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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김종인] 오, 나의 소녀! | 인스티즈

오, 의 소녀!

W.봄꽃날밤

 

 

01

 


“씨발, 이게 다 뭐야.”

 


종인은 욕을 낮게 읆조렸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삐까뻔쩍한 자신이 사는 서울과는 달리 어디를 둘러봐도 사방이 논과 밭 이었다. 바지를 잔뜩 줄여 조그매진 주머니에 억지로 손을 구겨넣어 담배 곽을 꺼냈다. 한번만 더 사고치면 시골에 보내버릴 거라는 얘기를 하긴 했었는데, 진짜로 이럴 줄은 몰랐던 종인이다. 광택이 나는 길고 커다란 검정색 차가 시야에서 멀어졌다.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 안에 물고 뻐끔거린다.

 


“...학교도 작네. 시골 아니랄까봐.”

 


종인은 자기가 서 있는 곳이 학교 근처임에도 불구하고 태우던 담배를 마저 태웠다. 제 생각보다 작은 학교를 찬찬히 바라보고,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발로 지져 껐다. 등교 하던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종인에게 쏟아짐에 따라, 종인은 미간을 푸석하게 구겨왔다. 등교 하는거 첨 보나. 뭘 또 쳐 보고 지랄이야, 지랄이. 이대로 걸어가다, 길을 이탈하여 다른 쪽으로 빠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사방이 논과 밭임에 입을 다물었다. 빠져도 갈 곳이 없잖아, 여긴. 투덜거리며 정문에 들어선 종인은 답답한 넥타이를 조금 끌어내렸다.

 


“김종인인데요.”
“아...종인이니?”

“..................”

“일년동안 잘 부탁한다. 이렇게 새 학기에 맞춰서 오고 너무 반갑네.”
“일년?”

 


제 발로 교무실까지 찾아간 종인이 교무실 앞에 멀뚱히 서서 이름을 읆조리자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종인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의자에 앉게 된 종인은 잡혀진 손에 눈썹을 치켜올렸다. 일년동안 잘 부탁한다는 말에 종인의 눈이 번뜩 뜨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졸려 죽을것만 같았는데, 그 졸음이 한꺼번에 다 날아가 버리는 기분이다. 일년? 하, 시발. 이런 시골에 나를 일년이나 처박겠다고? 종인은 때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성질머리 좀 죽일걸. 그 새끼를 조금만 덜 팼더라면 최소한 이런 시골 학교 따위는 피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담임의 지도에 따라 껄렁한 걸음으로 교실에 들어선 종인은 쏟아지는 아이들의 시선에 온몸으로 불쾌감을 내뿜었다. 뭘 봐. 종인은 작은 입모양을 만들어냈다.

 


“새학기에 전학생이 왔어. 다들 친하게 지내고 궁금한 건 직접 묻고. 이상.”

 


간단한 조례를 끝마친 담임은 손 끝으로 맨 끝 창가자리를 가르켰다. 저 쪽에 앉으면 돼. 이런 시골에 처박혀서 앞자리 까지 앉으면 억울하지. 이 정도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종인은 순순히 자리로 향했다. 짝꿍같은 거, 없었으면 좋았을 걸. 터벅이며 내딛는 발걸음 소리에 종인을 바라보던 아이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흩어진다. 종인이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낮게 으르렁거렸기 때문이다. 뭘 보냐고. 종인은 자리에 앉아 생각했다. 이런 시골에 일년동안이나 어떻게 처박혀 있으라는 건지. 창 밖을 봐도 운동장, 논, 밭 뿐이다. 이런 거지같은 곳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새삼 신기하다. 종인은 분통이 터져 죽을것만 같았다. 저의 목에 걸린 넥타이를 더 끌어내리는데, 종인의 옆자리에 앉아 책상에 얼굴을 박고 누워있는 아이는 세상 모르게 편안해보인다. 괜한 심술이 난다.


 

“야.”

“.......으.”

“책상 떼.”

 


종인은 곤히 잘 자고 있는 아이를 툭 건드렸다. 너 때문에 내 자리 좁은거 안보여? 괜한 핑계로 성질을 내는 종인의 목소리에도 여주는 미동도 없이 다시 잠을 청할 뿐 이었다. 하, 이거 웃기는 년이네. 이게 눈 하나 꿈쩍 안해? 종인의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지만 여주는 아직도 잠에 취해 허우적거릴 뿐 이었다. 종인은 저 스스로 괜한 승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이런 시골에 처박혔고, 세상 모르게 쳐 자는 아이를 보니 짜증이 나는 것은 확실했다. 끓어오르는 화를 잠재우려 애썼으나 창문 너머 소가 우는 소리에 종인은 얼굴을 구겼다. 내가 이런 시골에! 급기야 종인은 여주의 책상을 발로 밀어냈다.

