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이준혁 김남길 샤이니 온앤오프
유도소년 전체글ll조회 1382l 3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습관 (이석민 단편) 

 

 

 

 

 

 

 

 

이석민은 내게 습관이었다. 

아침에 물 마시는 것처럼, 긴장할때 배가 아픈것처럼 매우 일상적인 습관 

 

 

 

 

[세븐틴/이석민] 습관 | 인스티즈

 

 

 

첫만남은 7살때였다. 어쩌면 그때부터 이석민은 내 습관이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5살때 부터 시작한 피아노는 2년만에 나를 신동으로 불리우게 해주었다. 학원 내에서도 초등학교 언니들보다 좋은 실력으로 그 어린나이에 칭찬이나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 한껏 우쭐된 상태에서 내 인생 첫번째 콩쿠르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리고 그 대회에서 유일하게 7살이었던 나와 같은나이 남자아이가 출전하면서 그때부터 우리를 둘러싼 라이벌 구조를 형성하게됬는데, 그 남자아이가 바로 이석민이었다. 

 

 



첫번째 콩쿠르에선 내가 이석민보다 좋은 결과를 받았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언니들과도 겨룰 수 있는 실력이었으니, 그때의 나는 아마 이석민을 라이벌로도 생각하지 않았을것이다. 

 

 



그리고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열번째.. 난 모두다 이석민보다 좋지않은 결과를 받았다. 이제 신동이라고 불리우며 모든사람들이 집중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이석민이었고, 어딜가나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되는 것도 이석민이었다. 그에 비해 나는 이석민한테 맨날 지는애, 만년2등 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단지 안쓰럽고 불쌍한 여자아이일 뿐이었다. 

 

 

 

 

[세븐틴/이석민] 습관 | 인스티즈

 

"안녕. 세봉아, 너도 이학교구나." 

 

 



고등학교 반배정을 확인하고 맨 처음 반에 들어섰을때, 가장 먼저 본 것은 불행하게도 이석민이었다. 저렇게 웃는 얼굴로 얼마나 날 더 옥죄어 올라고..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이석민이 딱히 탐탁치않았다. 대회에 나갔을때에도 먼저 아는척을 해오며 인사를 해오는 이석민을 모른척 무시하는게 일상이었다. 내가 인사를 안받아줌으로서 기분이 나빠져 혹시 대회에서 실수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도안되는 생각이지만, 그땐 그게 내가 이기기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근데 지금은 보는 눈이 많아 평소처럼 무시할 수가 없다. 

 

 

"어. 안녕." 

 

 

처음으로 내 인사를 받은 이석민은 환하게 웃었다. 사람이 저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 

 

 

 

 

일곱살부터 고등학교 1학년의 열일곱살이 되기까지 나는 이석민을 이기기위해 수도없이 노력했다. 내 자리를 뺏긴것만 같아 억울하고 분통해서 그 어린나이에 12시간이상을 피아노에 앉아서 일어나지 않은적도 있다, 밥도 안먹고 하루종일 피아노에만 매달리다가 쓰러진적도 있고, 하루4시간도 채 자지않고 피아노만 치다가 쌍코피를 흘린적도 있다. 근데, 그래도 안됐다. 그래도 이석민은 이길수가 없었다. 이석민을 이기겠다는 생각만으로 연습에 매달리면서, 그렇게, 이석민은 내 습관이 된 것이다. 그것도 아주 나쁜 습관. 

 

 

 

 

[세븐틴/이석민] 습관 | 인스티즈


"저기..번호 좀 알려주라." 

 

"왜?" 

 

"그 수행평가 하려면 연습도 자주 해야되고.. 그리고 어디까지 연습했는지도 서로 알려주고.. 또! 서로 실수한 것도 알려주고.. 그래야하니까..." 

 

 

 

정말 엿같았다. 음악선생님인 담임이 마음대로 수행평가 짝을 정해오더니 이젠 아주 우리보고 합동연주를 하라고하니.. 마음 같아서는 때려치고싶지만 내가 가고자하는 음대를 가기위해선 수행평가를 대충 할 수 없었다. 내 평생 이석민과는 번호교환은 무슨, 말 섞어볼 일 조차 없을 것 같았는데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그것들을 다 해보고 있는 중이다. 참나. 

 

 

 

"이런 거 말고, 쫌 어둡고 침침한거 없어? 아님 빠르고 전쟁같은거나." 

