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 김태형과 한 지붕 아래 살게 된 이야기.txt
♬악토버 - A balmy spring day
[ 응 집 도착했어!ㅎㅎ ]
[ 잘가서 다행이다 - 정국이 ]
[ 다음에 또 만나ㅎㅎ 오늘 재밌었어! ]
[ 그래ㅎ 언제든지 부르면 나갈게 - 정국이 ]
큼, 아 나 왜 이렇게 웃음이 나지 자꾸. ㅎ..ㅎㅎㅎ
나 잘생긴 친구랑 문자하고 그런 사이다. 부럽줴? 부러우면 지는거야ㅎㅎㅎㅎㅎㅎㅎ...미안.
집으로 들어와 어김없이 닫혀있는 김태형의 방문을 지나 내 방으로 들어왔다.
나와 주고받는 문자가 끊기지 않도록 계속 대화를 이끌어주는 정국에 나는 또한번 감탄했다.
입고 있던 코트도 안벗고 의자에 앉아 계속 답장을 하는데, 어쩜 이렇게 착하니.
미소를 머금은 채로 휴대폰을 마냥 들여다보고 있다가 느닷없이 열린 방문에 고개를 돌렸다.
순간 김태형일줄 알고 식겁했는데 다행히 엄마였다.
"뭘 그렇게 웃어. 휴대폰에 뭐있니?"
"흐흫, 아니야. 왜?"
"태형이랑 연락해봤어?"
"김태형? 집에 있는거 아니야?"
"너 나가고 금방 나갔는데 아직 안들어오네."
가서 좀 찾아봐. 무슨 일 있으면 어떡하니. 그리고 엄마는 다시 방문을 닫았다.
방금 전까지만해도 좋다고 헤실헤실 웃던 내 얼굴에선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김태형이 나간 것도 몰랐지만 들어오지 않은 것도 몰랐다.
에이, 친구들하고 약속이 있어서 나간거겠지. 라는 생각으로 밖에 나갈 생각보단 우선 전화를 걸었다.
어색하지 않아. 어색하지 않게 말할 수 있어. 하지만 내 마음가짐이 무색하게 김태형은 전화를 받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방금까지 나와 있던 박지민이었다.
'여보세요.'
"너 김태형 어딨는지 아냐."
'내내 너랑 있었는데, 나도 모르지. 김태형 집 나갔어?'
"그런듯. 암튼 알았어. 혹시 연락오면 나한테 연락 좀."
'어야.'
그럼 그렇지, 박지민이 알리가 없지. 집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다시 집을 나섰다.
그 와중에도 정국이와의 연락은 끊이지 않았다. 우리 둘의 대화는 어느 새 문자에서 카톡으로 넘어와 있었다.
김태형은 연락도 없이 도대체 어딜가서 뭘하길래 엄마를 걱정시키는거야. 나보다 저를 더 끔찍하게 생각하는거 뻔히 알면서. 나쁜 놈.
괜히 속으로 김태형을 마구 욕을 하며 무작정 길을 걸었다. 어디부터 가야하는지, 아무런 답이 없었다.
[ 츕다추워 ]
[ 응? 집 아니야? - 정국이 ]
[ 엄마 심부름 때문에...다시 나왔어... ]
[ 아...얼른 집 들어가 - 정국이 ]
[ 오늘 엄청 춥잖아 - 정국이 ]
[ 구래야지...흑 ]
김태형을 만나면 가장 먼저 어색이고 나발이고 화를 낼거야. 왜냐하면 나를 감히 춥게 만들었어!!
그 때, 대책없이 걷던 걸음을 멈추고 눈을 찌푸렸다. 어둠 속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놀이터에 사람의 형상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혹여나 저게 김태형일수도 있으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네에 앉아있는건 분명 남자였다. 나는 그 형상을 바라보며 다시 김태형의 휴대폰에 전화를 걸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놀랍게도 내가 바라보고 있는 그곳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어둠 속 그 사람은 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바라보더니 이내 다시 주머니 속으로 휴대폰을 넣었다.
한참을 울리던 벨소리는 그렇게 멈췄고, 내 휴대폰에선 음성사서함으로 연결을 묻는 여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지금 내가 김태형과의 상황이 어떻고간에 내 전화를 대놓고 씹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건 삐지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화가 났다.
그래서 그 형상을 향해 걸었다. 발소리가 날 법 한대도 김태형은 한 번을 뒤돌아 보질 않았다.
"디진다. 김태형."
"... ..."
김태형 앞에 선 나는 표정을 굳히고, 애써 굳히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굳혀지는 표정으로 말했다.
갑작스런 나의 등장에 사뭇 놀란 표정을 짓던 김태형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그에게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사람 걱정시키면 다야?"
"...걱정했어?"
"아니? 난 걱정 안했어. 걱정은 엄마가 했지."
"... ..."
말이 자꾸만 모나게 나가고 있었다. 이러려던건 아닌데.
