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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독자1
왔다.
8년 전
독자2
막, 자세한 상황은 쓰다가 그냥 나오는 대로 하자. 뭐, 정국이가 집 앞에서 돈을 뜯겨도 좋고. 매일, 널 기다리던 내가 늦게 들어오니까 네가 날 기다리는 것도 좋고.
8년 전
글쓴이
집 앞에서 돈 뜯기는 거 좋다.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혹시 선톡 해줄 수 있어요?
8년 전
독자3
저 상황 마음에 든다니까, 저 상황부터 시작해야지. 응.
8년 전
글쓴이
미안해요, 늦었다. 얼른 이을게.
8년 전
독자5
글쓴이에게
괜찮아, 맘에 안 들텐데 천천히 이어.
8년 전
글쓴이
5에게
전혀, 너무 좋은데? 그런 생각 하지 마요.
8년 전
독자6
글쓴이에게
다행이다, 그럼 천천히 이어줘.
8년 전
독자10
글쓴이에게
나 너무 졸리다, 내일 이어도 괜찮으려나.
8년 전
글쓴이
10에게
당연히. 내일 봐요, 잘자.
8년 전
독자4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정국이 올텐데.
너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들어오는 건 10분도 채 안 걸리는 짧은 시간이지만,
괜시리 떨리는 마음에 네가 예쁘다고 했던 티를 걸치고 평소에 잘 뿌리지도 않는 향수까지 뿌렸다.
주책이지, 매일 보는 너에게 잘 보이려는 꼴이라니. 그것도, 아홉 살은 더 먹은 형아가.
쓸데없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다 시계를 보니 벌써 9시 반. 야자를 마친 네가 집으로 돌아올 시간이다.
조금은 다급한 걸음으로 여느때와 다름 없이 현관으로 내려간다.
저 멀리서 누가봐도, 저 전정국이에요. 하고 있는 네 동그란 뒷통수를 보자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간다.
야, 전정구ㄱ.
널 부르려던 소리는 곧, 네 주변을 감싸는 무리들에 가로막힌다. 네 교복이랑 다른 걸로 봐선, 아는 애들 같지는 않은데.
8년 전
글쓴이
야자가 끝나기 10분 전부터 저를 기다리고 있을 네 생각에 가방을 미리 멘 채 집으로 갈 준비를 했다. 현관 앞에 서서 저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지어줄 네 생각에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오늘은 제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 아, 오늘 학교에서 친구랑 급식 일찍 먹으러 뛰어가다가 넘어진 얘기해줘야지. 분명 네가 좋아할 텐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평소와 다름없이 현관에 나와 저를 기다릴 네가 눈앞에 생생해 걸음을 재촉하는데, 바닥을 보며 걷던 시야에 낯선 신발들이 보여 절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뭐지, 얼른 집 가야 하는데. 아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이윽고 들려오는, 돈 좀 빌려달라는 말에 그냥 그들을 지나쳤다. 그들을 상대하기에는 나를 기다릴 네 시간이 너무나 아깝거든.
그 순간 제 어깨를 잡아당기는 악력에 그대로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젠장, 오늘은 너를 좀 더 오래 기다리게 할 것 같네.
8년 전
독자7
지난번, 네 친구들에게 살갑게 말을 걸었다 네게 크게 혼난 적이 있던지라 네가 걱정스러우면서도 차마 다가가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친구들인가, 처음보는데. 괜시리 밀려오는 불안함에 결국 천천히 걸음을 옮겨 네 쪽으로 향하는데.
쿵, 꽤 큰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밀쳐지는 네 모습이 보인다. 뭐야, 지금 이 상황.
너무도 놀란 나머지 그대로 네게 달려가 널 일으킨 후 제 뒤에 숨겼다.
덩치도 큰 새끼들이 떼거지로 몰려와서 우리 정국이를.
잔뜩 구겨져있던 인상을 풀지 않은 채 바라보니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듯한 고딩놈들이 보인다.
야, 뒤질래.
아님 그냥 꺼질래. 제 모습이 우스운건지 깔깔대며 웃기 바쁜 무리를 바라보며 한 손을 뒤로 돌려 네 손을 꾹 잡았다.
정국이가 좋아하는 옷 더럽히는 거 진짜 싫은데. 아, 나 보고 반하는 거 아니야. 우리 정국이.
