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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민윤기] 반 1 | 인스티즈

 

민윤기 빙의글

1

 

 

1-1

 

"……."

 

나도 모르게 숨을 헙 하고 들이쉰 뒤 멈췄다. 방 안에는 시계 소리와 내 앞의 이 남자가 내뱉은 고요한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왼팔은 제 머리로 베고 누워서 오른팔로 내 허리와 가슴의 사이 그 언저리를 감싸안은 그는 계속해서 규칙적인 숨소리를 뱉으며 잠들어 있었다. 언제나처럼 상의는 입지 않은 채로. 서로 마주보는 자세로 그의 품에 안긴 나는 눈을 뜨고 있으니 계속해서 보이는 그의 살구색 피부 -이 남자는 워낙에 하얗다보니 어쩌면 훨씬 더 밝은 색으로 말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에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고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하…."

 

뒤척이는 건지 그의 팔이 나를 다시 꽉 끌어 안았다. 놀란 내가 흡, 하고 딸꾹질을 하듯 숨을 들이 마셨다. 나도 모르게 새어나온 소리에 혹시나 그가 깼나 싶어서 고개를 살짝 들어 그의 얼굴을 살폈다. 그리고 그 때 그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입을 열었다.

 

"…왜 안 자고."

"…어?"

"몇 신데."

 

깼구나. 그의 물음에 뜸을 들이다가 답했다.

 

"…글쎄요. 아마 새벽?"

 

내 대답에 그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가 찡그린 얼굴을 풀고 다시 무심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별안간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내 머리를 제 가슴팍으로 다시 당기듯 끌어안았다. 덕분에 나는 그의 가슴팍에 다시 얼굴을 푹 파묻는 신세가 되었고.

뭐라고 말을 할 틈도 없이 그의 큰 손이 내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전혀 아프지 않은 손길이었다. 부드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놀란 몸이 서서히 풀리는 게 느껴졌다. 곧이어 그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라."

 

계속해서 내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무심하게 읊조리는 목소리였다. 여전히 그의 품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잠깐 망설이던 내 시선이 한 곳으로 닿았다. 아무 것도 입지 않은 그의 등 뒤로 하얗고 투명한 날개가 내방 창문으로 들어오고 있는 약한 바람을 따라 약하게 움직였다. 혹시나 그가 다시 깰까봐,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그 날개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얀 부분에 손끝이 닿자 이질적인 감각이 느껴졌다. 따뜻한데… 무척이나 차가웠다. 말하자면 그랬다.

 

"…야."

 

만진 게 느껴졌나보다. 야, 하고 낮은 소리로 나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재빨리 날개에서 손을 떼자 그가 몸을 뒤척였다. 조금 펼쳐져 있떤 날개는 다시 웅크러들었고, 나를 품으로 조금 더 당겨 안은 그가 내 머리를 다시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자."

"…알겠어요."

 

그의 말에 아주 작게 속삭이듯 대답하자 그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갔다. 아직 새벽이었고, 내일 해야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어서 다시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에 들기 위해 눈을 감기 전, 다시 한 번 그의 날개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는 잠에들면 날개를 제어하지 못한다. 다시 잠에 깊게 든 건지 조금 전 웅크려놓았던 날개가 다시 서서히 펴지는 게 보였다.

내방 창문에서는 여전히 약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고, 그의 날개는 다시 바람을 따라 흔들렸다. 아까 전부터 느껴지는 이 향기는 그에게서 흐르는 향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향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참 기분 좋은 향이었다.

 

 

 

 

1-2

 

어릴 적부터 나는 이상할 만큼 사고가 많았다. 놀이터에 놀러 나가면 항상 어디 한 군데는 까진 채로 집에 돌아왔고, 다 같이 노는 장소에서도 항상 나만 어딘가 부러지거나 찔리거나 찢어지는 등 상처를 얻은 채로 돌아오곤 했다. 갖가지 잔병치레는 말할 것도 없었고 툭 하면 골절, 툭 하면 사고로 여태까지 부모님이 열심히 일해서 버신 돈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이 나의 병원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판타지 소설을 즐겨보던 한 때에는 그런 생각도 했다. 어쩌면, 어떤 심술궂은 악마 하나가 나를 졸졸 쫓아다니며 괴롭히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 내게 불운을 가져다주고 있을 거라는 생각. 이런 내 생각을 들은 박지민은 그 당시 나를 굉장히 크게 비웃었던 걸로 기억한다. 미쳤네. 박지민은 딱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도 많이 일어난다. 그리고, 나는 미친 것이 아니었다.

