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 연예인의 조건 07 (작가양반이 현실도피 하고싶어서 쓰는 글)

출중한 외모는 물론이고 이왕이면 몸매도 착하면 좋겠어. 연기도 잘해서 나쁠건 없잖아? 가수가 노래만 부르라는 법이라도 있나? 드라마가 좀 안될 것 같다 싶으면 급하게 아이돌이라도 투입시켜서 시청률 덕좀 보고 영화 출연으로 관객수들 좀 매꿔 보는게 요즘 추세지 뭐. 그리고 얼굴은 가능한 손을 댄듯 안 댄듯 하게 자연스럽게 가자. 또 과거 사진 불러들여서 성형 의혹만 생겨나면 골치 아파진다. 노래 실력 기를 시간에 그냥 헬스장이나 다녀, 정 부르기 싫다 싶으면 대리녹음이라도 알아볼게 넌 목소리가 흔하니까 비슷한 목소리 가진 사람 구하는 건 별로 어렵지도 않아. 좋은 소속사 만나서 데뷔 못하면 어디 스폰서라도 한 번 알아봐. 요새들어서 티비에 주구장창 나오는 걸그룹 걔 알지? 걔도 스폰서 한 번 잘 두니까 요즘 광고며 드라마며 영화까지 다 꽂아주잖아. 요즘 누가 노래실력으로만 아이돌을 해? 그냥 겉모습으로만 화려한게 최고야. 대중들한테는 그게 관심을 받는거고 인기를 얻는거라니까!

연예인의 조건

체육관 뚜껑이 날아가지는 않았고..병원의 진단결과 어깨 타박상이라 한동안 무리할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게 좋을거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끝까지 녹화에 임하지 못하고 병원에서 바로 집으로 퇴근아닌 퇴근을 했다. 아육대 측에서는 녹화를 끝까지 참여하지 못했으니 더불어 음악방송 출연 여부도 아직까진 미지수라고 전했다. 아, 그리고 도중 녹화중단을 했으므로 나의 촬영부분은 통편집으로 넘기겠다고 하더라.

회사에서는 다음 활동과 음방출연 등등을 뒤로 천천히 미루어도 상관없으니 최대한 몸을 쉬라고 했다.

모처럼 쉬는 날도 생겼겠다, 오랜만에 바깥구경(?)좀 해볼까 싶어 노트 하나를 들고서 평소 자주가던 집앞 카페로 향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테라스에 앉아서 음료랑 빵을 많이 시켜놓고 맛있게 먹곤 하는데 요즘 날씨도 날씨인지라 추운 바람이 부는 테라스에 앉을 수는 없고 가장 따뜻한 실내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 전에 시간도 남았겠다 가져온 노트를 펼쳐서 그냥 생각나는 아무 가사들을 써내려갔다. 평소 음악공부를 할때 딱히 장소를 정해두고 하는편은 아니지만 카페에서 가사를 쓰거나 곡을 쓰면 꽤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는 편이다. 아무래도 집중이 잘되는 분위기여서 그런가보다. 생각나는 대로 아무 글이나 써내려가면 어느새 곡 하나가 완성될만한 가사가 나온다. 노트를 한번 펼치면 주변의식을 하지않고 엄청난 집중도를 보이곤한다.

'똑똑-'

한창 노트에 코를 박다시피 글씨를 써내려갈 때 쯤, 누군가 테이블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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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시나?"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처음엔 누군가 긴가민가 했는데 자세히보니 다름아닌 백현선ㅂ.. 아니, 백현오빠였다.

"어?안녕하세요!"

"뭘 그렇게 열심히 적어나가길래 진동벨이 울려도 못듣고있어?"

"..아, 맞다!"

메뉴를 시켜놓고 받으러가지 않은지 한참이나 지난게 생각나 진동벨을 들고서 벌떡 일어났다.

"됐어됐어, 내가 대신 가져왔으니까 그냥 앉아. 네가 시킨거 이거 맞지?"

아 그러고보니 처음부터 백현오빠 손에는 내가 주문한 메뉴의 음식이 들려져 있었다.

"그건 그렇고, 이 많은걸 혼자 다먹으려고 시킨거?"

"이게요? 별로 안많아요~"

"너 분명히 이거 다 못먹어, 내가 조금 먹어줄게!"

..마치 목적이 이 음식인것 마냥 다가온 사람같았다.

사실 오늘은 평소보다 좀 많이 시켜서 혼자서 다 먹기에는 무리인게 맞긴하다. 그래서 뭐, 어쩌다보니 백현오빠랑 한테이블에 앉아서 시켜놓은 빵이며 아이스크림들을 같이 먹고 있다.

그나저나 이 오빠는 왜 여기에 온걸까? 평소에 자주 들리는 카페인데도 백현오빠를 만난적은 오늘이 처음이였다. 보아하니 주요 활동지역(?)이 여기는 아닌듯 한데 말이다.

"여기 자주 들리세요? 전에 오면서 한번도 못봤는데"

"아니, 처음오는데야. 그나저나 내가 아까부터 너 여기 오는 길까지 따라온거 알아?"

"..저를요?"

"저기 사거리에서부터 계속 따라왔는데 와, 어떻게 한번도 안돌아봐? 내가 네 이름만 다섯번은 넘게 불렀어!"

헐. 전혀 모르고 있었다.

"보기보다 많이 둔하네~ 그래서 그때 공도 빨리 못피ㅎ,"

"..."

"..어깨는 괜찮냐?"

병원 다녀온지가 2주가 지났는데 뒷북한번 신랄하게 두드려주신다.

