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시 사귈 수 있을까?
“ 빙산아, 저녁에 나랑 영화 보러 갈래? ”
지금 내 기분은 그냥 존나 짜증이 치솟다 못해 폭팔할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보면 짧다고도, 길다고도 할 수 있는 최민호와의 3년 연애를 끝낸지 벌써 6개월이 지나고 있을 즈음이였다. 평소,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 하는, 교내연애나 사내연애는 절대 하지 말라는 충고아닌 충고와는 다르게, 학교 뿐 만이아니라 과도 같은 나와 최민호는 이별 이후에도, 서로 얼굴 붉히는 일 없이, 불편해 하지 않은 채, 예전처럼 학교생활을 편하게 하고 있는 중이였다. 주변에서 너네는 참 신기하다고 말 할정도로 말이다. 근데…,
“ 어? 아…나 저녁에 약속 있는데 ”
“ 왜? 취소하면 안돼? “
“ 아… ”
그 불편한 일이 지금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시발.
교내에서 꽤 유명했던 커플이였던 만큼, 나와 최민호가 이별했다는 소식 역시, 짧은 시간동안 빠르게 교내로 퍼져나갔다. 복도 지나가는 사람 잡았다가, 불쑥 나와 최민호의 관계정의를 물어보면 걔네 헤어졌잖아요. 라고 누구나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솔직히, 이미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던 일들이라 별로 크게 놀라지 않고, 불편함도 느끼지 않고 있었는데, 지금 내옆에서 자꾸만 자신과 영화를 보러 가자며 들이대는 같은 과 남자애 떄문에 미칠 지경이였다. 사실, 입학할 때 부터 이 남자애가 날 좋아했다는 건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 덕분에 알고 있었기는 했지만…, 이새끼 소문이 보통 안좋은게 아니라. 지금 내가 최민호랑 헤어졌으니까, 나도 쉽게 자신에게 넘어갈거라고 생각해서 이러는 건가…, 그리고 나 영화 보는 거 별로 안좋아하는데. 계속 안된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약속을 강요하는 남자 애 때문에 난감한 표정으로 주변 눈치를 보고있는데
“ 아 시발 ”
누군가가 쿵하고, 책을 책상위에 놓는 바람에, 우리 과 애들 뿐만 아니라 나와 그 남자애의 시선 역시 그 책의 주인에게 쏠리고 말았다. 얼굴 좀 보자, 누ㄱ…아. 미친.
“ 작업을 걸거면, 뭘 제대로 쳐 알고 걸던가 ”
“ … ”
“ 이빙산 영화 보는거 싫어해 미친놈아. 몰랐지? ”
“ 아… ”
병신새끼. 최민호의 뜬금없는 일침에 당황한 나머지, 멍한 상태로 최민호를 올려다 보고만 있는 남자애를 바라보며 비속어를 날리던 최민호는 약속이 있는건지, 신경질적으로 가방을 챙기며 밖으로 유유히 나가버리고 말았다. 누구 덕분에 지금 이 분위기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해졌는데, 정작 그 장본인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 채 밖으로 나가버린 상태라니…진짜 내 구남친이라고는 하지만, 과연 최민호 다운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최민호의 행동에 깜짝 놀란 나머지, 멍만 때리고 있다가 옆에서 들려오는, 친구의 목소리에 그만 정신이 팍 하고 돌아왔다. 야, 최민호 왜저래? 너네 헤어진거 아니야? 그러게. 진짜 왜저래? 어?! 지금 이대로 최민호를 보냈다가는, 아마 속 타는 마음에 잠을 한 숨도 못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달려가 그 긴다리로 유유히 걸어 가고 있는 최민호를 따라 잡아, 덥썩 손목을 잡고는 최민호를 돌려 세웠다.
“ 헉헉, …야! ”
“ 뭐야 너 왜 뛰어옴? ”
아까 남자애에게 미간을 좁히며 으르렁 거리던 최민호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건지, 뛰어온 나를 보며, 당황하기는 커녕 오히려 환하게 웃어주는 최민호 때문에 나는 더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너 잊었냐? 우리 헤어진거? 진짜 너 왜이래?
“ 야, 너 아까 그거 뭐야, 미쳤어? ”
“ 아…너 도와준건데, 너 그새끼 존나 싫어하잖아 ”
“ 그니까 그걸 니가 왜 도와주냐고 ”
“ 그럼 보고만 있어? ”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당당하게 얘기하는 최민호 때문에 순간 놀랐다가도, 무작정 우기려고만 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어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넘겼다. 민호야, 우리가 나쁘게 헤어진건 아니지만 어째뜬 팩트는 헤어졌다는 거잖아. 근데 왜이래? 왜이래 미친놈아?
“ 우리 헤어졌어 ”
“ 알아. 근데 자꾸 신경이 쓰이는 걸 어떡해 ”
“ 미친 ”
“ 3년이 짧냐? 봐봐, 나 지금 너 아까 욕하는 거 보고 심장이 떨렸어 ”
내가 말했었지. 최민호 단단히 또라이라고. 대체 나한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야 최민호?
“ 야 ”
“ 뭐 ”
“ 우리 다시 사귈 수 있을까? ”
“ 이 미친새끼, 너 지금 뭐라했냐? ”
어딘가 모르게 확신에 가득한 눈빛으로 저런 멘트를 날리는 최민호 때문에 정신이 아찔해져 왔다. 그리고, 그런 최민호의 들이댐에 약간의 흔들림을 느꼈던 나도 병신 같았고…시발.
“ 난 가능하다 보는데 ”
“ 이런 미친… ”
“ 나 약속 있어서 간다. 내일봐, 어? ”
진짜 얘 왜이러는지 아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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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야 나는 니가 넘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