 

17살이 되던 해에 심한 열병을 앓았었다. 원인은 알 수 없었다. 3일을 꼬박 앓은 뒤 겨우 열을 떨친 나는 이제 수능을 준비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고, 남들과 다름없는 일상을 하기 위해 학교로 돌아갔다. 박지민과 함께 걸어오던 큰길을 지나 박지민과 헤어진 뒤, 혼자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날 그 곳은 공사 중이었고, 하필 나는 공사 중인 건물 바로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어어… 학생! 학생! 피해요!"

 

갑작스럽게 들리는 다급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보이는 건 커다란 쇠파이프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는 아직까지도 알 수 없지만, 아주 작은 차이로 쇠파이프를 피한 나는 파이프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내는 굉음에 절로 인상을 썼다. 심장이 빨리 뛰는 게 느껴졌다. 흙바닥에 떨어진 쇠파이프로 인해서 주위에 흙먼지가 일었다. 숨이 갑자기 턱 막혀오는 느낌이 들었다.

 

"학생! 괜찮아요!?"

"나 방금…."

 

죽을 뻔 한 건가? 온몸의 털이 순간적으로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곧 이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를 걱정하는 공사장 아저씨의 목소리들 뒤로 날카로운 여자 목소리 하나가 귀를 찔렀다. '뭐야. 또 실패했네.' 딱 이 7글자였다.

소리를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나는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소리가 들려온 곳은 공사장 2층 높이었고, 절대 걸터앉을 수 없는 구조의 그 곳에는 어떤 여자 한 명이 걸터앉아 다리를 앞뒤로 달랑이고 있었다.

어떻게 저기 사람이 있을 수 있지? 여자를 발견한 내가 몸을 흠칫 떠는 그 때,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나와 눈이 마주친 여자의 눈동자가 커졌고, 여자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등 뒤에는 검은색 날개가 팔락이고 있었다.

 

"너 지금…."

"……."

"날 보는 거니?"

 

내게 물은 여자는 내 대답을 딱히 기다린 건 아니었는 듯 입꼬리를 조금 더 높게 올려 웃었다. 그 모습이 너무 섬뜩해서 온몸에 소름이 다시 한 번 돋았다. 계속해서 대답이 없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여자는 높고 앙칼진 목소리로 웃었다. 한참 웃던 여자가 별안간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날 바라보았다.

 

"죽어."

"……."

"어떻게 날 보는 건 지는 모르겠지만, 알게 뭐야."

 

여자의 말에 온몸이 굳은 채로 그 여자만 바라보고 있는데 갑작스레 느껴지는 강한 느낌의 빛에 고개를 돌렸다. 아까는 쇠파이프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지만 이번에는 강한 불빛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빠-앙'하는 경적소리를 들으며 지금 이리로 계속해서 가까워지고 있는 게 자동차구나, 하고 짐작할 뿐이었다. 그 짐작을 하는데까지 겨우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드는 생각은 '저 여자는 나를 죽일 생각이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죽는다.' 였다.

 

몸을 피할 틈도 없었다. 눈을 질끈 감았고, 눈을 다시 뜨자 보인 건 공사장에서 조금 떨어진, 아무도 없는 골목 안이었다. 막힌 숨을 내뱉으며 주위를 살폈다. 주위에는 그 누구도 없었다. 단지 묘한 향기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담배의 향과 비슷한데 그 정도로 독하고 짙은 향은 아니었다. 말하자면 기분 나쁘지 않은 텁텁한 향기.

어쨌든 익숙하지 않은 향이었다. 진하게 남은 향에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있다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다. 교복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조금 떨어진 곳에 보이는, 조금 전까지 내가 있었던 공사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뭔가에 홀린 듯 그 곳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분명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공사장에 가까워질수록 느껴지는 건 적막 뿐이었다. 등에 맨 백팩의 끈을 꼭 쥔 채로 공사장으로 가까워지는 내 걸음이 조금씩 떨렸다. 무서웠지만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했다. 알고 싶었다.

 

"…림 주제에 나를 건드려?"

"시끄러워."

 

조금 전 사고가 날 뻔 했던 그 곳으로 돌아온 내게 들려온 건 아까 그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낯선 남자의 목소리 하나. 주위를 살피던 나는 공사장 구석의 어느 한 곳에서 시선을 멈추었다. 덩달아 멈춰진 걸음.

그 곳에는 아까 나를 보고 섬뜩하게 웃었던 그 여자가 있었다. 나는 숨을 죽이고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여자의 옆에는 정체 모를 남자가 내게서 등을 진채로 서있었다. 여자와는 대조되는 하얀색의 날개. 그걸 보는 순간 내 머리에 빠르게 생각 하나가 스쳤다. 대체 내가 지금 무얼 보고 있는 걸까.

