이는 휙 하고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옆 집으로 향했다.
말도 안됐다, 서울 살다가 시골로 이사를 오다니. 그것도 고등학교 2학년에 말이다. 서울에 살다가 시골로 온것도 짜증났지만 무엇보다 더 짜증나는건
"우리 엑소 오빠돌 못 보잖아!!!"
빽 소리를 질렀다. 화가 나 발을 동동 구르고 옆에 쌓아져 있던 박스를 그저 발로 찰 뿐이었다. 시발, 시골 살면 앨범살 때 배송도 늦게오고, 아티움도 못가고, 공방도 못 뛰고...머리를 감싸앉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으...진짜, 짜증나, 진짜아..."
서러움에 눈물이 뚝뚝 흘렀다. 서울에 남기고 온 내 친구들, 내 학교, 내 선생님들, 그리고 내 엑소 오빠들...
그 때 옆집 문이 끼익 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어지간히도 시끄러웠는지 어떤 교복을 입은 남자가 고개만 빼꼼 내밀었다.
어, 그런데
"...미친, 존잘."
내 눈물이 거짓말 처럼 뚝 멎었다. 고개를 내민 그 남자는 그런 내 모습이 희안했던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나도 그 남자를 한참 바라보았다.
이내 그 남자는 고개를 갸웃 하더니 다시 집 안으로 쏙 들어갔다.
"진짜...진짜 잘생겼어, 완전 내 취향."
첫눈에 반한다는게 이런건가 싶다.
어머니, 이사오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종대야, 너는 왜 이렇게 잘생겼어?"
"너도 예뻐."
달달한 말을 내뱉고는 눈웃음을 짓는 종대에 내 심장은 남아나질 않았다.
그렇게 이사온 바로 그날, 나는 엄마를 재촉해 옆 집에 남자가 도대체 누구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까먹을 뻔 했네, 옆집에 너 동갑인 애 산다더라."
"응? 동갑?"
"그래, 학교 가도 반 두개밖에 없으니까 같은 반 일수도 있겠네. 친하게 지내."
그날 저녁, 바로 우리 두 가족은 밥을 같이 먹었고 나는 종대에게 말을 걸었다.
"너 되게 잘생겼다."
"ㅇ,어?"
종대는 당황한 듯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미친, 씹덕. 저거마저 귀여워.
나는 저녁을 먹으며 계속 종대를 빤히 바라보았다. 종대는 처음에는 그런 나의 눈빛이 부담스러운 듯 나를 힐끔힐끔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면 웃어보였다.
그렇게 서로를 보며 히죽히죽 웃기만 하던 우리는 부모님이 식사를 마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종대네 집의 대문을 딱 나서려 했을 때, 나를 먼저 붙잡은건 종대였다.
종대는 내 손목을 잡고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싹거렸다. 그 예쁜 입술에서 나온 말은,
"...너도 예뻐."
"...응?"
"우리 꼭 같은 반 하자. 내일 봐!"
종대는 눈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정말로 우리는 같은 반이 되었다.
***
학교에서도 늘 우리 둘은 우리만의 세계에 빠져있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우리를 보면서 다른 애들은 이상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차거나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김종대 미쳤네."
"김종대 정신 나갔냐."
김준면과 박찬열은 옆에서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김종대를 쳐다보았다. 김종대는 아랑곳 않고 나를 보고는 헤헤 웃고 있었다. 오히려 내가 역성을 내며 말했다.
"니네야 말로 미쳤냐? 종대한테 뭐, 정신 나갔냐고?"
"악, 미안해, 미안해! 미안하다고!!"
박찬열의 머리를 퍽퍽 때렸고 박찬열은 소래를 꽥 지르며 내 손을 피해 달아났다. 키만 멀대같이 커가지고는, 쯧.
종대가 박찬열을 때리던 내 손을 잡고는 싱긋 웃으며 팔을 내려주었다.
"여주야. 박찬열한테 손 대지 마."
"...응?"
"너 손 오염돼."
그 말에 여전히 옆에 서있던 김준면은 욕을 내뱉으며 자리를 떴다. 그러든 말든, 종대와 나는 서로를 보며 웃기 바빴다.
잠시 후, 체육시간이었다. 짝꿍인 민지가 내 옆에 스탠드에 앉았다. 민지와 한창 수다를 떨다 종대가 눈에 보여 그대로 핸드폰을 들어 종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런 나를 보던 민지는 의아한 듯 쳐다보다 말했다.
"여주야, 너 종대랑 사귀는거 맞지?"
