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희와김루트 - 오빠야
태형이네 토끼 편
부제 : 주인과 반인반수가 바뀐 듯한 이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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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에 걸렸다.
"에취-!"
"내가 덥다고 이불 안 덮고 창문 활짝 열어놓고 잘 때부터 알아봤다"
"쿠키, 주인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
"됐으니까 빨리 아이스크림이나 내놔!"
"누구는 지금 주인이 감기에 걸려서 걱정 투성인데, 누구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이스크림이나 달라 그러고. 참나, 주인 걱정해주는 반인반수가 어디 흔한 줄 아는 사람도 있나 보네. 하도 뭐라 그래서 챙겨줬더니"
"..."
"서러워서 살겠나-"
아마 아이스크림을 가져오기는 어려울 거 같아 보이는 태형이에요.
2. 우리 쿠키는요
"주인아!"
"어, 쿠키 넘어져요. 뛰어오면 안 된다고 말 했는데-"
"그래도 주인이를 빨리 보고 싶었는 걸요"
"나도 우리 쿠키 많이 보고 싶었어요"
"진짜요? 주인이 그렇게 말해주니까 쿠키 기분 엄청 좋아졌어요!"
많이 귀여워요. 정확히 말하자면 귀여웠어요.
지금은요...
"뭘 봐. 토끼가 과자 먹는 거 처음 봐?"
"...아니다"
제가 뭘 바라겠어요.
3. 가끔은 주인도 화를 낸다?
"야, 주인"
"...야?"
"어, 너"
"쿠키야"
"뭐"
"말 똑바로 해라"
"갑자기 왜이래"
"내가 오냐오냐 해주니까 만만하게 보이지"
"..."
"적당히 해. 선이라는 게 있어"
주인이 화가 났나봐요.
"아, 쿠키 표정봐. 귀여워! 이거 자주 써 먹어야 겠다. 나 연기로 갈까, 그냥? 너까지 속였는데"
는 개뿔. 정말 주인은 제 손에 죽고 싶나봐요.
4. 항상 순한 건 아닙니다
때는 겨울이었죠.
-쨍그랑
"죽이 참 맛있어 보이는데 못 먹어서"
뭔 개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전 그날 주인이 왜 울었는지 정도야 이미 알고 있었죠.
부모님께서 주신 선물이 깨졌다는 단순하지만 아주 순수한 마음 하나와
그렇게까지 심하게 하지 않았어도 됐는데, 감기까지 걸리게 했다는 저에 대한 미안함.
5. 저희 쿠키가 이상해요
저희 쿠키는 가끔씩 참 다른 아이 같아요.
"뭘 봐, 이 상어야. 기분 나빠. 넌 좀 맞아야 돼"
"쿠키야...?"
"맨날 주인이랑 같이 자고, 어이가 없어서. 한낱 인형 주제에"
"..."
"...으헤-"
...가끔씩 무서워요.
.
.
"야, 주인아!"
"왜, 쿠키야?"
"내가 엄청나게 효율적으로 양치를 하는 법을 알아냈어"
"뭔데. 나도 한 번 보자"
"이케 두 개러 하느거지"
이렇게 두개로 하는 거지... 도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
.
"와, 주인아 내 어깨 보여? 와 겁나 신나"
"아, 빠세! 빠세! 주인아! 내 꽃을! 받아줘!"
"우어어어ㅓ엌!! 야! 비둥기! 너도 내가 토끼라고! 무시하냐!"
...많이 이상해서 병원도 알아봤어요, 사실.
6. 그래도 우리 쿠키는요, 우리 주인은요
"어, 안 돼. 우리 쿠키 나만 볼 거야"
예쁘죠, 많이.
사랑스럽죠, 아주.
근데 넘보지 마세요. 내 거니까요.
'이거 찍히고 있는 거 맞나'
"아, 뭐야. 이런 건 또 언제 찍었데. 사람 설레게"
멋지죠, 누구보다.
듬직하고, 내 거예요.
한 마디로 나만 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