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친구가 남자로 보이는 썰 04
w. 니니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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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돼지야 빨리 일어나 지각이야!!!!"
"으음... 엄마 5분만..."
"엄마 같은 소리하네 8시라니까!??!"
그래 그러니까 5분만 더...... 응? 뭐라고? 몇 시?
"8시라고?!?!???!!!"
"그래 등신아... 너 저번에도 지각해서 교감이 뭐라고 했다며"
"왜 나 안 깨웠어!!! 엄마!!!!!"
"계속 깨웠거든?! 왜 자꾸 비행기에 있는 엄마를 찾고 지랄이야!!!"
평소와 다르게 세훈이가 아침에 날 깨우는 것도 이상한데
엄마가 비행기에 있다는 말에 얘는 아침부터 또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나 싶었어
"엄마가 왜 비행기에 있......"
아 맞다 할머니...... 오늘이구나...
드디어 '부모님 없이 살아남기'가 시작된 건가
"쯧쯧, 머리 나쁜 거 티라도 내냐"
"아 닥치고 저리 비켜!"
"얘는 왜 깨워줘도 난리야? 돼지야 오빠 섭하다"
"후... 넌 오늘 내가 늦은 거에 감사해라"
그렇게 아침부터 지랄하는 오세훈을 한 번 노려보고는 씻기 위해 후다닥 화장실로 들어갔지
"아 망했다 진짜 또 지각이라니..."
"어? 누나 이제 일어났어요?"
"으악!!!!!!!!!!"
혼자 중얼거리면서 화장실에 들어왔는데 누가 날 갑자기 뒤에서 탁 잡는 손길이 느껴지는 거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소리 지르면서 뒤를 돌았는데 이제 막 세수를 마친 건지 수건에 젖은 얼굴을 부비고 있는 종인이가 보이더라
아 맞다 종인이도 이제 여기서 지내지... 꿈이길 빌었는데 꿈이 아니였구나
그와중에 물에 젖은 종인이의 앞머리는 참 섹시했... 큼큼
"아... 또 나 때문에 놀란 건가?"
"어? 어어 아니야 종인아 어 아냐!"
"그러는 게 더 티 나는데? 얼른 씻고 나와요, 늦었다며"
"하하... 응 그럴게"
그렇게 종인이가 화장실에서 먼저 나가고 이제서야 나도 씻기 위해 화장실 거울을 봤는데
"......"
아니 잠시만 사람 얼굴이니 이게...? 이 꼴로 종인이랑 대화를 했다니...
그래 내가 미친 거지 일어난지 5 분도 채 되지 않았다는 걸 잊고 있었어 머리는 산발에 얼굴은 어우... 아... (말잇못)
뭐 어쨌든 여차여차 겨우 마음을 추스리고 초스피드로 출근 준비를 했어 옷 입고 화장하는데 총 10분 정도 걸렸나?
이게 자주 늦다 보니까 빨리하는 스킬이 생기더라고 ㅎㅎㅎ... 왠지 웃프네 응...
"얘들아 누나 먼저 간다? 너네도 지각하지 말고!"
"돼지야 밥 안 먹고 그냥 가게?"
"세훈아 누나는 학교에 가서 욕 먹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배가 부르다 ^^..."
"병신... 얼른 가 그럼"
"응 이따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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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먹던 힘까지 다하여 죽어라 뛴 결과 심각한 지각은 면할 수 있었어 (물론 내 기준)
이제 내가 할 일은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보건실 안까지 들어가는 것이었지
"좋아, 이제 여기서 조용히 코너만 돌면..."
"어? 쌤! 왜 이제 와요!!!!"
ㅎ... 난 망했다
한 학생의 쩌렁쩌렁한 목소리 덕분에 마침 복도 순회 도시던 교감선생님과 눈이 마주쳤거든... 난 멋쩍은 미소를 지었고 교감선생님은 인자한(?) 미소를 띄우시며 교무실로 오라고 손짓하시더라 ㅎㅎㅎ...
