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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 이준혁 샤이니 강동원 온앤오프 엑소 김남길
노란 딸기 전체글ll조회 2202l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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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공포증 

 : 남성 공포증은 공포증의 하나이며, 남성과의 교류를 극도로 두려워하고, 혹은 남성이 함께 있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병적 심리를 말한다. 남성이 대화를 시도하거나 말을 걸어올 때 혹은 남성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낀다. 신체적으로는 얼굴이 붉어지고 식은땀을 흘리거나 극심한 경우 불안감에 몸을 떨기도 한다. 원인으로는 어릴 때 왕따의 경험이나 아버지에 의한 학대 및 잊어버리지 못하는 싫은 남성에 대한 기억이 트라우마가 되어 이러한 남성 공포증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방탄소년단/김태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02 | 인스티즈 

 

 

 

 

 

 

 

 

 

 

 

그날 밤은 내내 악몽에 시달렸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과거도 떠올랐고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 한 그 남자의 실루엣은 대체 왜 나오는지 밤새 날 괴롭혀댔다. 비명이 터지며 눈이 떠졌고 머리도 마구 흐트러져선 온몸이 땀으로 가득했다. 찝찝했다. 더러운 기분에도 출근을 해야 했고 어렵게 매트리스에서 몸을 일으켜 당장 욕실로 들어가 이 찝찝한 기분을 씻어내기 위해 샤워를 했다. 


밥도 넘어가질 않았다. 꿈속에서 도망 다니느라 알람도 듣질 못 했으니 시간이 조금 지체되어 차라리 아침을 넘기는 편이 나았다. 그저 생수 한 통을 쭉쭉 원샷하고 바로 문 손잡이를 잡았다. 순간 멈칫. 평소와 다르게 문을 쉽게 열 수가 없었다. 혹시 아직도 있으면 어쩌지. 립스틱을 발라 코팅된 아랫입술이 지워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못 한 채 앙- 다물고 조심조심 문을 열었다. 다행히도 어제의 그 끔찍한 실루엣은 보이지 않았고, 그렇게 크게 한숨을 쉬어본 것도 진짜 오랜만이었다. 

 

 

출근길은 여전히 붐볐다. 지하철이고 버스고 어디 하나 숨 쉴 구멍이 없었다. 이러니 내가 차를 사야지. 그러다 통장 잔고가 문득 떠올랐고 그런 생각일랑 머릿속에 있는 휴지통에 구겨서 버리는 게 답이었다. 

같이 부대끼는 것도 싫었다. 몸이 닿는 것도 싫었다. 눈에 보이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눈을 꽉 감고 숨을 참고 주먹을 꽉 쥐었다. 늘 그랬다. 그래서 내겐 차가 더욱 필요할 테지만 언제까지 이럴 수는 없는 노릇. 돈도 돈이지만 일부러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것도 있었다. 나도 이제 좀 고쳐보고 떨쳐내고 이겨내려고. 하지만 억지로 나 자신을 괴롭혀도, 결과는 늘 같았다. 그래도 고등학생 때보다는 나아진 편이었지. 여전히 눈을 마주하고 대화를 하진 못 해도 몇 마디 주고받을 수는 있으니까. 

처음 직장에 들어가고는 정말 모든 것이 난관이었다. 내가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 싫어도 마주해야 했고 대화를 해야 했고 몸이 닿아야 했다. 그래서 혼자 얌전히 집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찾으려 했지만 그게 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요즘 취업이 얼마나 힘든데. 이것저것 가릴 형편이 못 되었다. 졸업을 하고 몇 달은 집에서 띵가띵가 놀았다. 마음과 몸은 편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노는 건 내 의지가 아니었음에 얼른 직장을 찾아야 했다. 엄마의 걱정도 자꾸 날 짖눌렀으니 편한 직장만 찾으며 언제까지 시간을 버릴 수가 없어 선택한 곳이 바로 지금 내가 다니는 이곳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내가 마냥 이상하고 예의도 없으며 싹수까지 말아먹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나를 잘 모르니까. 그래서 내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이 없었다. 일단 낯가림이 심한 내 몫도 있었고 긴장을 하면 툭툭 내뱉는 투의 말투도 한 몫했다. 게다가. 특정 사람들에게 나오는 내 웃기는 행동이. 그게 큰 몫을 했지. 낯가림과 말투야 지내다 보면 그게 내 성격이겠거니 이해해 줄 수 있겠지만. 내 이상한 행동은 내가 봐도 당최 이해가 안 되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하지만 나는 이해를 바라지 않았다. 내가 날 잘 아니까. 그래서 회사에 입사하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처음과 같았다. 여전히 사람들은 내게 차가웠고 필요할 때만 나를 찾았고 수군거림 또한 여전했다. 더 나아지길 바라지만 그렇다고 노력은 따로 하지 않는다. 무서우니까. 가까워지고 싶지만 가까워지기 싫은 그런 거지 같은 마인드가, 내겐 있었다. 어차피 여기 있는 사람들도 나를 외면했던 그들과 같을 테니까.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쪽에서도 날 알아주고 이해해주려 하지 않는데 나 혼자 노력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이런 사고방식이 내 주위에 단단한 울타리를 만들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사람은 금방 변하지 않고 한번 박혀버린 트라우마는 쉽게 깨지지 않는다.

