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김종대] 내 남자친구는 오타쿠 - 인스티즈(instiz) 픽션 카테고리

내 남자친구는 오타쿠

W.봄꽃날밤

나에겐 말 못할 고민이 하나 있다. 정말 단 하나. 내 입으로 얘기하긴 좀 그렇지만 나는 꽤나 예쁘장한 얼굴에 날씬한 몸매, 끝내주게 멋진 남자친구가 있다. 남자친구는 내 친구들에게도 항상 젠틀하고 다정하여 평이 늘 좋았다. 남자친구는 늘 몸에 핫팩을 서른개씩 지니고 다녔다. 추운 겨울마다 종대는 길을 지나가다 추워 보이는 사람이면 핫팩을 주곤 했다. 그 대상은 할머니부터 아줌마, 아이를 넘어 우리 또래 애들까지. 그런데 고민이 뭐 있겠냐고? 물론 있다. 아주 심각한. 그건 바로... 내 남자친구는..... 오타쿠다.

“종대야 뭐해?”

처음 사귀었을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알고 있었다면 사귀지 않았겠지... 다정하고 늘 따뜻한 종대에게 끌려 사귀었지만 절대 이런일이 있을거라곤, 종대가 이런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건 최근에 알게 된 일이었다. 갑작스런 교수님의 휴강 소식에 자고 있을 종대의 자취방에 깜짝, 놀래켜주려고 얘기를 하지않고 간 것이 화근이었다. 점심이 훌쩍 넘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졸리다며 자고 일어나겠다는 카톡을 남긴 종대였다. 그래서 깜짝 놀래켜주려고 몰래 와보니, 종대는 역시 자고 있었다. 이어폰을 꼽은 채로.

“이게 뭐야?”

이어폰을 꼽은 채로 잠들어있길래 귀에 좋지 않을 것 같아 이어폰을 슬쩍 빼주는데, 종대의 휴대폰에 유튜브 영상이 떠있었다. 25분짜리 영상인데, 금방 잠들었는지 3분 1초정도를 재생시켜주고 있었다. 약간 해괴해보이는 영상에, 휴대폰을 집어들어 바라보니....... 애니메이션 이었다. 아니, 원피스나 나루토 같은 그런 애니메이션 말고 진짜 오타쿠들이 볼 것 같은 애니메이션......... 그때부터 였다. 내게 오타쿠인걸 감추던 종대가 내게 덕밍아웃을 한 것은.... 내가 엑소 오빠들 좋아하는거랑은 다른, 차원이 다른 오타쿠잖아........

“여주야아아아.”
“싫어. 진짜 싫어.”

“한번만. 안돼?”

친구들에게 남자친구가 오타쿠라고 설명할 수도 없고.... 골머리를 앓고 있던 나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끙끙 대고만 있는데, 김종대는 오히려 잘됐다는 듯이 취향을 강요했다. 이를테면.. 지금 이런 상황. 말꼬리를 늘여가며 한 번만, 이라며 내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부탁했다. 아니 다정하고 귀엽고 좋은데.... 이건 아니잖아? 무슨 부탁이었냐면 말이지.... 하, 진짜....

“입어주면 안돼애애애?”
“이건 아니잖아......”
“너무 예쁠 것 같은데... 여주가 입어주면 죤대 좋을 것 같은데에....”

자기가 보는 애니메이션, 아니 그냥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꼬박꼬박 다시보기로 기본 세 번씩은 보는 오타쿠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옷을 입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구하기 매우 어려울 것 같은 옷을 어디선가 구해와가지고는... 어디서 구했냐고 했더니 해외에서 어렵게 구했다고 했다. 내가 좋아죽는 말꼬리 늘리기와 애교로 들이대는 김종대의 부탁에 마음이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아... 그냥 입어줘? 저렇게 좋아하는데?

“아.......”
“여주야아아... 여주는 나 사랑하지...... 그렇지이이?”
“..줘”
“응? 뭐라고?”
“주라고!”

