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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어요.」 

 

 

정신 없이 돌아가는 스탭들 사이에 끼여 이리저리 치이던 찬열이 매니저에게 핸드폰을 건네 받았다. 누구야, 하고 묻는 매니저를 힐끗 본 찬열이 말꼬리를 흐렸다. 그냥. 죽 늘어지는 말꼬리를 잡아 올린 매니저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을 찡긋했다. 너 이번에 간만에 하는 거라서 이미지 메이킹 중요한 거 알잖아. 어? 또 잔소리의 시작이었다. 찬열은 그의 쏟아지는 잔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핸드폰 화면을 내려다보곤 이내 작게 웃었다. 

 

 

* * * 

 

편의점 그 남자 

 

w. P 

 

* * * 

 

 

경수는 가끔 보면 쓸데없이 솔직한 구석이 없잖아 있었다. 우습게도 그는 철벽을 치는 듯 하면서도 어딘가에 구멍을 뚫어 두는 그런 사람인 것 같았다. 찬열은 빛나는 핸드폰의 화면을 슥슥 엄지손가락으로 문질렀다. 메이크업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던 스탭이 찬열에게 넌지시 물었다. 여자친구? 찬열은 푸식 김 빠지는 소리를 내며 아니야, 하고 단답으로 일관했다. 찬열의 볼 위로 브러쉬 터치가 몇 번 왔다 갔다. 곧 촬영 시작이니까 어디 다른 곳으로 새지 말고. 알았어? 찬열은 네에, 하고 늘어지는 대답을 뱉어 내며 고개를 푸욱 수그렸다. 잠도 못 자고 촬영이 계속되는 이 상황은 가히 고역이었다. 물론 스탭들이 훨씬 더 고생이겠지만. 찬열은 지끈거리는 머리와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렸다. 밝은 조명이 촬영장을 비추고 있었다. 새벽 세시 반. 찬열은 핸드폰의 홀드를 풀고 경수의 문자 창을 열었다. 간단하게 쓰여진 문장 안에는 많은 뜻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그였다면 이 말을 보내기 위해서 생각보다 많은 고민을 했으리라. 

 

 

찬열은 핸드폰을 계속 만지작거리다 끝내 답을 하지 못했다. 찬열을 분주히 찾는 스탭들이 찬열을 세트장으로 이끌었다. 상대 여배우는 도도한 표정으로 제 앞에 서서 촬영 대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찬열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여자가 얼굴을 붉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찬열은 술술 대사를 읊었다. 촬영은 예상 외로 물이 흐르듯 진행이 되고 있었다. 문제는 그 진행이 찬열만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배우는, 생각보다 거치적거리는 존재였다. 자꾸만 나는 NG와 그에 따른 감독의 성화, 그 위에 얹혀지는 스탭들의 불만이 찬열을 무겁게 짓눌렀다. 이 상황에서 내가 실수를 하기라도 한다면 상황은 더욱 끔찍하게 돌아갈 것이었다. 정말, 경수가 보고 싶었다. 

 

 

 

* * * 

 

 

 

경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취방에 돌아왔다. 신발을 휙 벗어 던지고 집안으로 들어선 경수는 방 한 구석에 놓인 침대 위에 몸을 던졌다.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날카로이 방을 울렸다. 나름 오래 써서 몸에 익어버린 뻑뻑한 푹신함이 경수의 노곤하게 찌든 몸을 무리 없이 받아 냈다. 자취방 특유의 눅눅함이 경수의 몸을 싸고 돌았다. 이상하게도 한기가 드는 기분에 그는 침대 위의 이불을 끌어 올려 덮었다. 곧 가을이 오려나. 관자놀이를 검지로 꾹꾹 누르고는 책상 위에 올려진 종이 가방을 힐끔 보았다. 저건 언제쯤 돌려줄 수 있을까. 찬열에게서는 끝끝내 답을 받아내지 못했다. 연락 기다린다는 거 순 거짓말이었나. 경수는 꿍얼거리며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썼다. 괜히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런 미묘한 감정을 가진다는 자체가 꽤나 한심한 꼴이라 생각한 경수는 잠을 좀 청하기로 했다. 새벽을 꼴딱 새는 바람에 밤 낮이 바뀌어버린 경수의 생활 습관은 마치 부엉이와도 같았다. 그의 눈꺼풀이 서서히 밀려 내려왔다. 덮어 쓴 이불에 그의 더운 숨이 가로막혀 가득 찼다. 

