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마 - Reminiscent (회상)
그 계절 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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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기-"
"..."
"혹시 같이 앉는 사람 없으면 같이 앉아도 될까?"
"..마음대로"
"고마워"
뭐가 그렇게 좋은 건지, 내 앞에 앉은 소년은 싱글벙글한 얼굴이었다. 잔뜩 들뜬 얼굴로 창밖을 내다보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내가 누군지는 알고 당당하게 앉겠다는 말은 한 걸까. 일부로 자신을 피해 다른 칸에 앉는 아이들과는 달리 텅 빈 칸에 그저 순수하게 물음을 던졌던 소년을 가만히 보았다. 머글인가. 내려진 결론은 이거였다.
"너는 안 신나? 나는 되게 신나는데"
"신기할 게 뭐 있다고"
"호그와트에는 귀신도 있대. 목이 달랑달랑한 귀신. 그리고 연회장 천장은 뻥 뚫린 것처럼 하늘이 보이고, 계단은 움직인데"
"...알아"
"...알아? 뭐야, 나만 모르는 거였네"
머글, 제가 생각한 대로 제 앞에서 재잘대는 소년은 머글이었다.
'머글은 하찮은 존재란다. 더러운 피를 가졌지'
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머글을 절대로 가까이 해선 안 돼. 그건 가문의 수치야'
어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잘 할 거라 믿어'
형의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난 그 말을 듣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런 편견 없이 자신에게 다가와 준 이 아이를 내가 쳐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굳이 피해야 하는 이유를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편견들과 말들을 버리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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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제 차례가 다가왔다. 아마 난 모자를 쓰는 그 순간, 어쩌면 쓰기도 전에 '슬리데린'이란 답이 나올 것이다.
"음, 넌 아주 콧대 높은 가문의 아이구나. 그렇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지-,"
"아니"
"..."
"하찬은 것들이 모여 자신이 제일 잘난 것 마냥 되도 않는 콧대 치켜세우는 아이들 사이에 내가 왜 있어야 하는 거지?"
"...그렇다면 남은 세 기숙사에서 고려를 해야겠구나, 아이야"
"어디에 배정하려 하지? 후플푸프? 거긴 너무 멍청해, 그 사이에서 지낸다면 아마 나는 점점 멍청하게 변할 테지. 그렇다면 그리핀도르? 거기에 있다간 내가 미쳐버릴 것 같고"
"그럼 답은 하나구나. 뭐, 머리도 뛰어나겠다 레번클로가 딱일 테니 넌 앞으로 레번클로의 학생이 될 게다"
"..."
"부디, 잘 살아남길. 레번클로!"
그렇게 난 레번클로를 배정 받았고, 그 소년은, 민윤기라는 이름을 가진 해맑던 그 소년은 슬리데린을 배정 받았다. 나는 알았다. 내가 그 소년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
.
.
내 어린 날의 기억은 충분히 내 정신을 놓게 만들었고 결국 부딪히고 말았다. 꽤나 두꺼운 책을 바닥에 쏟아 낑낑거리며 책을 주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소년의 모습은 제게 너무나 익숙했다. 고개를 들자 보이는 얼굴에 나는 속으로만 웃었다. 반가웠다, 그뿐이었다. 하지만 겉으론 꽤나 차가운, 아픈 말을 내뱉었던 것 같다. 소년을 지나쳐 도서관을 나와 생각할 시간도 없이 기숙사로 돌아왔다. 텅 빈 휴게실에 놓인 소파에 몸을 깊게 기대고 앉았다.
"..."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제게 미안하다 말하는 그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럴 의도는 없었는데. 타닥거리며 타들어가는 장작불만 쳐다보았다. 슬슬 눈이 아파질 때쯤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 얼굴을 다시 보고 제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다, 그렇게 말하겠다 다짐했다.
하지만 하늘은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다. 이미 여러 명에게 붙잡혀 발버둥을 치는 그 모습을 나는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여기서 나선다면 나는 물론 소년까지 다치게 된다.
"이거 놔!"
"참, 시끄럽네 머글. 제발 좀 다물고 있어. 누가 너 죽인데?"
"놓으라고!"
"그냥 너랑 놀아주겠다는데, 왜 거기선 싫어? 그럼 여기서 놀아줄까?"
"..."
