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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김민석/단편] 소설가 S와의 만남上 | 인스티즈



 

#1

 

그날 아침은 당장이라도 비가 올 것 마냥 흐렸다.

 

유수는 늦잠을 잔 까닭에, 허둥지둥대며 급하게 준비를 하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보이는 우중충한 하늘에 우산쪽으로 눈길이 갔다.

우산 챙길까- 란 고민도 잠시. 이내 발걸음을 재촉하며 회사로 갔다.

 

그 날은 운이 좋았다.

늦잠을 잤지만 빠르게 뛰어나간 정류장엔 2분만에 택시가 왔고

생각보다 늦은 회사는 소란스런 분위기 탓에 내 지각이 조용히 묻혔다.

컨펌한 자료만 보고했다, 하면 항상 태클을 걸던 상사도 오늘은 싱글벙글 웃으며 패스했다.

 

  -유수씨 괜찮은데? 평소에도 이러면 얼마나 좋아. 잘했어

 

항상 똑같이 올린 것 같은데.

얼마만에 칭찬인지

 

 

 

#2

 

소원출판사. 내가 다니는 직장의 이름이다.

이번에 시우민씨와 계약한 책이 베스트 셀러까지 가서 건물 로비에 현수막까지 걸어놓았다.

지금 내가 칭찬 받은 것도 시우민씨 덕분일라나

 

옆자리의 은솔씨와 점심을 먹고 간 탕비실에는 여직원들이 모여있었다.

이야기에 화두는 역시나 시우민 작가.

 

  -유수씨, 이번에 시우민 작가가 대박친 책 하나 있잖아! 그거 완전 내용이 아주 장난아니야. 소설이 무슨 그렇게 진짜 같은지

 

아직 제대로 못 읽어봐서 대충 맞장구 쳐주고 말을 얼버무렸다. 

휴게실 구석에 있는 서랍으로 가 종이와 펜을 꺼낸 뒤, 작은 하트를 그려 끝에서 부터 조심스럽게 채워나갔다.

지루하거나 생각할 게 생기면 나오는 유수의 버릇아닌 버릇이였다.

그림이 채워져 나가는 사이 점심시간은 끝나버렸고 모두 자리로 돌아갔다.

 

밥도 먹었으니 더 힘내서 일합시다! 라는 부장님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고, 점심시간의 끝을 알리듯 경쾌한 알림음이 울리며 모니터의 구석에 메신저가 떠올랐다.

 

[ 유수씨, 오늘 2시 30분에 시우민씨랑 차기작 관련된 미팅 잡아놨어! 주소는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OOO 으로 가면 되고, 사장님이 기대가 크셔! 좋은 소식 기대할게^^]

 

가벼운 마음으로 연 메신저가 이런 무시무시한 소식을 담고 있을줄이야.

특히 맨 마지막의 웃음표시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한 번쯤은 만나보고 싶다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만날 수 있게 될 줄은 몰랐다.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며 점심시간에의 이야기를 떠올렸지만 기억에 남는 건 없었다.

 

유수는 인터넷 창을 열어 시우민과 관련된 모든 기사, 인터뷰를 뒤져본 뒤 몇가지를 간단하게 수첩에 메모했다.

그 후에도, 의자를 옆으로 돌려 은솔에게 그에 대해 물어봤다.

 

 

 

#3

 

언론에 얼굴을 노출하는 걸 좋아하지 않음. 까다로움.

소설이지만 매우 실제같은 묘사와 이입감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음.

시우민이라는 필명을 사용하지만 본명은 알려져 있지 않음.

 

하.. 1시간 30분동안 묻고, 뒤지고, 검색해서 나온 그의 성격이 고작 세 줄이라니.

유수는 처음보는 사람과 일을 하는데 적응이 느렸다. 그런 그녀에게 상대방의 성격을 미리 파악하는 것 만큼 중요하는게 없었다.

'시우민' 이란 세 글자를 종이에 끄적거리다가, 이내 가방에 수첩과 간단한 것들을 챙긴 뒤 재킷을 걸치고 회사 밖으로 나섰다.