 

"이거 싫어? 왜?" 

 

"어. 너가 가져온 곡들은 다 사랑에 관한 곡이잖아. 이렇게 달달하거나 예쁜 곡은 나중에 니 여친이랑 치고, 우린 빠르거나 어두운 걸 쳐야지." 

 

"왜? 너가 우리 이미지에 맞는 곡으로 하자며. 난 사랑으로 하고싶은데.." 

 

 



그래. 이석민한테 곡을 골라오라는 것이 내 잘못이었다. 대충 아무거나 골라오겠지 생각했는데 이렇게 달달한 노래를 골라올 줄은... 우리가 어떻게 사랑이냔 말이야, 전쟁이면 몰라도. 

 

 

근데 지금은 그걸 따질때가 아닌것 같다. 이석민의 입이 애같이 삐죽하고 나와있는게 저 소름끼치게 달달한 곡들은 절대 하지않겠다고 한마디만 더한다면 정말 울어버릴 것만 같아서 그래 그럼 너가 고른걸로 하자며 이석민을 달랬다. 이게 참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나도. 

 

 

 

 

*** 

 

 

 

 

[세븐틴/이석민] 습관 | 인스티즈


"세봉아, 넌 손이 참 예쁘다. 그래서 너가 피아노치면 더 예뻐보이나봐." 

 

 

"세봉아, 오늘은 머리 묶었네? 머리 묶은것도 예쁘다." 

 

 

"세봉아, 내가 너옆에서 피아노치면서 맨날 느끼는건데 너 옆모습, 짱이야! 예뻐." 

 

 

 

이왕 하는김에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방과 후 음악실에 남아 연습하는것에 적응되어가는 중이었다. 달달한 피아노곡은 적응되어가는 중이었고, 텅빈음악실에 이석민과 단둘이 있는것도 적응되어가는중이었다. 근데 도무지 이석민의 저 닭살스러운 말에는 적응을 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눈이 마주치면 눈이 예쁘다고, 페달을 누르려다 발이라도 스치면 발이 예쁘다고, 하루 한번씩 어딘가가 예쁘다는 소리를 들으며 처음에는 오글거리고 소름이돋아 이석민에게 피아노나 치라며 타박했지만, 이제는 포기상태이다.  

 

 

그래도 이석민의 오글거리는 멘트가 나를 변하게 한것은 확실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춤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예전처럼 이석민이 싫지는 않았다. 뭐, 나쁜애는 아닌 것 같아서. 

 

 

 

[세븐틴/이석민] 습관 | 인스티즈


"어떡하지, 세봉아? 문이안열려.." 

 

"문 잠겼어?" 

 

"응. 그런것같아..." 

 

 

 

어휴. 연습한답시고 해가 질때까지 죽치고 음악실에 있던게 잘못이었다. 오늘이 금요일인지 깜빡하고 있었다. 평소에 24시간 개방되어있는 학교는 금,토,일에는 오후 6시 정도가 되면 건물의 모든 유리문을 자물쇠로 잠가놓는다.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는 결국 학교에 갇혀버렸다. 그것도 이석민과 함께. 

 

 

 

"잠깐, 잠깐만 있어봐! 겁먹지마 세봉아! 내가 전화해서 문 열어달라고 할께!!" 

 

 

 

겁은 자기가 먹었으면서... 잠긴 유리문 앞에서 잔뜩 당황한 표정을 짓던 이석민은 내게 걱정하지말라고 했지만 어차피 아무런 걱정도 되지 않았다. 이석민이 전화하고있으니까. 될대로 되겠지 뭐. 아모르겠다. 

 

 

 

 

[세븐틴/이석민] 습관 | 인스티즈


"야..! 여자애가 막 그렇게 아무대나 앉으면 어떻게!" 

 

"너두 힘빼지말고 여기앉아." 

 

"일단 일어나봐! 이거라도 깔고 앉아, 이거라도." 

 


 

통화하는 이석민을 쳐다보다가 대충 흘러가는 얘기를 보니 경비아저씨가 오시기에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닫힌 문 앞에 대충 철푸덕- 주저앉았다. 이석민은 경악하며 나를 일으켰고 곧이어 자기가 입고있던 마이를 바닥에 깔더니 그위에 나를 다시 앉혔다. 

 

 

 

"여자애가 조심성이없어.." 

 

"너 그거 성차별이다?" 