여자는 엎드린 상태로 남자를 향해 알 수 없는 말을 쏘아붙였다. 하지만 남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간간이 짜증 섞인 목소리만 뱉을 뿐이었다. 그것도 잠시, 여자는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고 이내 사라졌다. 보고도 믿기 힘든 일이었다. 여자는, 마치 분무기에서 나오는 물방울처럼 흔적도 없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사라졌다.

 

나는 숨을 죽였다. 대체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아직 아픈 건가? 이것도 꿈이야? 현실처럼 생생한?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그 때, 정체 모를 남자가 뒤를 돌았다. 남자의 움직임을 따라 남자의 등에 달린 날개가 살짝 움직였다. 조금 전보다 더 펴진 형태의 날개는 일반적으로 내가 알고 있는 그 '날개'의 모습이었다. 새하얀, 깃털이 박힌, 투명한. 무엇보다도 더 놀란 건 그 남자의 얼굴이었다. 새하얀 날개 못지 않게 하얀 피부를 가진 그는 약간 붉은 색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단번에 그와 눈이 마주친 나는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남자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날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너."

 

갑작스럽게 나를 불러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몸을 작게 떨었다. 뭐라고 대답을 하려는 찰나 남자가 무심한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었다.

 

"괜찮아?"

 

아. 남자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려던 순간, 그 남자에게서 내쪽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에는 이미 내가 알고 있는 향 하나가 함께 타고왔다. 조금 전 골목에서 맡았던 그 향기. 담배향과 비슷하지만 담배향이 아닌 그 짙은 향기. '아. 이 남자가 나를 구해준 남자인 건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딱히 내 대답을 들으려고 물은 건 아니었던 듯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남자의 눈을 계속 바라보다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시선을 피하는데, 남자의 시선이 내 교복과 명찰에 고정된 것이 느껴졌다. 계속된 시선이 민망해서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어 남자와 눈을 마주쳤다. 나와 눈을 마주친 남자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찾아야 할 인간이 있어."

 

뜬금 없는 말. 생각치도 못한 남자의 말에 내 시선이 의아함을 담은 시선으로 바뀌었다. 다짜고짜 찾아야 할 인간은 뭘 말하는 거지?

 

"네…?"

 

갑자기 무슨 말이냐고 묻지도 못하고 바보같이 네? 하고 되묻는 내게도 남자는 그저 물끄러미 날 바라만 볼 뿐이다. 남자가 나를 침묵으로 바라보는 동안 나도 남자를 이곳저곳 살폈다. 검은색 찢어진 스키니진과 옅은 줄무늬 티셔츠, 그 위로 걸친 진한 청색 남방, 피부와 대조되는 짙은 검은색 머리카락. 키도 그렇고 외모도 그렇고 딱 내 또래 남자아이로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등 뒤에 저건 대체…. 날개?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긴가, 지금?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때마침 그 남자의 날개가 한 번 펄럭였다. 그제서야 혼자 생각하던 걸 멈추고 다시 이 상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찾아야 할 인간이 있다. 그래서?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든 그 때, 남자가 짧게 말했다.

 

"도와줘."

"……."

"찾을 수 있게 도와줘."

 

남자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졌다. 다시 한 번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1-3

 

"야."

 

그 남자, 아니, 민윤기는 항상 나를 '야' 하고 불렀다. 내 이름을 알면서도 굳이 나를 '야'라고 부르는 건 짧아서 부르기 쉽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윤기의 부름에 공부를 하다 말고 뒤를 돌아 민윤기를 바라보았다. 내 침대에 누워 만화책을 보고 있었던 민윤기는 나를 야, 하고 부르더니 몸을 일으켜 앉았다. 침대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나를 바라보고 앉은 그가 살짝 인상을 썼다.

 

"왜 인상 써요."

"이상해."

"뭐가요?"

 

내 물음에 민윤기가 제 검지손가락으로 제 입의 한쪽 끝에 걸었다. 손가락을 위쪽으로 쭉 당겨 윗니를 노출시킨 그는 어물쩡한 발음으로 말을 이었다.

 

"이아 아이어."

"뭐라구요?"

"이아 아이어아오."

 

계속해서 손가락을 걸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허, 하고 짧게 한숨을 쉬고 그의 앞으로 갔다. 그의 입술에 걸린 손가락을 빼고 "왜 그래요." 하고 묻자 민윤기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답했다.

 

"이가 간지럽다고."

"간지러워요?"