"야, 가져와"
손짓을 하자 한 학생이 들고온 건 하얀 천과 칼. 잔뜩 겁을 먹은 소년은 발버둥을 쳤지만 그 여린 몸이 자신을 우악스레 붙잡고 있는 손을 뿌리칠 리가 없었다. 결국 꽉 다문 입술 사이로 천이 물렸고 그 위에 올라탄 학생은 칼을 올렸다.
"너한테 딱 맞는 대우를 해줄게"
오른쪽 팔을 꽉 잡고 칼날을 그 손등에 그은 건 순식간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칼로 글자를 새겼다. 살을 도려내는 아픔에 소년은 발버둥 쳤고, 그럴수록 그 소년을 잡은 손엔 힘이 들어갔다. 천을 물고 있는 터라 제대로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애처롭게 발버둥을 치는 그 모습을 나는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윤기야, 어때. 예쁘지?"
나는 똑똑히 보았다. 소년에 손등에 새겨진 'MUGGLE' 이란 글자를.
무리는 사라지고 소년은 바닥에 누워 울고 있었다. 목이 쉴 때까지, 정신을 놓을 때까지. 잠잠해진 복도에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고, 죽은 듯이 누워있는 소년의 몸을 안아들고 슬리데린 기숙사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기숙사 휴게실을 지나 작은 팻말이 걸린 방을 열어 소년을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빠르게 방을 빠져나와 레번클로 기숙사로 향했다. 방으로 들어와 크기가 큰 밴드에 마법을 걸어 제 흑표범에게 전해주었다. 그리고 곧 창문을 통해 뛰어내렸다.
다음 날, 나는 소년의 손등에서 밴드를 발견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마 그 아픈 날의 상처는 흉터 없이 빠르게 아물 것이다.
.
.
조금은 조용한 하루가 지나갔다. 소년의 상처는 아물었고, 그날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맨들 한 제 손등을 손으로 두어 번 쓰다듬는 소년에 남몰래 웃음을 지었다.
지루한 수업이 끝나고 한적한 복도를 걸었다. 이 길을 알게 된 것도 그 소년 덕분이다. 조용한 공간에 제 마음에 쏙 들었다. 방해받지 않는 공간. 적막하고 공허한 그 공간에 아무런 방해 없이 걸었다. 그 공간을 지나 슬리데린 기숙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확히 말하자면 옮기려 했다. 고통에 찬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고 나는 그날처럼 그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같은 패턴이었다. 무리는 떠났고 소년은 울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언제까지 누워있을-,"
"신경 꺼. 네가 뭔데 참견이야. 내가 바닥에 누워있든, 서 있든 네가 신경 쓸 거 없잖아"
"..."
"말 다 끝났으면 꺼져"
"성격 한 번 더럽군. 호의는 베풀 때 받아"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이 서툴렀다. 그 모습이 눈에 보며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왜 자신이 아끼는 사람을 대신해 아프고 싶다는 말을 하는지 이제야 이해했다. 이 고통을 감당하기에 소년은 너무나 여렸다.
"너, 도 똑같아. 알아?"
"..."
"너 같은 새끼들은, 개 같다고 밖에, 정의 못해. 착한 척하지 마, 역겨워"
"..."
"네가 뭔데, 너네가 얼마나 잘 났길래, 왜, 왜 같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데, 도대체 왜!"
"...머글"
"순혈이면 다야? 그거면 끝이야? 나 같은 애들은, 이 학교를 더럽히는 존재니까 죽어야 마땅해? 그래야 만족해?"
"윤기야"
처음으로 소년의 이름을 불렀다. 처음으로 다정하게 그 이름을 불렀다. 수십 번 뱉고 싶던 그 한 단어를 나는 오늘에서야 내뱉었다. 얼마나 그리운 이름인가. 소년에게도, 자신에게도 그 한 단어는 너무나도 큰 의미였으며, 하나의 감정으로 정의되는 둘만의 비밀과도 같은 존재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다 받아줄게, 마음껏 욕해"
"..."
"내가 다 들어줄 테니까, 네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해"
"..."
"내가 너 지켜줄 테니까, 그러니까-"
-
...끝났다.
워, 남준이 번외가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어요.
길어진 만큼 점점 더 난잡해지고 그랬겠죠..
제가 이 구역에 유명한 X손이라... 어쩔 수 없어요.
그래도 뭐 그 계절을 이렇게 번외까지 짠 하고 적어서 다행이네요
제가 생각하던 목표를 달성해서 말이죠...어헣..
그럼 저는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