"야 박쏘, 넌 내가 지각한 거 전교에 알릴 작정이냐?!"
"헐 쌤 죄송... 부디 무사하세요..."
하아 이걸 죽여 살려...?
응? 아 박쏘 누구냐고? 누구겠어 보건실 단골 여학생이지 ^^... 이름은 박소영인데 그냥 애칭이랄까
암튼 난 그 여자애를 한 번 노려본 후에 뒷짐지고 교무실로 들어가시는 교감선생님 뒤를 따라 쭈뼛쭈뼛 교무실로 향했지
"오선생, 지금 몇십니까?"
"......"
"요즘 본인이 지각을 얼마나 하고 계신 지 아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절대,"
"절대 늦지 않겠다고? 그 말은 저번에도 하지 않았나? 학교가 장난입니까? 선생이 지각을 밥 먹듯이 하는데 학생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나이 어리다고 계속 봐주니까 교감 말이 말 같지도 않습니까?"
무슨 기분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던 건지 오늘따라 더 심하게 뭐라고 하시는데 분명 내가 잘못한 건 맞는데 계속 듣고 있다 보니까 점점 서러워 지는 거야
(나 지각 밥 먹듯이 하진 않았는데... 궁시렁...)
아니 매번 나만 모든 선생님들 다 계시는 교무실에서 보란듯이 공개적으로 혼나는 것도 서럽고 쪽팔렸거든?
그거 뿐이겠어? 힐끗힐끗 쳐다보는 선생님들 시선도 얼마나 불편하고 스트레스였는데
나이 어리다고 봐주다니... 망치로 머리라도 맞은 것처럼 멍해지더라
솔직히 내가 호칭만 선생님이지 이 학교 모든 선생님들이 가끔 알게 모르게 나 나이 어리다고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도 많이 받았었거든
"교감선생님, 보는 눈도 많은데 이제 그만하시죠 그 정도면 오 선생님도 충분히 반성하고 있을 겁니다"
...아, 한 선생님은 빼야겠다
나 제외하면 가장 어린 사람이 34살이라고 했었잖아? 그 선생님이야 (2편 참고) 수학 가르치시는 정선생님
좀 미스터리한 선생님이기도 해 소위 말하는 '빽'이라도 있는 건지 아님 능력이 정말 뛰어난 건진 잘 모르겠지만 나와는 다르게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물론 교감, 교장선생님 한테도 인정을 받는 분위기더라고? 그래서 함부로 못 대하는 것 같기도 하고
"...크흠, 아무튼 오선생 한 번만 더 이런 일 생기면 그땐 정말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그만 나가 보세요!"
"네... 정말 죄송합니다..."
정선생님 도움 덕분에 1시간은 족히 걸렸을 훈계가 단 15분 만에 종료됐어
다른 사람들이 눈치 못 채게 몰래 묵언의 감사 인사를 건네고 시무룩하게 교무실을 빠져 나왔지
"하아... 오너징 오늘 아주 제대로 깨지는구나..."
"무슨 한숨을 그렇게 깊게 쉬나? 그럴 수도 있는 거죠"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그쪽을 쳐다봤더니 방금 날 구해 준 내 영웅 정선생님이었어 바로 수업을 가는 길인지 손에 교과서를 비롯해 잔뜩 들려있더라
"아... 선생님"
"여기 생활 아직 낯설죠? 나이 적다고 무시 받는 것 같고"
"......"
이 사람 독심술 할 줄 아나...?
"원래 이 학교 분위기가 조금 그래요 내가 그래도 한때 막내였던 사람인지라 오선생한테 더 정이 가네"
"아......"
"도움 필요한 일 있음 나한테 부탁해요 되는 데까지 도와줄 테니"
별로 친하지 않아서 잘 몰랐는데 되게 착한 사람인 것 같았어 든든한 내 편이 생긴 기분이랄까?
