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2학년 기말고사에서 기대는 안했지만 처참한 성적을 보고 한숨을 뱉었다. 어차피 해도 안되는 것. 억지로 붙잡을 필요가 뭐 있나.
그냥 다른 길 찾는게 빠를까? 남들은 이제 고3이라고 선행이다 뭐다 준비로 달려가는데 나만 끄트머리에 서서 가만히 서있는 것 같았다. 교문 밖으로 나가면 갈 곳이 없었다.
집? 이 성적표를 들고 집에가라고? 난 그럴 수 없다. 차마 그럴 수가 없다.
학교 벤치에 가만히 앉았다. 가방을 메고 학교를 나서는 아이들을 가만히 바라보는데, 저마다 모습이 제각각이다.
나처럼 어깨가 축 처진 아이. 안경을 들썩거리며 오늘 쳤던 시험에 대해 평가하는 아이. 생각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 부모님께 전화하는 아이.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내려 발끝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난 대체 잘하는게 뭘까
그때,
"야! 성이름! 너 집에 안가고 뭐하냐?"
나를 부르는 경쾌한 목소리. 그는 해맑다.
"어? 아... 생각 좀 하느라... 넌 집에 안가?"
"애들이랑 피씨방 갈려 그랬는데 니가 혼자서 가만히 앉아있길래. 무슨일인가 싶어서. 내가 또 성이름 전용 고민해결사 아니냐ㅋㅋ 무슨 고민있어? 되게 우울해보여"
"아무것도 아냐 그냥 피씨방 가"
"뭔소리야 아무것도 아니긴! 내가 너 본지도 8년짼데, 그거 하나 모르겠냐? 빨리 오빠한테 다 털어봐"
"오빠는 무슨... 너... 시험 잘 쳤어?"
"시험? 어 나 이번시험 대박이야 완전 잘쳤어! 드디어 이창섭 인생에 평균 40점을 찍는다 흑흑 완전 눈물나지"
"니가 그럼 그렇지"
초등학교때 골목에서 큰 개를 만나 이도저도 못하는 나를 구해준 이창섭. 벌써 8년째 친구다. 공부에는 별 뜻 없고, 가수가 되겠다고 노래만 주구장창 불러댄다. 워낙 목소리가 좋고 음악성이 있어서 그런지 학교 축제나 노래 대회 나가면 상이란 상은 휩쓸어온다. 이번에 소속사 캐스팅 됬다고 하던데. 사실 너무 부럽다 특별한 재능있는 이창섭이. 재능 하나 믿고 공부 지지리도 안하지만 난 오히려 그 모습이 결단력 있고 멋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하나에 올인한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니까.
"넌 시험 못쳤냐? 그래서 표정이 그 모양이야?"
"나 완전 망했어... 집에 못들어갈것 같아..."
"그래서 바보같이 여기 계속 앉아있어? 너 진짜 바보냐? 시험이 무슨 대수야~ 야 사람은 다 할일이 생기게 되있어."
"난 잘하는 것도 없어. 넌 노래 잘하고 앞으로 가수 할테니까 그런 말 하겠지. 넌 나같은 애들 이해못해."
"너 커서 뭐가 되고 싶은데?"
오랜만에 듣는 질문이다. 나는 커서 뭐가될까. 어떤사람이 될까. 잠시 잊고있던 마음속의 소중한 그것을 이창섭이 건드렸다.
"나? 나는..."
나는 어릴적부터 작사가가 되고싶었다. 예쁜 노랫말을 만들고 싶었다. 행복해 미칠 것 같은 그 심정을 말로 표현해내고 싶었다.
만남, 사랑, 절정, 이별, 후회, 추억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뭐라 표현하기 힘든 부분을 표현해내는.
단어로 사람을 녹여내고 문장으로 감정을 드러내게 하는 직업, 그게 바로 작사가라고 생각했다.
글로 사람의 가면을 벗기고 참모습을 보이게 한다는 그 매력이 나를 감쌌고 나는 그렇게 작사가라는 꿈을 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꿈보다는 현실이 다가왔고, 선생님이었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내 꿈은 자연스레 국어선생님인 척을 하고있었다.
"난 가수가 될거야."
"어? 어.. 그렇겠지..? 넌 아마 엄청 유명한 가수가 될꺼야."
"미리 싸인이라도 받아놔~ 그때가면 나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들껄? ㅋㅋ"
"너 유명해져도 나 잊으면 안된다?"
"당연하지! 얼굴 보긴 힘들어도 늘 기억할게"
"진짜지? 약속-"
"약속-"
이창섭은 친구들이 빨리 오라고 재촉한다고 자리를 떴다. 그 특유의 밝음은 늘 나를 기분좋게 한다. 별다른 위로가 없어도, 진지한 고민상담이 없어도 그를 보면 항상 모든 고민들이 지워지고 그자리엔 행복만 남았다. 이창섭이 나중에 진짜 가수가 되면, 아마 그 행복을 사람들에게 노래로 전해주겠지.
*
안녕하세요 예하입니다.
글잡에 이런 글 쓰는건 처음이에요! ㅎㅎ
아직 초짜라 부족한 점 많겠지만 귀엽게 봐주세용~
작사가가 꿈인 여주와 가수가 꿈인 창섭이가 학창시절을 지나 잊고지내다 어른이 되서 다시 만나는 스토리로 구상중이에요!!
재밌게 읽으셨다면 신알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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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ㅏ 그리고 너무 짧나요? 내용을 좀 늘려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