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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DEN 05

W. 오알




[방탄소년단/민윤기] HIDDEN 05 | 인스티즈









눈을 느릿하게 떴다 감았다. 흐릿하게 천장이 시야에 들어찼다가 사라졌다. 몸을 뒤틀며 약간 뒤척이자, 이불이 살갗에 닿으며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만들어냈다. 졸린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올리며 방 안을 눈으로 훑었다. 아무도 없는 잠잠한 방 안이었다. 햇살은 창문으로 가득 들어와 이불 위를 내리비췄다.





어느새 눈에 익어버린 방 구조와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 침대 위에서의 기상. 

어느새 너는 여기에 익숙해졌구나, 이 집에 살고있던 사람들과는 더더욱. 







그랬다. 나는 언젠가부터 전혀 경계 없는 태도로 그들을 대하고 있었고, 그렇게 된 데에는 그들의 도움이 컸다. 처음 검정색 마스크들을 보았을 때의 그 의구심과 경각심은 사라졌다. 어제만 해도 거리에서 검은 마스크들을 발견하자마자 반가운 느낌이 먼저 들었으니, 내가 확실히 이들에게 적응하긴 했다는 건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어제 있었던 일은 아주 어두운 꿈같이 느껴졌다. 그래, 굳이 애써서 기억해내려고 하지 말자. 그 끔찍한 장면들은 그냥 기억 속에서 흐려지도록 두자. 


문득 머릿속에 어제 장면들이 스쳐지나가기 시작하자, 나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생각을 떨쳐내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멍하니 앉아있다가는, 생각이 하나둘씩 피어나 머리를 가득 채우고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 것 같았다.








나는 서둘러 무릎 위의 이불을 걷어내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부엌에는 식사준비가 한창이었다. 맛있는 냄새가 가득했고, 석진이 부엌을 왔다갔다하며 바쁘게 요리하고 있었다.




" 일어났으면 나 좀 도와주라. "





석진이 어지럽게 널린 재료들과 식기들을 가리키면서 울상을 지었다. 나는 그의 표정에 웃음을 터뜨리면서 당연히 그래야죠, 하고 대답했다. 그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까딱이면서 내게 칼질을 맡겼다. 






" 오! 좀 하는데? "



냄비를 확인하고 돌아오던 석진이 내가 열심히 칼질하는 것을 보고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나는 조금 우쭐해진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 뭘요. "



부쩍 익살이 늘어난 듯한 내 모습에 석진이 가만히 웃었다.









석진과 나는 접시에 음식을 담고, 수저도 정갈하게 식탁 위에 정리해놓았다. 아침 일찍부터 준비해서 그런지 나름 멋들어진 식사가 완성되었다. 때 맞춰 모두들 하나둘씩 일어나 졸음에 겨운 얼굴로 식탁에 앉기 시작했다. 석진은 식탁에서 다시 엎드린 채 졸고있는 정국을 한 손으로 흔들어깨웠다. 늘상 있는 일인지 다들 오직 음식에 감탄사를 내뱉을 뿐이었다.




" 나 오늘처럼 화려한 아침식사는 처음이야. "


" 그러게, 오늘 힘 좀 썼는데? "


" 사실 너무 일을 크게 벌린 것 같아서 중간에 때려치우려고 했어. "




식탁이 시끌시끌해지자, 석진이 아직도 비몽사몽한 정국에게 밥그릇을 내밀며 아무렇지않게 대답했다. 하지만 풍성해보이는 식탁에 그도 흡족해하는 눈치였고, 재료 손질 정도만 도운 나도 덩달아 뿌듯해졌다.






식사를 시작하자마자 다들 게눈 감추듯 그릇들을 싹싹 깨끗하게 비워냈다. 

석진도 예상 외의 좋은 반응에 놀랐는지, 내게 앞으로도 종종 주방 보조로 들어오라며 농담을 했다.









태형이 접시를 개수대에 집어넣고 방에 들어간 것을 마지막으로 식탁에는 나를 포함한 셋만 남게 되었다.


윤기는 그릇 안의 밥알을 하나하나 세는 것마냥 아주 천천히 젓가락질을 하고 있었고, 정국은 잠에 취해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고 있었다. 부엌 뒤쪽에 서서 그 모습을 한참 지켜보던 석진이 별안간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 아, 답답해서 못 보고 있겠네. 뒷정리 좀 부탁한다. "





믿는다는 듯이 한 쪽 눈을 찡긋해보이며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석진은 욕실로 들어갔다.