암튼 그렇게 몇 마디 더 나누고 있는데
"...선생님"
'선생님'이란 소리에 나와 정쌤 둘 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어
어라... 종인이?
심각한 일이라도 생긴 건지 평소와 다르게 표정이 많이 굳어있는 것 같은 거야
"어 너 그... 종인이 그래, 맞지 김종인"
"네, 이번 교시 쌤인데 아직 수업 안 들어오셨길래 모시러 왔어요"
"이야 정말? 감동인데~ 다른 애들은 늦으면 좋아서 난리던데... 얼른 가자!"
정쌤은 종인이가 자길 찾아온 게 정말로 기분이 좋으셨던 건지 흥얼거리면서 그 반으로 들어가시더라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재밌어서 살짝 웃었는데 종인이가 선생님 따라 반에 아직 안 가고 날 쳐다보고 있는 거야
"종인아, 넌 안 들어가?"
"아 기분 나쁘네"
"...응?"
"기분 나빠요"
기분이 나쁘다고? 왜지? 설마 나 때문에...?
물론 티는 안 났겠지만 종인이가 그렇게 말하는 그 순간 괜히 나 때문인 것 같고 뭔가 종인이 눈치가 보이는 거야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저 사람이 뭔데 누나를 그런 눈빛으로 봐요"
아 잠시만 심장아 나대지 마 제발... 왜 요즘 자꾸 멋대로 움직여 ;; 외로운 거 티 내!?
진짜 나 제대로 미쳤나보다 왜 이 상황이 꼭 무슨 남친이 내가 다른 남자랑 얘기했다고 질투해 주는 것 같냐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후우 잠시만 진정 좀 하고...
종인이한테는 내 속 사정과는 다르게 겉으로는 시치미 뚝 뗐지
"응...? 그런 눈빛이라니?"
"아 몰라요 나 저 쌤 별로야 느끼해"
아니 아 잠시만... 으억 악 으가가거거거ㅏ가...
아 진짜 나도 주책이지 좀 전엔 설레고 지금은 급 시무룩해 하는 종인이가 그저 넘나 귀여운 것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응... 종인이는 그저 저 쌤이 정말 맘에 안 들어서 그런 것일 텐데 그냥 나 혼자 난리가 난 거야...
"...어이구, 아직 애야 애 얼른 들어가"
"애 아니거든요? 아 근데 누나"
"씁 누나 아니야"
"...선생님"
"응 종인 학생, 왜?"
"저쪽에 오세훈 학생이 반에서 탈출한 것 같아요"
"......"
설마 내가 생각하는 상황은 아니겠지 하면서 종인이가 가르키는 쪽으로 고갤 돌렸는데
응...^^ 내 동생 수업 빠지려다가 딱 걸렸네☆ 세훈이 덕분에 잠시 가출했던 이성이 돌아오더라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 ㅎㅎ
"거기 너, 고 3 인데도 수업 안 듣는 오세훈 동작 그만 ^^!"
"...아 김종인 새끼야 죽을래!!?"
"응 사랑해 친구야"
"뭐?? 새끼야? 죽을래? 세훈아 입 다물고 따라와라 ㅎㅎ"
"하... 잘 있어라 세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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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닉 ♡ (신청 받아요!)
거인 / 자몽이제일조아 / 뿌야! / 밍꾸이 / 모시조개 / 몽이
아 오늘은 뭔가 끊는 타이밍을 잘 못 맞춘 것 같아요 (우울)
아무튼 사랑하는 독자님들! 어느덧 2016 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 해 동안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던, 힘든 일도 많았지만 잘 버텨준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고맙다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다독여주세요 :)
2016 년엔 모두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앞으로 계속 연재가 조금 느려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ㅜㅅㅜ 그래도 독자님들 뵈러 최대한 빨리 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사랑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