8년 전
글쓴이
바닥에 내팽게쳐져 손과 허리에 순간 밀려오는 고통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망했다, 상처 생긴 거 보면 분명히 뭐라고 할텐데. 이걸 뭐라고 변명해.
그 순간 제 손을 잡아 일으키는 손길에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익숙한 뒷 모습과 목소리. 그리고 제 손을 잡아주는 손길. 바로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아, 아저씨구나.
좋지 않은 상황으로 흘러갈 것이 뻔했기에 걱정이 되었다. 이러다가 괜히 나 때문에 네가 다치지는 않을까, 하고.
그 생각이 든 순간 여기를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말고는 들지 않았다.
그래서 네 손을 꽉 붙잡고는 제게 당겼다.
그냥 가요, 괜히 아저씨 다칠까봐 걱정 돼. 내일 학교도 가야하고, 출근도 해야하니라 그냥 가면 안 돼요? 응?
8년 전
독자8
걱정하고 있구나, 너. 평소엔, 아무리 들들 볶아도 침착하던 네 목소리가 떨리는 게 아무래도 많이 놀랐나보다. 나도 맘만 같아선 그냥 가고 싶은데, 원래 저런 새끼들이 가오에 살고 가오에 죽으니까. 제 손을 세게 잡아오는 널 안심시키듯 네 손을 살살 쓸어주었다.
야, 애 놀랐잖아.
조롱하듯 뱉어진 제 말에 핀트가 나간 건지 제게 돌진하는 무리들을 바라보며 반격할 준비를 했다.
덩치도 산만한 놈들이 그러고 달려오니 좀 무섭기도 하고.
세 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을 상대하고 나니 스스로 도망가는 얘들 모습에 혀를 차며 너를 향해 뒤를 돌았다.
야 어때, 형 죽이지.
8년 전
글쓴이
제게 안심하라는 듯 손을 쓸어주는 너에 어느정도 떨리는 몸이 진정이 되어 고개를 들었다.
싸우면 안 되는데, 그러다 다치면 어떡하려고. 그럼 내가 더 미안한데.
제게 잠깐 기다리라며 잡고 있던 손을 떼고는 무리들에게 다가가는 너에 차마 그 모습을 보고 있을 자신이 없어 바닥에 앉아 고개를 두 무릎 사이에 숨겼다. 얼른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랬다.
얼마나 지났을까, 제 귀에 들려오는 네 목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순간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씨, 쪽팔려.
8년 전
독자9
아무리 고등학생이여도, 떼로 덤비는데 어떻게 상처가 안 날수가 있을까. 얼굴 여기저기 난 생채기들을 애써 가리며 널 향해 걸어가는데 많이 놀란건지 주저앉아 버리는 너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빠르게 다가가 너와 눈높이를 맞춘다.
부끄러운지 붉어진 귀가 귀여워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널 제게 기대듯 안아 일으켜세우며 네 몸 이곳저곳을 확인한다.
야, 너 다친데 없지.
건들일 게 어딨다고 우리 정국이를 건들여.
다행이 크게 다친 곳은 없어보이는 네게 환히 웃어보이며 손목을 잡아 집 방향으로 이끈다.
위험하다, 앞으로는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릴까봐. 아님, 학교 앞으로 갈까.
8년 전
글쓴이
9에게
응, 안 다쳤어요. 덕분에. 고마워요, 나 도와줘서.
사실 아까 조금 세게 내팽게쳐진 탓에 아직 욱씬거림이 남아있긴 했지만 이 사실을 알면 제게 업히라며 등을 내줄 너였기에 괜칞은 척 했다.
아니에요, 학교 앞 까지 언제 와. 일하느라 피곤할텐데. 집 앞까지 마중 나와주는 것 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고마워요.
너와 학교에서 있었던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던 계획이 무너져버렸다. 그깟 양아치들 때문에.
어, 얼굴에 상처. 내가 다칠까봐 그냥 가자고 한 건데 결국에는 다쳐버렸다. 다치니까 속상하잖아요. 얼른 가서 내가 치료해줄게요.
어두운 곳에 있어서 상처가 난 지도 몰랐다. 네가 환하게 웃고있던 탓에 더 몰랐을 수도.
쓰라렸을텐데도 제게 웃어주는 너에 괜히 제가 더 미안해졌다.
내일 회사도 가야 하는 사람 얼굴이 저게 뭐야, 속상하게.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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