나는 얼떨결에 네-하고 대답했다. 내가 봐도 정말 속 터지는 광경이었다. 나는 말없이 앉아있다가 다시 고개를 위아래로 꾸벅거리며 조는 정국을 쳐다보았다.






" 정국 씨는 맨날 이래요? 어제 아침엔 안 그랬는데? "







어제 아침에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잠을 못 잔 게 확실하다고 지민과 함께 나를 놀려대던 정국이 또렷이 기억났다. 내가 윤기에게 묻자, 윤기가 여전히 느릿한 젓가락질을 보여주면서 대답했다.



" 몰라, 가끔 가다 한번씩 이렇게 정신놓고 잘 때 있어. "







" 아니.. 그게.. 어제 사건 자료 찾는다고.. "

윤기의 대답에 정국이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웅얼거렸다. 그 바람에 정국의 손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던 젓가락이 챙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웃음 섞인 한숨을 쉬면서 젓가락을 주워다가 정국의 손에 다시 쥐어주었다.





" 빨리 먹기나 해요. "







정국이 눈을 겨우 뜨고, 젓가락으로 밥을 입에 넣었다. 이대로 속도만 좀 붙는다면 정국은 곧 식사를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안심한 나는 윤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혀 한참을 말없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윤기는 자기 앞접시에 웬 당근더미를 만들어놓고 있었다. 내가 윤기를 보고 있는 그 순간에도 윤기는 젓가락으로 당근 조각을 집어올려 자기 앞접시에 옮겨다놓았다. 자그마한 산을 이룬 당근조각들에 나는 어이가 없어 갈라지는 목소리로 물었다.






 " 지금 뭐하는 거예요? "



" 나 당근 진짜 싫어해. "







짧게 대답하고는 다시 그릇에 담긴 볶음밥의 당근조각을 응시하는 윤기였다. 나는 그 모습에 웃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썼다. 나는 겨우 웃음을 거두면서 짐짓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 제가 직접 칼질한건데, 그렇게 안 먹으면 저 되게 서운해요. "






윤기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고개를 들고 나를 보았다. 나도 똑같은 표정으로 응수하자, 윤기가 웃음을 터뜨렸다. 오, 저렇게 크게 웃는 건 처음 봤는데. 나는 얼른 그 특유의 그 웃음을 눈에 담았다.








" 알겠어, 먹으면 되잖아. "


윤기가 당근조각을 입에 넣고 크게 씹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숨겨지지 않는 그의 찡그린 표정에 나는 결국 큰 소리로 웃어버렸다. 윤기 또한 머쓱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렇게 상당한 시간동안 웃음은 끊이지않았다. 





부쩍 친밀해진 것 같다는 느낌은 나만 느끼는 것일지 몰라도 기분이 좋아졌다. 감정이라고는 전혀 없어보였던 윤기에게서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이 이렇게도 즐거워질 일일까. 입동굴이 확연히 드러나는 그의 커다란 웃음은 깜짝 놀랄 정도로 환했으니,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이번 아침식사시간은 욕실에서 씻고 나온 석진이 아직도 다 먹지 못했냐며 억지로 식탁을 치워버림으로써 끝이 났다.














" 다 먹을 수 있었는데, 못 먹었어. "


" 헛소리하지마. 넌 이번 역대급 아침식사를 그냥 흘려보낸 것을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 "


" 뭘 또 그렇게까지야.. "



정국과 호석의 실없는 대화를 들으면서 우리는 나른한 오전을 보내고 있었다. 다들 집 안에 흩어져 잠깐의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윤기 혼자만 방에 들어가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면서 뭔가를 적고 있었다. 살짝 열린 방문 사이로 그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호석이 내 눈길을 따라 확인했다.





" 윤기 형 요즘 진짜 바빠. 본부 압박 장난 아니거든, 아무래도 기밀 문서다 보니까 급한 게 사실이고. "



" 아아.. "



" 뭐 어쩌겠냐, 이번 건 끝나면 좀 쉬게 해주겠지? "






호석이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그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윤기가 방에서 나와 내게 손짓하고 있었다. 나는 놀라 벌떡 일어났다.




" 무슨 일이에요? "


" 너 본부 갈 일이 또 생겼어, 번거롭더라도 좀 같이 가자. "





번거롭다니 무슨, 나는 사건에 일말의 도움이라도 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인데. 평소보다 좀 더 긴장되어보이는 윤기의 모습에 나는 얼른 위층으로 뛰어올라가 나갈 채비를 했다.






















