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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선의 끝

w. kookoogo

 



"야 우리는 120살도 넘게 살 수 있대"

 

그렇구나- 앞에 놓인 녹차 프라푸치노를 들었다. 쭙, 하고 빨아 들이니 시원한 녹차 향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살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중얼 거렸다.

 

"내 말 듣고 있어?"

"으응. 120살"

"근데 난 그렇게 오래 살고 싶지 않아"

"쭙, 왜"

"아 그 놈에 쭙쭙. 조용히 좀 마셔"

"소리가 나는 걸 어떡하라구"

"에이씨"

 

얼굴이 종이 구겨지듯 구겨지는 꼴이 웃기다. 풉, 하고 웃으니 녹차가 입에서 찔끔 흘러 나왔다. 그러자 앞에 다리를 꼬고 앉은 녀석이 질색을 하며 몸을 뒤로 뺀다. 그 쪽 까진 튀지도 않았는데 유난이란 유난은 지 혼자 다 떤다. 하여튼 오바가 심하다. 대충 소매를 잡아 내려 입술을 벅벅 닦았다. 이번엔 표정을 보지 못했다. 소매 끝에 뭍은 녹차를 확인하느라 놓쳤다. 분명히 아까보다 더 질색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 이다.

 

"진짜 이건 누가 데려가냐"

"뭘 데려가"

"드럽지. 얼굴 못 생겼지. 성격 지랄 맞지. 키도 땅딸만,"

"너 목숨 두개냐?"

 

 

 

[방탄소년단/김태형] 내 시선의 끝 01 | 인스티즈

 

"으흥, 흐흐"

"진짜 120살 되기 전에 인생 마감 시켜줘?"

"아, 야! 농담이잖아"

 

이모티콘을 쓸 수 있었다면 분명 녀석은 땀을 한 바가지 흘리는 표정을 보냈을 것 이다. 나는 그것을 씹었을 테고. 어색하게 웃다 내 손에 들려져 있는 프라푸치노를 가져간다. 허 해진 손을 어이 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아무렇지 않게 내가 물고 있던 빨대를 앙, 하고 물더니 물 마냥 들이킨다. 쭈우우웁- 나보다 더 경박스러운 소리를 내면서 마신다. 퐁, 하고 입에서 튀어져 나온 빨대가 김태형이 얼마나 입에 힘을 주고 먹었는지 알 수 있게 해줬다. 자기가 산 것 마냥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실래?' 물어보길래 그냥 무시했다.

 

"그래서, 오늘 왜 불렀는데"

"아 이 시려워. 잠만 나 이것 좀 버리고"

 

진짜 정신 없다. 김태형을 만날 때 마다 항상 느끼는 건데 정말로 항상 정신 없다. '항상' 이 두번이나 들어가서 의아 할 수 있는데 오바스러운게 아니고 정말 그렇다. 예외는 없었다. 처음 만난 17살 때부터, 5년이 지난 지금 까지, 김태형은 똑같았다. 정신 없고, 마른 주제에 식탐은 많아서 내 것을 항상 뺏어 먹고, 장난이 지나친 그냥 또라이 중 상 또라이. 이쯤 되면 5년동안 '그런' 김태형이랑 같이 다닌 나새끼는 무엇일 까, 라는 생각까지 든다. 아주 아주 진지하게.

 

허겁지겁 일어나더니 쓰레기를 버리는 손은 쓸데 없이 우아하다. 김태형 전방 1m 이내에 앉은 여자가 예쁘다. 아마도 그 것을 의식 하고 있겠지. 5초 뒤에 내게 와서 할 말은 뻔했다. 분명히,

 

야!

 

"야!"

 

저기 앉은 여자!

 

"저기 앉은 여자!"