 

 

 

통화를 끝내고 내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앉은 이석민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아무생각없이 던진 농담에 이석민은 아니 그게 아니고! 하며 잔뜩 당황한 표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표정에 웃음이 터져 소리를 내고 웃었다. 왜웃냐는 이석민은 대답도 못하고 계속 웃는 나를 보더니 그냥 같이 웃어버렸다.  

 

 

 

 

[세븐틴/이석민] 습관 | 인스티즈


"웃으니까 더 예쁘다." 

 

"뭐야. 오글거려." 

 

"진짠데.. 넌 내 앞에서 웃는모습 한번도 안보여줬잖아." 

 

"..." 

 

"상상도 못 했는데. 이런날이 올 줄." 

 

"...뭐야.." 

 

"넌 나 싫어하니까... 그치?" 

 

"아..아닐껄..?" 

 

"거짓말. 대회에서 마주쳤을때,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어. 네가 날 별로 안좋아한다는걸." 

 

"초능력자냐, 눈빛만보고 어떻게알아.." 

 

"관심있으니까. 너가 어떨 때 웃고, 어떨 때 울고, 어떨 때 싫은지 알고 싶었으니까.." 

 

 

 


정곡을 찌르는 이석민의 말에 변명이라도 해보려 입을 열었지만, 의외의 대답들이 이어져 다시 입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내 옆자리에 앉아 빤히 쳐다보는 시선을 마주치지 앉으려 고개를 숙였다. 눈을 마주칠 자신이 없었다. 어쩌면, 들키기 싫었을 수도. 빨개진 얼굴을. 

 

 


 

"지금은? 지금도 내가 널 싫어하는 것 같아?" 

 

"아니. 그래서 기뻐. 적어도 지금은, 넌 날 안 싫어해. 그치?" 

 

"...응" 

 

"그럼 됐어." 

 

 

 


그런거 아닌데.. 뭔가 억울해져서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건넨 질문에 이석민은 다행히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었다. 지금은.. 네가.. 싫지않아... 

 

 

 

 

*** 

 

 

 


 

"왜 벌써와? 밥 안먹어?" 

 

"응." 

 

"왜 안먹어?" 

 

"네가 안먹잖아." 

 

 

 

수행평가 하는날이 왔다. 점심시간 후 5교시의 음악시간표를 보고 이석민에게 빨리 밥 먹고 오라며 문자 하나를 남겨놓고 음악실 피아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중요한 수행평가였기때문에 밥 따위는 사치였다. 음악실은 학교 꼭대기층인 6층에 자리잡고 있었기때문에 다른건물인 급식실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오래도 걸리겠다 생각해 밥을 안먹기로 하고 연습하면서 이석민을 기다리려고 했는데, 웬걸, 이석민은 나보다 먼저 음악실에 와 있었다. 

 

 

 

"뭐야 그게... 먹고 와." 

 

"싫어. 우린 팀이니까! 살아도 같이 살고, 굶어도 같이 굶어야지." 

 

"허." 

 

"대신에 수행평가 잘하면 너가 맛있는거 사줘." 

 

"그래 뭐. 그러던지." 

 

 

 

밥을 안먹겠다는 이석민을 설득시키는 건 무리인것 같아 이석민이 건넨 제안에 ok를 했다. 사실 수행평가 점수가 잘 나오기만 한다면, 같이 수고했으니 뭐라도 같이 먹으러 가자고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망설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 중에 이석민이 먼저 말을 꺼내줘서 정말이지 다행이었다. 아무렇지 않은척 그러던지라고 말을 내뱉었지만, 사실 조금은 기쁘고, 조금은 설렜다.  

 

 

 

 

삐- 삐이이- 삐이이이이- 

 

 

 

 

한창 호흡을 맞춰보고 있는 중에 화재경보음이 울렸다. 평소처럼 누가 장난을 치는가보다 하고 우리는 다시 피아노 건반 위에 손을 올려 연주를 시작했다. 달달한 피아노소리에 묻힌 화재경보음은 제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있었다. 이석민과의 연주는 뭔가 편안한 느낌을 준다.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나를 지켜줄거라는 그런, 편안한 느낌.  

 

 

 

"알려드립니다! 학생들 빨리 대피하세요!! 지금 6층 화학실에서 불이났습니다! 빨리 대피하세요! 선생님 말 듣고! 안전하게 모두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6층에 있는 분들 빨리 아래층으로 피하세요!" 