정확히 30분 후, 나는 본부 건물을 다시 올려다보게 되었다.



다시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창피하고 미안한 기억들, 나는 저절로 어깨가 움츠러듦을 느꼈다. 다시는 건물 안에서 길을 잃어버리지 않으리라. 윤기는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 뒤에 꼭 붙어있으라고 단단히 당부했다. 두어 번 더 주의를 듣고 나서야, 나는 그와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역시나 휘황찬란한 대리석 계단을 올라, 다시봐도 헷갈리는 복도들을 지났다. 
윤기의 손에 이끌려 따라들어간 방은 저번에 들어갔던 방이 아니었다. 규모도 훨씬 크고 다른 방과 연결되어 있었다. 


테이블에는 한 남자가 서류를 잔뜩 쌓아놓은채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윤기와 아는 사이인 듯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내가 궁금한 눈초리로 다른 방과 연결된 문을 살펴보는 동안 그 남자가 윤기에게 말을 걸었다.







" 뭐 대충 소문은 들었는데.. 이 분이셔? "




" 뭐가. "




" 왜,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핫한 화제거리던데. 다들 네가 여자랑 말 섞는 것도 본 적 없다는데 이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된.. "






윤기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 그는 잠시 주춤하고 뒤로 물러서다가 입을 비죽거리면서 말을 덧붙였다.




" 끝까지 아니라고는 말 안하면서.. "

확하고 달아오른 뺨을 손으로 식히는 나를 본 그가 눈을 찡긋했다. 









조직 내에서 꽤 높은 위치에 있고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인 윤기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만든 장본인이 나라는 사실은 나를 상당히 민망하고 또다시 미안해지게 했다. 그렇지만 썩 큰 부정은 하지 않는 윤기의 반응 때문에 기분이 묘해졌다. 




윤기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아예 내 쪽으로 돌아서서 말했다.







" 네가 저번에 말한 그 금고 말이야. 우리 쪽 전문가를 보내서 비밀번호를 풀려고 했는데, 비밀번호가 상당히 복잡한데다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종류의 금고였어. 그래서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로 했어. 조금 갑작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곧 한 씨를 만나게 될 거야. 한 씨는 저 방 안에 있고. 너는 그냥 들어가서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하면 돼. 절대 우리가 같은 편이라는 말은 하지말고, 그에게서 단서를 찾아내는 게 네 과제야. "




" ...... "





나는 윤기와 바로 옆의 문을 번갈아보았다. 어느새 윤기의 표정은 다시 감정 없이 굳어져 있었다. 그의 표정에서 상당한 중압감을 읽을 수 있었다. 아까 본부에 가자고 했을 때 그의 긴장되어보였던 모습이 겹쳐 떠올랐다. 이 일 때문이었구나. 

확실히 내 역할이 여기서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 저 방은 방음이 되어있고 밖에서는 전혀 대화를 들을 수 없어. 방 안에는 그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어떤 도청장치와 CCTV도 설치되어 있지 않고. 하지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내가 투입될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긴장하지 말고. "



윤기가 경직된 내 어깨를 두 손으로 잡고는 가볍게 쓸어내렸다.







나는 무거운 한숨을 쉬고는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그 일이 있은 후 처음 대면하게 될 그가 마냥 무서웠다. 나를 중심을 돌아가는 이 상황 자체가 불안했지만 내가 자처해서 뛰어든 일인데 내게 맡겨진 과제를 해내야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나는 윤기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인 후, 문을 열고 한 씨가 있는 방 안에 들어섰다.








한 씨는 고개를 들고 누가 들어왔는지 보기 위해 고개를 치켜들었다. 들어온 사람이 나라는 것을 확인하자 그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조금 수척해져있었지만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 모습에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지만 천천히 방 안 깊숙이 들어갔다. 부들부들 떨리는 걸음을 티내지 않으려고 빠르게 그가 앉아있는 탁자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그는 탁자 위에 널브러진 종이와 펜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 네가 여기 왜 있어? "



" 당연히 사장님 뒤따라 잡혀왔죠. "





대답은 자연스럽게, 나는 최소한의 정보를 주면서 그에게서는 최대한의 정보를 얻어내는 것. 그 것이 내 목표였다.


그는 나를 경계하는 듯한 시선을 보내면서 재차 되물었다.





" 따라 잡혀왔다고? "



이쯤에서 쐐기를 박아야 한다. 