결국 김종대의 부탁을 못이긴 나는 그 해괴망측한 옷을 받아들었다. 방에 들어가 옷을 입는데 너무 핑크핑크하고, 짧고, 거지같아....... 수치심까지 들 정도였다. 그래도 하나뿐인 남자친구를 위해 입었는데 이건 너무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입었으니... 입고 나왔더니 김종대가 정말, 환한 얼굴로 입꼬리가 금방이라도 귀에 걸릴 듯이 웃었다.

“와...여주야. 내 예상이 딱 맞아...”
“뭐가....아...창피해.”
“이 옷 박제하고 싶다...와...여주야...”

“이제 됐지? 이제 그만 졸라. 끝인거다?”
“이것도......”

그 이후로 난 김종대의 인형이 되었다. 그 어릴 적에 미미 인형 옷입히기처럼... 나는 그 인형이 되어버렸다는 거다. 어디서 또 자꾸 구해오는지, 그 해외 배송은 왜이렇게 빨리 오는건지. 세계화가 급속하게 추진된건지 뭔지... 그래, 진짜 내가 얼굴도 꽤나 예쁘고 몸매도 괜찮고 남자친구도 좋으니까...... 여기까지는 좋다 치자. 그런데, 이제는 이 미친놈이........

“이거 입고 하면 안돼애?”
“너 말꼬리 늘리지마. 안통해. 씁.”
“이거 입은 니가 세상에서 젤루 예쁘단 말이야아...”
“아, 진짜 미쳤어? 옷 입어준걸로 됐지. 왜 자꾸 하재...!”
“너무 섹시하단 말이야, 진짜루우우.”

이제는....하..... 옷 입어준 걸로 됐지. 이 욕심많은 새끼는 이제 그 옷을 입은채로 하자는거다. 섹스를....... 하자는거..... 잘못들었나 싶었다. 잘못들었으면 좋으련만. 김종대가 언제 가져왔는지 새 옷을 들어올리며 이거 입고 하자고 했다. 또 내가 좋아죽는 말꼬리 늘려가며. 이래서 내가 옷도 입어줬던 건데... 처음에 옷을 입어주는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 자취방에 깜짝 놀래켜준다고 가는게 아니었단 말이다!!!!!!!

“싫어. 나 못해...... 진짜 못해. 니가 뭐라해도 못해. 어떻게 이걸 입고 해!!!!!!”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데.... 죤대 소원인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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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발.......... 깡패같은 놈.............!

“사연이 왔습니다. 음... 약간 특별한 사연이네요? 읽어볼까요? 8523님의 사연입니다. 저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남자친구는 사실 학교에서 과탑에다가 잘생겼다고 유명합니다. 그리고 저를 무척 사랑해주고요. 하지만 남자친구는 사실..... 오타쿠입니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매일 저만 골머리를 앓고 있네요. 여기까진 좋습니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이제는........ 그 옷을 입어달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이제는 그걸 입고 하자기까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진짜 미치겠는 마음으로 라디오 사연을 의뢰했다. 완전 치밀하게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낼때도 일부러 엄마걸로 하고, 이렇게 치밀하게 보냈는데.....라디오 DJ는 그냥 호탕하게 웃어제꼈다.

“진짜 웃긴 사연이네요. 근데 고민은 되겠어요. 일단 김 몇 개 보내드립니다~”

씨발! 김 몇 개 말고 어쩌냔 말이야! 고민하는데 다시 라디오를 통해 DJ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남자친구를 사랑한다면 그냥 이해해주는게 어떨까요? 남자친구가 저렇게나 완벽한데, 이것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합니다만........물론 저는요. 사랑이란건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면서 하는거잖아요? 그러니까 사연자분이 조금만 남자친구를 이해해주는 것이 어떨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네요. 하하, 재밌는 사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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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나도 재밌지 않다고!!!!!!!! 오늘부터 나 저 연예인 안티다!!!!!!!!

다음엔 정상적인 주제를 가져와야겠음다,, 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