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호야 - Good Kisser
사내 로맨스는 아찔하다.04
부제 : 민팀장 데이
+)오늘은 시점의 변화가 많으니 신경써주세요!
"...오늘 야근인거 알죠?"
"네? 아, 네. 알아요, 알죠..."
"계속 지금처럼 정신 놓고있으면, 성사원 오늘 안에 집 못갈 것 같은데."
"아..."
"난 진짜 회의 갈테니까, 들고 들어가요."
역시 자기 할 말만 끝낸 팀장님은 내 손에 들린 회의록을 가져가더니 커피 홀더를 내 품에 안겨주고 자기건 따로 들더니 가버린다. 멍하니 뒷모습을 보고있다 내 손을 내려다보니 팀장님의 카드가 있어 급하게 부르려다 그냥 뒀다. 책상 위에 두면 되겠지 뭐.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팀원들에게 커피를 나누어주고는 팀장실로 가려다 그 앞에 있는 계단을 보고 발걸음이 뚝 멈췄다. 아, 저길 또 언제 올라갔다 내려와. 그냥 이따 드려야겠다.
혼자 합리화를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보고서 마무리에, 오늘 오전에 반차로 인해 밀려버린 업무들까지 다 하려면... 퇴근은 10시 쯤? 망했네. 한숨을 쉬며 보고서 작성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으아... 다 끝냈다. 대충 마무리가 된 몇 십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의 맞춤법 검사까지 끝낸 후 팔을 올려 기지개를 피려다 허리가 아픈걸 깨닫고 동작을 멈췄다. 허공에 떠다니는 손이 민망해 눈치를 보며 내리고는 시계를 봤다. 한 네시 반 쯤 됐나...
여유롭게 시계를 보다 이미 5를 가리키고있는 작은 바늘에 깜짝놀라 눈을 크게 떴다. 미친, 아직 인쇄도 안했는데.
허리가 아픈것도 잊고 급하게 일어나려다 살짝 휘청해 넘어질 뻔 하고는 다시한번 팀원들 눈치를 보니 다행히 아무도 못 본 것 같았다. 요즘 나를 놀리는게 제일 즐거우시다는 박대리님도 일에 집중하시느라 못보신 것 같았고.
문서 인쇄 버튼을 급하게 누르고 양면 인쇄도 누르고. 나름 빛의 속도(?)로 몇몇 옵션들을 설정하고 사무실을 나와 17층 로비에 있는 인쇄기 앞으로 가서 섰다.
아, 제발 빨리 좀 나와라. 안 그래도 시간 안지키는거 싫어하시는 팀장님인데, 5시도 벌써 넘어버렸으니... 울상을 지으며 인쇄되는 문서들을 보고 손톱을 물어뜯었다. 빨리 나와라, 빨리...
"손톱 물어뜯으면 빨리 나오냐."
"아, 깜짝이야... 뭔데."
"시간 보니까 딱 니가 인쇄기 앞에서 손톱 물어뜯을 시간이길래."
손톱을 물고있던 입술에서 손을 빼내더니 제 손으로 입술을 꾹 눌러버리는 전정국이다.
대학 때부터 그렇게 내가 손톱 무는거에 집착을 하더니. 그건 회사에서도 절대 변하지 않는건지, 입사하고나서도 손 물지말라며 그럼 널 물겠다며 되도않는 협박을 쏟아부어왔다. 니가 제 시간에 일을 끝낼리가 없지. 하며 손을 떼는 전정국에 인상을 쓰며 흘겨보니 제 손에 묻은 붉은 색 계열의 립스틱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린다.
"쥐 잡아먹었냐. 다른 색 좀 쓰지?"
"쥐 잡아먹은거 맞는데. 시비걸지마라. 누나 마음 급하다."
"누나 좋아하네."
자고로 립스틱은 색이 예쁜게 아니라, 키스할 때 맛이 있는걸 사야한다는 말도안되는 소리를 늘어놓으며 몇 번 더 시비를 걸던 전정국이 내가 안받아주자 재미가 없어진건지 이젠 누가 들을까 작은 목소리로 찡얼대기 시작한다.
"아아, 왜 나 안 봐줘? 어?"
"너같이 애같은 놈을 누가 봐줘. 저리가, 나 팀장님한테 가야해."
"아, 왜. ...너 진짜 어제 일 들으면 그런 말이 안나올텐데."