"어."

"아, 해봐요."

 

내 말에 민윤기는 어린 아이처럼 순순히 입을 아, 하고 크게 벌렸다. 민윤기가 손가락으로 보였던 오른쪽 위를 바라보자 민윤기의 송곳니가 유독 날카로워져 있는 게 보였다. 왼쪽 송곳니 또한 오른쪽과 마찬가지로 날카로워지고 있는 중이었다.

입안을 구석구석 살피고 민윤기에게서 멀어지자 내 대답이 궁금한 건지 민윤기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요즘들어 느끼는 건 민윤기의 이런 시선에 참 이상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요즘 들어 부쩍, 민윤기는 내게 이런 진득한 시선을 자주 보냈고, 나는 그럴 때마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송곳니가 날카로워요."

"그래?"

"네. 이것도 네필림의 변화 중 하나에요?"

 

내 물음에 민윤기가 어깨를 으쓱했다. 몰라.

민윤기는 네필림이다. 네… 뭐요? 하고 묻는 내 질문에 민윤기는 내가 아주 귀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답했었다. 네필림. 반은 인간이고 반은 천사. 즉 천사와 인간인 부모 아래서 태어난 존재라고 했다. 네필림은 날개가 있긴 했지만 인간과 전혀 다를바가 없는 모습이었다. 그건 민윤기를 보기만 해도 딱 알 수 있었다.

날개. 그리고 천사. 그러고보면 참 웃긴 일이었다. 인간에게 날개가 존재하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이 아닌데, 나는 참 이상하게도 이런 상황과 이런 민윤기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네필림은 성장하면서 신체가 조금씩 변한다고 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키가 별로 크지 않았던 민윤기는 어느새 나보다는 훌쩍 커버린 상태가 되었다. 얼굴 하나 정도는 차이가 나지 않을까, 하고 짐작될 정도로.

 

"많이 불편해요?"

 

내 물음에 민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입술을 꾹 다물었다. 민윤기는 참 정 없이 말하는 스타일이었다. 항상 무심했고 얼굴에 표정이 없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요즘들어 느끼는 건 민윤기가 이렇게 귀여운 구석도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민윤기에겐 절대 말할 수 없는 느낌이긴 했지만.

 

"어떻게 해줄 수가 없는데 어떡하지."

"뭐 먹자."

"네?"

"뭐라도 먹자고. 자극이라도 좀 주게."

 

간지러워서 못 견디겠어. 민윤기의 말에 잠깐 고민을 했다. 민윤기에게서 시선을 떼서 뒤에 펴놓았던 책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숨을 짧게 쉬고는 민윤기를 향해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뭐 해줄까요? 내 물음과 내 행동에 민윤기가 피식 웃으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부엌으로 걸음을 옮기기 위해 몸을 일으킨 그는 짧은 순간 내 머리를 헝크러트렸다. 그런 그의 손길에 내 이마를 덮고 있던 앞머리가 찰랑였다.

 

"아아. 앞머리 건드는 거 하지 말라니까요."

 

내 말에도 못 들은 척 걸음을 옮겨버리는 그다. 민윤기를 알게된 이후부터 민윤기와 나는 함께 살고 있었다. 이것 또한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할 수 밖에 없는 일인데 나는 아무렇지 않게 이 상황을 납득하고 있었다. 민윤기는 그 날 내게 도와달라고 말했고, 악마들의 조롱거리인 나를 지켜주겠다고 말했다. 악마들의 조롱거리라는 건 또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알 수는 없다. 아마 그때 그 앙칼진 여자가 뭐라고 말을 했었나? 나는 악마들이 괴롭히기 좋은 스타일의 사람이라고? 뭐, 어쨌든.

민윤기가 함께 사는 건 결국 나를 지키기 위한 명목이었다. 엄마,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로 내게 남겨진 건 이 나이의 학생이 가질 수 없는 금액의 유산 아닌 유산과 홀로 남겨진 이 집이었다. 방도 많은데 잘 됐지 뭐. 혼자 사는 것도 싫었는데.

민윤기가 찾고 있는 사람은 나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일 거라고 했다. 여학생. 아는 것은 그것 뿐이었다.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고, 생김새 조차도 정확하지 않았다. 무슨 관계인지도 알 수 없었다. 민윤기는 그저 여학생을 찾고있다고만 했고 그 이상으로는 아무런 정보도 아는 게 없었다. 어쩌면 알려주지 않은 걸지도 모르고. 좋아하는 여자에요? 내 질문에 민윤기는 그저 웃기만 했다. 그 웃음이 너무 슬퍼보여서, 나는, 어쩌면 헤어진 그의 여자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민윤기를 따라 부엌으로 나가기 위해 방문을 여는데, 방문 앞에 서있던 민윤기가 갑작스럽게 내게 푹 안겨왔다. 안겼다기보다는 기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제 얼굴을 내 낮은 어깨에 파묻은 민윤기가 거기에 제 얼굴을 부볐다.