 

 

 

 

 

 

 

 

 

 

 

[방탄소년단/김태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02 | 인스티즈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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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혼자 생각을 하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회사에 도착해버린다. 생각이 많은 게 마냥 나쁜 건 아니었다. 잠깐 참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나만의 세계에 빠져버렸고 눈을 뜨면 금세 지나가 있으니까. 

 

 


"안녕하세요."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친 상사에게 인사를 하면 날 위아래로 훑으며 차갑게 고개만 까딱할 뿐이었다. 나 또한 예의상 건넨 인사일 뿐이니 무시당한다 해도 그렇게 상처를 받거나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서로 오가는 간단한 대화도 없이 나란히 서서 야속하게 맨 위층까지 찍고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러다 얼마 전 새로 들어온 인턴이 우리 쪽으로 인사를 하러 오면 나 또한 뻘쭘하게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지나쳐 비상구로 도망을 쳐버리는 것이다. 비상구 문이 닫히면 나도 모르게 저지른 행동에 자신을 탓하며 또 한숨을 쉬겠지. 나는 아직 멀었다. 나의 행동으로 인해 그 인턴이 느꼈을 감정에 대해 생각하기도 전에 냅다 튀어버리는 나 자신이 한심했다. 바보같이. 이게 벌써 몇 번째인지. 아무리 버텨보아도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은 무리였다. 모르고 이미 타버렸거나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참아내고 싶어도 몸이 먼저 반응해 홀랑 도망을 쳐버리니. 큰일이었다. 

 


아침을 먹지 않고 바로 나온 터라 조금 일찍 회사에 도착해서 다행이었지 조금만 늦었으면 계단을 달리지 않고는 지각을 면하지 못 했을 것이다. 가뜩이나 미움받고 있는데, 지각은 안 되지. 벌써 몇번이나 이런 상황 때문에 지각을 했고 뭐라 변명할 말이 없었다. 저 인턴이 들어오고는 그런 일이 더 잦아졌으니 뭔가 방법을 찾아야 했다. 참고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든, 지금보다 더 일찍 출근해서 매번 계단을 오르든, 아님 아주 일찍 회사에 도착해 널널하게 나 혼자 엘리베이터를 독차지하든. 뭐든 간에 하나 선택에서 꼭 지키리라 마음 먹는다. 

그렇게 숨을 헉헉거리며 내 자리에 도착하면 어제 끝내놓은 것들이 다가 아니었는지 배가 되어 돌아온 업무들이 책상 위에 가득했다. 지각을 하든 안 하든 미움을 받는 게 분명하다. 

 

 


"왜 엘리베이터 같이 안 타셨어요? 더우시죠! 여기-." 

 

 


언제 내 옆으로 왔는지 아까 지나쳤던 그 인턴이 내게 다가와 살가운 말과 함께 시원해 보이는 오렌지주스를 건넸다. 왜 안 탔냐니. 그쪽 때문이지. 왜 이 사람 때문에 아침부터 그 고생을 했을까 한탄의 목소리가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꾹꾹 눌렀다. 그건 이 사람의 잘못이 아니니까. 단지 인사를 건넸을 뿐인데 냅다 도망을 쳐 버렸으니 그런 목소리는 이 남자가 내야 하는 게 옳았다. 

그리고 이 남자는. 모두가 날 미워하고 싫어하고 피할 때 유일하게 따뜻하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었으니까. 그저 상사인 내게 아부를 하는 것이겠지만. 그런 이 남자에게 항상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나한테는 예쁨을 받아봤자 소용이 없어요. 내게는 잘 보여봤자 별로 이득이 될게 없어요. 그렇게 말해주고 싶지만 굳이 내게 살갑게 구는 것을 말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런 살가움이 나를 더 귀찮고 힘들게 하지만 그래도 나쁜 것은 아니니 참아줄 수 있었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활짝 웃으며 눈을 맞춰주고 싶지만 쉽게 그 사람에게 돌아가지 않는 고개를 억지로 돌리기 위해 식은땀까지 흘리며 애를 쓰고 있었다. 생글생글 웃으며 내가 오렌지주스를 받아 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시간을 더 지체할 수 없어 결국 포기하고 손만 뻗었다. 

 

 


"고마워요." 

"네-!" 

