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연 - 너 때문에
※ 손발 퇴갤 주의
요즘 남고생들 시발데레가 유행이라며? 그래서 우리학교 시발데레들도 소개해볼까 한다.
박찬열이랑 변백현은 자칭 부랄친구 타칭 츤데레커플로 이미 우리학교 유명인사들임!
얘네 일화를 풀어보자면 무박 7일을 해도 모자르니 극히 일부분만 풀고 갈게.
1. 맛있으면_맛있다고_해.txt
먼저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변백현은 내 짝지이자 우리학교에서 유일하게 요리사 지망생인 아이임.
가끔씩 주말에 쿠키를 존나 많이 만들어서 남았다고 우리반 애들한테 나눠주는데 천사가 따로 없음ㅠㅠ
손이 예뻐서 그런가 손재주도 좋아서 자기가 직접 예쁘게 포장까지 해서 줌. 맛 또한 환상적임. (갠적으로 우리엄마가 만들어주는 것보다 맛있음)
간식만 잘 만드는 게 아님 요리에 관한 자격증도 있는 변백현이 만들 줄 모르는 음식은 없ㅋ엉!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면 변백현은 항상 아침을 거르고 오는 박찬열을 위해 도시락을 챙겨옴.
(나도 밥 거르고 오는데.. 나도 백현이가 해주는 음식 먹을 줄 아는데..)
단순한 볶음밥 이런 걸로 끝이 아님
치즈를 좋아하는 박찬열을 위해서 치즈 계란말이부터 시작해서 치즈베이컨김치볶음밥, 치즈스틱, 치즈케익 등등 각종 치즈요리란 요리는 다 만들어옴.
그 많은 치즈들은 어디서 나는 건지 나는 처음에 변백현 집이 치즈공장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
암튼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교실에는 치즈냄새 작ㅋ렬ㅋ 치즈를 싫어하는 나로썬... 짱시룸... 죽을맛...
변백현이랑 박찬열 옆에만 가도 달달+고소한 치즈냄새가 장난 아니게 풍김
다른 애들보다 일찍 와서 둘이서 교실에서 맛나게 도시락 까서 먹고 있으면 몇몇 중생들이 굶주린 하이에나들처럼 달려들어서 달라고 조름
근데 그게 박찬열한테 통할 것 같음?
"김가루 하나라도 건드리면 손가락 다 부러뜨릴 줄 알아."
라고 으름장 놓으면 애들은 '뭥미;' 하면서 표정 썩창으로 변해서 제자리로 돌아감
나 역시 그냥 둘이 화기애애한 모습이 보기 좋길래 흐뭇하게 쳐다보고 있는데 박찬열이 도시락 탐내는 줄 알고 나한테 쌍욕함ㅠ
근데 또 웃긴 게 지극정성으로 도시락 챙겨오는 변백현한테 맛있다는 말 한마디도 안 해줌
"맛있지? 이번엔 오븐 시간 잘 맞춰서 치즈가 적당히 잘 녹았어."
"맛없어."
만든 사람 무안하게 맨날 맛없어 저지랄함 그럴 거면 먹지라도 말던갘ㅋㅋㅋ 막상 변백현이 갖다주면 도시락 모서리까지 싹싹 긁어서 다 먹음
=존나 맛있다!!!!!!!!!!
입가 주변에 덕지덕지 묻히고 먹으면 찬열맘 변백현은 엄마미소 지으면서 휴지로 닦아줌
아침밥 에피소드에 빠질 수 없는 사건이 있지 박찬열이 맨날 변백현한테 맛없다고 하는 이유 들킨 날.txt
그날은 박찬열 생일이었음 근데 그날은 왠지 박찬열 혼자 교실에 들어오더라 맨날 변백현이랑 둘이서 아침일찍 학교에 와서 연애하고 있더니
오늘은 웬일이지 싸웠나? 나를 포함한 호모녀들은 불안한 눈으로 박찬열을 쳐다봤지만 그건 아닌듯 기분이 굉장히 좋아보였음
아침부터 걔 친구들이 케익이다 과자박스다 뭐다 선물을 갖다바치고 박찬열은 활짝 웃으면서 선물 챙기고
근데 아침자습시간 종이 칠 때까지 변백현이 보이지 않았음 오다가 사고라도 났나? 아님 어디 아픈가?
짝지였던 난 답지 않게 늦는 변백현이 걱정됐음 그리고 흘끔 박찬열을 쳐다보니까 박찬열도 같은 생각인지 표정 졸라 어두운 채로 시계랑 앞문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음
결국 아침자습 종이 치고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10분정도 지났나. 앞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변백현이 헥헥거리면서 들어옴
학교규칙에 누구보다 엄격하고 철저하신 담임선생님이 변백현을 그냥 보낼리가 없었지 바로 복도행.
