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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네시였다. 열어둔 베란다 문을 통해 학교 끝난 아이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한참을 그냥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또 나는 혼자남았고, 너를 기다린다. 

 

'기다리다 지칠쯤에, 그쯤에 나타날게.' 

'지금 나 놀려?' 

 

힘껏 쥔 옷자락을 너는 쉽게도 풀어낸다. 보기 좋은 웃음도 이젠 함부로 만질 수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난 한번도 너에게 물은 적이 없다. 너는 왜 날 떠나고, 나는 왜 널 기다려야 하는지. 마치 잘 길들여진 어린왕자의 여우처럼. 나는 지구에 남아 장미를 찾으러 간 너를 기다린다.  

 

'선배, 나랑 사귈래요?' 

 

우습게도 먼저 고백한건 너였는데. 내게 먼저 다가온 것도 너이고, 먼저 손을 잡은 것도 너였다. 플라토닉한 사랑을 원한다며 나를 잡아당긴건 정말 비겁하게도 너였는데. 지금 난 지쳐가고 있어, 성재야. 

 

닫힌 문을 노려본다고 문이 열리지 않듯, 속으로 투정부린다 한들 뭐가 바뀔까. 침대에서 무거운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저번보다 야위었다. 잠옷을 살짝 들춰보았다. 매력이라곤 느껴지지 않네. 너도 그랬니? 

 

머쓱하게 배를 쓸다가 처음보는 흉터에 눈길이 간다. 아프지는 않아. 열꽃이 피었다. 조심스럽게, 내가 눈치챌까. 조그맣게 핀 열망의 자국이 순식간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참을 수 없이 보고싶다. 성재야, 어디있어. 

 

"어디있어?" 

 

핸드폰을 잡은 손이 떨린다. 쿵쾅거리는 맥박이 전파를 타고 성재에게 들릴지도 몰라. 

 

-지금은..집이야. 

"너, 이거 니가 남겼어?" 

-..응. 

 

전화 너머 너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감정이 쏟아져 내린다.  

 

"아직도 나랑 플라토닉을 원해?" 

-기다려, 갈게. 만나서 말해. 

 

지금이 4시 반. 침대 끝에 걸터앉아 그냥 네 생각을 한다. 달려오는 모습, 사람 좋은 웃음, 커다랗고 예쁜 손. 하얀 침대보가 너로 물든다.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다. 기다림의 미학. 네가 나에게 처음 알려준 감정. 

 

"형." 

 

언제 온건지 땀방울이 송송 맺혀있다. 이제 기다림은 끝내자 성재야. 

 

"날 기다리고 있었어?" 

 

고집스런 입술이 열리질 않는다. 그렇게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선 이제까지 어떻게 참은걸까. 

 

"난 지금도 플라토닉 다 때려치우고 싶어. 내가 만족을 못하겠어. 처음엔 같이 있는 것도 좋았는데, 점점.." 

"애쓰지마, 성재야." 

"그럼 형은 어떡해. 형은 처음이잖아. 내가 형을 끌어들였어. 내 욕심이었어. 난 지우고 싶은 기억은 되고싶지않아." 

"난 내 발로 들어왔어. 이때까지 널 여기서 기다리고 있던건 나였잖아." 

 

눈가가 빨개. 우는거 처음 보네. 우리 이제 기다리는 거 다 끝내자. 이제 두려워하지 말고 앞을 봐.  

 

"난 항상 여기에 있어." 

 

날 끌어안는 손은 여전히 크고 예쁘다. 지금까지 어떻게 느낄 수 없었을까 의아할 정도로 성재의 눈에서 감정이 휘몰아친다. 망설이지마. 기다림의 미학은 끝났어.  

 

"기다려줘서 고마워."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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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ㅠㅜㅜㅠㅠㅠㅠㅠ좋아여 ㅠㅠㅠㅠㅠㅠ 육훈 글이 많아졌으면 좋겠는데 ㅠㅠㅠㅠㅠ 잘보고 가께여~
10년 전
독자2
ㅠㅠㅠㅠㅠㅠ재미있고 좋고ㅠㅠ 육훈도 좋고ㅠㅠㅠㅠ 육훈진짜 케미가 장난 아니에요ㅠㅠ
10년 전
독자3
우와 부드럽다 ㅜㅜ육훈은 정말 간만에 나온 보기좋은 커플임다 ㅜㅜ작가님 감사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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