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 Out Loud-I Can't Stop
윤기는 정말 나른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좀 더 나아가서 무기력한 사람.
직업도 그냥 집에서 작업하는 게 주된 일이고 사람 만나는건
정말 몇 없는 지인이 불렀을 때 저엉말 가끔 마음이 동해서 나가거나 아니면 작업한 거 회사나 그런 쪽에 직접 가서 넘겨줘야 할 때라던가.
아니면 마트에서 뭐 사면서 계산대 사람과의 손끝터치가 끝인 정도로.
사람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딱히 어울려야 한다는 생각도 못하고 그냥저냥 무채색의 단조로운 삶에
만족하면서 사는 그런 흔치않다면 않은 20대 끝자락.
남준이는 대형견 반인반수. 예전에 누가 주인이었는지, 언제부터 사람이 될 수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다른 건 몰라도 윤기를 굉장히 좋아했으면. 그래. 너는 단조로운 윤기의 생활에 색을 부어버려서 다채롭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짧게나마 귀와 꼬리가 없는 완벽한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으면 좋겠다.
평소에 그냥 딱 대형견. 본인의 몸 크기를 자각하지 못 한채 윤기에게 달려들었다가 두 앞 발 잡힌 채 질질 끌려가 윤기의 작업실에서 쫓겨나는 그런.
그러다 윤기가 작업이 안 풀리는 날이 있거나 우울해하면 옆에 다가와서 사람의 모습으로도 윤기의 목덜미와 뺨에 코를 부비며 아무 말 없이 옆에서 온기를 줬으면 좋겠다.
주로 윤기를 주인아, 라고 부르지만 가끔은 윤기야. 라고 부르다가 윤기한테 콧잔등을 손바닥으로 톡, 맞기도 해라. 그때 표정이 꾸깃하면 귀여울 것 같아, 남준아...
첫만남은 남준이가 너무 배가 고파서 도시 외곽에 조용한 동네에 있는 윤기네 집 근처에서 쓰러져서 끙끙대다가
윤기가 잘 먹지도 않는 천하장x 소세지를 사고 난감해 하던 찰나에 남준이를 발견하고 소시지 까서 줬으면.
그걸 계기로 다음에 그 근처 골목만 가도 남준이가 윤기의 걸음걸이 소리나 향을 기억해서 빼꼼 나오고,
윤기는 한 두번은 그냥 지나가다가 쟤가 먹을 걸 줘서 그런가 싶어서 신경이 쓰여 어느날부터는 주머니에 소세지 하나씩은 넣고 다녀라.
주머니 끝에 긴 주황색의 소세지가 삐죽 튀어나오게.
그러다가 남준이가 꾀죄죄하니까 윤기가 데려다가 한 번 씻기고 다시 내보낸다는 게 남준이가 그대로 거실에 배때지 드러낸 채로
드렁드렁 자고 있는 걸 본 후로 윤기가 아예 키우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냥 랩슈들은 붙어있기만 해주세요. 썰과 망상과 상상은 내가 다 할게...
... 쓰다보니 길어지네. 몰라. 그냥 써야지. 근데 이렇게 쓰는 거 맞니. 잘못 된게 있다면 알려줘. 나 여기 글 쓰는 거 처음이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