 

 


매번 뭐가 저렇게 즐거울까. 그 사람의 호의에도 난 딱딱하게 말이 나갔다. 긴장이 되어서 그런 거지, 그런 퉁명스러운 투로 답해주고 싶지는 않았는데. 내 의도와는 다르게 또 차갑게, 정 없이, 전혀 고맙지 않은 투로 말이 토해진다. 그럼에도 그 인턴은 여전히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듯 싶었다. 저렇게 신이 나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괜히 미안함이 더 번졌다. 

인턴이 떠나가고 손에 쥐여있는 시원한 오렌지주스를 빤히 보았다. 병표면엔 통통한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신 것을 좋아하지 않아 잘 먹지 않는데 매번 말을 한다는 게 미안해서 입을 뗄 수가 없었다. 말이 또 딱딱하고 정 없게 나가진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그래서 서랍에 쌓여있는 오렌지 주스만 몇 개인지. 오늘도 하나 늘었다.

 

 

 

 

 

 

 

 

 

[방탄소년단/김태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02 | 인스티즈 

 

 

 


여기서 나만 바쁜 것 같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키보드를 또닥또닥 서류를 팔랑팔랑. 주위를 둘러보면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급해 보이지도 바빠 보이지도 않았다. 왜 나만 바쁘냐고. 왜 나만 이렇게 열심히냐고. 저기선 킥킥 크게 터지려는 웃음을 참아가는 소리도 들리는데 말이다. 아, 나 말고 한 사람 더 있네. 그 인턴. 저 남자도 참 바빠 보였다. 인턴이 뭐가 그렇게 바쁜지.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잔심부름을 해치우려고 사무실을 헤집고 다녔다. 바빠야 하는 게 맞구나. 

또다시 집중을 하고 많은 그 업무들을 열심히 머리와 몸을 굴려가며 처리하고 있다보면 문득문득 생각에 잠겼다. 정말 이사를 가야 하는 건가. 오늘 내 머릿속에서 풀어낼 문제는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엔 대체 날 얼마나 미워하는 적군이 있는 것인지 자꾸 나를 설득시키는 것이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한 설득만 될 뿐, 결국 내가 이사를 갈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한쪽 귀퉁이엔 이사 가야 하는데..., 라며 힘없고 약한 아군이 싸우고 있었지만 역시나 역부족이었나 보다. 

너 이 집 구한다고 얼마나 뛰어다녔어? 다른 곳 가봤을 때 여기보다 더 나은 집 있었어? 여기보다 거리상으로 좋은 데 있었어? 보증금은 어쩔 건데? 너 모아둔 돈 있어?
이사를 가야 한다는 이유는 정리도 다 하지 못 했는데 현실적으로 생각하라는 질문들은 답을 하기도 전에 내 말문을 막으며 와르르 쏟아졌다.
어제 니가 과민반응 한 거라곤 생각 안 해봤어? 다른 사람들이었으면 그렇게 반응했을까? 그 남자가 너한테 무슨 짓을 했어. 사실 아무 짓도 안 했잖아? 너 고친다며, 노력한다며?
그래 알았다고. 그만 좀 해라. 마치 자아분열이 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 저렇게 말을 잘 해? 실제로는 내뱉지도 못 하면서. 

맞는 말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맞는 말이다. 뭐라고 반박할 생각이 없었다. 정말 그 남자는 내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는데. 실은 좀 미안하기도 했다. 어제 그렇게 갈 때까지 갈 망상들을 뱉어냈으니. 죽인다느니 잡아먹는다느니. 그 남자도 적잖게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손목 하나 잡았다고 기겁을 하질 않나. 매번 욕을 해대던 다른 사람들과 내가 뭐가 다르냔 말이다. 그 남자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마음대로 오해를 해버렸다. 내가 들은 건 집착이란 단어와 오빠라는 단어뿐인데. 사실 내 상식선에선 이해 불가지만 말이다. 그 여자가 뭘 잘못 알았을 수도 있는 거고. 내 마음대로 몇 분간의 대화로 그 사람을 판단할 권리는 없었다. 그렇게 겁먹을 필요도 없고. 사람을 조심하는 건 좋지만 그렇게 세상천지 최고로 나쁜 사람인 양 구는 것도 예의는 아니다. 실제로 내게 한 것도 없으니. 어제 그렇게 생난리을 쳤는데. 생각해보니 쪽이 팔리기도 했다. 살인마라도 만난 것처럼 말이야. 온갖 나쁜 생각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한 것 같다. 이제와 좀 미안하긴 하네. 그래도 '나랑 사귈래요?'는 좀 너무 한 거 아닌가? 그건 좀 너무한다. 백번 양보해도 그건 좀 너무했어. 

 

 


"김아미씨." 

 

 


생각을 얼마나 깊게 하고 있었는지. 하던 업무마저 놓아버리고 시간이라도 멈춘 듯 혼자 얼음이 되어서 초첨을 못 잡고 있으니 누군가 똑똑 소리를 냈다. 잊고 있었다. 여긴 마음 놓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집도 아니고, 생각을 해야 마음이 그나마 놓이는 출근길도 아니라는 것을. 나는 지금 돈을 받고 일을 하기 위해 이곳에 앉아있다는 것을. 