 


“아....뭐야?”

“내가 떼라고 했지.”

 


여주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천천히 얼굴을 들어보였다. 여주의 정신없는 목소리에 내가 떼라고 했지, 따위의 말을 뱉어낸 종인이 키득 웃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제대로 고개를 들어보인 여주는 종인과 눈을 마주했다.

 


“...........”

“누구?”

 

 

종인은 일순간 입을 다물었다. 큰 눈은 아니지만 예쁘게 자리잡혀 있는 쌍커풀에, 오똑한 코, 젤리같은 입술은 종인의 시선을 끌기에 적합했다. 한 번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누구냐는 여주의 물음에 아무말 않던 종인이 입을 떼었다. 전학생. 여주가 고개를 끄덕인다. 종인은 여주를 보며 생각했다. 예쁘게 생겼네. 근데 서울에도 예쁜 년들은 많으니까. 마주보고 있던 시선이 흩어진다. 종인은 창가에 기대 생각한다. 근데 입술, 물어보고 싶네. 사실 여주는 딱 종인의 타입이었다. 종인이 좋아죽는 보조개를 가지고 있었고, 깨끗한 피부에 영롱한 목소리까지 무엇 하나 취향이 아닌 것이 없었다. 종인은 여주의 얼굴을 더 보고싶어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뻔히 쳐다봄에도 종인에게로 시선 하나 주지 않는 여주다. 이 쯤되면 봐줄만 한데. 하지만 종인은 단순히 호기심이다. 좀 예쁘장하게 생겼으니까 보고 싶은, 그런 호기심.

 


“야.”

“응?”

“너....”

 


뭘 보냐는 자신의 물음에도 힐긋힐긋 종인을 쳐다보던 반아이들과는 달리, 이렇게 노골적으로 자신을 쳐다봄에도 종인에게로 시선 하나 주지 않는 여주가 야속하다.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먼저 말을 걸었는데도 불구하고 시선은 돌아오지 않는다. 너.... 종인은 말 끝을 흐렸다. 원래 이런 타입은 절대 아닌데.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표현하는 게 난데. 나 답지 않았다. 오글거리게.

 


“입술 물어봐도 돼?”

 

 

여주는 종인의 물음에 되받아쳤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어?”
“니 입술이잖아.”

 


하, 종인은 기가 찼다. 내 입술이 아니고 니 입술. 살면서 이렇게 당황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순진한건지 멍청한건지 여주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되받아쳤다. 이런 계집애가 다 있어.

 


“니 입술 말이야.”
“..............”

“젤리 같아서 먹어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시골에 있는 애니까 순진할 만도 하겠지. 약간은 색다르고 좋네, 뭐. 종인은 자신을 다독였다. 그리곤 제 성격답게 말했다. 여주는 종인의 물음에 눈을 느리게 꿈뻑인다. 여주의 입술이 들썩임에 따라 종인의 목울대가 일렁였다.

 


“너 젤리 좋아해?”

 

.........시발. 대답을 기다렸건만 아이처럼 하얗게 웃으며 되물어오는 여주에 종인은 그만 한숨을 폭 내쉬었다. 아무래도 얘 입술을 먹어보는 건 시간이 꽤나 걸릴 것 같다고 생각하며.

 

 

 

02

 


어느덧 종인이 시골에 처박혀 지낸것도 어연 2달이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시골에 내려온 것이 하찮고 짜증나기만 했는데, 공기가 좋은 시골에 있어서 그런지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큰 역할을 한 건 여주였지만.

 


“종인아. 있잖아.”
“.....................”

“왜 전학 왔어?”

 


종인은 아직도 여주의 입술을 물어보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어디로 끌고 데려가 제 입술을 마구 부비고 싶었지만 순진한 여주의 얼굴에 시도해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주와 말을 좀 트긴 했지만 순진한 여주의 물음들에 기가 차기만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골 때리는 질문이다.

 


“..왜.”

 


여주의 물음에 종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이 순진한 애한데 사실대로 말하라고? 실망하지 않을까? 얘 패서 강제로 온 거라고, 어떻게 말을 해. 종인은 일순간 고민하다 정신이 번뜩 트였다. 나 왜 이래? 원래 이런 성격 아니잖아, 김종인. 나 지금 뭐하는건데.