"가벼운 타박상이였대요. 그냥 큰 활동하지 말고 푹 쉬면 된다고.."

"다행이네. 아 근데 너 휴대폰 없어?"

말대신 눈짓으로 대답했다. 여기 떡하니 휴대폰이 테이블위에 올려져 있는데?

"근데 왜 카톡 친구목록에 안뜨지?"

"저 SNS 안해요."

"뭐?! 이거 완전 요즘사람 아니네! 그 흔한 카톡도 안한다고?"

백현오빠의 목소리가 커짐과 동시에 카페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이곳으로 향했다. 나는 급하게 손가락으로 입을 막으며 '쉿!'을 외쳤다. 혹여나 사람들이 알아보기라도 하면 별거 아닌 일도 꽤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안미안"

"그나저나 제 휴대폰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요? 친구목록에 뜨는지 확인을 했다는건 내 번호를 저장했다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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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ㄱ,그런게 있어!"

"우리 매니저오빠가 알려줬네, 그쵸?"

"..하하"

이로써 내가 매니저오빠를 괴롭힐 이유가 한가지 더 생겼다. 저번 아육대 스케줄 정할때부터 자꾸 열일을 안하시더니 이제는 나 몰래 내 번호까지 뿌리고..요즘 나한테 너무 괴롭힘을 못받았네 못받았어.

"그나저나 왜 SNS를 안하는데? 카톡도 안하면 인스타도 안하겠네? 와..얘 무슨재미로 사냐?"

"그런거 안해도 재밌는건 충분히 많거든요"

잠을 잔다던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닌다던가..뭐 세상에 이런것보다 재밌는게 또 존재하긴 해?

"야 봐봐. 사람들이 우리 사진 올려놓은거 구경하는게 얼마나 재밌는데, 이게 좋아요라는 건데.."

나에게 친히 SNS의 세계를 알려준다며 자신의 휴대폰을 내밀어 이것저것 보여주는데 갑자기 '세훈이' 라는 이름과 함께 전화번호가 써있는 화면이 떴다.

"어? 세훈이한테 전화왔다"

세훈이라면 지난번 그 5레인에서 4등한 오세훈님..?

아, 갑자기 지난번 일이 생각나서 민망함들이 몰려온다. 내가 왜 그런 응원을 보여줬을까..

"응? 지금 여기로 온다고? 알았어 내가 주소 문자로 보내줄게"

전화를 끊은 백현오빠는 곧 있으면 세훈이도 온다며 가서 음료수 하나를 더 주문하러 가겠다고 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봐도 되나요?"

"뭐? 왜 벌써 가, 세훈이 좀 있으면 온다는데 얼굴이라도 보고가지"

"됐어요. 둘이 재밌게 놀아야하는데 제가 방해하는 것 같고..또 여기 보는 눈이 너무 많아서요"

"불편하면 조용한데로 갈까? 사람들 많이 없는 곳 아는데"

"괜찮아요!! 저 먼저 가볼테니까 재밌게 노세요~ 안녕히계세요!"

사람들이 더 몰리기 전에 나는 잽싸게 카페를 나왔다.

"..근데 나 왜 도망치듯이 나온거지?"

카페를 나오고 나서야 생각이 났다. 나 저 사람들한테 뭐 잘못한거라도 있었나? 누가보면 꼭 내가 피해다니는 것 같잖아!

(는 그냥 사람들한테 사진찍히거나 인터넷에 퍼지면 일이 복잡해질까봐 내심 겁이났던 나의 구차한 변명이다.)

집으로 가는길에 문득 오른쪽 팔에 들려져있는 작사노트가 생각났다.

아, 오늘 맘잡고 나와서 곡 하나 마무리 하고 가려고했는데 절반도 못쓰고 왔네.. 이상하게 엑소랑 같이 있는 공간은 공기마저 편하지 않다니까, 역시 나같은 일반인이 범접할 수 없는 인기연예인의 기운이라는 게 흐르는 기분이랄까..

집에 와서는 할 일도 없겠다 침대에 누워 휴대폰만 계속 들여다 보았다.

아까 카페에서 백현오빠가 잠시 보여줬던 그거 재밌어 보이던데 이름이 인스타그램 이였나?

원래 SNS를 일체 하지 않았던 나였지만 호기심에 한번, 처음으로 인스타그램 어플을 다운받고 회원가입을 했다. 그 다음부터는 뭘 하면 좋을까 싶어 인터넷에 연예인들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검색해서 들어가봤다. 다들 화려한 사진과 멋있는 셀카들이 올라오는게 역시 한눈에 봐도 연예인들만의 그사세였다.

혹시나 싶어 인터넷에 백현오빠의 계정을 검색해보니 프로필도 나왔다.

"거의다 본인 셀카들이네.."

그리고 마치 어렸을 적 추억의 미니홈피 파도타기를 하듯 여러 연예인들을 흐르고 흘러 다른 엑소 멤버들의 계정도 발견을 했다.

"헤엑? 팔로워가 대체 몇명이야?"

저 많은 팔로워들 중 대부분은 다 본인 팬인건가? 역시 이래서 괜히 엑소엑소 하는게 아니였구나 싶었다.

일단은 나도 팔로우를 눌러보긴 했다.

음..그 다음부터는 뭘 하지? 가입기념 떡이라도 돌리러 가야되나? 아니면 나도 사진을 올릴까? 이거 왠지 뭐라도 해야될 것 같은 기분이다.

역시 SNS는 쉬운게 아니였다. 가입한지 30분만에 포기요..

연예인의 조건 07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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