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 나, 설레임 - 어쿠스틱 콜라보
[인피니트/현성] 여름안에서 09 |
콩나물 국밥이 나올 때까지 두 사람 사이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우현은 신발 벗으며 한 성규의 귀여운 중얼거림이 귓가에 맴돌아 터져나오려는 흐뭇한 미소를 수습하느라 바빴고 성규는 핸드폰 만지작거리기 바빴다. 꼭 다른 사람이 보면 처음 본 사람끼리 앉았나 싶을 정도로 둘 사이에는 미묘한 기운을 품은 정적만이 맴돌았다. "여기 국밥 나왔습니다" 종업원이 국밥 두 그릇과 공기밥, 밑반찬들을 테이블에 가지런히 정리해놓았을 때 비로소 둘은 고개를 들고 정말 먹음직스러워보이는 국밥을 보았다. 두 사람은 배가 무척이나 고팠는지 잘먹겠습니다 한마디를 남기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국밥을 좋아하긴 하지만 말아먹는 건 싫어하는 우현은 공기밥 따로 국밥 따로 한 숫갈씩 천천히 먹었고 성규는 음미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공기밥을 국밥에 털어넣더니 빠르게 비벼서 먹기 시작했다. 우현이 그런 성규를 보며 혀를 찼다. 저러다 혀 데이지 하고 생각하며 자신의 국을 한숫갈 입에 넣었을 때 맞은 편에 앉은 성규에게서 단발성의 신음이 터져나왔다. 놀라서 고개를 들어 성규를 보니 붉어진 혀를 내밀고 아프다며 헥헥대고 있었다. 내 저럴줄 알았다. 우현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입안에 찬물 머금고 있어." 그렇게 말하며 우현은 컵에 차가운 물을 담아 성규에게 건넸다. 성규는 어지간히 아픈건지 두 귀는 빨개져있었고 눈꼬리에는 눈물이 살짝 맺혀있었다. 입안에 찬물을 잔뜩 머금은 성규는 빨리 먹고싶은 지 뚫어져라 콩나물국밥을 쳐다보았다. 우현이 그런 성규를 보며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곤 성규의 국밥에 손을 뻗어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성규는 그런 우현의 행동에 자신의 국밥을 뺏어먹으려는 줄 알고 짜증스러운 눈빛으로 우현을 보았지만 우현은 개의치않고 자신의 숟가락으로 성규의 국밥을 휘휘 저으며 바람을 불어 국밥을 식히기 시작했다. 그걸 본 성규는 얼른 우현을 째려보던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계속 우현을 보고있으면 자신을 주체할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국밥을 식힌 우현이 다시 성규에게로 국밥을 건넸고 성규는 다시 전투적으로 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 성규의 모습을 말없이 미소를 짓고 바라보던 우현은 성규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자신은 한숫가락도 먹지 않았다. 아니, 먹지 못했다. - 밥을 먹고 나와 다시 차에 오른 둘 사이는 또 정적이다. 성규는 어색할 때 핸드폰을 만지는 건지 이제는 연락하는 친구도 없는 데 괜히 핸드폰을 뒤적이고 있었다. 우현은 그냥 앞만 보고 운전 할 뿐이었다. 성규는 문득 창밖을 보다 의아함을 느끼고는 우현을 쳐다보고 다시 창밖을 보았다. 아무리 봐도 호텔로 돌아가는 길이 아니다. 왜냐하면 차가 점점 도심으로 들어가고있었기 때문에. "어디가요?" 성규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우현에게 물었다. 우현은 성규를 슬쩍 보더니 씩 웃으며 니가 좋아하는 거 보러. 라고 엉뚱한 말만 꺼내놓았다. 분위기를 봐서 우현이 쉽게 대답해주지 않을 것같아 성규는 쉽게 포기했다. 어차피 가보면 알게 되겠지. 하고 생각하며. 성규가 잠시 멍때리는 동안 우현의 차가 롯데시네마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영화 보려고 사람을 그렇게 궁금하게 만들었나 싶어 비웃음을 한번 날리려던 성규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그대로 고개를 돌려 우현을 봤을 때 우현은 성규를 보며 지금까지 보았던 미소 중 가장 상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설마 어제 공포영화 좋아하냐고 물어본게.. 성규가 양 손을 관자놀이에 올린채 멘붕을 맞이하였다. "뭐해? 안내리고." 우현이 어느새 운전석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고 성규를 보고 있었다. 성규는 설마 정말 공포영화를 보겠어? 하고 생각하고 우현의 부축을 받으며 차에서 내렸다. 성규의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진다. 어제 왜 내가 공포영화를 좋아한다고 했을 까. 사실 성규는 공포영화를 정말 싫어한다. 특히 귀신나오는 것보다는 살인, 고문 이런 류의 영화는 더욱더. 영화 볼 생각에 성규는 걸음을 옮기다 말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멘붕에 빠진 성규와 다르게 우현은 지금 이 상황이 웃겨 죽을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대놓고 웃으면 성규가 삐져서 안본다고 할까봐 시원하게 웃지도 못하고 속으로 삼키고만 있는 중이었다. 