 


“궁금해서. 진짜 궁금해. 왜 왔어? 너 원래 서울에서 왔다면서. 애들이 그러던데.”
“아.......”

 


이거 먹을래? 당황한 종인은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분명 여기 사탕이 어디 있을텐데. 주머니를 뒤적거려 책상에 올려두었으나, 잡혀 올라온 것은 담배였다. 여주가 신기한 눈으로 담배를 집어든다. 담배 한 개비를 입에 갖다대려고 하길래 얼른 제지한 종인이다. 나도 아직 니 입술 못 먹어봤는데 어딜. 이런 담배가 먼저 닿게 할 순 없지.

 


“그거 말고 이거.”

 


종인은 드디어 끄트머리에서 사탕을 찾아내 올려두었다. 고마워! 여주는 신이 난 얼굴로 사탕을 입에 까 넣는다. 사탕이 아닌, 나도 언젠간 니 입술을 헤집어 놓을거라고. 종인은 다짐한다. 그 순간 무지막지한 진동에 종인이 눈을 치켜떴다. 누구야? 발신자를 보니 아버지 였다. 전화를 받아드니 수화기 너머로 아버지의 목소리가 찬찬히 흘러나온다.

 


“그만하면 됐다. 이제 올라와. 뒷 수습은 다 했으니까. 이제 더 이상 사고 좀 치지 말고.”
“올라오라고요, 아버지?”
“차 보냈다. 지금 내려가봐.”

 


너 내가 많이 봐준줄 알아. 수화기 너머의 아버지 목소리가 영 반갑지 않다. 두달이나 있었으면 이만하면 된거긴 한데. 처음엔 일년이라면서. 그토록 가고싶던 서울인데, 가고싶지가 않다. 더군다나 지금 당장 내려오라니. 사탕을 입에 물고 좋아하는 여주를 보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야.”

“.....응?”

“핸드폰.”
“응?”

“번호 달라고.”

 


내가 번호 먼저 달라고 하는건 처음인 것 같은데. 지금 이 상황에 자존심이고 뭐고, 모두 소용없었다. 번호를 먼저 달라고 핸드폰을 밀어 주었으나 여주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나 핸드폰 없어. 쓸데가 없어서. 그런거 없는데.”
“아, 씨발.....”

 


요즘 세상에 휴대폰도 없는 사람이 어딨어! 아무리 시골이라고 해도 그렇지. 종인은 꽤나 큰 목소리로 욕을 내뱉으며 다시 한 번 머리를 쓸어올렸다. 이대로 생이별이라니. 저 젤리 같은, 예쁜 입술 한 번 물어보지도 못하고.

 

 

“씨발.....이대로 생이별이라니.”

 


종인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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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39.145
ㅠㅠㅠㅠㅠㅠ뭡니까 이 취향저격하는글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망할것 같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살려내세요ㅠㅠㅠㅜㅠㅜ
8년 전
봄꽃날밤
넘나넘나 감사해요!! 앞으로도 많이 오새오 ❤️❤️❤️
8년 전
독자1
헐ㅜㅜㅜㅜㅜ둘이 이대로 끝인가요 아니겠죠 2편있나요 작가님ㅜㅜㅜㅜㅜㅜ너무 궁금하네요 재밌게잘읽고갑니다!!!
8년 전
봄꽃날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뒷편은 생각해보려고요 ㅎㅎㅎ
8년 전
독자2
이게끝은 아니겠지요?
이대로 키스한번못해보고
서울가는거아니겠지요?
뒷이야기가궁금하다!

8년 전
봄꽃날밤
아마 저렇게 가고 다음에 만나면 하지 않을까욬ㅋㅋㅋㅋ아니면 하고 가려나,,, (아무말
8년 전
독자3
설마......이렇게 둘이 끝나는건가요....?ㅜㅜㅜㅜㅜㅠ이거 다음편 없나요?ㅜㅠㅜㅜㅜ
8년 전
봄꽃날밤
없을걸요....? ㅋㅋㅋㅋㅋㅋㅋ 모르겠읍니다(no답)
8년 전
독자4

8년 전
봄꽃날밤
❤️❤️
8년 전
독자5
헐 답글달아주셨어!!!!!!!(감격)
8년 전
독자6
설마 이대로 끝나는 건 아니죠?ㅜㅜㅜㅜㅜㅜ 다음 내용이 궁금합니다!ㅜㅜㅜㅜㅜ
8년 전
봄꽃날밤
ㅇㅏ마 끝일걸여...? ㅋㅋㅋㅋㅋ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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