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seven days(7일 동안) # Friday6
"회사 적응 좀 됐냐?"
"네."
바쁜 업무를 끝내고 잠시 쉬는 시간에 형과 티타임을 가졌다.
사무실 내 탕비실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하기에는 좋지 못해서 회사 건물 아래에 입점되어 있는 커피전문점에 내려와 커피를 주문했다.
향긋한 커피향과 부드러운 커피 위에 뿌려진 시나몬 향기가 코끝에서 살랑살랑 거린다.
커피를 마시면서 회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 그런 것 같다. 아, 그리고..."
"...?"
"그 사람...박태환씨."
"네."
"같이 산다고 했지? 살만해? 아프다며....그거 다 보고 있을 거 아냐. 괜찮냐?"
"아...괜찮아요. 그런데...마음이 좀 아파요. 아픈 것을 숨겨서...혼자서 고통을 참아내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요."
"하아...너 같으면 밝히고 싶겠냐. 자신도 받아들이기 힘들텐데..."
"...그렇겠죠."
때문에 난 기다리기로 했다. 그가 말해주기를. 태환형, 아니 태환이 나에게 고백해주기를 기다렸다.
병에 대해 밝히고 싶지 않아하는 그를 배려하고 싶었다. 홀로 통증을 견디는 모습이 못내 안타깝고 슬펐지만 그것은 내 사정이니까.
내가 괴롭다고해서 태환을 다그칠 수 없는 노릇이니까.
"그건 그렇고...제가 부탁했던 거요. 알아...보셨어요?"
"뭐? 아...그거. 야. 내가 척하면 척하고 바로 알아내는 사람이냐. 그리고 내가 그쪽 전문가야?"
"미안해요...."
"하아...너때문에 나도 미치겠다. 안 끼어들 곳도 끼어들고...머리 아파."
"나한테는 형밖에 없어. 정말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고마우면 밥사라고."
"물론이죠."
단순히 밥사는게 무슨 문제일까. 대가의 축에도 못들었다.
이렇게 최선을 다해주는 형이 참 고마웠다. 투덜대면서도 꼼꼼히 챙겨주는 형이 고마웠다.
내가 미안해 하는 것을 잘 아니까 이렇게라도 표현해주는 형이 고마웠고 몹시 미안했다.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맺히는 것이 느껴졌다. 혹여 형에게 보여질세라 입주변 근육을 움직여 표정을 풀었다.
"아, 요즘 태환형이, 아니 태환이 출근 준비 도와줘요. 참 좋더라구요."
"엉? 준비? 어떤데...?"
"넥타이를 못매는 척 했더니 대신 매주는거에요. 지금까지 어떻게 지냈냐고 하길래 묶어놓은 모양 그대로 해놓고 바꿔 끼기만 했다고 말했죠.히히."
"허...좋냐?"
"네. 좋잖아요. 맨날 혼자서 하다가 다른 사람이 해주니까 좋던데...형은 아니에요?"
"난 혼자거든? 아직 결혼 안했거든? 내가 그 기분이 어떤지 알게 뭐냐."
"형도 느껴봐요~"
"됐어. 그건 그렇고 니가 말하는 거 들어보면 신혼부부 같다?"
"에? 그런가요."
머리를 긁적이며 해사하게 웃으니 짜증과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보는 형에게 고개를 갸웃갸웃 뭣모르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이윽고 깊은 한숨을 푹 내쉰다.
"쑨. 너...지금 네 모습이 어떤지 아냐?"
"제가 어떤데요?"
"꼭 사랑에 빠진 사람같아."
"네?"
"그것도 남자를 상대로...너 게이야? 아무리 봐도 그 박태환이라는 사람 좋아하는 것 같아. 그냥 사람이 좋은게 아니라 연애대상으로 보는 것 같다고."
"....에이, 형도 무슨 말을. 그냥 태환은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형인걸요."
"정말로?"
"네."
