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siar Cronista : 희망의 연대기
1부 _ 그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이여주!"
아, 또 구렁이구나. 또 넘어져버렸네.
"하아... 종대야, 내가 여기서 넘어진 게 몇번째지?"
"오늘만 다섯번째야, 그만해. 이따 경기는 새벽에 시작할텐데 이제 너도 그만 쉬어야지."
"아니, 여길 넘어야지. 한번만 더 뛰자"
내 말에 종대가 걱정된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을 한다.
"여주야, 너 진짜 건틀렛에 나갈거야?"
"나가야지"
"분명 또 한소리 들을텐데..."
"너는 안 나갈거야?"
"아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가야지."
종대의 대답에 그냥 픽 웃었더니 왜 웃냐며 찡찡댄다.
아니, 그냥 너랑 나랑 똑같잖아.
내일 사람들의 표정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건틀렛. 왕실의 수호대를 뽑는 경기.
새벽에 이뤄지는 경기로, 손과 눈이 끈으로 묶여 안 보이는 참가자들이 결승선까지 달리는 경기이다.
산 아래에서 출발하여 산 정상까지 이어진 코스를 완주한 최초의 7명만이 수호대로 발탁되며,
현재까지 왕족이나, 여자 참가자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경기에 참가하려 한다.
-
"언니! 안 나와요?"
"나가야지, 잠깐만-"
"아, 빨리 와요 언니! 이따가 큰오빠랑 아빠 올지도 모른단 말야!"
마지막으로 끈까지 챙겨 나오니 예리가 계속 궁시렁거린다.
괜히 늦어서 준면오빠나 숙부한테 걸릴지도 모를까봐 불안한가보다.
얘는 자기가 도와준다 그럴 땐 언제고.
"종대는?"
"작은 오빠요? 벌써 갔죠- 가서 준비 중일텐데?"
"잘 빠져나갔어?"
"ㅋㅋ언니가 작은오빠 건틀렛 나가는 거 큰오빠한테 말해줬다면서요. 큰오빠가 화내더니 보내줬죠. 어디 해볼테면 해보라고."
"이런, 준면오빠가 너무 얕봤네."
"그쵸? 작은오빠 분명 독기 품으면 성공할텐데."
나를 몰래 성 밖으로 빼돌리기로 한 예리를 따라서 쫓아가니 벌써 경기를 준비하는 곳이었다.
그곳엔 이미 와있던 종대가 나를 무시한채 보지도 않으며 손에 매듭을 짓고 있었다.
어쭈, 저게 날 무시하네? 벌써 경쟁자다, 이건가?
"맞다, 언니 경수오빠한텐 말 한거죠?"
"했겠니."
"경수오빠 이번 경기 끝나고 언니한테 프러포즈하는 거 아니에요?"
"뭐래."
예리의 도움으로 경기장 안으로 좀 더 들어가자 경수가 눈을 크게 뜨곤 이리로 다가왔다.
"언니 잘 다녀와요. 제발 다치지만 말아요! 다치면 나도 혼나니까!"
그런 예리에게 뒤로 묶인 손을 흔들며 인사해줬다.
이 언니가 당당하게 7등 안에 들게 예리야. 기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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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고동의 소리가 들리면 출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