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세자의 일탈
"탄소야."
"예 저하. 부르셨습니까"
"바깥세상에서 살면 재밌느냐."
"궁 밖 말씀이십니까?음..저는...궁보단 바깥이 더 재밌습니다.하하.."
말하면서 난 세자저하의 눈치를 봤다.
"ㅎ...허나! 궁도 너~무 재밌습니다. 우선 세자저하를 이렇게 가까이서 뵐 수도 있고, 제복도 멋있고..."
"그렇게 애써 포장할 필요 없다. 궁 생활 지루한 거 모르는 사람 한 명 없는데"
"....아닙니다. 저하 요즘 너무 업무가 과중하셨습니다. 세자빈마마 간택일 전까지 여유가 있으니 조금 쉬십시오."
"너는 바깥에서 가본 곳 중 어디가 가장 좋았느냐?"
"저는 저희 집이 제일...아!! 궁에 들어오기 전 마지막으로 혼자 오이도에 다녀왔는데, 한적할 때 다녀와서 그런지 저 혼자 섬에 있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오이도..."
"예. 내년 휴가 때 꼭 가보십시오. 정말 좋습니다~"
"참고하겠다."
"저하..혹시 저도 질문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한번 해보거라"
"저하께서 가보신 곳 중에서 어디가 가장 좋으셨습니까?"
정말 궁금했다. 세계 곳곳 안가본 데가 없을 세자저하신데 어디가 제일 기억에 남을까?
"없다."
"예...?"
"없다고. 기억에 남는 곳."
"..."
"한번도 여행을 목적으로 즐기러 간 적이 없었다.국내에선 얼굴이 알려져있어서,해외에선 매스컴의 감시때문에.
항상 실내에만 있어서 어디가 외국인지 한국인지 구분이 안된다."
"그러셨습니까.."
생각지도 못했던 답변이었다.
생각해보니, 영국에서도 저하께선 항상 실내에 계셨다.
교대가 끝날때까지도, 난 몰랐다.
//
궁에 비상이 걸렸다.
근위병들이 모두 집합했고, 근위대장님이 오셨다.
"세자저하께서 사라지셨다. 측근보좌팀은 청와궁부터 서울에 있는 모든 궁을 수색한다. 시설보안팀은..."
우리는 팀별로 임무를 지정받았고, 근위대장님의 명령이 긑나고 보좌팀끼리 따로 모였다.
세자저하 측근보좌팀은 경복궁을 수색하기로 했다.
"세자저하께서 궁에 가셨을까? 과연?"
"일단 등잔 밑부터 확인하는거지."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궁인들은 세자저하를 범죄자 찾듯이 찾고있었다.
아직까진 세자저하의 연락을 기다려도 될 것 같은데, 윗 분들 생각은 나와 다른 것 같았다.
//
꼬박 하루가 지났고, 여전히 세자저하의 행방은 묘연했다.
규정상 3일동안 궁내 사건은 궁에서 해결하고, 3일이 지난 후부터 공권력(경찰 등)을 동원할 수 있어서 우리는 잠시 쉬다가 다시 수색에 나서기로 했다.
"야. 배 안고파도 먹어둬."
"278기 나탄소. 배 엄청 고파."
"하긴...돼지 식성이 어디 가겠냐."
"아오 저걸 죽일 수도 없고..."
전정국의 놀림에 오늘도 어김없이 열받다가 문득 생각났다.
"....오이도!!"
"뭐라는거야."
"외출신청 누구한테 해야되냐?"
"지금 외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냐? 너 세자저하 근위병이야. 세자저하 돌아오시면 우리 짤릴 각오해야되는데 외출신청한다고..?"
"지금 나가야 해. 꼭"
//
막무가내로 외출을 신청하여 허가도 나기 전에 오이도행 전철을 탔다.
오이도역에 내리자 세자저하를 어디부터 찾아야할지 막막했다.
일단 사람 많은 곳엔 안가셨을테니 한적한 곳부터 살피기로 했다.
방파제에도 가보고, 삼림욕장에도 가보고, 가볼만한 곳은 다 갔는데 해가 떴다가 다시 어둑해질 무렵까지 세자저하의 꽁무니도 찾지 못했다.
막차가 올 즈음이 되자 나는 포기하고 역으로 가고 있었는데...
"씨발. 맞기 싫으면 따라오라고!"
"더 이상 엮이기 싫다. 돈도 다 줬는데 어딜 또 가자는거야."
어...? 말투와 목소리가 딱 세자저하였다.
나는 목소리가 들려온 골목쪽으로 빨리 뛰어갔다.
남자 3명이 세자저하로 보이는 사람을 앞에 두고 한 명이 주먹을 휘두르려 하고 있었다.
"잠깐!!!!!"
"뭐야. 누구야?"
"지금 너가 때리려고 하는 사람 여자친구다."
"여자친구? 여자면 그냥 조용히 꺼져라. 니 남친 이미 탈탈 털려서 모텔 대실비도 없어~큭큭큭"
"미친 새끼. 셋 세기 전에 안꺼지면 경찰부른다. 하나, 둘, ㅅ..."
"이 년이 진짜?"
상대방이 나한테 달려들었고, 상대방이 먼저 덤비길 바랬던 나는 덤벼오는 남자를 넘어뜨려 목 뒤를 지그시 밟고 있었다.
"그 쪽들도 이렇게 되기 싫으면 이 놈이랑 이 분 놔두고 튀어라. 셋센다. 하나. 둘..."
다들 혼비백산해서 도망갔다.
나는 그들이 다 도망간 걸 확인하고 세자저하를 바라보았다.
"저하. 이 놈은 어떡할까요. 붙잡고 있을테니 몇 대 치시겠습니까?"
"아니다. 됐다. 다만...저 자가 내 지갑을 가져갔다. 그것 좀 돌려받거라."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 자식이 지갑을 꺼내서 바닥에 두었다.
지갑을 주운 후 내가 발을 떼자 그 놈은 휘청이며 도망갔다.
세자저하께서 많이 놀라셨을 것 같아 굳이 옆에서 싫은 소리를 하진 않기로 했다.
"저하...즐거우셨습니까?"
"궁에서 날 찾는데 혈안이 되어있겠구나."
"..염려마십시오, 세자저하께서 무사하시니 다 괜찮을겁니다."
오이도역에서 궁으로 가려면 족히 2시간은 넘게 걸렸다.
막차라 사람도 없었다.
나와 저하 단 둘이었다.
"이 열차 안이 꼭 내 마음 같구나."
"...?"
"속이 이렇게나 텅텅 비었고, 내 속을 아는 사람은 나하고 탄소 너 단 둘뿐이니.."
"저하..."
"나는 세자도 싫고, 후계자 교육도 싫고, 결혼도 싫다."
"...."
"아바마마께 믿음을 주지 못하는 아들인 것도, 어마마마의 기대를 모두 충족하지 못하는 아들인 것도, 동생들을 따스하게 보듬어주지 못하는 오빠인 것도. 모두 싫다."
"저하..아닙니다. 저하는 이미 충분한...."
"이번에 내가 궁으로 가면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있는 운명인데 왜 이리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일까...나는 아무래도 훌륭한 왕은 되지 못할 것 같구나."
세자저하의 씁쓸한 표정은 나로 하여금 어떤 말로도 위로를 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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