 

 


"일 안 합니까?" 

"죄송합니다." 

 

 


누군지 올려다보곤 다시 빠르게 고개를 푹 숙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왜 하필 이럴 때 걸린 거지. 억울하게도 방금까지 열심히 일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꼭 잠깐 놨을 때 보고 그런다. 이럴 때 보면 팀장실이 없는 게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렇게 큰 규모의 회사가 아닌지라 팀장실까지 마련해줄 공간과 자금이 없는 모양이었다. 만약 팀장실이 있었다면 지가 뭐라고 혼자 그렇게 큰 공간에서 일하느냐며, 버티칼까지 꽉꽉 치고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 우리는 보지도 못 하게 해놓느냐며, 우리에겐 힘든 일 다 시키고 자기는 펑펑 놀고 있을지 어떻게 아느냐, 발발 뛰며 욕이란 욕을 다 털어 씹어댔을 게 안 봐도 비디오였다. 하지만 이럴 때면 내 사비를 털어서라도 마련해주고 싶었다. 제 자리에 앉아서 얌전히 제 업무나 처리할 것이지 왜 굳이 이때 일어나서 내게 쓴소리를 하냐고. 사람 일이란 건 참 재수가 없다. 

생각은 그렇게 해도 눈 한 번 마주치지 못 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으면 아래로 보이던 신발이 큼큼 헛기침 소리를 내며 내게서 멀어졌다.

 

 

 

 

 

 

 

 

 

[방탄소년단/김태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02 | 인스티즈 

 

 

 

 

"오늘도 집에 일이 있는 겁니까?" 

"아... 저 그게...." 


"에이, 팀장님- 아미씨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냥 우리끼리 가요!" 

"그러게. 맨날 빠지네? 우리랑 같이 놀기 싫다는데 그냥 가죠." 


"죄송합니다." 

 

 


이놈에 회사는 무슨 회식을 이리도 자주 하는지 틈만 나면 회식이지. 돈이 아주 썩어나는 듯싶다. 덕분에 나는 매일 핑계를 이리저리 대느라 바빴다. 나도 굳이 가고 싶지 않았고 누구 하나 반겨주지도 않는데 눈칫밥을 먹으며 그 자리에 앉아있을 이유가 없지. 하긴 애초에 내가 저 자리에 한 번 끼지도 않아 사태가 이렇게까지 심각해진 것도 같지만 그 오해를 풀고 싶지도, 저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지도 않았다. 날 위해서 해주는 말인 듯싶지만 똑똑히 보이는 저 가시들을. 같은 여직원들이었다. 얼굴도 꽤 반반하고 나이도 젊고 능력도 좋은, 팀장 옆에 딱 붙어서 내가 떨어져 나가기만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언제 한번 탕비실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옅들은 건 아닌데 그냥 그곳을 지나가다 우연히 들었다. 방어가 그렇게 허술해서야. 일부러 나 들으라고 그러는 건가 싶기도 했다. 

김아미씨 말이야. 좀 웃기지 않아?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해서 마치 날 아는 듯 떠들고 있었다. 자신들과 남자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며 사실은 그게 어떻게 한번 꼬리를 쳐보겠다고 하는 행동이라는 결론이 나오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꼬이면 그런 생각이 드는지. 아주 대단하신 작가님들 나셨다. 어쩐지 내가 이들에게 하는 행동은 그리 이상하지도 피할 만하지도 않은 지극히 평범한 것들인데 좀처럼 사이가 좁혀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지. 뒤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들을 들이밀고 있으니 내가 곱게 보일 리 없었다. 오해를 풀자니 그럼 내가 이 망할 뒷담화를 들어버렸다는 것을 밝혀야 하며 내가 뱉고 싶지 않은 말들까지 뱉어야 했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오해들이 날 감싸와도 난 참으며 하지도 않은 인정을 하는 꼴이었다. 참 거지 같았다. 나는 날 평생 괴롭히는 것들을 이겨낼 기회도 스스로 차버리며 참고만 살아야 했다. 그러니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는 건 착한 일 하나 하지 않고 양말 앞에 앉아 산타를 기다리는 것과 같은 격이었다. 그렇게 서로를 향한 오해는 뚝뚝 쌓여가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들이 내가 빠지길 바라는 건 굳이 티를 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알아서 꺼져줄 테니 날 잡아오는 이 문제의 원인들만 가만히 있어주면 되는 일.
하지만 그것마저 날 도와주지 않는다.  

 

 


"같이... 가시면 안 돼요?" 