"...내가 뭐."
"누가 누구더러 애같대. 지는 술만 마시면 안아달라, 뽀뽀해달라 난리를 치는게... "
전정국의 말에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어깨를 으쓱이며 전정국을 올려다보자 헛웃음을 지으며 발길을 돌려 사무실로 들어가버렸다.
...별거 아니겠지? 아니, 별거 아니어야 한다. 안아달라면서 징징댄건 이미 박대리님한테 한 수치플로 충분하니까.
대충 생각을 지우려 고개를 두어번 젓고는 나온 프린트를 가지고 팀장실로 향했다. 최대한 아무렇지않게 해야지. 이것만 드리고 나오는거야... 만약 내가 팀장이 되면, 이 미친놈의 계단이 없는 사무실로 만들거라고 다짐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잡생각을 버리고는 손을 올려 노크를 했다.
"들어오세요."
"팀장님, 이번 분기 기획팀 보고서 정리본입니다."
여전히 컴퓨터만 쳐다보는 팀장님은 회의를 길게 해서 그런지, 조금 피곤해보였다. 그 앞으로 보고서 파일 서너개를 내려놓으니 시계를 쳐다보고는 나와 똑바로 눈을 맞춘다.
...아까 카페에서의 일은 기억도 안나는건지, 아님 신경을 안쓰는건지. 아무렇지도 않은 그 표정에 오히려 당황했다. 내려놓은 보고서를 몇 장 넘겨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다행이다,
"시간 못 맞춘거 빼고는, 괜찮네요."
"...아, 죄송합니다."
"몇 번쨉니까, 시간 못 맞추는거. 완성도만 높으면 뭐해요, 이렇게 늦게 가져오는데."
"......"
십분 늦었는데... 내가 평소에 좀 늦었던건 맞지만 왠지 억울한 기분에 입술을 꾹 물고 고개를 숙였다. 내가 대답이 없자 앉은 채로 날 올려다보더니 한숨을 쉰다.
"나가봐요. 또 박대리랑 수다떨지 말고, 일 해요."
"...네."
"그리고,"
"......"
"...그, 저녁 같이합시다. 나도 야근이니까."
그리고, 하며 덧붙이는 말에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는데 '저녁같이하자'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주제에 나도모르게 눈을 크게 뜨고 팀장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하지만 내가 쳐다보는건 느껴지지도 않는건지 뭔지, 여전히 내가 낸 보고서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로 말을 이어간다.
"마케팅팀도 오늘 일찍 퇴근이라던데, 전사원도 없을거 아닙니까."
"...아, 네..."
"...나 불편합니까?"
"네... 아니, 네? 불편하지는 않은데..."
"그럼 같이 하죠. 일단 한 시간 남았으니까, 일 보세요."
얼떨결에 잡혀버린 저녁약속에 멍한 얼굴로 팀장실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이게 뭐냐, 갑자기. 오늘따라 팀장님이 좀 달랐다. 아까 카페에서 그 행동도 그렇고...
뭔가 찜찜한 마음을 애써 지우며 ppt를 만들다보니 어느새 퇴근시간이 다가왔고, 언제 나오신건지 퇴근하라는 팀장님의 목소리가 들려 괜히 또 한번 움찔했다.
와, 뭘 잘못한 것도 아닌데 목소리 들을 때마다 왜 이렇게 심장이 떨리는지. 하나둘씩 일어나는 팀원들에게 작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데 가방을 챙겨 일어나는 박대리님과 눈이 마주쳤고, 내가 웃으며 인사를 하자 울상짓듯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고는 야근 화이팅, 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고 사무실을 나간다.
팀원들이 다 빠져나가고 나서 우울한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보는데 뒤쪽에 서계시던 팀장님이 내 옆자리에 앉아 내가 만드는 ppt를 빤히 보고계신다.
아니, 아까 전정국도 그러더니 왜 다들 이 자리에 앉아 내가 신경쓰이게 하는건지... 차라리 말을 걸었으면 좋으려만, 그냥 내가 만든 ppt만 보고있는 팀장님에 결국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 팀장님. 메뉴는 뭘로 할까요...?"
"벌써 시켰습니다, 초밥으로. 저번에 보니까 좋아하는 것 같길래. 아닙니까?"
"아, 좋아해요 초밥. 네..."