왠지 형의 말에 부정을 하자 가슴이 따끔거려서 이상했지만 그 아릿한 통증을 무시해버렸다.
형의 말은 말이 되지 않았다. 게이라니. 난 그냥 태환을 가족같이 좋아할 뿐이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형이다.
지금까지 여자를 한번도 사겨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니고 관계도 맺어봤다.
내가 말도 안된다며 대꾸하자 형은 물끄러미 말없이 쳐다보다가 말한다.
"너, 박태환씨 보면 어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져?"
"음... 태환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행복해진달까?"
"가슴은 안 두근거려?"
"가슴? 흠....아, 태환이 웃으면 엄청 예쁘거든요! 웃는 걸 보면 막 두근두근 거려요. 심장이 간질간질하달까..."
"그런데도 사랑이 아냐?"
"에?"
"사랑이라고...바로 사랑에 빠진거라고...네가 느끼는게."
안개처럼 뚜렷한 형상없이 떠돌던 감정이었다. 그저 태환은 가족같이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와 함께 있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했고 그를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태환이 웃으면 나도 웃게 되고 너무 예뻐서 심장이 두근두근 불규칙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형은 그게 사랑이라고 말한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맞는 것도 같았다. 참으로 이상했다.
그리고 아까처럼 부정을 해야하는데 부정할 수가 없었다. 말문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언가가 목을 가로막는 것처럼 입을 땔 수가 없었다. 그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형을 바라보는 것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맞네. 사랑. 너 지금 얼굴이 어떤지 알아? 빨갛다. 사랑에 빠진 소년같아. 그런대도 아니라고 할래?"
"......"
"봐. 부정 못하잖아. 에휴...그냥 네 부탁을 안들어줬어야 했는데....너네 부모님 어떻게 뵈야하냐?"
형의 말처럼 아무것도 대꾸하지 못했다. 그냥 솟아오르는 열기를 무력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 정말 태환형을 사랑하는 걸까. 태환을 사랑하는걸까.
아니다. 정말 아니였다. 그냥 이십년동안 쌓인 그리움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를 보고 같이 살다보니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 심장은 내 머릿속과 다른 듯 했다.
아까부터 방망이질을 그만두지 못했다. 쿵쿵 거리며 격렬하게 박동한다.
태환을 떠올리자마자 행복함이 차오르고 엄청 치대는 심장을 달래지 못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가자."
멍하니 생각하기도 바빴던 나는 형이 이끄는대로 끌려가다시피 걸어갔다.
사무실에 들어와 제자리에 앉아서 일을 보면서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태환때문에 집중할 수 없었다.
제대로 업무 처리를 못하자 짜증이 난 민성형이 퇴근시간이 오자마자 어서 꺼지라며 막말을 퍼부었다.
지금 상태로 야근은 커녕 보고서조차 쓰지 못하는 나라서 얌전히 형의 말을 들었다.
차를 타고 운전하면서도 복잡한 머릿속은 해결이 나지 않았다.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서 집앞에 도착해서도 멍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습관대로 초인종을 눌렀고 태환의 목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렸다.
열린 현관문 사이로 태환이 보였다. 환한 미소로 나를 반기는 모습에 복잡했던 머릿속이 한순간에 정리되었다.
그의 얼굴에 어린 웃음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힘차게 박동하는 심장의 열기를 느끼면서 내가 형을, 태환을 사랑하는구나 깨달았다.
"쑨양. 어서와요."
이십년동안 형을 생각하며 그리움을 쌓았다.
그 그리움은 고향을 떠나게 만들었고 결국 타국에 왔다. 그곳에서 형을 찾았고 재회한 형은 예전과 달리 불행했다.
부모님을 여의고 혼자가 되어 병까지 걸린 그가 불쌍해서 동정했다.
그 동점심으로 함께 살자고 했고 함께 살면서 옛 추억을 되살렸다. 항상 곁에 있고 싶었던 그때의 마음으로 살았다.