 

 


아까 그 인턴. 더 이상의 다 보이는 톡 쏘는 쓴소리들을 듣고 싶지 않아 짧게 인사를 하고 떠나려는 날 아쉬운 눈빛으로 잡았다. 이러지 마시라구요. 팀장도 부족해 이 남자까지 날 잡아오니 여직원들의 눈은 더 찢어지고도 남았다. 저거 보라며. 벌써 홀렸다며. 웃기지도 않는다. 제대로들 착각을 하고 있다. 이 남자는 예의상 날 잡아오는 거지, 그런 쪽으로 날 잡는 게 아니라는 것을. 글쎄 내게 이렇듯 대해줘도 하나도 득 될게 없는데 이 남자는 여전히 자신도 모른 채 나를 더욱 괴롭히고 있었다. 이 남자가 싫어서는 아니지만 일부러 붙어 있는 상황도 피하고 대답도 짧막 짧막, 자주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을 했는데도 이 남자는 자꾸 다가왔고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 같으면 벌써 저기서 나를 불여우라며 쳐다보고 있는 여자들 틈에 살풋 들어가 그녀들과 같은 눈빛을 보내주고 말 텐데 말이다. 서로가 피곤한 짓을 하고 있었다. 

 

 


"죄송해요. 집에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그래도," 

 

 


또.
그 남자는 아무 생각 없이 내 팔을 잡은 거겠지만 괜히 발작을 하며 그 손을 쳐내고야 만다. 이번엔 꽤 많은 시선들이 날 향하고 있었는데. 매정하고 차갑게 그 따뜻한 손길을 쳐내고야 만다. 무슨 반사 신경이라도 되는 듯 그 남자의 손이 내 몸에 닿자마자 '닿았다. 참자.'라는 생각이 뇌까지 전달되기도 전에 행동은 나가버린다. 이 남자를 싫어하는 것도 나를 만지는 것이 더러워서도 아닌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나간 행동이었기에 되려 내 입이 벌어졌다. 순간 모든 것이 얼어붙은 듯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매정하게 쳐버린 그 상태로 몸이 굳어 시선만이 잔뜩 기분이 나빠져 있을 그 남자의 표정을 살폈다. 사과해야지. 다행히 든 생각은 그것이었다. 내가 잘못을 해도 한참을 잘못 했으니까. 나름 날 생각해서 같이 가자고 해준 거였는데, 내가 잘못했다. 가뜩이나 미움을 받고 있는데. 내가 무슨 행동을 해도 안 좋은 쪽으로 내비칠 텐데 이건 뭐 빼박 좋지 않은 행동이었다. 그나마 썩 나쁘지 않았던 분위기는 나로 인해 순식간에 바닥으로 축 처져버렸고 다른 사람들의 표정 또한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결코 아니었다. 정말 내 속은 그게 아니었는데. 딱 몇 분만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 

 

 


"아! 죄송해요! 기분 나쁘셨죠? 저도 모르게," 


"아니 무슨, 벌레가 닿는 것도 아니고. 왜 저렇게 과민반응이야? 아, 그렇다고 지민씨가 벌레라는 건 아니고! 내 맘 알죠?" 

"그러게- 지민씨 무안하겠다." 

"지민씨가 왜 사과를 해요? 하도 빠지니까 자기 위해서 그러는 건데 그것도 모르고 말이야. 참나." 

 

 


나보다 먼저 그 인턴의 입에서 사과의 말이 나왔고 아니라며 다시 내가 사과를 건네려는데. 관람객이었던 다른 사람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그럼 나는 방금까지도 그토록 미안했던 마음을 저기 밑으로 던져버리고 대신 분노라는 감정이 쏟구친다. 내가 왜 저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거야. 물론 이 인턴은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내 잘못인데도 먼저 사과까지 해주었는데. 하지만 내 기분을 마구 구겨놓는 건 정작 나를 제대로 알지도 못 하는 사람들에게서 날아온 이유 모를 비난이었다. 나는 당신들과 다르니 이해를 해주길, 그런 것은 바라지도 않았다. 나도 알아. 나도 안다고. 습관적인 나의 행동으로 상대가 얼마나 기분이 상했을지, 얼마나 무례한 행동이었는지. 나도 잘 안다고. 그럼에도 또 실수를, 잘못을 해버리고 만다. 그 순간 흩트려진 내 감정 때문에. 

 

 


"아니에요! 제가 잘못했는데.... 제가 죄송해요. 앞으론," 

"그러게," 

"...." 

"그러게 왜 허락도 없이 남의 몸을 만져요!" 

 

 


그렇게 큰소리를 내버린다. 정작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은 나인데. 더 큰 잘못을 저질러버리는 것이다. 잔뜩 미안한 투로 당황해하며 내게 사과를 건네주던 그 사람에게 되려 화를 내버린다. 생각과는 다르게. 진심과는 다르게. 다정한 말 한마디 해준 적 없으면서 처음으로 큰소리를 내질러버렸다. 그렇게 여전히 머리 위로 땀땀을 그리고 있는 그 인턴을 뿌리치고 그들에게 등을 돌려 앞으로 걸어나갔다. 얼른 자리를 피해버려야지 안 그러면 통제하지 못 하고 또 어떤 다른 못된 짓들을 할지 모르니까. 듣기 싫어도 일부러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로 흉을 보는 그 목소리들이 내 귀를 때려와 당장이라도 다시 돌아가 왜 알지도 못 하면서 떠드냐며 한 소리 해 주고 싶지만 꾹 참는다. 