 

존나 이뻐

 

"존나 이뻐"

 

헹, 하고 코 웃음을 쳤다. 말 했듯이 예외가 없다. 그러니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다. 호들갑을 떨며 엉덩이를 의자에 붙인다. 저러고 말테니까 그냥 가볍게 무시했다. 까무잡잡한 김태형의 얼굴이 살짝 빨갛다. 저건 여자 때문이 아니라 더워서다. 딸기 처럼 빨개져 있다. 딸기, 딸기. 딸기가 먹고 싶다. 이번엔 딸기 프라푸치노를 마셔야겠다.

 

"아아, 그래서 내가 왜 불렀냐면"

"딸기 프라푸치노 얼마지"

"말할 게 있다!"

"말할 게 있으니까 불렀겠지. 아 눈 더 나빠졌나? 왜 가격이 안보여"

"나 솔탈 했다!"

"8900원? 저거 8900원이냐? 개 비싸"

"야! 나 여자친구 생겼다고!"

 

비싸서 못 마시겠다. 딸기 프라푸치노 마셔야 하는데.

 

"어. 축하해"

"뭐야 반응 왜 이래?"

"그 말 하려고 불렀어?"

 

딸기, 내 딸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지금은 딸기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데. 김태형 여자친구고 나발이고. 정말, 정말 딸기.

 

김태형이 미워졌다. 세상에 딸기 프라푸치노가 만원 돈 하는 곳을 오면 어떡하라고. 요새 알바도 안 해서 지갑 텅 빈 거진데. 나도 모르게 째려봤다. 헤벌쭉, 웃고 있는 얼굴이 묘하게 짜증난다. 원래도 짜증 났었는데. 지금은 더 짜증난다. 모든 건 더운 날씨와 비싼 카페를 온 김태형 때문이다. 내가 성질나고 짜증나는 데 있어서 내 잘못은 하나도 없다.

 

"그 말 하려고 불렀냐고"

"응"

"안 궁금 했으니까 꺼져 이제. 나 갈거야"

"야 왜 그래?"

"뭐가"

"왜 삐진 애 처럼 굴어?"

"......"

"내가 뭐 했어?"

 

하긴 많이 했지. 5년 내내 내가 산 매점 빵 다 쳐먹고, 맨날 놀리고, 또라이 같이 굴고. 오늘도, 오늘도! 내 녹차 프라푸치노 다 마시고. 지 여자친구 생겼다는거 자랑하러 이딴 비싼 카페나 쳐 오고.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김태형의 눈이 울망울망 하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표정이다. 남들은 얘 이러는 거 모른다. 자존심 쎈 핸섬가이 쯤으로 안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다. 왠지 포지션이 바뀐 것 같다. 사내 대장부 처럼 일어나 있는 나 와 그것을 붙잡는 김태형. 상황이 웃긴데 또 뭐 같다. 에이씨, 몰라. 집에 가야겠다. 차마 딸기 때문에 내가 이지경으로 화났다는 것을 말하지 못하고 갖은 핑계를 댔다. 생리라고 하니 김태형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러다 또 호들갑을 떠는데 꼴 보기 싫어서 그냥 나왔다. 택시를 잡는 내내 딸기 생각이 가득했다. 그러다 머릿속에 뿅, 하고 뭔가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사실 억지로 없애 버렸다. 매일 하루에 한번씩은 이렇게 연기 처럼 피어 올랐다 흐려지는 생각 이었다. 애초에 없어질 거면 왜 내 머릿속을 어지럽히는지 모르겠다.

 

사실 녹차 프라푸치노는 딸기보다 비싼 9900원 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며칠 전에 용돈도 받아서 거지까지는 아니었다. 딸기는 비싸지 않았고, 나는 짜증이 났다. 내가 왜 짜증이 났냐면, 그건. 에이씨, 녹차향이 남은 소매 끝으로 눈가를 벅벅 비볐다. 가는 내내 택시 아저씨가 백미러로 날 힐끔힐끔 쳐다보는게 느껴졌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5년동안 지독하게 날 괴롭혔던 것이 있다. 말로 표현 하지 못하는 것인데, 그래서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에 내가 포함이 안 됐으면 좋겠다. 근데 정말 뭐 같게도 나는 알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모른 척 하다보면, 모르는게 될 수 있겠지. 눈을 감고 찬 유리에 볼을 문댔다. 김태형의 집 앞 카페 였다. 우리 집에선 멀었다. 이기적인 새끼.