 

 

 

* * * 

 

 

 

찬열은 스케줄을 마치고 돌아가는 차량 안에서 핸드폰을 연신 만지작대며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결국엔 밤을 새고 날이 밝아 해가 중천에 떴을 즈음에 끝난 촬영은 다행히 큰 트러블 없이 잘 끝마쳤다. 그나저나, 그 여배우는 그만 했으면 좋겠는데. 찬열의 주머니에는 꼬깃하게 잔뜩 접혀 구겨진 여배우의 연락처가 적힌 쪽지가 잠들어 있었다. 버리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놓쳐 버린 탓에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조금 있다 집에 도착하면 꼭 버려야지, 하고 입술을 짓씹은 찬열이 매니저의 잔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너, 벌써 또 스캔들 터뜨릴 생각 마라. 어? 알겠어요. 무심하게 툭툭 대답을 던지던 찬열이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가져다 대었다. 신호가 한참이나 이어지다가 이내 기계적인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찬열은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툭 끊었다가 다시 하기를 반복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제가 답을 하지 않아서 전화를 안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찬열은 손톱을 꾹꾹 눌러 씹다가 이내 피곤함에 잠깐 눈을 붙이기로 했다. 찬열은 눈을 감은 채로 말을 건네었다. 몇 시간 걸릴까. 

 

아아, 다섯 시간? 오래 걸리네. 

 

그럼 나 조금만 잘게, 형. 

 

…형도 힘들면 좀 쉬엄쉬엄 가. 

 

어휴, 저 고집. 저거…. 

 

 

 

* * * 

 

 

 

경수의 침대 위 볼록하게 얹혀진 인영이 자꾸만 뒤척뒤척 움직였다. 오래 써서 색이 좀 바랜 꽃무늬가 드문드문 새겨진 눅눅한 이불이 자꾸만 경수의 옆으로 돌돌 말렸다. 경수는 잠결에도 이불을 꼭 그러쥐고 있었다. 낡은 침대가 비척거리며 삐걱거리는 밭은 숨을 뱉었다. 경수가 잠결에 깊게 신음했다. 으음, 건조한 집 안에서 잠겨버린 목소리가 작게 울렸다. 그러고 수 십분을 침대 위에서 뻗대던 경수는 잠에서 깨었다. 주황색 햇빛이 창문을 파고들고 있었다. 오후 세 시쯤의 시간인 듯 했다. 눈이 부신 경수가 눈을 찌푸리며 약지로 눈을 뽀독뽀독 비볐다. 꺼끌한 느낌이 영 찌뿌둥한 탓에 경수는 이불을 걷어 내고 일어났다. 오래된 이불에선 포근한 냄새가 죽 흘렀다. 경수는 간지러운 배를 벅벅 긁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 안에는 얼굴이 퉁퉁 부어 버린, 마치 부엉이를 연상케 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제가 자다가 격하게 뒤척였는지, 머리는 생각보다 더더욱 가관이었다. 물을 착착 묻혀 머리를 슥 쓸어내린 그가 인상을 찡그리더니 여실하게 느껴지는 찝찝함에 씻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화장실에서 나와 수건과 속옷, 그리고 새로 입을 옷가지를 챙긴 경수가 푸후, 하며 화장실로 바쁘게 들어섰다. 수건걸이에 그가 챙겨 온 천 조각들을 걸어 두고선 옷을 훅 벗어 내어 조그만 욕조 속에 자리잡은 대야에 휙 던졌다. 자면서 땀을 흘리진 않은 모양이었다. 옷을 벗어낸 그가 거울 앞에 섰다. 남자치곤 어깨가 좁고 마른 몸이 거울 앞에 비추어졌다. 그는 느껴지는 부끄러움과 머쓱함에 마른세수를 했다. 이번엔 운동 꼭 한다고 했었는데, 그가 중얼거렸다. 피곤해서 아무것도 못 한 것이었다. 경수가 으휴, 하며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 차가운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자 대야에 물줄기가 가게 향해 놓고서는 조심스레 수도꼭지를 돌렸다. 이내 따뜻한 물이 조금씩 나오자 물로 몸을 씻어냈다. 따뜻한 물이 몸에 닿을 때마다 노곤하게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 하고 습기 찬 탄식이 터져 나왔다. 