 

 


"지가 왜 화를 내? 그렇게 잘못한 거야? 사과도 했는데." 

"그러니까요!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 

"지민씨, 너무 신경 쓰지 마요. 원래 좀 이상한 사람이야." 

 

 


원래 이상한 사람이 어딨어. 니가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지껄여. 니가 나처럼, 니가 나처럼.... 등 뒤에선 내 속과는 다르게 깔깔거리며 멀어지는 저 재수 없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자리에 멈춰 주먹을 꽉 쥐었다. 이렇게 참다가는 마음의 병을 하나 더 얻을 것만 같았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참는 것인데 이게 정말 나를 위한 걸까. 둥글게 둥글게, 화가 나도 더러워도 어떻게 한 번 같이 잘 지내보겠다고 꾹 참으면 그걸로 상대를 더 우습게 본다니, 정말 재수가 없었다. 

애초에 이렇게 틀어져버린, 꼬여버린 원인을 생각하다 모두 내게 있다는 자책감에 입술까지 꽉 물어버린다.

 

 

 

 

 

 

 

 

 

[방탄소년단/김태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02 | 인스티즈 

 

 

 

 

그런 기분으로 얌전히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한 잔이라도 걸쳐야지 마음이 그나마 가라앉을 것 같아서. 혼자 덩그러니 포장마차에 앉아있었다. 외롭지도 않았다. 내가 자초한 건데. 성격이 참 거지 같아서 한번 화르르 타올랐다 또 금방 푹 죽어버린다. 그러니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어도 좀전의 상황에 대한 분노보단 후회만 가득 남아있었다. 앞에 놓인 두 쌍의 어묵을 보곤 얘네도 혼자가 아닌데 하며 나는 뭐, 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훅- 한숨을 쉬고 술잔을 입에 털었다. 

조금만 더 참고 누를걸. 이미 그 사람의 손을 쳐버린 거, 그건 어쩔 수 없고. 욕을 먹어도 남들이 뭐라 지껄여도 내 잘못이니까 내가 잘못한 거니까. 조금만 더 누르고 사과할걸. 눈 한 번 쳐다봐주고 어렵더라도 애 좀 써서 미안한 표정을 지어줄걸. 정말 미안한 마으만은 진심이었는데. 후회만 푹푹 밀려왔다. 그래도 이 차가운 곳에서 이유가 어찌 되었든 따뜻하게 대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는데. 내일부터 다른 사람들처럼 욕을 하든 날 없는 사람 취급하든, 난 뭐라 할 말이 없다. 

 

 


"여기 소주 한 병이랑 음... 이모님이 잘하는 거!" 

 

 


함께 붙어있던 어묵에게 너 또한 내 처지를 느껴보라며 하나 들어 내 입속으로 찢어놓으려는데 옆 테이블에서 또랑또랑한 저음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순간 몸이 움츠러 들었다가 금세 다시 쭈욱 폈다. 내가 왜 쫄아야 해. 뭐 잘못한 것도 아닌데. 이제 고치자면서 또 까먹고 익숙한 듯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방어태세를 갖춰버리니, 후- 한숨을 쉬고 어묵을 입에 집어넣었다. 한심했다. 방금까지 후회를 해놓고 또 정신 못 차리고 이러고 있는 내 모습이. 바보 같고 답답했다. 갈 길이 아직도 한참 멀었다. 

 

 


"에이, 이게 이모가 잘하는 거야? 나 이거 싫은데?" 

"뭐 어쩌라는 거냐? 그냥 주는 대로 먹어." 

"하는 수 없지! 착한 내가 맛있게 먹어줄게요." 

"나 참, 별 이상한 놈 다 보겠네." 

 

 


아까부터 들리는 그 목소리가 익숙한 것 같아서, 또 대화 내용이 괜히 호기심을 끌어서. 바로 옆에서 들리는 그 목소리가 자꾸만 귀에 박혔다. 술 몇 잔 걸쳤다고 꼴에 용기라도 생긴 건지. 쓸데없는 호기심에 굳게 잠겨있던 눈동자가 그 소리를 찾아 돌아갔다. 

주인아주머니와 실랑이를 하는 건지 대화를 하는 건지 그 남자는 방실방실 웃으며 소주를 까고 있었고 깜빡깜빡 눈치를 보는 그 와중에 하필 딱- 눈이 마주쳤다.
낯이 무척 익은 게. 

 

 


"어?" 

