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내려다보며 잔뜩 시름에 잠긴 얼굴을 하고있는 우현이였다.
제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얼마나 왔다갔다 거린건지
아침부터 부지런히 일어나 마당에 깔린 흙을 곱게 쓸어놓았던 하인의
노고가 허투로 돌아가게 여기저기 발자국이 찍혀있었다.
[ 우현도련님,도련님!!]
저멀리서 익숙해보이는 풍체가 바람을 일으키며 뛰어오고있었다
그제서야 시름에 잠겨있던 우현도 고개를 들고 문쪽을 바라봤다
[ 돌쇠야,너는 왜 또 아침부터 그러느냐?]
[ 아 저기 글쎄 또 성규도련님께서 찾으시는데요?]
[ 성규도령이?]
성규도령이라는 이름을 듣자 다 죽어가던 꽃처럼 시름이 피어있던 우현의 얼굴에
누가 물이라도 준것 마냥 생기가 돌기시작했다
..[ 우현도령 이번엔 내가 삼일 밤낮을 세며 연습한거요 그러니 중간에
잠들기 없는거요]
[ 알겠소 이번엔 절대로 잠 안들테니 들려나주시오]
우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은 성규가
아까전 거문고를 어루만지던 얇디 얇은 손가락을 뻗어 이번엔 거문고 줄을 뜯기 시작했다
어릴적 아버님의 뒤에서 보고자란 솜씨로 서툴게 거문고 줄을 뜯던 소년이 자라
어느센가 누군가를 위해 연주를 할 위치까지 올라온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였다
[ 역시 성규도련님이야,저 거문고 연주하는 자태좀 봐]
[ 그러게,언젠간 우현도련님처럼 날 위해 연주해주실 날이 올까?]
[ 으휴 꿈깨지? 마님 들으시면.넌 그날로 밥도 못챙기고 쫒겨날껄?]
마당한켠에서 성규의 연주를 몰래 숨어듣던 하인들의 대화가 시덥지 않게 끝나갈 무렵
[ 그니까,근데 그 도련님 이름이 뭐라고?]
[ 아 김성규 도련님이요?]
[ 그분 이름이 김성규 도련님이셨구나,.어쩐지 보자마자 이름처럼 고우신게..]
방안에 들어오자마자 이리저리로 치마를 내 던지고는
속곡 차림으로 따라 들어온 하인 말숙이에게 가뜩이나 큰 눈을 치켜뜨며 성규에 대해 묻고있는 효은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