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혼자 집에 있을 때 바닥에 널부러진 일기장을 보는 기분이 종종 들곤 했다. 고양이가 차곡차곡 써놓은 조금은 서툰 일기장들이 자연스럽게 머리 속에서 읽혀들어와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어땠는지 어떤 생활을 했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내 기억처럼 스며들어오지만, 정말 내 기억처럼 자리잡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 아이와 나는 성격이 매우 달랐기 때문에 윤기가 왜 나를 보고 애교가 없어졌다고 했는지 달라졌다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같이 사는 고양이가 사람 같은데요.
부제 : 그 고양이는 어떻게 생활했나. 전지적 그 고양이 시점
★ 01
우리 주인은 그렇게 안 생겨서 애교를 좋아한다.
“(벌러덩)”
“왜.”
“(뒹굴)”
“...”
“(부비적)”
“예뻐 예뻐.”
이렇게 애교 한 번 하면 연신 머리를 쓰담아줬다. 작업이 바쁜 와중에도
★ 02
“야, 안 가냐.”
“형 집이 제 집이죠.”
“탄이가 일어나서 헛소리 그만하시죠. 하는 이야기 관둬라.”
“탄이가 일어나서 지민오빠가 제일 좋아요, 하는거 아니구요?”
“?”
“?”
주인이랑 제일 친해보이는 지민이는 가끔 헛소리를 할 때가 있어서 당황스럽다. 짜식, 그렇게도 내가 좋은가. 괜히 뿌듯함.
★ 03
전 주인은 내가 우는 걸 안 좋아했다. 고양이가 울면 안 좋다나, 그래서 조금만 소리를 내면 혼내는게 대다수여서 지금의 주인에게 왔을 때도 잘 안 울었다.
“...”
“야아”
“...”
“먀아!”
“아, 밖에 고양이들이 우나.”
가끔 주인이 잘 때, 그러니까 새벽에 자주 울었는데 순전히 벌레를 잡기 위함이지만... 주인에겐 비밀 해야지... 벌레... 싫...어하니...까... 우리... 주...인은... 나... 없으면... 벌...레도... 못... 잡는다...(끄덕끄덕)
★ 04
난 사실 두 발로 설 수 있다. 주인이 작업에 몰두하면 소리를 못 들을 때가 있는데 그 때가 설 수 있는 것을 이용해 간식을 훔쳐먹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였는데
“탄아.”
“(움찔)”
“요즘 간식이 서서히 줄어들더니”
“...”
“박지민이 했던 말이 사실이네. 너가 간식 빼먹는다고”
“(쳇)”
분하다... 박지민 약속했으면서 배신하다니. 다음에 오면 외투에 털 완전 붙여놓을거다.
★ 05
“아, 편하다.”
“(뒹굴)”
“평생 이러고싶다...”
“(뒹구르르)”
“일어나기 싫다.”
“나는 분명 작업하러 윤기 형 집에 왔는데”
“(철푸덕)”
“시원하다...”
“웬 고양이 두 마리가 이렇게 널부러져있나...”
*
15-1.
“방금 퇴원했는데 왜 그렇게 돌아다녀.”
“먀.”
“...?”
아직 약기운이 남았는지 살짝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는 고양이가 불안한 윤기는 종종 걸음을 하며 뒤를 따라다녔다. 방 앞에 다다르자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따라오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아 얌전히 방 앞에 앉아 기다리니 어디서 가져온건지 구석에 박아두었던 신문 한 부분을 찢어온 듯 했다. 그 조각에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적혀있었고 바닥에 얌전히 종이 조각을 내려놓곤 자신을 바라보며 고개를 기웃거리는 고양이의 모습에 역시 사람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머리를 쓰담았다.
“알면 밥 좀 잘 먹어, 예쁜아. 아프지말고.”
반갑습니다. |
쉬어가는 편입니다. ★이 붙어있는 것이 그 고양이의 시점이고 붙어있는 것이 아니면 여러분의 시점입니다. 확실하게 그 고양이는 매우 말괄량이였고 뭐랄까, 머리를 쓸 줄 아는 고양이라고 해야하나... 벌레 잡는 것에 부심이 있습니다...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어제 하루는. 그리고 다가올 내일 말입니다. 잔잔한 시간이 이어지길, 담장에 예쁘게 핀 한 송이 장미 꽃에게 이유없이 빌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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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슈가소리, 복쭈앙, 요랑이, 챠이잉, 피망피망파프리카, 이브, 삐삐까, 돼냥이, 종이심장 달보드레, 밍슈, 오월, 자몽, 내윤기, 단아한사과, 꿀돼★, 초코에 빠진 커피, 망개똥, 토이, 덮빱 전벅지, 설날, 제티♥, 뉸뉴냔냐냔☆, 뀩, 방소, 뷔밀병기, 매직핸드, 윈다, 토깽이, 빨주노초파남보라 침쁘, 인연, 태태야여기봐꾸꾸, 유루, 햄찌, 초코에몽, 또비또비, MM, 달달한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