성규를 부축하면서도 잔뜩 얼어있는 성규가 귀여워 몇번이고 볼을 꼬집고 실실 웃으며 놀리고 싶었다. 우현은 지금까지 한번도 하지 않았던 생각을 하면서 정작 자신은 이런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고 있었다. 지금 이곳엔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유능한 남우현은 없었다. - 발이 불편한 성규를 의자에 앉혀놓고 우현 혼자 표를 끊으러 갔다. 성규는 우현의 반듯한 뒷모습을 보며 불안함에 계속 가디건 소매를 늘여댔다. 공포영화 보다가 소리지르면 그게 무슨 망신이냐 이 말이다. 심란한 마음에 머리를 마구 헤집고 있던 성규의 손을 잡은 건 우현이었다. 어느 새 우현은 티켓팅을 마친 건지 성규 바로 앞에 서있었다. "머릿결 상해" 하고 말한 우현은 성규의 흐트러진 머리를 다시 정리해주었다. 역시 본 것만큼이나 좋은 머릿결이다. 우현도 썩 나쁜 머릿결은 아니지만 성규의 머리는 정말 부드러워보여서 전부터 꼭 이렇게 만져보고싶었다.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인지 전부터 우현이 해보고 싶던 것들이 하나씩 이루어지고있다. 예를 들면, 뽀뽀라던가. 성규의 머리를 다시 가지런히 정리한 우현은 성규에게 티켓 좀 들고 있으라고 하고는 팝콘 사러간다며 긴 다리를 자랑이라도 하듯이 휘적휘적 걸어가버렸다. 우현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성규가 아직도 머리에 우현의 온기가 남아있는 듯한 느낌에 제 머리를 쓱하고 쓰다듬었다. 묘한 기분을 뒤로하고 성규는 제 손에 쥐어져있는 표를 확인하고 다정하게 머리를 정리해주던 우현을 깨끗하게 잊고는 속으로 욕을 해댔다. 제목만 봐도 공포영화다. 거기다 성인관람가라니. 얼마나 잔인하고 무섭기에 19세이상만 볼 수 있는 것일까. 성규가 한번 더 좌절했다. 우현은 팝콘과 콜라를 사며 영화관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영화관에 오니 쩔쩔매고 심란해하고 좌절하는 성규를 볼 수 있어 즐겁다. 자신과 호텔방에 있으면 어딘가 기죽어있던게 절반, 어딘가 기고만장해있던 성규가 절반이었다. 가끔은 이렇게 색다른 성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우현은 옆구리에 팝콘을 끼고 양손에 콜라를 든 채 성규가 앉아있는 곳으로 갔다. 성규에게 말을 놓기 시작한 시점부터 우현의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자리잡고 있다. 본인은 자각하고 있지 못하지만. "시간 됐다. 갈까?" 그 말에 콜라를 마시던 성규가 기침을 해댔다. 사래에 들린 모양이네 하고 생각하며 등을 두어번 두드려준 우현이 성규의 팔을 잡아 일으켜 이제는 능숙하게 부축을 했고 다른 쪽 손으로는 팝콘을 집어 들었다. 성규의 양손에는 콜라가 들려있었다. 아직도 괴로운지 성규는 콜록대고 있었지만 딱히 방법은 없었다 둘 다 양손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직원에게 가까스로 영화표를 보여준 둘은 상영관으로 입장했고 성규를 자리에 앉히자마자 우현은 기지개를 한번 켰다. 성규의 부축을 하다보니 자세는 어느정도 익숙해졌지만 뻐근함은 영 가시지를 않는다. 기지개를 켜곤 성규의 옆에 앉아 우현은 스크린에서 나오는 광고는 보지않고 성규의 얼굴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성규는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애써 고개를 돌리지않았다. 자신이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싫었다. "아저씨 스크린이나 봐요. 내 얼굴 뚫어지겠네" 평소보다 작고 낮은 목소리로 우현만 들리도록 말한 성규가 다시 스크린으로 신경을 돌렸다. 우현은 그런 성규에게 뽀뽀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 아저씨라는 말에도 기분이 좋은 걸 보면 남우현은 지금 단단히 어딘가 잘못되어있다. 하지만 우현은 그것을 굳이 찾아서 고치려고 하지않았다. 살다보면 이렇고 저런 변화들이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하며 우현은 머릿 속에 딱 하나의 생각만 남겨두었다. 어떻게하면 지금 김성규한테 뽀뽀를 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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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에요! 일주일만인가요?ㅎㅎ
이렇게 띄엄띄엄 연재하는 저를 이해해주시고 꾸준히 봐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드려요! 여러분 정말 복받으실거에요ㅜ
저는 여러분들이 있기에 완결을 향해 쭉쭉 달려갑니다!
아, 그리고 완결 날때까지 19금씬이 있을지 없을지는 미지수에요ㅋㅋㅋ
제가 글재주가 없어서 지금 이것도 벅차네요..그런데 19금이라니요!
지금 진지하게 고민중이니까 여러분 의견을 말해주세요ㅎㅎ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