" 네. 지금까지 복도 끝의 방에 갇혀 있었어요, 사장님처럼요. 독방을 마련해준 것도 모자라 옷도 주고 음식도 주고, 가둔 것 치고는 나름 잘해주던데요? "




그가 의심할 만한 요소는 모두 없애기 위해 태형에게 받은 옷을 증거로 내보였다. 옷소매를 들어보이며 그의 반응을 살폈다. 믿을 듯 말 듯 아리송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그에게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회심의 질문을 던졌다.





  
" 사장님과 몇 년을 같이 지냈는데 절 못 믿으시는 거예요? "



" ..... "







내 말을 들은 한 씨는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나를 스캔하듯이 쭉 훑어내렸다. 그의 눈길이 나를 향하는 것이 느껴지자마자 몸에 소름이 쭉 끼쳤다. 그 순간 표정관리는 정말 힘들었다. 이윽고 스캔을 마친 그가 손을 내저었다.






" 아니, 네가 여기 있었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서. "







그의 태도는 나를 의심스러워하던 처음과는 미묘하게 달라져있었다. 까맣게 잊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등장한 내 존재가 당연히 이상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서 일단 나를 적대시했겠지. 하지만 같이 갇혀있었다는 말을 듣자 보이는 약간의 동질감. 내가 말해준 '복도 쪽 끝 방'이라는 자세한 정보는 믿음직하다. 침입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입고 있었던 낡은 정장이 아닌 옷에 대해 의심을 품을까봐 미리 미끼로 던진 옷도 꽤 유용했고.







" 항상 그랬잖아요. 명분만 개인비서지, 아는 게 하나도 없고. 게다가 한 번도 사장실에 들어가게 하신 적도 없었죠. 전 며칠 간 이유도 모른 채 저 방에서 갇혀 있었어요. 도대체 무슨 일을 하신 거예요? 검은 마스크 낀 사람들이 한 말을 하나도 알아듣지를 못하겠어요. "







이제 슬슬 정보를 뜯어낼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나는 진심으로 서운하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한 씨를 지켜보았다.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뗐다.







" 깊이 알려줘봤자 다 알아듣지는 못할 거다. 일단 너한테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은 점은 미안하게 생각하고. 그렇지만 난 널 믿는다, 내가 널 직접 거두고 거의 키우다시피 했으니까. 그래서 믿고 부탁할 게 있어. "






끝까지 날 이용해먹으려는 그의 심산에 치가 떨렸다. 그런 와중에도 면밀히 그를 살폈다. 



그는 내가 그들과 한 씨 사이의 이중 스파이라는 것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그렇지 않은 이상 저렇게 확신에 찬 말투로 말할 리 없겠지. 








" 잘 들어, 일단 지금 내가 여기서 나가는 건 거의 불가능해. 그러니까 너가 필요한 거다. 아마 이 대화가 끝나고 방을 나가게 되면 저 사람들이 네게 분명 우리가 한 대화를 다 불라고 할 거야. 하지만 넌 그래선 안돼, 내가 별 말 하지 않았다고 지어내서 말을 해. 그러면 넌 얻어낼 정보가 없다고 생각되어서 풀려나게 될 거야. 풀려나면 곧장 사장실로 가라. 찾아보면 책상 옆 잘 보이지않는 틈 사이에 금고가 있다. 아직 그들은 발견하지 못했을 거고, 비밀번호가 걸려 있겠지. "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거의 다 왔다. 
그는 멍청해보이고 아는 게 하나도 없는 듯한 나를 맹신하고 있다. 이제 비밀번호만 알면 게임은 끝난 것이다.








그가 말을 멈췄다. 나도 모르게 숨을 헙, 하고 들이마셨다. 손을 이마에 대고 두드리며 고민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이번엔 또 뭐가 문제인 건가. 
나는 마음을 유하게 가지려고 노력하면서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건 좀 섣부른 판단인 것 같다. 소리내어 말하는 건 아무래도 위험해. "  

그는 방 안을 빠르게 둘러보면서 뭔가가 설치되어 있는지 눈으로 찾았다.





" 아무것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 같은데요. "






있지도 않은 장치를 찾으면서 이 다급한 상황을 이렇게 흘려보낼 수가 없었다. 나는 대충 찾는 시늉을 하면서 빠르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방에서 더이상 정보를 발설하지 않겠다고 다짐이라도 한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는 다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 좋아, 그래도 지금 이 일을 할 수 있는 건 너 뿐이니까. "







그가 탁자 위의 종이를 자기 앞으로 슥 끌어왔다. 그리고는 펜으로 열심히 뭔가를 써내렸다. 그리고는 빠르게 종이를 접어 책상 밑으로 숨겼다. 끊임없이 주위를 둘러보며 의식하는 모습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 혹시나 해서 직접적인 비밀번호는 적지 않았다, 이건 힌트야. "


그가 낮은 목소리로 들릴 듯 말 듯 말했다. 