 

 


눈이 마주치자 빠르게 내 테이블로 다시 고개를 돌려 애꿎은 어묵을 괴롭히며 이를 딱딱 거리고 있는데 애석하게도 인기척이 가까워 지고 있었다. 순간 몸이 긴장한 듯 등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손도 축축해지는 것 같고. 얼굴도 달아오는 듯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대체 왜 그쪽을 쳐다봤냐며 입술을 앙 다물고 발을 동동 굴렀다. 지금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여길 떠나야 하는 건가. 갑자기 일어나면 이상하게 생각할까. 술 취한 척할까. 

 

 


"안녕하세요." 

 

 


생각은 백번 천번 해봤자 움직이지 않는 몸을 덜덜 떨고만 있는데 안타깝게도 그 남자는 비어있던 내 앞자리에 떡- 하니 앉아 넉살 좋게 인사를 건넸다. 왜지. 왜 나한테 인사를 하는 거지. 혹시 아는 사람인가. 회사 사람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얼굴을 자세히 확인하고 싶었지만 목이 딱딱하게 굳어 반질한 내 정수리만 그 남자를 반겼다. 남자의 표정이 어떠한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하나도 보이질 않았고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머릿속은 하얗게 백지가 되어갔다. 

 

 


"인사 안 받아줄 거예요? 아, 나 모르나?" 

"...." 

"나 옆집," 

 

 


옆집. 옆집이라면, 어제 그 남자?
어째 자꾸만 호기심이 생기더라니. 사람의 소름끼치는 촉이었을까, 직감이었을까. 그 남자였다. 지난밤 내게 끔찍한 악몽을 선사한, 그 남자였다. 집에서 가까운 이곳에 오는 게 아니었지. 내가 잘못  판단했다. 이사를 갈까 고민하는 마당에. 너무 방심했지 내가. 그의 말에 덜덜 떨던 몸이 정말 딱 멈춰서는 떨 수조차 없었다. 얼어버렸다. 모든 신경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낮에 정리했던 내 생각들은 어디로 벌써 다 흩어진지 오래였다. 이 남자로 인해 내가 겁을 먹은 것도 괜한 망상으로 나 자신을 더 괴롭힌 탓이라는 결론도 나왔고 어쩌면 아주 나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조각까지 맞춰졌는데. 당장은 그 밤 식은땀이 줄줄 나던 끔찍했던 기억만 떠올라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내 말 들어요?" 

 

 


옆집이란 단어가 귀에 들어온 후부턴 음소거를 누른 듯 주위가 온통 조용해졌다. 그다음 저 남자가 뭐라고 했는지는 당연히 듣지도 못 했고. 어제 일을 꺼냈을 수도 있을 텐데 차라리 들리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제 내게 왜 그랬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그를 향한 무서움과 두려움이 더했으니까.

 

 


"또 그러네. 잡아먹는 거 아니라니까." 

"...." 

"아, 내가 너무 급했다, 그죠?" 

"...." 

"알았어요, 일어날게. 그래도 담에 보면 인사해줘요!" 

 

 


사실 꽤나 무례한 행동인데. 사람 면전에 정수리로 답하는 것이. 하지만 침착하고 나긋하기까지한 그의 목소리는 그다지 기분이 상한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결국 내 입은 한 번도 열리지 않았고, 그대로 그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원래 앉아있던 자신의 테이블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제서야 후- 숨을 내쉬었다. 죽을 뻔했네. 온몸에 힘이 쫙 빠졌다. 내게 왜 인사를 해왔는지, 왜 친한 척을 하는지 짐작조차 못 하겠지만 이 자리를 계속 지키고 앉아있을 필요는 없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반이나 남은 술잔과 먹다만 어묵을 버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쭈볏쭈볏 계산을 하고 남자가 다시 돌아가 앉아있는 그 자리를 애써 피하며 포장마차를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더욱 안심이 되는 듯 숨이 훅훅 쉬어졌다. 긴장도 풀리고. 흘렀던 식은땀이 차가운 바람에 말리며 상쾌한 기분까지 들었다. 혼자 술 마시기 좋았는데 이제 이곳은 못 오겠구나. 아직 소주가 2/3나 남아있는데 아깝게 그냥 버리고 왔네. 여유롭게 남기고 온 소주 걱정도 해주었다.
근데 그 남자는. 어떻게 내게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 수 있지.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나 못지않게 그 사람도 이상한 사람인 듯.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사람이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어제나 오늘이나. 

 

 


"잠깐만요!" 