우리반이 지각하면 일주일동안 주번에다가 잔심부름은 물론, 미술실 청소랑 분리수거부터 시작해서 각종 잡일을 해야함
그간 벼르고 있던 담임이 지각을 핑계로 변백현을 데리고 상담실을 감 평소 막말하기로 유명한 선생님이어서 나는 심히 걱정됐음
근데 박찬열이ㅋㅋㅋㅋㅋ 무슨 주인님 기다리는 강아지마냥 뒷문에서 안절부절 똥마려운 사람처럼 왔다갔다 난리가 난 거임
쉬는시간 종이 치고 몇분 안돼서 변백현이 약간 어두운 얼굴로 교실에 들어옴
"너 왜 늦었어? 알람소리 못 들었냐?"
"아니. 너 아침은 먹었어?"
"못 먹었지... 근데 지금 그게 문제야? 담임이 뭐래? 또 장래희망 때문에 지랄해?"
"다행이다. 아침 먹었을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변백현은 늘 그랬던 것처럼 박찬열 책상 위에 손수건을 깔고 그 위로 보온병이랑 도시락 통, 박찬열 전용 수저를 배치함
박찬열 생일이라고 많이 신경썼는지 쇠고기 미역국에 건포도가 박힌 조각치즈케이크, 영양밥, 잡채 등 완전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음
여기서 중요한 건 이중에 단 하나도 변백현이 안 만든 게 없다는 거.
주변에서 구경하던 애들이 변백현이 도시락 뚜껑을 하나씩 개봉할 때마다 탄성을 질렀음 그정도로 정성이 甲
박찬열도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변백현을 쳐다봄 변백현은 쑥쓰러운 듯 그냥 허허 웃기만 하고
숟가락으로 미역국을 한 입 떠먹은 박찬열이 어깨를 움찔 떨었음 맛있나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박찬열은 애써 내색하지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밥을 먹기 시작함 오늘도 맛있다는 말 한마디 없는 박찬열을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던 변백현이
"맛있어?"
하고 물으니 박찬열이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음. 맛없어. 입에 한가득 잡채를 우겨넣고 맛없댄다.
누가봐도 맛있게 잘 먹고 있었지만 변백현 표정은 '맛없어' 라는 말을 듣자마자 확 안 좋아짐.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눈썹이 일그러지더니 입술을 꾹 깨물더라
당황한 박찬열이 왜그래? 하고 묻자 변백현이 벌개진 눈으로 박찬열을 노려보더니 빠르게 도시락 뚜껑을 다시 닫기 시작했음
"먹지 마."
"어?"
"내가 이거 만들려고 얼마나.. 새벽부터 고생한 줄 알아? 근데 뭐? 맛없어?"
"....."
"넌 맨날 맛없어, 맛없어. 만들어주는 사람 성의를 봐서라도 맛있다는 말 한 번이라도 해주면 어디가 덧나냐? 그래, 여태까지 맛없는 음식 먹느라 고생했다.
이제 이딴 맛없는 도시락은 안 싸올게. 굶던지 말던지!"
"너 설마 오늘 이거 만든다고 늦었어?"
"그래 이 개새끼야!!"
변백현은 분을 참지 못하고 씩씩거리면서 도시락을 넣은 종이가방을 들고 벌떡 일어나서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했음
근데 그때 박찬열이 변백현 팔뚝을 똭!!!!!!!!!!!!!!!!!!!
"놔."
"맛있게 잘 먹고 있는데 왜. 줬다 뺏는 게 제일 치사해."
"지금 나 놀려?"
"맨날 아침마다 나 때문에 고생하는 거 보기 싫어서 그랬어. 맛없다고 하면 안 챙겨올 줄 알고. 너 이거 만든다고 30분은 더 잘 수 있는 거 못 자고 학교 오잖아.
안 그래도 못생긴 얼굴 퉁퉁 부어서 학교 오면 얼마나 안쓰러운 줄 알아?"
"......"
"넌 왜 이 깊디 깊은 형아의 마음을 몰라주냐."
"그렇게 말하면 멋있어 보일 것 같애? 어?!"
"아이 진짜. 내가 잘못했어, 응? 그러니까 우리 백현이가 만들어 온 미역국 좀 마저 다 먹자. 나 아침에 너 기다린다고 미역국도 못 먹고 왔어."
박찬열이 뒤에서 부둥켜안고 좌우로 흔드니까 변백현 그새 기분이 좋아져서 실실 웃더라.
왠지 자리를 비켜줘야 될 것 같아서 나랑 아이들은 조용히 물러났다고 한다.
그 후로도 박찬열은 늘 맛없다고 구박했지만 변백현은 박찬열 입에 묻은 걸 닦아주면서 다 안다는 듯 엄마미소를 짓기만 할 뿐, 화내는 일은 없었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