" 자, 받아라. "

그가 책상 밑으로 작게 접은 종이를 건넸다. 


세상에, 정말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당연히 비밀번호가 적혀있을 줄 알았던 나는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힌 느낌이었다. 비밀번호도 아니라 힌트라니, 그 걸 풀기 위해서 또 얼마나 머리를 싸매야할지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것은 네 몫이야. 비밀번호를 풀었다면 비밀번호칸 옆에 있는 버튼을 세 번 눌러라. 정확히 세 번이야. 그럼 전자음이 들리면서 금고가 열리는데, 그 안에 들어있는 서류를 꺼내. 그 서류를 가지고 찾아가야 할 사람이 있어. "




그가 잠시 말을 멈추고는 혀로 입술을 축였다. 그리고는 바로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 저번에 봤던 그 남자 기억하지? 이 검은 마스크 놈들이 우리 건물에 침입해 들어왔던 그 날, 나와 거래하고 있던 그 남자. 그에게로 가서 서류를 주고 상황을 알려줘라. 아마 그 사람이 서류를 받은 대가로 여기에 올 것이고, 나는 이 곳에서 나갈 수 있게 되겠지. " 










그는 이 곳에 들어와 이 계획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탄탄하고 빈틈없는 계획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나는 그에게서 받은 종이 쪽지를 손에 꽉 쥐면서 알겠다고 대답했다.







한 씨는 이야기가 끝난 다음에도 아직도 걱정이 되는지 주의사항을 계속 일러주었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윤기가 들어와 이제 시간이 다 되었다고 말할 때까지 그는 끊임없이 반복해서 계획과 과정을 내게 주입시켰다. 마음같아서는 당신에 대한 신뢰는 이미 5년 전부터 깨져 있었고, 다시 너의 아랫사람이 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쏘아붙여주고 싶었지만 그에게 신뢰의 눈빛을 보내주며 방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문이 닫히고 나는 바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한 씨가 눈 앞에서 사라지자마자 일어난 일이었다.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려오기 시작했고 내가 저 안에서 어떻게 버티고 있었는지 정말 의문이었다. 기가 온통 빠져나간 느낌에 다시 한 번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돋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이 뚝뚝 떨어지는 인간이었다.




 괜찮냐며 물어오는 윤기에게 목소리를 낼 기운도 없어 말없이 손에 쥔 종이 쪽지를 보여주었다. 






그 것은 해결의 실마리이자, 또 다른 역경의 발단이었다. 

이제부터 힌트는 풀어져야 한다. 

















흐엥ㅠㅠㅠㅠ체감상 되게 오랜만인 것 같네요ㅠㅠㅠ
독자님덜 많이 보고싶었다구오ㅠㅠㅠㅠㅠㅠㅠ
일단 이번 편에 대해 말하고싶은 게 있다면,
터닝포인트가 되는 중요한 회차이니까 꼼꼼히 잘 읽어봐주셨음 좋겠다는 거!ㅎ
그리고 애정의 암호닉들 나갑니댜~
[암호닉]
꾹꾸기 / 열렬히 / 삐삐까 / 현기증 / 호비 / 챠이잉/ 주222 / 입틀막
항상 감사합니다!!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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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현기증!!!!
8년 전
독자2
아...아...진짜 작가님은 천재가 분명합니다, 오늘 진짜 집중해서 읽었잖아요ㅠㅠㅠㅠㅠㅠ전개도 진짜 빠른 것 같고ㅠㅠㅠㅠ항상 읽으면 기가 빨려요ㅠㅠㅠ그렇다고 싫다는 건 절대 아니고요!!! 힌트가 뭐일지도 궁금하고 그 서류는 뭔지, 그 남자는 누군지도 궁금하고ㅠㅠㅠㅠ아ㅠㅠㅠㅠ작가님 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추천도ㅠㅠㅠㅠ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제본 해줘요ㅠㅠㅠㅠ아ㅠㅠㅠ
8년 전
독자3
꾹꾸기
저 숨도 못쉬고 헙!!하면서 봤어요 징짜... 작가님 진짜로 거짓말 1도 안하고 정말 잘쓰세요!!! 저도 체감상 작가님 신알신 오랜만에 받는 느낌이네요ㅠㅠ 우리 자주 봐여ㅠㅠㅠㅠ

8년 전
독자4
호비에요!
와..이거 몰입도도 짱인데요???
저 글 읽으면서 이렇게 몰입하면서 본거 처음이에요.. 아근데 그 힌트 종이가 뭔지 궁금하네영..
오늘도 재미있게 읽구가영!!