근데 제가 초밥 좋아하는건 어떻게 아셨어요, 하고 물으려다 말았다. 저번 회식 때 내가 열심히 먹는거 보셨나. ...좀 쪽팔리긴 하지만, 겉으로 티내지 않고 그냥 고개를 끄덕이니 내 ppt를 마음대로 저장해버리고 의자에서 일어난다.
"밥 먹을 때는 일얘기 안할테니까 걱정 말고 가죠."
"가다니, 어딜요?"
"휴게실 가자구요. 무슨 생각 합니까?"
"아, 아무생각 안했어요!"
가자는 말에 순간 놀라 여기가 아니면 어디서 먹자는거지, 하며 슬슬 이상한 생각쪽으로 기울려는 순간 나오는 휴게실이라는 단어에 어색하게 웃으며 팀장님의 뒤를 따라 휴게실로 들어섰다. 팀장님이 미리 시켜둔건지 초밥은 금방 도착했고, 내가 계산을 하려는걸 됐다며 다시 의자에 앉히고는 바로 계산을 마쳤다.
"......"
"......"
근데 좀 어색한데. 아니, 좀 많이 어색하다.
괜히 시선을 요리조리 피하며 빨리 먹고 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급하게 초밥을 입안으로 꾸역꾸역 밀어넣다 나를 빤히 보던 팀장님과 눈이 마주쳐 사레가 걸리고 말았다. 켁켁대는 나를 보던 팀장님이 놀란 눈으로 내게 물을 건넸고 벌컥벌컥 마시는 나를 보며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성사원, 불편합니까?"
"아니, 전혀요. 괜찮은데요! 하하..."
"그러게 왜 그렇게 급하게 먹어요. 체 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보던 팀장님은 대충 다 먹은 초밥을 치웠고, 나도 따라 일어서서 나가려는데 나를 다시 앉힌다.
"있어요, 소화제 사올테니까."
"아니, 저 진짜 괜찮은데..."
"얼굴에 안 괜찮다고 써있습니다. 있어요 그냥."
겉옷을 챙겨입으며 하는 말에 괜히 쫄아서 그대로 다시 착석했다. 왜 이렇게 다정하고 난리야, 사람 당황하게.
팀장님이 나가계시는 동안 나도 휴게실에서 나와 일을 시작했고, 나갔다오면서 소화제에 박카스까지 사온 것 같은 팀장님은 약을 내 책상 위에 올려두고 고맙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안으로 들어가버리셨다. 순간 당황해서 뒷모습을 빤히 보다 약을 먹고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
몇 시지. 뻐근한 제 뒷목을 문지르던 윤기가 시계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10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가방을 챙기던 그가 책상을 정리하다 문서 하나를 발견하곤 인상을 찡그린다.
아, 이거 홍보팀 보내줘야하는데. 퇴근하려던 참에 일이 하나 더 생긴 그는 안그래도 제일 멀리있는 팀이라는 생각에 짜증을 억지로 삭혔다.
"성사원, 나 홍보팀 좀 잠깐 갔다올,"
"......"
"...자나보네."
아까 먹은 약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하루종일 쉬지않고 일해서 그런건지 책상 위에 몸을 뉘이고 잠든 ㅇㅇ의 앞으로 걸어가며 말을 하던 윤기가 행동을 멈추고 그녀의 앞으로 다가섰다.
책상에 볼을 댄 채로 잠든 ㅇㅇ는 숨을 고르게 쉬며 눈을 감고있다.
...왜 이러고 자냐, 야근시킨 사람 마음 불편하게. 작게 중얼거린 윤기가 제 수트 자켓을 벗어든다.
깨진 않겠지, 얼마 안걸리긴 할텐데. 유리로 된 사무실 바깥을 한번 둘러본 그가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10시 이후엔 기본으로 불을 끄기 때문인지 이미 복도 불은 다 꺼져있었다. 게다가 10시 30분 전에는 항상 불이 다 꺼지는 회사 건물이기 때문에 저가 올라가있는 사이에 전체 소등이 되기라도 하면 큰일이었으니까. 사실 그녀가 어둠을 무서워하는지, 아닌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걱정되는건 어쩔 수 없었다.
어떻게 할지 한참을 고민하던 그가 제 수트를 벗어 그녀의 어깨에 덮었다. 몸이 얼마나 작은건지, 아예 보이지도 않을 것처럼 자켓에 파묻힌 그녀가 귀여워 윤기는 저도 모르게 푸스스 웃어버렸다.