 

 

 

연주가 절정에 달했을때 들려오는 소리는 절망과도 같았다. 누가 시키기라도 한 듯, 우리는 동시에 연주를 멈췄다. 나보다도 상황파악이 빨랐던 이석민은 내 손목을 잡고 뛰어가 음악실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광경에 우리는 다시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정말로 불이났다. 그리고 거대한 불길은 이미 음악실 코 앞까지 번져있었다. 검은 연기까지 더해져 나를 삼켜버릴까 너무 겁이나고 무서웠다. 그 와중에 이석민은 침착했다. 

 

 

 

 

[세븐틴/이석민] 습관 | 인스티즈


"이걸로 코 막아." 

 

"어떡해.. 나 무서워.. 무서워 석민아.." 

 

"괜찮아. 할 수 있어. 나가자." 

 

"무서워.. 무서워..." 

 

"내가 있잖아. 걱정하지마. 나갈 수 있어." 

 

"..자신이 없어.." 

 

"내가 지켜줄게. 나만 따라와." 

 

 

 

이석민은 내게 자기 마이를 벗어 코를 막으라며 건넸다. 하지만 두려웠다. 저 불길을 뚫고 나갈 자신이 없었다. 빨리 누군가가 우리를 구해주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누군가를 기다리기에는 너무 늦은 걸 알고있었다. 왜 하필 6층이었을까.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이미 모두 아래층으로 내려가고있는 중일텐데 누가 감히 6층으로 올라올 생각을 하겠냐고. 나같아도 6층에 누가 남아있던 말던 내려갔을 것이다. 그래. 이대로 죽겠구나. 그 짧은시간내에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세봉아." 

 

"..응." 

 

"손 좀 잡을게.." 

 

"..." 

 

"하나둘셋하면 같이 뛰는거야. 알겠지?" 

 

 

 

갑자기 손에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에 이석민을 쳐다보니, 웃으면서 내게 허락을 고한다. 이미 잡았으면서. 이 와중에 웃음이 나냐고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이석민의 해사한 웃음으로 어쩌면 믿음이 생겼다. 잘 하면 안전하게 이 곳을 빠져나갈 수 있겠다는. 둘이 함께. 

 

 

 

"하나.." 

 

 

"둘.." 

 

 

"셋..!" 

 

 

 

 

[세븐틴/이석민] 습관 | 인스티즈

 

"나 밟고 뛰어내려!" 

 

"그럼 너는! 너는 어떡하고!" 

 

"너 간다음에 나도 갈게!" 

 

 

 

탈출구가 있었다. 활활 타오르고 번져오는 불길 속에서 석민이의 손을 잡고 2층까지 내려오는 것에 성공했지만 점점 숨이 막혀왔고, 힘이 빠져 포기하고 싶어질 때 마치 오아시스처럼 불길이 번지지않은 창가의 아주 작은 공간. 점점 불길이 가까워지고 있긴 했지만, 빨리 뛰어내린다면 분명 해볼만했다. 혹시 다른 방법이 있을까 창가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여기에 사람이 있다고 살려달라고 소리쳐봐도 빨리 뛰어내리라는 손짓만 보일 뿐이었다. 역시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싫어! 같이가! 같이 뛰면 되잖아!" 

 

"창문이 저렇게 높은데, 너 혼자 어떻게 뛰려고. 그게 더 위험해." 

 

"그래도.. 악!" 

 

 

 

펑-하고 터지는 소리가 나자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 가까운 곳에서 뭔가 터진 것이 틀림없었다. 불길은 점점 더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세븐틴/이석민] 습관 | 인스티즈


"세봉아 나 금방갈게! 약속할게." 

 

"진짜 금방 올거지?" 

 

"응. 약속." 

 

 

 

내게 새끼 손가락을 내민 석민이는 불안해하는 내가 안심할 수 있도록 끋까지 미소를 유지했다. 손가락이 떨리는 게 다 느껴지는데.. 바보같이.. 

 

 

 


[세븐틴/이석민] 습관 | 인스티즈


"나.. 피아노치길 정말 잘한 것 같아." 

 

"응..?" 

 

"피아노 때문에 널 만날 수 있었어." 

 

"..." 

 

"피아노를 치는 게 일상이었고, 습관이었는데. 너를 만나고 나서 부터 네가 내 일상이었고, 습관이었어." 

