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찬백] 전학 온 백현이한테 첫눈에 반한 찬열이
"오늘 신입생들 중에 엄청 예쁜 애 있다는데. 알아서 내려와라."
나른한 오후, 교실 창가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이 아이들의 입에서 신입생 이란 주제로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었다. 종대의 말재간에 모두들 귀를 열고 이야기에 하나 둘 집중하기 시작했다. 몇 초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종대의 발을 쳐다보았다. 휴대폰을 만지며 뒤에 서있던 세훈이 짐짓 종대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때렸다. 조용히 해 인마, 우리 남고 거든?
"여자 남자 따질게 뭐 있어! 그냥 예쁘면 돼."
조금은 철이 안 든 종대의 말에 세훈이 한숨을 내뱉고 아이들은 한마디씩 말들을 내둘렀다. 어렴풋이 들리는 소리로썬 딱히 기분 좋은 소린 없었다. 사실은 겉으론 본심을 감추기 급급하겠지. 남들 눈엔 한심해 보이겠지만 별수 없는 노릇이긴 하다. 여자라곤 코빼기도 볼 수 없는 남고를 다니는 대가로써 그쯤은 너그럽게 이해해줄 순 있다. 여자에게 어설픈 김종대만큼은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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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각 또 다른 주인공인 백현은 나무로 된 의자에 가시방석이라도 깐 듯 옴짝달싹 거리고 있었다. 처음엔 복도 쪽 교실 창문에 대롱대롱 붙어있는 남자들에게 기겁을 했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익숙해져가는듯했다. 1교시 쉬는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낮은 목소리로 웅성웅성 거리는 동굴 소리가 들릴 때마다 움찔하며 흠칫 놀라기 일쑤였다. 남자들만 득실거리는 칙칙한 1학년 5반 교실에선 백현으로 인해 산뜻한 공기가 맴도는듯했다.
"진짜 귀여워. 내가 아침에 보고 왔다니까?"
"아니기만 해봐. 저번에 빌렸던 만원 이자 붙일 거야."
"치사하게 좀팽이! 붙이던지, 됐냐?"
변성기가 지나 톤이 완벽히 자리 잡은 목소리 3개가 복도 끝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청각에 예민한 백현은 귀를 쫑긋 세웠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발소리. 동시에 백현의 심경은 복잡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심경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답답함이었다. 그때 교실 뒷문이 큰소리를 내며 열렸다. 백현을 향하던 모든 시선들은 그 남정네들에게 돌아갔고 그제야 숨통이 트여진 백현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
"변…, 백현?"
큰 키의 남자가 백현에게 성큼성큼 다가섰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듣기 좋은 목소리에 무심코 고개를 든 게 화근이었다. 백현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고개를 아무리 들어도 보이지 않는 얼굴에 눈까지 치켜떠가며 애를 썼다. 3학년? 이름표를 확인하고 숨이 턱하고 막히는 기분이었다. 이름을 불러준 남자의 뒤에선 처음 본 선배들이 청소 도구함 옆에서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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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쫑알거리는 김종대를 따라서 오세훈과 교실을 빠져나왔다. 목적지에 다랄수록 검은 무리의 남자들이 징그럽게도 붙어있었다. 누군지 몰라도 엄청 고생하네.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고…. 뒷문 앞에 섰을 때 창문을 통해 이야기의 주인공 얼굴을 흘깃 보았다. 자동적으로 눈이 커졌다. 남잔데 예쁘면 얼마나 예쁘겠어하며 투덜댄 자신의 말이 창피해질 정도로 백현의 모습은 앙증맞기 짝이 없었다. 은은히 비추는 햇살에 백현은 더욱 분위기를 자아했다.
"예쁘지?"
"……."
팔짱을 끼고 흐뭇해하는 종대와 무심한 세훈의 목소리는 그저 귓가에 윙윙 맴돌았다. 마치 큐피드의 화살에 맞은 듯 정신이 몽롱했다. 왜 하필, 어째서 왜 좋은지를 설명 하라면 자세히 할 순 없지만 그렇게 느꼈다면 그런 것이다. 뽀얀 피부, 짧은 다리로 제 나름 고고하게 다리를 꼬고 있는 모습, 주변이 시끄러운지 앙다문 입술에서 마저 귀여움을 느꼈다면 이미 말 다한 거였다.
"귀엽긴 한데, 준면이만큼 예쁘진 않다."
"사람마다 매력이 다 다른 법이지."
"그런가…?"
종대의 말에 세훈이 고민하는 사이 문고릴 잡고 우악스럽게 문을 밀었다. 시선이 내 쪽으로 쏠려도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꿋꿋하게 걸어나갔다. 나름 학교에서 소위 말하면 잘 나가는 아이 중 하나였다. 그래서인지 암묵적 권력남용을 몸소 실천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주위를 서성이고 있던 벌레 같은 남정네들은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남자 평균키의 이상인 184cm의 큰 키, 쭉 뻗은 다리와 어디서 꿀리지 않을 외모. 부러움에 하염없이 입맛을 쩝 하고 다실뿐이었다. 그 순간 찬열은 드디어 자신을 혹하게 한 장본인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명찰을 한번 쓱 흘겨보았다. '변백현' 이름마저 귀여워! 꾸역꾸역 설레는 감정을 숨겼다. 눈이 마주치는 아이들을 족족히 다 무시하는 모습에 위안을 받고 백현에게 한번 더 반할뻔했지만 어렵사리 정신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가져다 붙이며 말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백현의 눈빛으로 인해 도로 집어넣었다.
쌀쌀한 가을임에도 불구하고 찬열의 가슴속엔 봄처럼 작은 꽃송이들과 분홍빛 바람이 불어왔다.
번외는 쓸까 말까 고민중임다.. 포인트 걸려다가 걍 안 걸었어여(침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