뭘 어떻게 해둬야 그녀가 일어나면 겁을 안먹을까. 머리를 긁적이던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책상에 있는 작은 스탠드를 켜고 제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내 올려놓는다. 마지막으로 쪽지 한장을 써낸 윤기가 뿌듯한 마음으로 사무실을 나선다.
'무서우면 노래라도 듣고있어요. 금방 올테니까.'
***
사내 로맨스는 아찔하다.04
W. 봄처녀
***
(과거, 기획팀-마케팅팀 회식 날.)
지민의 손을 잡은 채로 반쯤 기댄 채 편의점에서 나온 ㅇㅇ가 식당으로 다시 들어가려는 순간, 안에서 나오는 윤기와 마주친다. 어? 팀장님이다! 풀린 눈으로 웃으며 저를 가리키는 그녀에게 웃어보이려던 윤기는 옆에 지민이 있음을 자각하고 살짝 표정을 굳힌다.
"어디 갔다옵니까?"
"아, ㅇㅇ씨가 많이 취한 것 같아서 편의점에요. 팀장님은, 왜 나오셨습니까?"
"성ㅇㅇ씨 없길래요."
"...네?"
"농담이고, 다들 정리하는 분위깁니다. 장소 옮겨서 마신다네요."
"아... 네."
지민과 ㅇㅇ가 잡은 손으로 윤기의 시선이 향한다. 그 시선을 느낀 지민은 그녀의 손을 더 꼭 잡아 제게 기대게 한다. 윤기는 표정이 더 어두워진 채로 둘을 보고만있다 식당 안쪽을 한 번 바라보고는 지민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한다.
"다들 나오는데, 성ㅇㅇ씨 제 차에 태우죠."
"괜찮습니다. 제가 데려갈 수 있습니다."
"박지민씨 술마셨잖아요."
"......"
"정 못 믿겠으면 박지민씨도 같이 타든가."
이어지는 윤기의 말에 지민의 표정이 티나게 일그러졌다. 평소 겉으로 제 감정을 잘 내비치지 않는 지민이었지만, 이미 어느정도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 그대로 나온 것이었다.
지민이 뭐라 더 대꾸할 틈도 없이 안에서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다 한숨을 쉬고는 ㅇㅇ를 조심스럽게 윤기에게 넘긴다.
먼저 가보겠다며 제 동기들 무리 쪽으로 사라진 지민을 가만히 보던 ㅇㅇ가 울상을 지으며 윤기의 품에 기댄 채 지민을 가리켰다.
"흐어... 박대리님 어디가요? 나 버렸어, 씨이..."
서운한 듯 우울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의 팔을 단단하게 잡은 윤기가 옆에 있던 마케팅 2팀 팀장에게 2차 장소를 묻고는 그녀를 제 차로 조심히 데려간다. 사실 이미 그녀가 지민의 품에 안겨있는걸 본 이후로 짜증이 가득했지만 술에 취한 그녀에게 짜증을 낼 일이 아니라는 건 그 자신이 더 잘 알고있었기에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제 차 뒷좌석에 앉힌 그였다.
자꾸만 몸에 힘이 풀려 누우려는 그녀를 제대로 앉히고 벨트까지 단단히 매준 윤기가 앞좌석으로 가 운전대를 잡고 백미러로 ㅇㅇ를 살핀다.
부드럽게 차를 출발시키고 운전하던 윤기가 앓는소리에 놀라 신호가 걸린 틈에 뒤를 돌아보자 ㅇㅇ가 피곤했던건지 눈을 감은 채 밤추위에 몸을 떨며 인상을 쓰고있다.
윤기가 급하게 손을 뻗어 조수석에 있던 담요를 그녀에게 건네며 이름을 부르자 살짝 눈을 뜬 그녀가 제 무릎에 올라온 담요를 잡아당겨 안고 창문에 머리를 기댄다.
그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히터를 약간 더 올린 그는 느리게 운전해 식당 앞에 도착했고, 차가 멈춰도 일어나지 않는 그녀에 한숨을 쉬었다.
...뭔가 안간다고 떼쓸 것 같은데. 제 집인냥 편안히 잠든 그녀를 아무리 말로 깨워보려해도 일어나지 않아 결국 저도 뒷자리로 옮겨가 그녀의 옆에 앉은 그였다.