엄마를 걱정시킨 것에 어린 애 마냥 심술이 났다. 이러나 저러나 우리 엄만데, 니가 뭔데. 그저 이런 심보로.
하지만 마음관 다르게 말은 더욱 날카로워질 뿐이었다.
"난 너 나간지도 몰랐어. 적어도 집에 늦을거면 연락정돈 할 수 있는거 아니야?"
"...미안."
"왜 사과를 나한테 해. 엄마한테 해야지."
"...가서 할게."
자꾸만 축 처진 모습과 축 처진 목소리로 대답을 하는 김태형의 모습이 주인에게 잔뜩 혼나 시무룩해진 강아지 같았다.
평소에 내가 이렇게 화를 냈다면 그 능글맞던 성격으로 잘만 빠져나갔을 김태형이 오늘따라 보이는 정반대의 반응에 괜시리 마음이 약해졌다.
김태형이 앉아있던 그네 옆 자리에 앉아 짧게 한숨을 쉬었다.
"전화는 왜 안 받냐."
"... ..."
"할 말 없지? 없겠지. 난 줄 알면서 안 받은건데."
"...미안."
"아, 미안하다는 소리 좀 그만해. 내가 그런 소리 들으려고 여기까지 온거 아니거든."
할 수만 있다면 관계를 돌려보고 싶었다.
늘 우리가 이렇게 사이가 안좋을때면 사과나 화해는 내가 아닌 김태형이 먼저했으니, 오늘만큼은 내가 해보고 싶었다.
이제 난 괜찮다는걸, 아무렇지도 않다는걸 알려주고 싶었다.
"어제 일은 신경 쓸 필요 없어."
"... ..."
"술김에 그럴 수도 있는건데, 내가 그 땐 너무 놀라서."
"미안해."
"너 미안하다는 소리 한 번만 더 하면 나 그냥 집 간다."
"... ..."
운동화 앞 코를 세워 우레탄 바닥을 콕콕 찍어댔다, 그 반동으로 바닥에선 자잘한 모래알들이 튀어올랐다.
괜히 그네를 앞 뒤로 움직이기도 했다. 여기서 모든 것을 끝내지 않으면 앞으로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어제 내 대답 충분히 들었다고 했잖아."
"... ..."
"내 대답이 너한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 ..."
"난 너와 내 사이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으면 좋겠어."
"... ..."
"이렇게 싸우고 화해한 적 많잖아, 우리."
"그렇지."
난 나의 마지막 말과 함께 김태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와 눈을 마주친 김태형이 애써 웃는 것이 보였다. 난 그 웃음을 애써 무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화해의 악수를 요청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김태형은 그런 내 손을 민망할만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뭘 보고만있어. 나 손시려운데. 안 잡아줄거야?"
"자."
내 말에 이번엔 소리와 함께 더 큰 미소를 지은 김태형이 내 손을 꼭 맞잡았다. 여전히 차가운 나의 손에 김태형의 손은 무척이나 따뜻했다.
손을 잡은 상태로 가자,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태형이 나를 따라 일어났지만 나를 따라 걸음을 옮기지는 않았다.
그에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니, 여느때처럼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왜?"
"...아니야. 가자."
무언가를 말하려던 것 같은데. 이번엔 김태형이 나를 앞질러 걸었다.
이렇게 우린 원래대로 돌아온거야? 다시 아무렇지않게 대해도 되는거야? 아직 몇 개의 의문이 남았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우리가 답을 내릴 수 없다면 시간이 해결해줄거라, 그렇게 믿고싶었다.
-
어느 새 시간은 흐르고 흘러 드디어 오늘은 내가 대학에 첫 발을 딛는 날이었다. 아직 개강을 한건 아니지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
그동안 나와 김태형 사이에 큰 변화는 없었다. 여태 그래온 것 처럼, 그렇고 그렇게 지내왔다.
학교에 가는건 난데 나보다 더 들떠있는 사람은 엄마였다.
입학식도 아니어서 엄마가 학교에 오는 것이 아님에도 마치 자신이 학교에 가는 것 마냥 신나했다.
"선배들 말 잘 듣고, 친구 많이 사귀고."
"예, 예."
"태형이랑 같은 과가 아니라 영 불안하단 말이지."
"얘가 나 밥 먹여주는거 아닌데. 엄마."
아무리 내가 김태형에게 챙김을 당하고 당하는 사람이라지만 얘가 없다고 혼자 못 살아가는건 아니다.
누가 보면 김태형이 내 유모 쯤 되는 줄 알겠어. 나는 그런 엄마를 뒤로하고 김태형을 질질 끌고 집을 나섰다.
대학생이 되서, 이제 야자나 수능공부 따위를 하지 않아도 되서 기쁘긴 한데 내가 어른이라니, 사회 초년생이라니!
앉아만 있으면 선생님이 알아서 바뀌고 말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챙겨주던 고등학교가 눈 앞에 아른거린다.