 

 

 

"야, 아까부터 진동 누구야?"

"나야"

"알고 있었어"

"벼엉신"

"누군데 그렇게 전화질이야? 김, 또라이? 그 잘생긴 네 친구 아니야?"

 

친구가 저장 돼 있는 이름을 보더니 눈을 반짝 빛내며 물어왔다. 으음. 김태형이 잘생겼던가. 아까 부터 신경쓰일 정도로 전화가 많이 오긴 했다. 엄청나게 둔한 내 친구가 신경쓸 정도니까. 발신의 주인은 김태형이었다. 그 날 그렇게 간 이후로 카톡 전화를 다 씹어버렸다. 그냥 짜증나서 씹은건데 혼자 엄청 고민하고 있을게 뻔했다. 그런거 생각하면 받아주고 싶지만, 뭔가, 좀, 음.

 

"지쳤나"

"뭐라고?"

"아냐"

"야아ㅡ 얘 여자 친구 있어?"

"왜"

"아니이, 그냥. 저번에 너랑 같이 학교 왔을 때 잠깐 봤잖아. 엄청 잘생기고, 성격도 좋아보이고"

"그랬나"

"응 근데 넌 얘 어떻게 알게 된 거야"

 

메모장에 aaabbbccc 이딴 것만 적고 있던 손이 멈췄다. 어떻게 알게 됐더라, 이상하게 김태형과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처음 만난 것 같지가 않아서, 또렷하게 기억이 나도 그 기억이 맞나 싶다. 마치 엄마 뱃속에서부터 알던 사이 같다. 아, 그건 좀 징그럽다. 정정해서 유치원 때부터 알게 된 사이 같다.

 

 

김태형과 난 고등학교 1학년 그러니까, 17살 때 처음 만났다. 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게 평범했다. 별 다를 것 없는 아침 조회 시간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패대기(말 안들으면 애들을 패대기 치는 담임 선생님의 별명이다) 뒤로 껄렁한 남자애 하나가 뒤 따라 들어왔다.

 

"개 잘생겼다"

 

내 앞자리 여자애가 속삭였다. 그 때 당시 패대기에게 단단히 찍혀 있던 나는 사실 눈치를 보느라 전학생이고 뭐고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어떻게 된거냐 하면, 실수로 마시고 있던 이온 음료를 패대기 책상의 쏟았었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크림빵의 크림이 톡, 하고 떨어졌는데 하필 그게 쌤의 바지 가운데 부분이었다. 그 때만 생각하면 아찔 하다.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패대기가 크흠,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그러자 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역시 무섭다. 그런 사람의 바지에 크림을 묻혔다. 그 것도 아주 민망한 부분에.

 

"인사 생략. 반에 전학생이 왔다"

"오오!"

"조용. 전학생 소개 해라"

"아, 예"

"......"

"대구 거창에서 왔고, 이름은 김태형. 농사 짓다 왔다. 보다시피 생긴 건 쫌 잘 생겼고 여자는 좋아하지만 남자는 그닥"

 

푸훕,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그저 눈썹을 꿈틀거렸다. 서울 말이랍시고 열심히 노력하는데 억양이 이상하다. 그리고 전학 온 첫날 인 주제에 쓸데 없이 솔직했다. 반 여자애들의 눈이 반짝거린다. 하여튼 잘생긴 남자만 보면 난리 들이다. 헹, 코웃음을 쳤다. 내 필통에 붙여져 있는 연예인의 사진을 만지작 거렸다. 사람을 얼굴만 보고 좋아하는 건 별로다. 얼굴보다 중요한 건 성격이랬다. 울 엄마가 그랬다. 에이씨. 사진에 약간의 흠집이 났다. 근데 분명 우리 오빠는 성격도 좋을 것 이다.