 

 

석민이와 시선이 닿았고, 곧이어 입술이 닿았다. 

 

 

"...좋아해." 

 

 

잠시 닿아던 입술이 꿈만 같았다. 이제 가. 따라갈게. 라는 석민이의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렸다. 일단 빠져나가야지. 여기서 빠져나가서 나도 말해줘야지. 석민이에게 나도 말해줘야지.... 

 

 

"아..." 

 

 

2층은 낮지 않은 높이였지만, 내가 뛰어내리려는 것을 보고 선생님들이 달려와 떨어지는 나를 받아주었기 때문에 큰 부상은 없었다. 몸에 힘이없어 정신력으로 버텨왔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키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몸을 일으켜 옆의 선생님들에게 내가 뛰어내린 곳을 가리키며 저기 사람이있다고 소리쳐보았으나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도 섣불리 불길 속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이석민!!!! 빨리 나와!!! 뭐하는거야!!! 이석민!!!" 

 

 

 

목에 핏대를 새우면서 정말 죽어라 외쳐도 아무런 대답조차 없었다. 웃는 얼굴로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 것만 같았는데 석민이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불길 속으로 다시 뛰어가려는 나를 잡고 놔주지않는 선생님들을 뿌리치고 건물 안으로 한걸음을 옮겼을 때, 위에서 뭔가가 떨어지면서 내 손을 덥쳤다. 그게 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않는다. 그냥 엄청 뜨거웠다는 것밖에는. 악 소리는 내는 나에게 달려온 선생님들은 재빨리 나를 건물 밖으로 다시 대피시켰고 치료를 해야한다고 난리가 난 선생님들을 뒤로하고 내가 뛰어내린 곳 앞에 서서 석민이를 기다렸다.  

 

 

몇초 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석민이가 남겨져있는 곳이 폭발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나는 정신을 잃었다.  

 

 

 

 

 

 

 

 

[세븐틴/이석민] 습관 | 인스티즈


"교수님! 저 오늘 대회 1등했어요!" 

 

"알아 임마. 이미 방송으로 다 봤어." 

 

"그럼 인터뷰도 보셨어요? 저 거기서 교수님 자랑 엄청 했는데!!" 

 

"자랑? 거짓말은. 욕이나 안했으면 모를까." 

 

"아진짜에요!! 교수님 천재라고 얼마나 자랑했는데요!" 

 

"네네~권순영제자님. 피아노 못치는 피아노 교수라고 얼마나 놀려먹었을지 안봐도 뻔하네요." 

 

"헤헤. 역시 우리 교수님은 날 너무 잘알아! 근데요, 교수님. 진짜로 피아노 못치는 이유가 화상때문이에요?" 

 

"그래, 그거때문이다." 

 

"에이. 그럼 못치는게 아니라 안치는거 맞네! 그쵸? 그거 하나도 안징그러운데... 한번만 쳐주시면 안돼요? 피아노." 

 

 

 

피아노 신동으로 불리우며 어린나이에 세계적인 대회에서 입상하고 난뒤로 대한민국을 들썩하게 만드는 주인공 권순영도 아직 열여덟은 열여덟인가보다. 몇십년을 넘게 건반에는 손도 대지 않았는데 대뜸 내 손을 잡더니 피아노로 이끌어 연주를해달라는 말도 안되는 부탁을 한다. 또 시작이다 저거. 안해줄거 분명히 알면서. 

 

 

 

"안돼." 

 

"아 왜요! 오늘 저 상받은 기념으로다가 딱! 한번만요. 네?" 

 

"손때문에 안돼." 

 


[세븐틴/이석민] 습관 | 인스티즈


"에이참. 여자손이 그럴 수도 있지뭐! 괜찮다니까요?" 

 

"그게 아니라 손이 굳어서 안된다구 이젠." 

 

 

 

...옛날엔 마음도 손도 아려서 건반에 손을 올릴 엄두조차 못냈는데, 지금은 손이 굳어서 건반에 손을 올려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어. 

 

 

 


 

*** 

 

 


 

순영이가 나가고 적막해진 레슨실은 허전했다. 있으면 시끄러운데, 없으면 또 허전하단말이야.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한기에 가디건을 한번 더 세게 여미고 커피를 먹기위해 커피포트 안에 물을 따랐다. 점심시간이라 학생들이 다 밥을 먹으러 나갔는지 학교는 조용했다. 점심방송으로 흘러나오는 클래식음악을 멍하니 듣다가 물이 넘쳐흐를때즈음 정신을 차렸다. 오늘 선곡이 마음에 드네.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곡과 장단을 맞췄다. 잠깐,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곡인데.. 아무래도 내가 아는 곡 같은데.. 제목이 뭐였더라. 

