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인과 경수는 사귄지 7년이나 된 장수커플이었다. 18살 때 처음 만나 적극적인 종인의 구애로 사귀게 된 그들은 25살이 된 지금까지 한번의 다툼도 없이 만나고 있었다. 7년이라는 그 오랜 세월 속에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연애를 한다는 것이, 자신들도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면서 이 커플이 오래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다수의 커플과는 달리 종인과 경수는 저의 애인을 가두지 않았다. 특히 경수는 이해한다는 말을 누가 주입이라도 시켜놓은 듯 항상 그렇게 말하며 종인을 이해해줬다.
그리고 그렇게 영원히 함께일것 같던 그들은······.
종인은 그 날도 다름없이 매일 봐도 한없이 사랑스러운 경수의 얼굴을 보기 위해 한걸음에 회사에서 집까지 뛰어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번호키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었다. 여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종인의 시야에 들어와야 할 익숙한 형체가 보이지 않았다. 종인은 불안함을 애써 감추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경수형? ”
혹시나 하고 불러봤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종인은 얼른 가방을 내려놓고 집 안의 모든 방 문을 열어젖혔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경수는 없었다. 경수가 이 늦은 시각에 집에 없었던 적은 없었다. 경수의 유일한 낙은 집안일을 하면서 시간이 되면 회사에서 돌아오는 종인을 웃는 얼굴로 맞아주며 그 때부터 종인과의 시간을 보내는 것인데 그런 그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경수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봐도 꺼져있다는 음성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경수는 평소 외출도 잘 하지 않아서 짐작가는 곳도 없을뿐더러 경수에겐 친구조차도 없다. 어디로 찾아나서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종인은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트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천천히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내가 무엇을 잘못한건 아닌지. 혹시 우리에겐 없는줄만 알았던 권태기가 와서 내게 마음이 떠나버려 몸까지 떠난것은 아닌지. 그 무엇도 아니라면······아니, 아니다. 지금 중요한것은 그게 아니라 경수가 어디에 있냐는것이다. 일단 아파트 앞 놀이터라도 가보려 일어난 순간 종인의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다. 경수였다.
“ 여보세요? 형? 경수형 맞지? 형 지금 어디야. ”
“ 종인아. ”
“ 빨리 대답 안 해? ”
“ 미안해. ”
갑작스러운 경수의 사과에 종인은 그것이 무얼 뜻하는지 물어보고 싶지도, 대답을 듣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그냥 지금은 경수를 눈 앞에서 보고 싶었다. 이 모든 상황들이 거짓인것만 같았다. 누가 몰래카메라라도 찍고 있는것이 아닐까. 꿈은 아닐까. 아무리 그렇게 생각해봤자 이건 현실. 지금은 과거가 되어버린 현재에선 너무나 행복해서 이런 전개는 생각지도 못 했다. 경수도 저와 똑같은 마음일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니.
“ 종인아. 대답 하지 말고 그냥 들어줄래? ”
“ ……. ”
“ 내가 7년 동안 너한테 말 안한게 있는데, ”
“ ……. ”
“ 난 사실……. ”
“ 무성애자야. ”
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