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고등학교 졸업식 날.
"꼭..가야 해?"
".....응"
"왜?"
"여기보다 서울이, 서울이 더. 내 미래에 도움이 될것 같아"
"....................."
내가 다치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낸다.
".............10년 뒤에, 여기 레디고등학교 시계탑앞에서
우리반 다같이 모이는거,
그거 안 잊었지?"
"그걸 어떻게 잊어."
"꼭 올거지?"
"그럼."
+
떨리는 기분,
들뜨는 기분,
"띠링"
[예약 메세지 입니다]
안녕 3학년 7반 친구들.
반장 한성수. 나 안 잊었지?
오늘 우리 고등학교 시계탑앞에서 만나는거야.
너희 얼마나 변했을지 궁금하다.
그럼 좀 있다 만나자.
기대할게
+
"보고 싶을거야. 아니, 지금도 보고싶어"
"얘, 나 어디 죽으러가니?"
".......아니, 그래도 보고싶을거야"
"나도."
진실한 수줍은 마음은 꽁꽁 숨긴 채 보고싶을거라는 말로.
왜, 왜 그때의 우리는 진심을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
"어이~ 김세봉"
"야.......너 이석민이야?"
"우와, 이제 못알아보시는거예요?"
"..........아니거든요"
"치"
"......근데, 승관이는?"
+
3년전 입학식 날.
날 보고 해사하게 웃던 너
"안녕, 난 부승관이야"
"난 김세봉"
"우리 처음으로 짝 됬는데, 잘 지내보자"
"그래"
그리고 이상하게 들뜨는 기분
1학년,
"야, 부승관이 세봉이 좋아한데!"
"진짜?"
"근데 어쩌냐, 부승관 어떤 선배가 침 발라놨다고 지랄옘-병을 떨었잖아"
"야, 그 선배 있으면 어쩌려고 미친놈앜ㅋㅋ"
"아 배째라그래. 고삼인데 철 좀 들라고"
화장실 안에서 다른 아이들의 입으로 전해들었던 너의 마음.
그리고 야자를 할때면 책상에 올려져있던 바나나우유.
"오올~ 김세봉~~ 이거 누가줬어?"
".......몰라"
내가 모른다고 할때마다 흠칫 놀라던 너의 뒷모습.
2학년,
"야, 김세봉! 너 3반이었어?"
"부승관 너 3반이야?"
또 같은 반이 된 우리.
"세봉아, 나 너 좋아해"
기대하던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말.
난 네가 이 말을 해주길 바랬어.
"........나? 왜?"
"그야 넌....."
"미안. 나 고등학..교떄는 연애 별로 하고 싶지 않아"
나에게 고백을 한 아이가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앉아 바나나 우유를 마시는 부승관의 뒷모습을 보고 던진 말.
눈이 빨갛게 충혈돼 교실을 박차고 나가는 아이.
움찔하는 부승관, 주체할 수 없는 나의 입꼬리
부승관 너 엿이나 먹으라지.
3학년,
"야, 너 왜 7반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이거든?"
또 같은 반이 된 우리.
아니, 부승관과 나.
"세봉아, 야자 끝나고 버스 타?"
3년을 기다려 얻은,
"아니"
"그럼 나랑 집에 같이 갈래?"
"..........."
"아니, 요즘 세상이 흉흉하기도 하고,,,,
그리고........."
"알겠어"
빨개진 얼굴.
쿵쿵대는 심장
"야! 부승관, 수능 잘 봤냐?"
".....나한테 할말이 그거 밖에 없냐?"
"엌ㅋㅋ"
".....개새끼"
장난으로 걷어차버린 그 아이의 고백.
승관아, 사실 나 그거 아직도 후회해.
+
"승관이? 승관이 아마 조금 늦을걸?"
"....왜? 여자..친구?"
"올~ 정확해"
"........?"
부릉, 운동장으로 들어오는 차 한대.
잔뜩 힘 주고 나타난 부승관.
"미친 새낔ㅋㅋ 야! 부승관~"
머리를 긁적이며 내리는 부승관.
그리고,
".......안녕"
"......안녕.......세봉아"
"보고 싶었어"
"보고싶었어. 나도"
그리고, 여전히 마음을 숨기는, 우리.
+
아이들과의 작은 모임이 끝나고, 승관이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잘......지냈어?"
"응. 너는?"
"난 잘 지냈지. 여자친구도 몇번 사귀어보고."
".....지금은?"
"지금은 아직 없어."
다행이다. 승관아, 니가 여자친구가 없어서 너무 다행이야.
"너는? 너는 남자친구 없어?"
"나, 모쏠이야."
".........미안"
"너 만큼, 날 좋아해주는 사람이 없더라.
어쩌면 내가 다른 사람한테서 널 찾은 걸 수도 있고.
그냥 여기로 다시 돌아와서 널 품에 안았으면 됬을텐데"
"세봉아. 너 평행세계에 대해 믿어?"
"......응"
"거기선 너한테 고백을 해버린 고3의 내가 있겠지.
거기에 있는 나는 지금 너를 만나서 행복해서 미칠 것 같은 이 감정을 알까?
아니, 난 모를거라고 단언해."
조용히 운전하며 말을 꺼내는 부승관.
"너랑 시작해보고 싶어. 너와 함께 하는 미래를
평행세계의 내가 느끼지 못할 이 감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