 

 

머리에 샴푸칠을 하고, 몸을 구석구석 씻던 그가 이내 생각에 잠겼다. 간만에 닿아 온 백현의 연락 때문이었다. 동문회를 한다고 했다. 왜 이렇게 일찍 동문회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간만에 백현에게서 온 연락은 간단했다. 와서 얼굴이나 좀 비추고 가라, 친구야. 뭐 하고 사는지 궁금해 죽겠다. 라며 전화 너머에서 맑게 웃던 백현의 말에 심장이 천근만근 무거워진 건 사실이었다. 자신이 그 동문회를 가서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보여줄 수 있고, 그리고 제일 회피하고 싶은 것은 자신을 제외한 다른 아이들의 출세나 성공 사례였다. 경수는 이렇다 할 목적 없이 대학을 다녔고 군대를 갔으며 전역을 한 후에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이렇게 살고 있었다. 딱 제게 필요한 것을 위해 간단하게 살고 있는 경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에게 투자를 하거나 문화 생활을 즐길 여유도 없었고, 하물며 남들 다 한다는 컴퓨터 게임이나 다 본다는 티비 프로그램조차 접해본 기억이 까마득했다. 차마 부모님께는 손을 벌릴 수 없다는 고지식하고 눈물겨운 생각 탓에 이렇게 살고 있는 자신을 경수는 괜찮다고 위안했지만 정작 속으로는 썩어들대로 썩어들고 있었다. 

 

 

아직 백현에게 확답을 주지 못한 상태라 경수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따뜻하게 그의 몸을 타고 오르던 김이 그가 뱉은 긴 날숨에 의해 흩어졌다. 가 봤자 득 될 게 없다. 그리고, 

 

비참할 것이다. 

 

그의 긴 숨이 어두운 생각 위로 길게 얹혀졌다. 아마도 샤워가 끝나면 또 다시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도 체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 * * 

 

 

 

일어나. 저를 흔들어 깨우는 누군가에 찬열이 칭얼댔다. 나 5분만 더 잘게, 하고서는 몸을 뒤틀자 그의 팔뚝을 매섭게 내려 치는 손바닥에 그가 아, 하고 짧은 비명을 뱉으며 눈을 떴다. 다 왔어, 새끼야. 하고서는 차량에서 내리는 매니저를 따라 내렸다. 지하 주차장이었다. 원래는 밖에서 너 빼서 바로 들여보내려고 했는데 네 팬들이 거기서 죽치고 있더라. 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매니저를 흘끔 본 찬열이 힘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는다. 아이돌도 아니고. 작게 말하자 매니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그래도 너 조심해야 돼, 임마. 하고는 졸린 듯 붉게 충혈된 눈으로 자신을 물끄러미 보는 매니저의 시선에 찬열은 고개를 거울 쪽으로 돌릴 뿐이었다. 

 

 

힘겨운 기류가 흐르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집 앞은 상대적으로 깨끗했다. 그의 매니저가 문을 열었고, 찬열은 그 안으로 들어섰다. 꽤나 오랫동안 비워 둔 집 안에서 약간 묵은 냄새가 났다. 찬열은 신발을 벗어 내며 짧은 한 마디를 던지고서는 제 방으로 들어갔다. 형도 좀 쉬어. 하자 그래, 하고는 쿵 소리가 나며 그의 문이 닫히었다. 찬열은 제 방 문을 소리 없이 닫았다. 