"에? 아닌데?"
"...? 아니었어?"
"종대는 사귀는게 아니라 내가 덕질하는거지."
그 말에 민지는 웃겼던지 한참을 웃었다. 그러다 다시 표정을 진지하게 한 민지는 내게 웃음을 띄고는 말했다.
"종대도 너 좋아하는것 같은데."
"응?"
"김종대 원래 안 저래-아, ㅈ,종대야!"
언제 왔는지 종대는 우리 옆에 서서 우리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종대는 분명히 웃고 있는데, 민지는 뭐가 무서운지 몸을 흠칫 하더니 눈치를 보며 그럼 가볼게! 하고는 얼른 뛰어갔다.
민지의 빈 옆자리를 얼른 종대가 꿰찼다. 종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나와 눈을 마주쳤다.
"민지가 뭐래?"
"그냥 너 원래 안 그렇다는데?"
"...그래?"
그 말에 작게 웃던 종대는 부드럽게 내 머리를 쓸어넘겨 주며 다정하게 미소지었다.
"민지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아-"
"그러게?"
"한번 얘기 좀 해봐야겠네."
종대의 그 말에 그래, 왜 그런거지? 하고는 동조를 했다. 종대하고 나는 사귀는게 아니라니까? 그냥 나는 종대를 팬질하는거고, 종대는 나를 팬으로 생각하는거고. 그렇다고.
***
종대는 우리 집으로 밥을 먹으러 왔다 내 방에 들어와서는 방을 구경하고 있었다. 종대는 연신 기분이 좋은 듯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러다 종대의 콧노래 소리가 뚝 끊겼다. 그에 고개를 돌아보니 종대의 시선이 무언가에 고정된 것이 보였다.
그 시선의 끝에는, 엑소?
"...여주야, 이거 누구야?"
"응? 엑소!"
"아, 엑소..."
종대가 한참 표정을 굳히다 다시 빙긋 웃었다. 그런데 그 웃음 뒤로 묘한 한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 느낌이 나도 모르게 살짝 몸을 떨었다. 뭐야, 뭔데 무서워.
"여주야."
"...응?"
"이 사람들 말고오, 내 사진 걸어놓으면 안돼? 응?"
종대가 나에게 팔짱을 끼고는 나를 살살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 에이, 그럼 종대가 무서울 리가. 이렇게 귀여운데. 오구, 귀여운 내 새끼.
나도 실실 웃으며 종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종대는 헤헤 웃으며 나에게 더 기대왔고. 으아, 김종대 완전 사랑스러워. 귀여워 죽겠다.
***
제비뽑기를 해서 짝꿍을 뽑았다. 짝꿍은 민지에서 김민석으로 바꼈다. 김민석과 나는 생각보다 코드가 잘 맞았다. 수업시간에 떠들다 걸리기를 몇 번, 그래도 재밌는걸 어떡해?
나와 종대가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길을 가던 중, 종대는 머뭇거리며 말을 걸었다.
"여주야, 민석이랑은..."
"응?"
"민석이랑 짝꿍은, 어때?"
"좋아! 말도 잘 통하고, 엄청 잘 맞아!"
"...그래?"
종대는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했다. 이내 다시 표정을 핀 종대는 나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주야, 오늘 떡볶이 먹을래?"
"헐, 응!"
"우리 집 가자."
헤헤 웃으며 종대의 뒤를 따랐다.
***
"야."
텅빈 운동장에는 종대와 민석 뿐이었다. 여름의 뜨거운 햇살에도 불구하고 운동장에는 한기만이 가득했다.
축구공을 혼자 발로 차며 연습하던 민석은 종대의 부름에 뒤를 돌았다.
"야. 너 김여주랑 왜 말해."
"...그럼 짝꿍인데 말하지, 말 안하냐?"
민석이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그 말에 종대는 코웃음을 쳤다.
"말 하지마."
"중증이네, 김종대."
"말도 걸지 말고, 쳐다도 보지마."
그 말 만을 남겨놓고 종대는 사라졌다. 그런 종대의 뒷 모습을 바라보던 민석은 웃음이 나왔다.
"...재밌네."
"얼마나 좋으면 그래? 하여튼 귀여운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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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여주가. 종대 덕질하는. 빙의글.
가볍게 쓰는 글입니다. 글 길이도 많이 길지 않을것 같구요.
참고로 작가는 갈등 성애자입니다 ㅋㅋㅋㅋ
너와 나만의 시간, 줄여서 너나시. 본격 연재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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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은 새로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