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글.
' 태풍을 동반한 비로 인해 많은 지역에 큰 피해가..'
똑같은 보도,똑같은 멘트 어딜 틀어도 감흥없는 내용에 지겨워져 보고있던 뉴스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가로 다가가 어둡게 쳐놓았던 커텐을 열자 역시나 한줌의 해조차 들어오지않는 흐린 날씨가 눈에 들어온다
어제 저녁까지만해도 한두방울씩 내리던 비가 어느센가 앞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거세게 내리고 있는 오늘
' .... '
손가락으로 뿌옇게 변해버린 창문을 몆번 쓰다듬자 온몸으로 차가운 냉기가 스며들어 입밖으로 나오는 한숨 역시 차갑게 느껴졌다
벌써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건지 마당에 심어놓은 단풍나무 한그루가
거센 바람에 이리저리로 몸을 흔들며 외로히 서서 나를 마주보고있었다
작년 가을,니가 참 좋아하던 단풍나무를 함께 심던 기억이 마치 어제일인것마냥 눈앞을 스친다
무엇보다도 처음 너와 만났던 순간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주체할수없을만큼 심장이 뛴다
.
뭐가 그리 수줍은건지,얼굴엔 빨간색 홍조를 띈체 품엔 니가 좋아하던 카메라를 들고있었지 그때 아마.
[ 저기 죄송한데 그쪽 사진 한장만 찍어도 될까요?]
그 날도 정신없이 강의실을 향해 뛰어가던 내 앞에 나타난 너는 대뜸 카메라를 내보이며
사진 한장을 부탁했었지,강의 시간에 늦어 거절하고 뛰어가려다 문득 뒤 돌아보니 니가
애꿏은 카메라만 만지며 그자리에 서 있는게 마음에 걸려 늦더라도 그냥 한장 찍어주기로 한거야.
[ 고마워요,그쪽 아니였으면 과제 제출 못할뻔했네요!]
기분 좋은듯 빙그레 웃던 너에게서 나는 마치 그 순간 내 인생의 교차점을 막 지나온듯한 감정을 느꼈고
그후로도 알수없는 감정에 얽혀버린듯 서서히 너에게 물들어가기 시작했어.
.
[비도 많이 오는데 굳이 거길 가야되?]
내 걱정어린 말투에도 너는 괜찮다는듯 빗물로 뿌옇게 변해 앞도 잘 보이지 않던 창문앞에 서서 빙그레 웃어주었다
[ 괜찮아,수영안하고 놀다만 올게 갔다와서 맛있는거 사줄테니까 삐지기 없기다?]
내 머리를 몆번 쓰다듬던 너는 제 덩치보다 큰 가방을 짊어지고는 멀찍이 보이지도 않을때까지
그 빗속에서 손을 흔들며 작은 점처럼 저멀리로 멀어져갔다
그리고 뜻밖의 장소에서 다시 마주하게 된 너는 굳게 다문 입술처럼 파랗게 멍든 가슴처럼 내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 백현아 니가 참 좋아하던 단풍나무야..]
마당에 외로히 서있던 단풍나무에 조심스레 다가서서 손을 뻗자
온몸을 아리듯 불어오던 바람 역시 고요해져 더이상 귓가에 아우성을 지르지 않았다
[...]
나무에 기대어 조심스레 눈을 감자 코끝으로 풍겨오는 익숙한 향기,
머리위를 쓰다듬는 손길.모든게 다 괜찮다는듯 그렇게 나를 안아주는 니가 느껴지는듯했다
[ ... 금방 갈게,백현아 내가 너의 세상으로.]
주저리-
단풍나무의 꽃말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무언,말이 없다는뜻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백현이가 좋아하는 나무로 써봤네요
이 글에서 백현이는 말이 없는 무언의 존재니까요
이제 눈치가 빠르시다면 왜 제목이 내가 너의 세상으로인지도,마지막 대사의 뜻도 아시겠죠?
그나저나............이 망글 눈물이 나긴하네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