 

"그만 하면 됐다. 들어 가라"

"예. 지는 어데 앉습니까?"

"쩌어기. 크림 빵 처럼 생긴 애 옆에 앉아"

"크림 빵요? 아, 예"

 

설마 크림 빵이 나는 아니겠지. 다시 고개를 쳐 박았다. 그런데 가까운 곳에서 드륵, 하고 의자 끌리는 소리가 났다. 삐그덕 거리는 목을 들어 겨우 옆자리를 봤다.

 

 

 

[방탄소년단/김태형] 내 시선의 끝 01 | 인스티즈

 

"안뇽 크림 빵"

"......"

"가시나, 뭐 이렇게 생겼노"

"응......?"

"이삐게 생깄네"

 

처음 김태형과 나눈 대화였다. 그 때 쿵, 하고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남들에겐 안 들리는지 다들 평온해 보였다. 뭔가 떨어졌는데, 확실한데. 심장이 콩닥 거리고 속이 울렁거렸다. 내 안에 깊은 곳 까지 쿵, 쿵, 하고 뭔가가 곤두박질 치다 올라왔다. 헉, 하고 시선을 피했다. 그러자 김태형도 시선을 거뒀다. 패대기가 뭐라뭐라 했는데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그냥 신경이 온통 옆 자리에 쏠려 있었다. 그냥 뭔가 창피했고, 쑥스러웠고, 쪽팔렸다.

 

낯을 가리는 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내 짝궁과 친해지는데 오래 걸렸다. 우리 끼리 하는 얘기지만, 지금도 그 때의 우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왜냐면 김태형은 낯 가림의 뜻도 모를 정도로 친화력이 좋았고, 나와 짝이였고, 내가 마음에 들었으므로 (물론 친구로써), 빨리 친해 질 수 있었는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느냔 말이다. 그건 나도 모르겠다.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이해가 잘 안돼, 할 뿐 이다.

 

김태형은 사람을 얕고 넓게 사귀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달랐다. 나만 특별 취급 한다고 느끼는 건 좀 웃기긴 한데, 무튼 그랬다. 전학생 주제에 인기가 많았던 김태형의 팬클럽에게 욕 먹은 적도 있다. 전학 온지 한달만에 벌어진 참사 였다. 실내화에 '꺼져 여시야' 라고 써져 있었다. 다음 날 부턴 삼선 슬리퍼를 신고 다녔다. 하얀 실내화는 빨기 어렵다. 내가 '여시'라고 불릴 정도로 김태형과 뭐가 있었냐 하면 그 건 또 아니다. 그래서 상당히 억울 하긴 했다. 차라리 뭐가 있었으면 덜 억울 했을 거다. 난 그저 김태형의 친구이자, 잠재적 빵 셔틀, 안마 셔틀, 장난 셔틀 이었다. 생각해보니까 안 친해지는게 좋았을 수 도 있다. 무기력증이 또 도져 책상위에 철푸덕 엎드렸다. 종치기 일 분 전이었다.

 

"야, 자냐아"

"......"

"안자는 거 다 알아 인마"

"......"

"크림 빵 먹고 싶어"

"......"

"집에서 폭식 하고 싶다"

"......"

"오늘 니네 집 가서 너희 어머니가 해주시는 닭볶음탕 먹어도 돼?"

"......"

 

 

[방탄소년단/김태형] 내 시선의 끝 01 | 인스티즈

 

"후우, 후우우우우우"

"아, 뭐야!"

"안 자네!"