그리고 어린 마음에도 홀렸던 그의 예쁜 눈과 미소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중첩된 감정들은 그를 사랑하게 만들었다.
나 자신조차도 모르게 가랑비에 젖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점차 사랑에 빠졌나보다.
"태환."
이제 형이라고 붙이는게 어색해져버린 호칭. 형의 이름을 불렀다.
태환은 사랑스러운 눈동자에 웃음을 담고 바라본다. 행복하다.
그의 커다란 눈동자에 비친 나는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
감정을 깨닫자 해일이 덮치는 것처럼 순식간에 물밀듯이 닥쳐왔다.
그래서 일반 연인들이 하는 것처럼 데이트도 하고 싶었다. 그렇게 부산떠는 나를 보고 민성형은 미친놈처럼 쳐다보았다.
멀쩡한 사람 게이로 만들었다며 이제 우리 부모님을 어떻게 뵙냐고 개탄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강하다고 하던가? 형의 빈정거림에도 기분 나쁘지 않았고 형의 말대로 실실 웃고 다녔다.
"형."
"왜?"
"저기 데이트하기 좋은 곳 알아요?"
"몰라. 나 사장이다. 넌 사원이고...사장님이라고 불러. 회사에서는."
"형~"
회사 사장인 민성형에게 업무보고를 하러 왔다가 태환과 데이트할 장소를 물색 하다가 도저히 좋은 장소를 찾을 수 없어서 형에게 물었다.
그러나 형은 다짜고짜 모른다고만 대답을 일관한다.
그렇게 형과 실랑이고 있을 때 형에게 보고하러 들어온 비서실장이 들어왔다.
능력이 뛰어난 여성이었고 비서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만큼 뛰어난 미모와 몸매를 가진 커리어우먼이었다.
"어머? 팀장님 애인 있어요?"
"네. 데이트하려고 하는데 마땅히 장소를 찾을 수가 있어야죠."
"오호...애인은 한국사람?"
"네."
"그럼 사귄지 얼마 안되었겠네요? 얼마 전까지는 중국에 있었으니까. 중국애인과 함께 왔을리는 없고..."
"오, 잘 아시네요."
"그럼 우선 기본적인 데이트 코스를 알려드리죠. 먼저 영화를 보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거에요."
"흐음~ 그 뒤에는요?"
"그거야 팀장님 능력대로죠. 키스를 한다거나 뭐 그런?"
"영화는 티켓 예매하면 되고...추천 레스토랑 있어요?"
"물론이죠! 아는 사람만 가는 곳인데 특별히 팀장님께 알려드릴게요."
"네."
"거긴 한번에 한팀만 받고 예약제로 운영되는 곳인데...."
비서실장과 작당하고 사장실에서 데이트 코스를 짰다.
그 모습을 한심하게 지켜보던 형은 끝나지 않은 우리의 대화에 슬슬 짜증이 났는지 버럭했다.
"지금 여기가 어딘지 알고 있습니까?"
"아, 사장님."
"김실장. 그리고 쑨양씨. 여기는 놀이터가 아닌거 아시죠? 회사입니다. 신성한 회사. 거기다 사장실!"
"죄송합니다."
눈에 불을 키고 바라보는 형을 피해 데이트에 도움을 준 비서실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후 재빨리 사장실에서 빠져나왔다.
나중에 형에게 따로 가서 내일 있을 거래선 미팅에 나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미팅 후에 정규 시간보다 일찍 퇴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태환에게 완벽히 빠져든 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형은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끈질도록 형에게 달라붙자 결국 못 이긴 척 조건을 내걸었다.
"그럼, 오늘 여기까지 처리하고 퇴근해. 그럼 네 소원 들어줄게."
"엑?"
"싫으냐?"
"아, 아니! 무조건 해!"
형이 내민 조건은 벽돌 두께만한 자료집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쓰는 것이었다. 이번 프로젝트에 꼭 필요한 자료였고 보기 좋게 분류하는 일이었다.