 

유수는 1층으로 내려오자마자 회사 앞에 사람을 내려주고 출발하려는 택시가 보여서 뛰었다.

나이스. 갑자기 뛰느라 놀란 숨을 고르며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다 문득 우산이 없는 게 생각났다.

빠르게 달리는 차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여전히 우중충 했으며, 오히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보다 더 어두워 진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나-라고 생각하며 비가 안 오길 빌 뿐이였다.

 

 

 

#4

 

 

  -감사합니다.

 

택시에서 내린 뒤 10여분을 걸었을까, 집 뒤쪽에 야트막한 산과, 왼편에 울긋불긋한 단풍나무. 허리춤까지 오는 울타리가 장미 덩쿨로 둘러싸인 자그마한 2층집이 보였다.

단풍과 잘 어울리는 집이다. 라고 유수는 생각했다.

넋 놓고 집구경도 잠시. 울타리를 열고 정원을 가로질러 문 앞에 섰다.

벨을 누르기 전 심호흡을 한 번 했는데, 어디에 있었는지 모를 강아지가 한 마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와, 깜짝이야.

 

순간 당황해 버린 나머지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지만 이내 쭈그려 앉아 커다란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름이 뭐야? 도기? 도기야, 시우민씨가 네 주인이겠지. 좋은 분일까? 뭐? 이제 들어가보라구? 알았어.

 

혼자 뭐하는 건지. 스스로 생각해도 약간 우스워 보였다.

강아지를 한 번 더 쓰다듬어준 뒤, 일어나려고 한 순간 등 뒤에 굳게 닫혀있던 문이 활짝 열렸고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았다.

 시우민씨다.

쭈그려 앉은 상태에서 고개만 돌려 올려다 본 그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지금 남의 강아지데리고 뭐하고 계시는 겁니까?

  -네? 아..지금 도기가 아니 그 쪽 강아지가 뛰어와서...

  -도기가 아니라 코난입니다.

 

말을 마치고 휙 돌아서 집 안으로 들어가는 그를 놓칠세라 자리에서 일어나 닫히는 문을 간신히 잡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5

 

시우민씨를 따라 들어선 집은 그의 성격을 어느정도 보여주는 듯 했다.

가지런하게 정돈된 현관에 슬리퍼부터,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크기별로 정렬된 책과 각 맞춰서 배치된 가구들까지.

집을 한 번 둘러보다가 신발장에 놓인 슬리퍼를 신고 조심스럽게 그가 미리 앉아있던 의자 건너편 쇼파에 앉았다.

 

  -이번에 제가 온 건 저희 출판사랑 차기작을 의논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팔걸이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괸 채 나를 빤히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애써 그의 시선을 피하면서, 앞에 놓여있는 테이블에 수첩과 펜을 꺼내 올려놓았다.

물건을 꺼내 올려놓을 때 까지도 아무말도 안하며 나만 보고있는 모습에 괜히 부담스러워져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떤 작품을 구상하고 계세요?

 

[EXO/김민석/단편] 소설가 S와의 만남上 | 인스티즈

 

 

턱을 괴고있던 팔을 내리며 그는 대답했다.

 

  -이번에도 로맨스 작품을 써보려고 합니다. 근데

 

로맨스..작품.. 그의 얼굴과 수첩을 번갈아 보며 열심히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근데..? 갑자기 끊긴 말에 쓰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자신에게 집중하길 원했던 건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말을 이어나갔다.

 

  -소설도 경험이 베이스로 깔려야 쓸 수 있는데.

 

그래서 어쩌란 건지.라는 생각과 나지막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저희쪽에서 그렇게 시간은 많이 못드리는데.. 한 2년정도면 될까요?

 

2년도 크게 부른거였다. 회사에 가서 부장님한테 엄청 깨질생각을 하니 캄캄해졌다.

 

  -2년은 필요없습니다.

 

잠깐 구겨졌었던 인상이 펴지고, 더 길게 부르면 어쩌나 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리는 좋은 느낌이 밀려왔다.

 

  -그럼 얼마정도..

  -3개월

 

세상에, 이거 완전 대박인데?

회사로 돌아가서 계약을 당당히 따왔다고 큰소리 떵떵치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고,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너무 가볍게 보이지 말자.