 

갑자기 불어 온 찬 치약 냄새가 코 끝을 스쳤다. 표현 할 수 없는 청량감에 눈이 번쩍 뜨였다. 경련하 듯 몸을 일으킨 나를 본 김태형이 낄낄 웃었다. 또 당했다. 걍 닥치고 누워있을 걸. 안 당해보면 모르는데 정말 짜증난다. 더군다나 이렇게 무기력할 때는. 때릴 힘도 없어 손을 들어 그냥 휘휘 저었다. 김태형이 에이, 했다. 시시해 하는 거다. 더 약이 올랐지만 참았다. 난 무기력하다. 정말. 잠자코 있으니 수업종이 쳤다. 그리고 꼼지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이나 자야지, 중얼거리기도 했다. 드디어 김태형이 잔다. 아니, 역시나 잔다. 수업시간만 되면 자는 기계 같다. 조금만 눈 감고 있다가, 잠들면 난 눈을 떠야지. 그리고 열심히 수업을 들을 것이다.

 

분명 그렇게 다짐 했던 것 같다.

 

어으, 곡소리가 났다. 얼마나 엎드려 있던 건지 목 뒷 쪽이 뻐근했다. 선생님은 좀 깨워주시지. 인상을 찌푸렸다. 수업시간이 많이 지나있는 것 같았다. 뚜둑, 목에서 소리가 났다. 지금 바로 몸을 일으키면 경련이 올 것 같아서 살짝 고개를 돌렸다.

 

 

[방탄소년단/김태형] 내 시선의 끝 01 | 인스티즈

 

김태형이 자고 있었다. 팔에 볼이 눌려 쀽, 하고 튀어나와 있었다. 귀엽고 웃겼는데도 웃지 못했다. 그저 쳐다보고 있었다. 마주보고 자고 있는 얼굴을 뚫어져라 봤다. 창가쪽에서 빛과 바람이 새어들어 김태형의 얼굴위에서 살랑였다. 구름 냄새 나게 생겼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김태형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한참을 눈을 떼지 못했다.

 

 

[방탄소년단/김태형] 내 시선의 끝 01 | 인스티즈

 

"아......"

"......"

 

갑자기 눈을 뜬 김태형에 내 입이 벌어졌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평소 같으면 손을 들어 얼굴을 밀어냈겠지만, 지금은,

 

또 뭔가가 쿵, 하고 떨어졌다. 이번엔 김태형 한테도 들렸을 정도로 큰 소리였다. 어떡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손 끝이 살짝 떨렸다. 아무래도 양호실에 가봐야 할 것 같다. 정신이 어떻게 된 것 같아서.

 

"......"

 

분홍색으로 물든 손 끝이 다가왔다. 구부려 베고 있던 팔이 아닌 다른 쪽 손을 내 앞머리에 갖다 댄다.

 

"앞머리 떴다. 쫌 빗어"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잠겨있었다. 눈동자가 일렁였다. 둘 중 누구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쓱쓱 앞머리를 정리 해 주는 손길이 다정했다. 김태형한테 다정이라니, 상상도 못했었다. 분명 동공 지진을 엄청나게 하고 있을 나를 본 김태형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손을 내려 내 눈두덩이를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눈이 감겼다.

 

"잘생긴거 아니까 그만 쫌 봐라"

"......"

"자자"

 

그리고 내 등을 살살 두드렸다. 난 눈을 뜨지 않았다. 눈을 떠서 김태형을 본다면, 분명히.

 

 

"아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고개를 저었다. 쓸데 없는 옛날 생각에 빠져있다. 이게 다 옆에 앉아 마우스를 달칵이는 친구 때문이다. 왜 거슬러 올라가면 한도 없고 끝고 없는 얘기를 계속 생각하는지. 나도 참 웃기다. 한숨을 쉬었다. 아파오는 머리에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지잉ㅡ

 

전화가 왔다. 김또라이. 김태형이었다. 휴대폰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오타 + 맞춤법은 수시로 점검하고 있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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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29.132
하..취저입니다ㅜㅠㅜㅜㅜ진짜좋아요
8년 전
비회원111.8
할..... 진짜 너무 젛아요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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