"성사원, 성ㅇㅇ씨. 일어나요, 다 왔습니다."
"으응... 시러..."
제 품에 안겨준 담요만 끌어안으며 고개를 숙이는 ㅇㅇ에 한숨을 쉰 윤기가 제 목에 꽉 매져있던 검은색 넥타이를 살짝 풀어냈다.
미치겠네, 진짜.
그녀의 잠을 깨우는게 미안하기도 하고, 술먹을 때마다 이러는걸 알지만, 오늘따라 애교부리는 것도 야해보이고. 괜히 제가 더 더워지는 기분에 앞쪽으로 손을 뻗어 히터를 끄고 제 셔츠 단추도 두어개 더 풀어낸 윤기가 그녀의 어깨를 약하게 흔들었다.
"성ㅇㅇ, 일어나."
"......"
"ㅇㅇ야."
사실, 그녀가 술취한 틈을 타 평소 부르고싶던대로 부르려던 윤기였지만 제가 ㅇㅇ야, 하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마자 그녀가 느리게 눈을 떠 오히려 놀란 것도 윤기였다. 혹시라도 제가 부른걸 듣고 깬걸까 그녀를 약간 불안하게 바라보던 윤기는 곧 ㅇㅇ의 행동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성ㅇㅇ씨."
"헐, 완전 야하다."
"...예?"
"흐흐, 팀장님 진짜 하얘요..."
하얗다는 말과 함께 제게 훅 다가와 셔츠 사이로 드러난 제 목을 깨무는 ㅇㅇ에 깊은 숨을 내쉰 윤기가 본능을 억지로 누르고 그녀를 약간 힘줘 밀어냈다.
성ㅇㅇ씨, 정신차려요. 굳은 표정을 한 윤기가 제 목에 아직도 올라와있는 그녀의 손을 잡아내리자 그녀가 울상을 짓는다.
윤기는 무슨 한 맺힌 사람처럼 제 이마에 손을 올린 채 한숨을 쉬더니 혼자 뭐라 중얼거린다. 참자, 참아. 성ㅇㅇ는 지금 취한거야... 몇번을 더 되뇌이고나서야 눈을 뜬 그가 그녀와 눈을 맞추자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눈물이 잔뜩 고인 채로 저를 바라본다.
...방금 안 건드린다고 저 자신과 약속한 윤기는 딱 죽을 맛이었다.
입술은 또 어디서 저렇게 빨갛게 해왔고, 머리는 왜 살짝 헝클어져있는건지. 괜히 그녀의 얇은 블라우스 사이로 비치는 쇄골까지 눈에 들어오자 윤기는 못버티겠다는 듯 고개를 숙여버렸다.
...울긴 또 왜 울어, 사람 꼴리게.
그 와중에도 ㅇㅇ는 제가 뭘 잘못한건가 싶어 울상이다. 저를 세게 밀어내질 않나, 제 눈을 피해버리질 않나. 윤기에게 제대로 서운해져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듯 보이던 그녀는 윤기가 준 담요를 걷어내 벨트까지 풀고 아이처럼 윤기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제 작은 두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들어올려 눈을 맞춘다.
"윤기야 미아내..."
"......"
"민융기, 삐져써? 내가 미아내, 응?"
"하아..."
윤기는 세상을 떠나보낼 듯 깊은 한숨을 내쉰다. 아랑곳하지 않은 ㅇㅇ는 아직도 윤기가 제게 삐친건가 싶어 더 가까이 다가간다.
뽀뽀해주면 풀래, 윤기야?
ㅇㅇ의 말에 그가 깜짝 놀라 그녀를 밀어내려던 순간, 벌써 입술은 부딪혀있었다. 문제는, 뽀뽀가 짧은 입맞춤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 정도.
ㅇㅇ는 뽀뽀랍시고 윤기의 아랫입술을 앙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몸을 뒤로 빼는 윤기의 행동에도 ㅇㅇ는 그의 아랫입술을 제 이빨로 약하게 물어가며 잘근거렸다. 뽀뽀라면서 꼭 감은 눈꺼풀을 가만히 보던 윤기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에 달하고있었고, 결국 몇번 더 입술을 물다 떨어진 그녀의 허리를 먼저 끌어당긴건, 다름아닌 윤기였다.
"성ㅇㅇ, 지금 장난해?"
"......"
"할거면 제대로 하든가."