8년 전
비회원247.73
챠이잉입니당 으아아ㅏ 저 숨 참으면서 봤어요 후아후아 이제 슬슬 진짜 본이야기로 들어가는 기분이네요 비밀번호를 찾기 위한!그리고 금고안에 저 서류는 뭘까요 비밀번호도 궁금하고ㅠㅠㅠ중간에 윤깈ㅋㅋㅋㅋㅋㅋ당근 싫어한다닠ㅋㅋㅋ귀여워죽겠네 조는 정국이랑 신나서 밥먹는 애들이랑 흐뭇하게 바라보는 석진이까지 다 상상가서 덩달아 저도 기분좋았습니당ㅎㅎㅎㅎㅎ작가님 하트하트
8년 전
비회원104.50
[연서]로 암호닉 신청 될까요??
진짜 재밌어요ㅠㅠ!!

8년 전
독자5
삐삐까에요!! 진짜 이번편도 숨참고봤어요... 윤기 당근싫어해서 골라내고있는거 완전 귀여미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136.180
입틀막이에요!! 아.. 조직물진짜취향인데.. 아 진짜ㅠ조아요ㅠ
8년 전
독자6
[태태요정]으로 암호닉 신청가능한가요?ㅠㅠㅜ 오랜만에 글잡들어와서 뭐 읽을까보다가 우연히 정주행하게되었는데 와ㅠㅠㅠㅠㅠㅠ이런글이 있었다니ㅠㅠㅠㅠㅠ너무 재밌게 읽었어요ㅠㅠㅠㅠ진짜 조직물 사랑하는데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너무 잘읽고갑니다!!
8년 전
독자7
1화 때 암호닉 신청한 굥기야 예요 흐엉 이제 본격적인 사건들이 팡팡 터지는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세상에 너무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읽으면서 저도 숨 참고 같이 긴장하고 그런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글 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8년 전
비회원139.64
요런 글을 왜 이제서야 보게 된 것 일까요 ㅠㅠ 앞으로의 전개가 무척 기대됩니다 혹시 암호닉 [무네큥] 으로 신청 가능 할까요??
8년 전
독자8
아 어떡해요 제가 이 작품 왜 이제 봤죠 진짜 재밌어요 아 어떡해요 독방 추천받고 왔는데 진짜 제 취향이에요 암호닉 신청해도 될까요? 만약 된다면 [CGV]로 해주세요 아 진짜 작품 퀄리티가 아주 고퀄리티예요 진짜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에요 뭔가 그렇게 봐야 되는 느낌이랄까 작품 너무 좋아요♡♡ 다음 화가 정말로 기대됩니다 작가님 얼른 빨리 뵀으면 좋겠어요
8년 전
독자9
으아ㅠㅠㅠㅠㅠㅠㅠㅠ 여주 잘했어ㅠㅠㅠㅠㅠㅠㅠ대견해ㅠㅠㅠㅠㅠㅠㅠ 이제 윤기 도와주고 행쇼하자(? 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0
와ㅠㅠㅠ대박 ㅠㅠ여주야 잘해쿄어ㅠㅠㅠㅠ
8년 전
독자11
워.. 저 한 씨는 정말.. 끝까지 자기 몫만 챙기려는 사람이네요. 어쩌면 윤기는 속으로 지금 여주를 데리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8년 전
독자12
옴마 작가님 이거 나 공부못하게 쓴거 맞죠ㅠㅠㅠㅠㅠㅠㅠ너무 궁금해서 공부 때려치고 보고일어요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13
힌트는뭐러까여비밀벙호를알려주지어ㅐ힌트를주서여주를림들게하니ㅠㅠㅠㅠ
7년 전
독자15
힌트라니..그냥 알려주지..ㅠㅜ
7년 전
독자16
편식하는 윤기 넘 귀여운 거 아닙니까 ㅠㅠㅠㅠㅠㅠ 모태 귀요미 그나저나 한 씨... 부들부들
7년 전
독자17
전개 진짜 대박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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