 

 


안심을 하며 천천히 걷고 있는 그때 뒤에선 다시 그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번엔 가쁘게 몰아쉬는 숨소리까지 뒤엉켜 빠르게 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다시 몸을 웅크리고 들고 있던 가방을 꽉 쥐었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왜 벌써 가요! 설마 나 때문에 가는 거," 

 

 


아까 내게 다가왔던 그 인턴의 손과 같은 곳에 이 남자의 손이 닿았고 그때와 같이 또 그 손을 내치려는 듯 익숙하게 반대 손이 들리자 이를 꽉 물며 참았다. 두 번은 안돼. 일단 참자. 어떻게든 참아보자. 이 사람이 누구든 간에 결국 그렇게 쳐버리고 나면 온종일 후회하며 또 나 자신을 괴롭히겠지, 꽉 참았다. 

 

 


"아니에요." 

 

 


말을 끊고 먼저 대답한 뒤 티 나지 않게 그 손에서 멀어졌다. 이 정도면 잘 버틴 거겠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지. 보통 사람들과 같았겠지. 자신이 다녀간 후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것에 대해, 자신의 말을 끊어버린 것에 대해 이 남자가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날 잡아오는 손길을 쳐버리는 것이 더욱 기분을 나쁘게 할 거라 생각했다. 내 선에선 최선으로 노력한 것이었다. 몇 달을 본 그 인턴에겐 참아내지 못 했던 것을 잘 알지도 못 하는, 단 두 번 본 이 남자에겐 참아준 것이다. 나름 잘한 것이라 합리화시키며 얼른 몸을 돌렸다. 

 

 


"조심히 가요." 

 

 


그럼 뒤에서 또 한 번 오지랖 넓은 그 남자의 호의 넘치는 말이 들려왔다.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 간단하게 고개만 끄덕이려 하는데, 내게 등을 보이며 먼저 멀어지는 그 남자가 보였다. 다정히 내게 뱉어준 말과는 달리 매정하게 완전히 몸을 돌리곤 미련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대체 저 남자는 뭘까.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암호닉

 

통통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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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암호닉 받으시는건가요 작가님!!!!! 받으시는거라면 [또비또비] 로 신청해도 될까요!!!!!!!! 다시 와주셔서 넘나 좋은것 ..!
8년 전
노란 딸기
지금은 재업중이라 예전에 암호닉 신청해주셨던 분들 그대로 올라가는 거고 재업이 다 끝나고 시즌 2를 연재할때 암호닉을 또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ㅠㅠ
8년 전
비회원230.96
자까님 ㅠㅠㅠㅠ 저인서이드아웃이에요!! 진짜 와 진짜대박짱올만이네요 ㄸㄹㄹ 그만큼세월이흘럿고나도 나이를먹엇구나...☆이제막스무살되서그런지 한달만지나도ㅠ나이 서른돤기준이에요 괜히 촉박해지고ㅂㄷㅂㄷ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인가이드아웃에서 (우유)로 암호닉을 변경하고싳어요! 앞으로도 시즌2에서도 우리 함께해요!- 한퉁더성숙한 남주와여주의 이야기 기대할게요!- 서브남이 석진이라니 두구두구 ㅋㅋㅋㅋㅋㅋㅋ
8년 전
노란 딸기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죠?ㅎㅎ 이제 막 스무살이신데 벌써 그러시면 안 되죠~ 꽃다운 나이를 마음껏 즐기셔야죠! 지금 글에 적혀있는 암호닉분들은 그 당시 신청해주셨던 분들이시고 시즌 2 연재를 시작하면 그때 바꿔서 올려드리겠습니다! 그때 다시 봬요~ 잊지 않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8년 전
독자2
헐 작가님...! 드디어 시즌 2군요ㅜㅠㅠㅠㅠㅠㅠㅠㅠ 텍파 재탕하며 기다리고 있었어요8ㅅ8
8년 전
노란 딸기
얼른 재업 다 하고 돌아와야죠!ㅠㅠ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8년 전
독자3
와 ㅠㅠㅠ너무 짱인거같아요 ㅠㅠㅠㅠ시즌2때 암호닉 받으실때 꼭 꼭 꼭 신청할래요 ㅠㅠㅠ 다음화때 또 오겠습니다!
8년 전
독자4
신알신도 할래욯ㅎㅎ
8년 전
노란 딸기
이렇게 새로 와주신 분들도 계시고ㅠㅠ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5
오우..남자공포증..이있는건가?여주한테?아님..그냥사람을무서워하나?..ㅇㅅㅇ궁금하닷!!!!!다음편이시급하닷!!!!!!?!????!!!!!!!!
8년 전
노란 딸기
재업이니까 예전에 연재했던 속도보단 빨라야 할텐데... 금방금방 올려보겠습니다!
8년 전
독자6
분량 미쳤어요!!!!! 와 작가님 체고,,,,,
7년 전
독자7
뭐긴뭔가요 곧 사랑하게될 님이지요..ㅎㅎㅎㅎ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글 너무 잘쓰세요ㅠㅠ 여주가 너무 불쌍하지만 곧 나아질거라고 믿어요!
6년 전
독자8
ㅠㅠㅠ여주 너무 불쌍하다... 태형이가 치료해주자...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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