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뒤돌아 서. "하아, 지호의 입에서 작게한숨이 새어나왔다.항상 지훈이 자신을 훑어볼때마다 벌거벗은채로 조롱당하는듯한 기분이 들긴했지만, 이렇게 진짜로 상체를 홀딱 벗은채 지훈의 앞에 서게될줄이야." 어깨펴고."" ···이, 이렇게요..? "갑자기 지훈의 커다란 손이 지호의 눈을 덮었다.으아아, 시야가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않게되자 불안해진 지호가 짧게 비명을지르며 지훈에게 잡힌 손목을 비틀었다.가만히 좀 있어.보이지 않는 눈으로 벽을 더듬거리며 자꾸만 움찔움찔 뒤로 물러나는 지호의 뒷통수를 세게 잡아당긴 지훈이 강압적인 어조로 지호에게 명령했다." 이건 1번."예고도 없이 매끄러운 원단이 지호의 옆구리를 차갑게 스쳤다." 흐이익!!!!!! "매끄러운 원단이 맨살에 감겼다가 삭 하고 빠져나가는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천끼리 마찰되어 사부작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앞이보이지않자 한층 더 예민해진 감각이 지호에게 소름돋을정도로 간질간질한 기분을 안겨주었다.잠깐, 잠깐만요..! 갑자기 공격당한 기분에 지호가 지훈에게 잡힌채로 고개를 마구 흔들어댔다." 2번."" 아니, 자,잠깐만요 이거 막 이상해서.... 으히익..!!! "아까보다 얇고 보드라운 천이 지호의 어깨와 목덜미에 감겨졌다가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마치 천이 피부를 핥아올리는듯한 느낌에 온몸이 움찔움찔 반응했다.자꾸만 꼼지락거리는 지호를 잡아세우는 지훈의 손길이 옆구리를 훑고지나가자 지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상해." 이번엔 3번."앞의 원단들보단 도톰한감촉의 천이 허리를 쓸고 지나갔다. 아까보단 익숙해진 느낌에 살짝 어깨만 움츠렸을뿐 아까만큼 예민하게 반응하진 않았지만방금 전 지훈의 손길이 닿은 부위가 불에 데인것마냥 화끈거렸다." 어느게 제일 좋아? "" ···네? "" 1번 2번 3번. 그 중에 뭐가 가장 마음에 드냐고."아니.. 그런것따위 기억이 날리가 없잖아···. 차마 목에걸려 입밖으로 나오지못한 말이 마른기침이 되어나왔다.그저 이상한기분에서 벗어나고자 몸을피하느라 바빴던 지호에게 천의 감촉따위를 평가할 여유따위 있었을리가," ···어...음... 2번...? "가장 부드러웠던것같은 원단을떠올려 대충 번호를 찍은 지호가 지훈의 눈치를 살살 살폈다. 아니나다를까, 지훈의 미간이 못마땅하게 구겨졌다." ···역시 타고난 감각이라곤 눈을씻고 찾아봐도 없어."(1차움찔)" 웬만한 사람들은 눈을가리면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색깔을 고르기 마련인데,"(2차움찔)
" 넌 네 그 거지같은 스타일에서 헤어나올기미가 전혀 안보이는군. "
왠지모르게 익숙한 풍경에 지호가 고개를 푹 수그렸다.
처음보았던 그 날 면전에다대고 독설을 퍼부어대던 지훈이 다시금떠올라 애꿎은 입술만 잘근대고있는 지호의 눈앞에 하늘하늘한 원단이 들이밀어졌다.
" 잘 봐. 니가 고른 원단이야.
실크에다 그레이? 이게 너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해? "
낮은목소리로, 그러나 차분한 어조로 쉴틈없이 몰아붙이는 지훈때문에 지호는 거의 울지경이었다.
손님은 왕이라더니. 이곳에선 그런소리 따위 적용되지 않는 듯 했다.
나도 나름 이 샵의 고객인데. 저를 왕처럼 모셔야 할 지훈은 온갖 독설로 자신을 마구 난도질하고 대접받아 마땅한 자신이 더러 지훈에게 잡혀 쩔쩔매는 꼴이란,
잔뜩 쭈그러든채로 울멍울멍하는 지호를 아무말 없이 쳐다보던 지훈이 답답한 한숨을 푹 내쉬곤 옷이 잔뜩걸린 헹거로 발걸음을 옮겼다.
옷걸이 채로 꺼내온 옷이 발밑에 떨어지자 지호가 고갤들어 발갛게 충혈된 눈으로 지훈을 멀뚱멀뚱 올려다보았다.
" 입어."
" 네...? 여기서요...? "
···하,
" 뒤에 피팅룸 있잖아."
" 아,네."
후다닥 옷을 주워들고 피팅룸으로 향한 지호가 옷을갈아입고 나와 지훈의 앞에 섰다.
가디건에 파스텔톤셔츠 와 스키니진, 그리고 신고왔던 운동화 대신 워커.
" ··· 넌 정말이지.."
지호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날카롭게 훑어내린 지훈이 못마땅하다는듯 지호를 피팅룸안으로 다시 밀어넣었다.
나갈줄알았더니, 피팅룸 안까지 같이 따라들어와선 자신을 가만히 내려다보는 지훈을 지호가 의아하게 올려다보았다.
뭐야. 왜 같이들어와;
" 저... 좀 나가주시는게 어떠…, "
" 벗어."
* * * * * * * * * * * * * * * * * * * * * * * *저도 지훈이가 되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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