 

 

 

 

 

[세븐틴/이석민] 습관 | 인스티즈


'beloved! 사랑받는 사람.' 

 

 

 

생각났다. 그때 함께 준비했던 곡이구나...  

이젠 나름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해맑게 웃던 그 얼굴이 떠오를 때면 어김없이 마음이 아리는 건 여전했다. 뭔가에 홀린 것처럼 피아노가 있는 자리로 가 하얀건반을 손으로, 천천히, 한번 쓸었다. 차마 피아노를 쳐 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화상으로 인해 무감각해진 손가락때문이 아니라 옆자리에 앉아 나와 눈을 마주치며 피아노를 치고있을 것만 같은 누군가가 옆에 있을 것만 같아서. 또 보고싶어질까봐. 

 

 

 

 

 

 

 

 

아직도 피아노를 보면 습관처럼 니가생각나... 

 

 

건네지못한 고백..  

 

 

아마 나도.. 

 

 

널 좋아해.. 석민아. 

 

 

 

 

 

 

 

[세븐틴/이석민] 습관 | 인스티즈

 

"세봉아, 넌 내게 습관이었어." 

 

 

 

'아침에 일어나면 생각나고, 저녁에 자기전에도 생각나는 아주 행복한 습관.' 

 

 

 

 

 

 

 

 

-The End- 

 

 

 

 

 

 


 

 

 

 

 

***작가사담*** 

 

 

안녕하세요! 유도소년입니다ㅜㅠ 유도석민이로 오고 싶었는데 제 노트북이 방전됬어요ㅜㅜㅜ 수리하러가야되는데ㅠ 또 돈이 얼마나 깨질라는지ㅠㅜㅜ 그래도 너무 늦으면 안될것같아서 틈틈히 써 놨던 석민이 단편글을 올려요!!! 모바일로 쓰느라 죽는 줄 알았네요... ㄷㄷ..  오빠 컴퓨터 빌려서 올리고 저는 떠납니다ㅠㅜ 금방 올게여 ㅠㅜㅠ

오늘은 유도하는 석민이 대신 피아노치는 석민이 두고 갑니다! 총총^^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작가님!!! 진짜 읽으면서 울었잖아요.... 너무 슬퍼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석민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잘읽고갑니다♥♥♥♥♥
8년 전
독자2
작가님 너무 슬퍼요ㅠㅠㅠㅠㅠㅠㅠ 저 이거 슬픈건지 모르고 들어왔는데ㅠㅠㅠㅠㅠㅠ마음이 너무 아파요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3
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어떡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즘에 맨날 슬픈글만 올라와서 제 기분도 같이 다운되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작가님 글이니까.. 마음이 넘나 아픈것..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새벽에 읽으면 눈물 펑펑 쏟을것같아요... 그러니까 새벽에 다시 보려구여..헿헿 잘 보고갈께요!
8년 전
독자4
원우야밥먹자입니다 아 이석민 여주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했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맘이 아프다.. 새벽에도 봐야겠어요 ㅠㅠ
8년 전
독자5
아 작가님...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 보는데 너무 마음이 아파요...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6
와 말도안돼....진짜 기억조작이다 이건... 너무 아련한거아니에요? 아 정말 말도안된다 이거 아 석민아....
8년 전
비회원133.241
허으아어유ㅠㅠㅠㅠㅠㅠ넘나 짠하고 눈물나고 슬프고 다해먹는것...작가님 왜 제 맘을 흔드세요....ㅠㅠ
8년 전
독자7
작가님 표현 하나하나가 아련하고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가슴 한 켠이 아리네요. 눈물 펑펑 쏟고 싶을 때 읽으려고 슼슼할게요. 석민이는 사랑입니다♡ 작가님도 사랑입니다♡♡♡♡ 제 사랑 다 받으세요!!!!!!
8년 전
독자8
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단편글너무죠아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193.80
기억조자규ㅠㅠㅠ작가님 필력진짜 좋으시네요ㅜㅜㅜㅜ새벽에 어울리는 글 감사합니다ㅜㅠㅜ배경음악도 취향저격...혹시 브금정보좀 알수있을까여..?
8년 전
독자9
작가님 이거 노래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정말 궁금한데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05.05 00:01
김남길[김남길] 아저씨1 나야나05.20 15:49
몬스타엑스[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3 세라05.15 08:52
      