윤기의 입술이 급하게 ㅇㅇ의 입술과 맞물렸다. 이번엔 그녀보다 먼저 그녀의 아랫입술을 아프지 않게 깨무는 윤기에 ㅇㅇ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로 그의 어깨를 꼭 쥘 뿐이었다.
ㅇㅇ의 아랫입술을 이갈이하는 짐승마냥 물고 빨아대던 윤기가 제 혀를 그녀의 입 안으로 밀어넣는다.
미끄러지듯 들어간 혀가 ㅇㅇ의 입안을 헤집는다. 끝부터 끝까지 천천히 쓸기도하고, 그녀의 입 안 깊숙한 곳까지 혀로 탐하기도 하고. 그녀의 혀와 일부러 얽히게 해놓고 제 혀를 빼 안달나게 만든다.
그의 행동에 제대로 걸려든 ㅇㅇ가 안달난 듯 그의 목을 끌어안자 입술을 맞붙인 채로 미소짓던 윤기가 더 빠르게 밀어붙인다.
이 여자는, 원래 이런건가. 술맛만 날 줄 알았던 입안에서 달달한 향기가 그를 자극한다. 그렇다고 알코올 향이 나지 않는건 아니라 술을 한잔도 마시지 않은 그가 오히려 더 취하는 기분이었다.
마음이 급한 윤기가 그녀의 허리를 좀 더 끌어당긴다.
그녀가 숨이 차 떨어지려하면 고개를 비틀고 더 깊게 입을 맞춰오는 윤기에 점점 뒤로 밀려나던 그녀가 어느새 의자에 완전히 누워버린 채로 살짝 눈을 떠 윤기의 얼굴을 살핀다. 감은 눈이 예쁜데, 또 야하단말이지.
그녀는 그의 속눈썹을 가만히 쳐다본다. 저 또한 술에 정신이 나간것도 모르면서, 잠깐 입술이 벌어진 틈에 ...야하다. 하며 혼자 살짝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그녀의 야살스러운 웃음에 윤기는 어이없다는 듯 웃고 그녀에게 한번 더 입을 맞추려다 눈을 감고 생각한다.
아, 더 가면 못 참는데.
"민팀장니임..."
"...왜."
"지인짜, 야해요."
또다시 제 귓가에 야하다는 말을 속삭이며 웃는 그녀에 윤기가 헛웃음을 짓고는 그녀의 입술을 덮은 타액을 엄지손가락으로 훑어낸다.
알고는 있었는데, 진짜 위험한 여자네. 우리 성사원.
작게 중얼거린 윤기가 또 잠이 오는지 졸음가득한 눈을 한 그녀의 머리를 작게 쓰다듬는다.
한숨을 내쉰 그는 그녀의 위에서 몸을 일으키곤 옆으로 밀려났던 담요를 펼쳐 그녀에게 덮어준다.
그러고는 제 입술을 손으로 쓸다 어느새 잠들어버린 그녀를 보며 웃어버린다.
...그냥 자는 것도 야한 사람이, 누구한테 야하대.
*** 봄처녀의 암호닉 명단 ***
구름/총총총/꾹봄/지금당장콜라가먹고싶다/단미/멜팅지민/참치미/살구잼/우럭/새벽밤/효우/명탐정코코/민팀장/스노우볼/입틀막/헬라임/요랑이/민트/뚱이/인생꾹팅/굥기굥디/예민/띠리띠리/죠죠바/유메/부들부들/정전국/마망고/윤기와 산체/푸롱리/옮/슙슙슈룹슙/할라/0519/짜인/슈가라떼/커피향여우/물망초/밍뿌/정꾸기냥/융기야/유니/제티♡/까까/파송송/아망떼/전정구가/쿠쿠밥솥/호두마루/솔트말고슈가/애플릭/자몽쿠키/와조스키/슈멬이/유자청/너랑나/쇼나이슝/빨주노초파남보라/골드빈/꾼고구마/방소/나스/자몽몽몽몽/만두짱/가내수공업/나연/봄봄/뉸뉴냔냐냔☆/그뉵쿠키/자몽주스♡/뀨뀨/가온/민군주슈가/신속히/오빠미낭낭/민윤기다리털/파란/겁남이/우리집엔신라면/커몬요/도메인/또또/슈퍼침침/포뇨포뇨/롱롱/푸늘/원형/흰색/베네/나의별/류아/nameless/열꽃/쥴라이/또또/덕희/낑챠/니나노/ㅇㅅㅇ/베릴/다름/버뚜/라온하제/1122/테형이/전정국 