필요한 조건은 웬만해선 다 들어주겠다는 말을 하려는 순간 그의 말이 나의 생각을 멈추게 했다.

 

  -대신 나랑 연애합시다. 딱 3개월 만. 어때요?

 

엥? 순간 잘 못 들은건가 내 귀를 의심하며 들고 있던 펜을 떨어뜨렸다. 바닥에 깔려있던 카페트 덕분에 소리는 나지 않았다.

 

  -저기요, 작가님?? 연애가 뭔지 모르실 나이는 아니고 언제봤다고 갑자기 막..막 사귀자고...그러세요?

 

갑작스러운 말에 얼굴이 확 달아오름이 느껴졌다. 쥐구멍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숨고싶은 기분.

 

  -게다가 막말로 저는 작가님 이름도 몰라요

 

그는 뭐가 맘에 안드는지, 인상을 확 찡그렸다. 뒤이어 무릎 위에 얹어놨던 팔로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뒤 앉아있던 의자에 비스듬히 기댔다.

 

  -지금 여자라고 생각 할 시간이 필요한 겁니까? 좋습니다. 결정하면 연락주시죠. 그때까지 계약은 미루겠습니다.

 

선심쓴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가는 모습에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쪽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냐고 당장이라도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머릿 속에서 '좋은 소식 기대할게^^'가 뱅글뱅글 도는 것 같았다.

그는 당황해서 앉아 있는 나 대신 바닥에 떨어진 펜을 주워 공책과 함께 집은 뒤, 옆에 둔 가방에 넣고 나를 일으켜 세웠다.

 

어버버-하고 있는 나를 문 앞으로 밀며

 

  -이왕이면 대답이 빠를 수록 좋겠군요.

 

따위의 말을 내뱉었다.

유수는 떨리는 손을 최대한 진정시키며 인사도 하는둥 마는둥 하고 문을 열고 나섰다.

나오자 마자 긴장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내가 저사람한테 뭐 잘못했나? 계약 못따냈다 그러면 부장한테 얼마나 깨질까.

순식간에 오만가지 잡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비는 언제부터 오고있었던 건지, 꽤나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유수는 잠시 생각했다. 솔직히 첫인상은 괜찮았다.

그리 크지는 않은 키지만 시원하게 넘긴 가르마 머리에, 단정한 흰색 셔츠와 바지.

지금 유수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리할 수가 없었다.

 

몇 분 정도 지났을까 닫힌지 얼마나 됐다고, 문은 다시 열리고 그는 내 옆에 함께 쭈그려 앉은 뒤 자신의 시선을 나에게 맞췄다.

 

-올 때 우산은 없었던 것 같고. 이정도면 충분히 고민할 시간 됐습니까?

 

난 지금 무언가에 홀린걸까

 

-...네. 까짓거 해보죠. 뭐

 

 

[EXO/김민석/단편] 소설가 S와의 만남上 | 인스티즈

 

그는 내 대답을 듣고 만족스럽다는 듯이 해사한 웃음을 내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손을 내밀었다.

 

-김민석입니다. 3개월동안 잘부탁합니다. 이유수씨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김민석'을 속으로 되뇌였다.

잘 안알려준다면서 처음보는 사람한테 이렇게 쉽게 말해도 되는건가

그 쪽 진짜 이름 아는 사람은 몇명이나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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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대박....엄마... 나 시우민이랑 사겨요....경사났다 !!!!!! 아 대박... 좋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박 조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신알신 할게요 !!!! 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2
오모나... 처음으로... 첫댓해봤어요.. !!
7년 전
벚꽃수니
헉ㅠㅠㅠㅠ 완전 고마워요!! 더 좋은 내용으로 보답할게요! 좋은 하루 보내요ㅎㅎ
7년 전
독자3
저 이런 글 진짜 취적인데 드디어 찾았네요ㅠㅠ다음편이 기다려져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세요ㅎ
7년 전
벚꽃수니
고마워요!! 더 열심히 수정해서 좋은 내용으로 보답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ㅠㅡㅠ 좋은하루 보내요!*^-^*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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