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시대. 학생들은 공부를 하느라 바쁘고, 직장인들은 일을 하기에 바쁘다. 당신도 그 중의 한 명. 그리고 지금 내 옆에서 눈을 잠시 붙이고 있는 사람도 그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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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런 속설을 들어 본 적 있는가? 반인반수, 즉 수인이 있다는 속설 말이다. 다들 내 말을 안 믿을 수 있겠지만 사실이다. 이 세계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당신처럼 순수한 인간, 혹은 반은 인간이며 반은 동물인 수인이. 루마니아의 뱀파이어처럼 수인도 순수한 인간을 동족으로 만들 수 있다. 뱀파이어는 ‘순혈’ 이 인간의 목을 물어야 되지만 수인은 ‘피’를 이용한다. 평범한 수인들의 피에는 그닥 위대한 힘 따위는 없다. 힘은 왕에게만 있으며 그 피를 마신 자는 왕의 사람이 되고 또한 그만큼의 힘을 가지게 된다.
나는 원래 평범하게 살아가던 학생이였지만 죽음의 갈림길에 한 번 들어섰다 수인의 왕에 의해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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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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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더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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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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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단한 수인의 왕이 대체 누구냐면 바로 내 허리를 끌어안고 잠을 더 청하는 바로 이 사람이다. 머글, 아 그러니까 순수한 인간들에게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주)FiLL의 사장인 박찬열이겠지만 나 같은 수인에게는 대단한 왕이다. 그것도 몇 십년동안 왕좌를 지키고 있는. 그럼 여기서 질문. ‘왕’ 이 있다면 ‘여왕’ 도 있을까? 답은 Yes. 여왕이라는 직위는 있지만 정치적으로 개입하지는 않는다. 그냥 왕의 아내일 뿐. 몇 년 전만 해도 공석이였던 여왕의 자리에 수많은 암수들이 노렸지만 갑작스럽게 누군가가 차지해버리는 바람에 모두 바라만 보고 있다. 그 누군가가 누구냐면 바로 나, 오여주다. 사실 내가 여왕의 자리에 올랐을 때에는 수많은 소문들이 들려왔다. 순혈도 아닌 더러운 혼종인 수인이 여왕이 되었다. 라는 말이라던가 여러 가지 더러운 말들이. 수인들은 순혈을 좋아한다. 자신들이 혼종으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 취급을 안 해주는 거다. 애초에 뭐 반만 사람이지만. 아, 혹시 내가 어떻게 수인이 되었는지 궁금한건가? 그럼 뭐, 자세히 말해주도록 하지. 다만 절대로 입을 벌리고 다니면 안 돼. 당신이 수인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당신을 제거 1순위로 정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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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아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아가 되었다. 아버지는 공사장에서 일을 하시다 위에서 떨어지는 선반에 의해 깔려 숨지셨고, 어머니는 그 충격으로 인해 쓰러지셨다. 병원에서는 고칠 수 없지만 살 수 있는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말만 했고 나와 동생은 절망에 빠졌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였던 나는 학교를 자퇴하고 무작정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다 했다. 동생 또한 자신이 이제 집안의 기둥이라며 자퇴를 선언했지만 어린 중학생이였던 동생을 말렸다. 동생은 화를 냈지만 내 말에 순응해주었고 학교를 마지못해 다니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새벽에 식당 일을 끝내고 달동네인 우리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어보니 싸늘한 온기만 남아있었다. 원래라면 동생이 담요를 끌어안고 자고 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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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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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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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이 닳아 기울어진 식탁 위에 쪽지 하나만을 남기고 사라진 동생을 찾기 위해 동네를 뒤지며 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늦은 새벽에 주민들은 시끄럽다며 불평불만을 했지만 소중한 내 동생, 세훈이가 사라졌다는 말에 주민들은 다 같이 나와 함께 세훈이를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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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미안해. 내가 꼭 성공해서 돌아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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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흉흉한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렇게 햇빛이 날 비출 때 까지 난 세훈이를 찾아 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났다. 18살이 된 나는 여전히 새벽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병원비를 냈고 세훈이가 언제든지 집에 돌아 올 수 있도록 집을 꾸몄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시린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다가온 날, 어머니는 내 곁을 떠나셨다. 상처투성이인 손으로 어머니를 아버지와 함께 자주 가시던 산에 묻어드렸다. 의사는 일 년이 넘게 견딘 것도 대단한 거라며 날 위로했지만 나에게는 흐르는 말일 뿐, 아무 위로도 되지 않았다. 어머니의 장례식까지 무사히 치른 나는 검정고시 준비를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를 한다는 게 힘들었지만 어딘가에 있을 세훈이를 위해서라도 이를 악물고 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를 만난 건 1년 후, 어머니의 기일이였다.