극성맘/%%%%%/도레미미/정글벙글/민트초코치약맛/다우니/빠밤/늉늉/탱수니/얄루얄루/가자미진/060909/청보리청/찌찌발/슈가맨/딘시/황토색/트리플엑스/정꾸요미/맴매때찌/카라멜모카/지민이바보♡/은갈칰/붕어/0309/우리사이고멘나사이/슈팅가드/꿀떡맛탕/♡이마♡/찜꽁♡/비데/포로링/의율/회전초밥/슙슈/유리구슬/임세명/윤기네설탕/종구부인/초록보꾸/소다/복숭아침침/금사과/eeggg/뷔뷔빅/윤기와윤리/찜니손단풍잎손/말자킹/쿠우쿠우/망무망무/♡3♡/쓴다/라일락/망개떠억/로때리아/지민이랑/무네큥/뻑쮸/꾸기꾸기/맙소사/퐁퐁/민꾸꾸/꾸루루루룩/넬오라인/비눗방울/슈비두밥/팬케이크/란덕손/포스틱/민군주♡/공대생/또또/뷔켜/에그/꿈틀/하리보/삼다수/423/뎡이/#침쁘#/자쓰/우니까면사살/쿠쿠/충전기/내마음의전정쿠키/장작/크림치즈/입술사이/다소니/미역/슥찌햄찌/다홍/북끄곰/chouchou/뿌빠빠/태태마망/♡틸다♡/원더링/망개에이드/슈프림/계주소년단/이요니용송/디보이/호어니/바비/지호/디바인/연필/재간둥이/푸른달/자몽선키스트/라마/슙큥/호비호비/AD/미자탈출/가위바위보/두뷔두뷔둡/365/고답이/우리 정국이/깻잎사랑/뷔밀병기/취해쏘/유자차/주222/랩런볼/윤듀/뀰/삐요/꾸꿍/영샤/쿠키앤크림/990419/나비야/고구마/뜌/강여우/종이심장/윤기모찌/빠나나아/녹차라떼/고룡/쿄쿄S/하트콧구멍/디지몬정국/오허니/아말카/나닛/숩숩이/흰구름/달님/짐니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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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오늘 분량 쩔죠...ㅎ 인정?
인정하면 빨리 작가에게 칭찬을!!!!! (박수함성)
소리벗고 팬티질러~~~~
워후~~~~~!!!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 브금 너무 섹시하지 않나요... 웬만하면 안겹치게 하려했는데 호야님 목소리 넘나 야한것...ㅠㅠ
오늘은 부제에 써있듯이 민윤기데이입니다. 다른애들 없어요. 오직 미늉기를 위한 날이었어요.ㅎㅎ
뭐 물론 정꾸랑 짐니도 있을거니까 다들 긴장 늦추지 마시고^^*
암호닉을 정말 많은 분들꼐서 신청해 주셔서 놀랐습니다...흑흑 감덩이예요!
암호닉은 나중에 메일링을 좀더 편하게 하기위한 목적도 있지만, 독자분들과 소통하려는게 제일 첫번째 목적입니다!
그만큼, 암호닉만 신청하시고 댓없이 사라지는 분들이 적었으면 좋겠어요... 안그럼 작가 속상합니다...☆
물론 이렇게 말해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걸 알아요... 그냥 계셔도 됩니다. 하하 작가는 찌질이니까요...ㅎ
뭐여튼 중심내용은 감사하다구요.
사랑해요 우리 독자님들!
아 그리고 오늘은 급하게 적느라 정리까지는 못하고 일단 적어왔습니다.
혹시 누락된 분이 계시다면 댓글에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아직 댓글안뜬 비회원 두분이 계셔서 추가 못했어요! 확인되는대로 바로 추가하겠습니다^ㅁ^
그리고, 오빠미낭낭님과 또또님이 중복되셨어요...흑흑 아쉽지만 늦게 해주신 분들이 바꿔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꼭 확인해주세요!
위에서 암호닉 확인 한번씩 해주세요 ^ㅁ^
ctrl+F를 이용하시면 편리합니다!
그럼 작가는 이제 안녕! +)신일신이 안울렸대서 수정알림이라도 보냈어요...☆작가멍충이...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