 

 

 

 

 

 

 

 

 

거 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온다고해놓고 자꾸 와서 죄송합니다 

차마 나결정을 살 수가 없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시험인데 연재텀이 쩔죠? 전에는 막 일이주일 안 내놓더니ㅜ이제 와서 매일 내놓고 ㅠㅠㅠㅠ 내가 미안해요 전부 다.... 후ㅜㅠㅠㅠ 인터뷰 같은 ㄱㅓㄹ 찌끄린 게 있는데 그런 건 아마 필명을 다르게 해야 맞겠죠?... 후후 일단 그건 나중에 ㅠㅠㅠㅠㅠㅠㅠ 공부 하다가 지지리도 안 되어가지고 하나 떡 던져놓고 튀어야겠습니다 ㅜㅠㅠㅠㅋㅋㅋ큐ㅠㅠㅠ 

 

저는 이제 다시 문학 하러... 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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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야호!!!!!!!!! 와, 글잡에 딱 들어와서 찬디가 한 페이지에 눈에 딱 띄이는 겁니다! 어 근데 P님 글이였어요!
세상에, 근데 신알신은 울리지 않아 있었고.. 다행이에요. 안 그랬으면 내일쯤에 보았을텐데.. 이건 운명이네요.
네, 포동입니다. 오늘도 독자1 이라는 칭호를 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찬열이가 경수를 정확..음, 잘 알고 있네요. 사실 편의점에서 몇 번 밖에 보지 않았는데….
그치만 저도 편의점 경수를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대충 짐작이 가니깐요. 사실 경수가 구멍이 없었더라면 찬열이가 정말 많이 고생했을 거에요.
지금 경수의 주변 환경이, 경수를 저렇게 더 철벽 치게 만들지 않았나 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었구요.
참.. 이 편에서 찬열이의 피곤함과 그 자신의 직업에 대한 무게감이 느껴져서 한 편으로 안타까워요. 엑소들도 생각도 나고...
그나저나 찬열이 답 안해준 거 너무 하네요! 저렇게 경수가 고민고민 해서 문자를 보냈던 거 알았더라면 조금 짧더라도 답장을 해줬어야 했는데ㅠㅠ...는 제3자의 입장입니다.
그리고 '약지로 눈을 뽀득뽀득 비볐다.' 이 대목에서 저 갑자기 그 경수 마마 시절 행사 뛰었던 때에 약지로 눈 슥슥 비비던 거 생각났어요!!
그거 참고 하신건가요?! 맞았으면 좋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경수가 착한 건 알지만, 부모님께는 조금이라도 손을 벌렸으면 좋겠어요. 자기 자신이 계속 해서 버텨내는 것도 한계가 있고….
일단 자신이 조금이라도 자리를 잡아놓고 그때서 자신이 혼자서 해도 될터인데…
아, 이 편에서 나타난 둘의 상황을 보아하니 안쓰럽고 그렇네요.
자주 오셔도 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번..ㅎㅎㅎㅎ 네, 이번에 너무 길게 감상평을 등록해서 이거 좀 민폐인가 싶네요.
작가님 시험 아자아자 하세요^~^

10년 전
독자2
와 이거 진짜 금픽이네요 뭔가 현실적이어서 더좋아ㅜㅠㅠㅠㅠㅠ어후 늦게오신다하셔서 똥줄태우고기다렷는데 뙇 이게 떳내요ㅠㅠㅠ진짜 찬디케미어쩔건데ㅠㅠ헝헝 다음편 빨리보구싶더ㅠㅠㅠㅠ근데문제는 저도 시험기간★ㅋㅋㅋㅋㅋㅋ공부는안하고 ㄸㄹㄹ ㅠㅠ공부열심히하시구 빨리와주세여 흑흑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3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우 우리 찬디는 언제쯤 이어지나여 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달달해서 미칠거같네여..ㅠㅠㅠ시험 잘보세요!★
10년 전
독자4
텐더에요 ㅎㅎ잘보고가요 차녀리가 배우였군요 ㅎㅎㅎ
10년 전
독자5
짱짱좋아여ㅠㅠ
10년 전
독자6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쩔엉 진짜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찬디행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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