어머니가 좋아하던 안개꽃과 장미를 들고 산을 올랐다. 비가 오는 탓에 미끄러웠지만 발가락 끝에 힘을 주어 천천히 올라 어머니와 아버지가 계신 곳에 도착했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무덤 앞에 안개꽃과 장미가 가득 포장되어있는 꽃다발이 있었다. 순간 세훈이라고 생각한 나는 우산만을 들고 산 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무성한 나무들에 우산이 걸려 찢어진 우산을 버리고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직감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나의 동생 세훈이가 이 곳에 있다고. 그렇게 세훈이의 이름을 부르며 얼마나 돌아다녔을까. 어둠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비는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온 몸이 잔뜩 젖어 몸을 감싸고 벌벌 떨며 다시 어머니와 아버지의 곁으로 향했다. 세훈이는 결국 찾지 못했다. 한숨을 쉬고 가파른 산길을 내려가기 위해 몸을 웅크린 찰나, 나무 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넘어지다 삐끗해 아린 발목을 붙잡고 다시 일어나 걷기 시작했으나 미끄러운 흙덜미에 그만 구르고 말았다. 엄청나게 밑으로 떨어지고 있던 나는 겨우 나무에 부딪혀 멈추었으나 구르며 돌에 부딪힌 머리와 아린 발목에 정신이 없었다. 비마저 내 시야를 방해하고 있었고, 몸의 온도는 점점 내려가 잠이 몰려왔다. 이 곳에서 자다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가득했지만 이성보다는 본능이 지배를 했고 결국 난 눈을 감았다.
눈을 떠보니 난 푹신한 침대 위였고 오른팔에는 링겔을 꽂고 있었다. 지끈거리는 머리에 붙잡고 일어나자 키가 큰 한 남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어났군, 이라며 이상한 말투로 말을 하는 그는 나에게 다가와 김이 올라오는 죽을 건네주었다. 불편한 오른손을 대신 해 왼손으로 죽을 질질 흘리며 먹는 날 보고 그는 혀를 한 번 세차게 차더니 날카롭게 생긴 남자 한 명을 불러왔다. 남자는 날 보고 생긋 웃더니 나에게 다가와 죽을 먹여주기 시작했고, 그는 그런 모습을 보더니 제대로 설명해 김종대, 라며 방을 나섰다.
“안녕하세요.”
“…아, 네.”
“저는 김종대라고 해요.”
“저는,”
“알아요. 오여주, 맞죠?”
내 이름을 말하던 남자, 김종대씨는 내게 죽을 먹여주며 계속 말하기 시작했다. 날 바라보던 남자는 박찬열, (주)FiLL의 사장이라고 했다. 죽어가던 나를 우연히 발견했고 이 곳으로 데려와 겨우 살렸다고. 그리고 김종대씨는 마지막으로 나에게 충격적인 말을 했다.
“아, 그러고보니 다음 달이 결혼식이네요.”
“결혼식이요?”
“네. 사장님이랑 여주씨 결혼식이요.”
라고.
작가의 말
리뉴얼된 수인의 왕으로 돌아왔습니다.
제목과 배경, 초기 설정 모두 바뀌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에서 깬 여주를 바라보던 박찬열과 여주에게 죽을 먹여주던 다정킹 김종대.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