 

"…부엌으로 간 거 아녔어요?"

"아. 간지러워서 못 참겠어."

"뭐 먹으면 괜찮아질 거 같다면서요. 뭐 해줄까요? 뭐 먹고 싶어요?"

 

갑작스러운 민윤기의 터치에도 놀라지 않은 척, 말을 이어가는 내 목소리에도 민윤기는 그저 내 어깨에 제 얼굴을 부빌 뿐이다. 민윤기에게서만 느껴지는 그 담배향 비슷한 향이 또 풍겨왔다. 어디서 나는 걸까, 이 향은. 나랑 같은 샴푸, 같은 제품들을 쓰면서도 나는 향은 항상 이 향이었다. 신기하다. 네필림의 향인가. 맡으면 맡을수록 기분 좋아지는 향이었다.

나는 민윤기의 향기에 취할 것만 같았다. 민윤기가 찾고 있는 사람은 여자라고 했었고, 내 추측에 의하면 그건 그가 사랑했던 여자였다. 사랑하는 여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내게 이러는 건…. 민윤기의 행동은 요즘들어 이상하기만 했다. 내게 자꾸만 접촉했고, 자는 내방에 불쑥 들어왔고, 눈빛이 나를 쫓는 시간이 길어졌으며, 무엇보다도 이상한 건 그런 민윤기의 행동에 가슴 언저리에서 느껴지는 생소한 내 기분이었다.

 

"응? 뭐 먹고 싶은데요."

 

달래듯 나온 내 말에 민윤기가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약간 풀린 눈으로 날 바라보던 민윤기가 낮은 목소리로 짧게 답했다.

 

"너."

"…네?"

"너 말이야, 너."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에요?"

 

되묻는 내 목소리가 떨렸다. 저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저런 농담을 하면 그게 농담으로 받아들여 질 리가 없잖아. 당황한 내 표정을 읽기라도 하는 듯 날 바라보던 민윤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너 먹을래."

"대체 무슨…."

"너."

 

말을 마친 민윤기의 입술과 내 입술이 닿았다. 이걸로 벌써 세 번째였다. 예고 없이 민윤기가 내게 이렇게 닿아오는 것. 그것도 민윤기의 입술이. 당황한 내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있자 민윤기가 씩 웃으면서 내게서 멀어지며 말했다.

 

"볼만하다."

"……."

"네가 내게 완전히 사로잡힌 이런 표정."

 

민윤기의 말에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완전히 사로잡힌. 아무래도 민윤기의 저 말은 점점 맞는 말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알 수 없는 기분이었다. 민윤기는 나를 놀리듯 부엌으로 지나쳐갔고 나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한 채로 바닥만 바라보았다.

민윤기의 반은 천사였다. 정말 천사가 맞을까. 어쩌면… 어쩌면 여자를 다 꾀어버리는 그런 악귀나 악마는 아닐까. 별에 별 쓸데없는 생각이 다 들었다.

 

 

 

 

 

 

안녕하세요 ㅎㅎㅎㅎㅎ.. 예전에 태형이 보스 썼었는데 그게 벌써 8개월 전인가요.. 그냥 섹시한 윤기 모습 보려고 썼어요 구독료 받을 맘도 없고 ㅎㅅㅎ 다들 좋은 밤 보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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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이 대박적인 글은 뭔가요 게다가 이 미친듯 한 분량..! 혹시 암호닉 받으신다면 [열우봉]으로 살포시 신청해봅니다... 글 잘 읽고갑니당❤
7년 전
독자2
와 대박 저 오마이보스도 나중에봐서 암호닉 못했는데 [햄버거]로 신청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비회원120.166
헐 문체 진짜 대박...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암호닉 받으시나요? 받으신다면... [배고프다]로 신창해도 될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ㅔㅠ
7년 전
독자3
헐......... 취향저격입니다 윤기가 찾는게 나라는 느낌적인 느낌..? 혹시 암호닉 받으시면 [밍기융기]로 하고싶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작가님♡
7년 전
독자4
[델리만쥬]로 암호닉신청할게요ㅠㅠㅠㅠㅠ진짜 오랜만이에요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마이보스에서는 다른암호닉이었눈데 이번글도 대박인거같아요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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