      
세븐틴 [세븐틴/원우] 개인의 연애사 05. 너봉 앞에서만 늘보, 소유욕 강한 전원우 x 전학생 너봉55 벚꽃만개 01.31 02:52
세븐틴 [세븐틴/도겸] 우리 결혼했어요 4회27 도른자이석민 01.30 23:48
세븐틴 [세븐틴] 눈 떠 보니 세븐틴이라니 개이득! 08121 세봉이네 하숙.. 01.30 22:37
세븐틴 [세븐틴] 플디고등학교(04).facebook48 이응우 01.30 22:25
세븐틴 [세븐틴/권순영] 남사친의 정석 05 (부제: 누구에게나 봄은 있었다.)18 정석 01.30 20:41
세븐틴 [세븐틴/권순영] 향기성애자 권순영 03116 새봉 01.30 18:55
세븐틴 [세븐틴/승관] 사이 안 좋은 그룹 멤버랑 우결 찍는 썰 Pro23 oh boy 01.30 03:55
세븐틴 [세븐틴/우지] 개인의 연애사 spinoff. 유치원 선생님 이지훈52 벚꽃만개 01.30 03:35
세븐틴 [세븐틴/에스쿱스] 개인의 연애사 04. 타깃 최승철 x 킬러 너봉58 벚꽃만개 01.30 02:57
세븐틴 [세븐틴] 플디고등학교(03).facebook26 이응우 01.30 01:13
세븐틴 [세븐틴/김민규] 철벽 허문 검사 민규 × 철벽 부순 변호사 너봉 九 (부제: 엇갈린 길)61 Clue 01.30 00:22
세븐틴 [세븐틴/권순영] 옆집에 애아빠가 산다 10.5 (짧음주의)423 옆집쓰 01.30 00:01
세븐틴 [세븐틴/승관/지훈/순영] 호그와트, 호그와트, 호기,호기, 호그와트 [06. 사랑에 빠져보고 싶어 ..14 뿌존뿌존 01.29 22:56
세븐틴 [세븐틴] 인기스타 나를 향한 고구마들의 구애 上124 세봉이네 하숙.. 01.29 22:12
세븐틴 [세븐틴/이지훈] Lieb meine Muse 02 (LMM)65 너를 좋아하는.. 01.29 22:09
세븐틴 [세븐틴/전원우] 잘 알지도 못하면서 (01: 언제나 그랬듯이 트러블 메이커)21 동네 북 01.29 20:26
세븐틴 [세븐틴] 플디고등학교(02).facebook33 이응우 01.29 02:06
세븐틴 [세븐틴/이지훈] Lieb meine Muse 01 (LMM)65 너를 좋아하는.. 01.29 01:50
세븐틴 [세븐틴] 플디고등학교.facebook33 이응우 01.29 00:54
세븐틴 [세븐틴/도겸] 개인의 연애사 03. 짝꿍 이석민 x 리스트컷증후군 너봉49 벚꽃만개 01.29 00:34
세븐틴 [세븐틴] 우리나라 최대 규모 온천에서 일하는 신입 너봉썰17 sev.가온 01.28 23:50
세븐틴 [세븐틴] 뭐어라고오~? 이 하숙집에 남자만 13명이라고? 35107 세봉이네 하숙.. 01.28 21:54
세븐틴 [세븐틴/이석민] 봄날, 벚꽃 그리고 너16 연애의 철학 01.28 18:00
세븐틴 [세븐틴/김민규] 체대 입시생이 연애하는 법 0011 꾸리 01.28 15:59
세븐틴 [세븐틴/부승관] 부승관이 나를 좋아하는 이유 (내가 부승관을 좋아하는 이유 Behind Story)..43 너를 좋아하는.. 01.28 14:09
세븐틴 [세븐틴/우지] 개인의 연애사 02. 반인반묘 이지훈 x 주인님 너봉105 벚꽃만개 01.28 02:26
세븐틴 [세븐틴/홍일점] 열세 남자가 너를 많이 아낀다 : [18. 두남자가 너를 많이 아낀다 ]231 오빠차 01.28 02:02
급상승 게시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