작업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 작업이었고 따라서 현재 시각을 생각할 때 정시 퇴근은 물건너 간 것이었다.
그러나 태환과 행복한 데이트를 위해서 그정도는 희생하자고 마음 먹었다.
태환에게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고 있으라는 문자를 보내고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화장실 가는 시간도 쪼개서 업무를 시작했다.
악마같은 웃음을 입가에 매달며 즐겁게 쳐다보는 형의 시선따위는 저멀리 구겨버렸다. 아, 힘들어.
"으~~ 다 끝났다."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일했더니 굳어버린 몸을 스트레칭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굳은 근육이 이리저리 이완시키며 창밖을 바라보니 어둑해진 검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손목에 찬 시계를 내려다 보니 밤10시를 넘기고 있었다. 어서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어질러진 책상을 정리했다.
지금까지 일 한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다. 모두 퇴근한지 오래였다.
벗어 둔 자켓을 입고 시건 장치를 확인했다. 정리한 서류가방을 챙기고 소등까지 한 후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교대로 경비를 서는 경비원 아저씨께도 수고하시라는 인사를 하고 자동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자고 있으려나..."
집에 도착해서 침실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 태환은 잠든 상태였고 여간 깊이 자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조심스럽게 옷을 벗어놓고 샤워를 했다.
편안한 옷으로 꿰어 입고 그가 깨지 않도록 주의하여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태환을 품에 끌어와 안았다. 그 과정에서 그를 깨울 뻔 했지만 이내 숨이 고르게 쉬어지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품안에서 느껴지는 태환의 체온에 행복해졌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머리카락도 졸음이 쏟아지는 나를 들뜨게 했다.
다음 날 아침 평소처럼 태환이 해주는 아침 식사를 하고 출근 준비했다.
넥타이를 매어주는 태환에게 오늘 일찍 마칠 것 같다고 말하며 데이트를 제안했다.
그가 부담스러워할까 싶어 데이트라고 못 박진 않았다. 싫다고 하면 내가 슬퍼질테니까.
그래서 태환이 직장을 그만 둔 이후로 외출할 일이 적다는 핑계를 무기로 삼았다.
"태환. 영화 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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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태환시점으로는 전혀 알 수 없는 부분입니다.
프롤로그와 월요일 챕터 1편 사이의 이야기에요~
저도 쓰면서 즐겁게 썼습니다.
쑨양이 태환에 대한 마음을 깨닫는 과정...^^
역시 아는 형은 쑨환을 밀어주고 계셔요..ㅎㅎㅎ
암호닉 |
린연 / 팬더 / 슈밍 / 마린페어리 / 흰구름 / 광대승천 / 허니레인 / 포스트잇 / 여름향기 / 아와레 / 보석바 / 순대 / 쌀떡이 / 태꼬미 / 렌 / 땅콩이 / 쿠엔크로 / 쥬노 / 아스 / 텔라 / 루키 / 잼 / 샤긋 / 빌보드 / 비둘기 / 사과담요 / 박쑨양 / 응가 / 초코퍼지 / 소어 / 회사원 / 촹렐루야 / 피클로 / SY / 우구리 / 태쁘니 / 무슈 / 태쁘닝 / 플레인 /찰떡아이스 / 그냥(부랄) / 빠삐코 / 레인 / 토야 / 하양 / 쑨양자기 / 양갱 / 소띠 / 연두 / 뺑 /아마란스 / 에트리 / 태환찡 / 김쥰슈 / 또윤 / 에이삐씨 / 오름오름 / 주엘 / 눕는독자ㅇ<-< / 햄돌이 / po쑨환wer / ㅌ/ 고구미 / 코난 / 딸기빼빼로 / 박태쁘 / 유스포프후작 / 달룽 / 탱귤탱귤 / 복숭아녹차 / 별빛 / 꾸워엉 / 차느 / 고무 / OM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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