별 생각을 다 하며 걷다보니 어느 새 나와 김태형은 학교에 도착해 있었다. 아, 겁나 넓네. 언제 걸어다녀.
다 비슷하게 생긴 복잡한 건물 사이로 난 길로 들어섰다.
누가봐도 새내기 티나는 사람들이 모두 몰려가는 곳이 대강당이 아닐까 싶어 무리를 뒤따라가니 아니나 다를까.
물론 나는 박지민이 있기 때문에 안에 누가 있어도 상관이 없는데 김태형은 내심 걱정이 되나보다.
"야, 나 아싸되면 어떡해?"
"니가?"
"넌 박지민이라도 있지."
"니이가?"
"뭐야. 그 반응은."
"넌 인기가 터지면 터졌지~아싸일리가 없으니까~"
"재수없다. 김탄소."
온갖 업신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솔직히 맞는 말 아니냐. 지가 어디가서 사람들하고 안 친해진 적이 있다고 저 난리야.
"난 이만 갈게. 잘가렴."
"아, 조금만 이따 가."
"빨리 가서 친해질 생각을 해."
"두고봐라. 내가 다 친해져서 온다. 난 스치면 인연이야."
그 말을 끝으로 김태형은 자신의 과가 있는 곳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혼자 남은 나는 '기계공학과'라고 적혀있는 곳 옆에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의자 뒷 쪽에 앉아있던 정국과 딱 눈이 마주쳤다.
이러다 눈이 맞는거고. 어? 넝담~ㅎ
그리고 그 옆엔 상대적오징어 박지민이 있었다.
"탄소야. 여기!"
"오. 안녕."
정국과 인사를 하니 주변에 몇 없는 여자 애들이 전부 나를 쳐다본다. 뭘 봐. 잘생이는 내 친구야. 이것두라.
나름 오티라 꾸민다고 치마를 입었는데 주변이 온통 남자인 것을 확인한 정국이는 그런 나를 박지민과 저 사이에 앉힌다.
별거 아닌데 넘나 설레고요? 나도 모르게 웃음 나오고요?
그런 내 옆에서 박지민은 왠지 모르게 신나하며 말한다.
"우리 셋 다 시간표 같아!"
"지겹다. 박지민."
"나도 쟤 지겨워."
"둘 다 너무해."
박지민 놀리는 것도 재밌고, 박지민 반응도 재밌다. 정국이랑 한 팀 먹는건 더 재밌음. 지금 솔직히 기분 무지 좋음.
앞으로의 학교 생활에 대해 설명을 하는 강단 위의 교수님 얘기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에 딱히 떠들 상황도 아니어서 가만히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잠이 왔다.
불편한 의자에서 팔짱을 끼고 꾸벅거리며 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때 있잖아, 졸다 보면 갑자기 눈이 확 떠질 때.
갑자기 떠진 눈 앞의 스크린이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그러니까 난 왼쪽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서 졸고 있었다는 말이다. 잠깐, 왼쪽이면 정국이잖아.
"...헐. 미안."
"아니야."
"내 머리 무거운데..."
"깨우기 미안할 정도로 잘 자길래."
친해진지 얼마나 됐다고 참 잘하는 짓이다. 김탄소^^
괜히 혼자 민망해서 잠을 깨기 위해 눈을 마구 깜빡였다. 내 오른쪽에 있던 박지민은 혼자 벽에 기대어 졸고 있었다.
박지민의 어깨를 두드리며 깨웠다. 보아하니 오티가 곧 끝날 것 같았다.
그 때 내 휴대폰의 알림과 내 옆 정국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오늘 시간 있어?"
[ 끝나고 같이 가 - 김태형 ]
"... ..."
"탄소야?"
"...응?"
"어디 안 가면 놀자구."
"...어, 박지민 넌 어디 안 가?"
"나 오늘 바로 집 가. 자취방에 가져올 거 있어서."
그러니까 상황 정리를 해보자면 박지민 없이 정국이와 둘이 놀 것이냐, 김태형과 집에 갈 것이냐. 이거잖아.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사람은 혼자 가게 되는 거고. 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약속 있어?"
"어...아니야. 돼."
차마 정국이에게 시간이 없다고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김태형과 집에 가봤자 정말 그 이후론 할게 없었으니까.
결국 김태형에게 답장을 보냈다.
[ 나 오늘 약속.. ]
[ 혼자 가 ㅈㅅ ]
-
태형이의 호이가 계속 되어 둘리인줄 아는 김탄소는 정국의 행동에 설레어 하고 마는데...to be continued...
끝이 왜 이래ㅎ...
저 새작병 걸릴 것 같은데 어쩌죠 큰일났음 새작쓰고 싶어서 손떨린다
비회원 암호닉 신청하신 분들은 댓글이 공개되는대로 목록에 추가하고 있으니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 ~♥~〈 암호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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