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줌마×시골 촌고딩물
(부제: 쓰니가 모범생 재현이의 섹시한 사투리를 보기 위해 쓴 글)
구상/글
천국의 아이들 (Heaven's Children)
ㅡ
서울 집에서 요양 차 옮겨 온 지 이틀 겨우 되던 날, 그 이후 내가 혼자만의 아지트로 삼았던 곳이 있었다. 우선 우리 집 대문을 나와 오른쪽으로 정확히 눈을 감고 200걸음을 걷는다.
그러면 이어서 짧은 자갈길이 나온다. 어디선가부터 시작된 시냇물길을 따라 졸졸졸 산새소리를 들으며 200걸음을 걷고 살포시 감은 눈을 뜨면,
투명한 맑은 물이 아름다운, 매우 커다랗고 사람이 하나 없어서 웅장하기까지 한 나만의 커다란 호수가 내 눈 가득히 담긴다.
그곳에서 나는 항상 주위의 동물들을 벗삼아 놀며 물에 발을 담그고 놀곤 했었는데, 그 곳에만 가면 기분이 참 좋아져서 항상 남동생과 삼촌 몰래 오가며 매일 하루의 시작을 그 숲에서 시작했다.
시골은 마냥 싫었는데, 이런 맛에 귀농하나. 아침마다 나를 깨우는 일이 커다란 고역이라던 우리 삼촌도 늦잠을 자는 내 버릇이 고쳐졌다며 신기해했다.
어느 날은 왠일로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나 숲에 간 적이 있었다. 쩍- 하품을 하며 눈을 감고 평소와 같이 이백 걸음을 세고 난 다음 낯익은 샘물 소리와 산새 소리에 이백! 하고 눈을 떴는데,
..오늘은 웬 남자애 하나가 호숫가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
-어....
평소와는 다른 광경에 멍청하게 입을 벌리고 잠시 서 있었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는데! 쟨 또 누구야! 혹시 쟤도 여기가 아지트인 거 아냐?
바위 아래에 깔려있던 교복을 발로 건들었는지, 사박사박. 와이셔츠 특유의 소재 소리가 났다.
아, 고딩이었구나. 부럽다, 어리고.
혹여나 그 아이가 볼까 봐 바위 뒤에 몸을 수그려 앉아 교복을 구경했다. 아무 장식도 없이 그저 새하얗다. 하얀 피부의 저 애와 왠지 잘 어울린다. 이곳 저곳 뒤집어 보다가 다른 색으로 삐뚤빼뚤하게 달려 있는 천으로 된 명찰을 발견했다. 저 큰 손으로 직접 손바느질로 했나 본지, 내가 뭐 잘 해줄 수 있는 입장은 아닌데도 다시 해주고 싶을 만큼 달랑달랑 달려 있는 모습이 서툴어 보였다.
그와 반대로 이름은 정갈하다. 딱 남자다운 이름. 소년다운 이름. 입으로 조곤조곤 한번 읊어 본다.
-정재현.
괜시리, 마음이 설레었다.
이름을 알게 되니 그 다음은 얼굴이 궁금해 못 참을 지경이었다. 바위 틈에서 살짝 나와 몸은 아직 숙인 채로 작은 발걸음을 내딛었다. 고개를 쭉 빼 얼굴을 흘깃, 훔쳐보고 있는 폼이 여간 우스운 게 아니다. 서울에선 그래도 부잣집 딸이라고 고개 빳빳이 들고 다녔는데 지금은 이름 하나 아는 소년 앞에서 쩔쩔매는 폼이, 아휴. 동생이 보면 배꼽이 빠지도록 웃을 것이다.
그나저나, 고개를 돌려 봐도 아까 그 곳에 그 애는 없었다. 분명 저기에 있었는데. 왜 안 보이는...
-찾았다.
-누구...히익!
분명 아까까지 물 속에 있던 애가, 왜 내 앞에? 그것도 아무것도 안 걸치고!
-저..저기!
그 애는 말은 않고 날 응시한다.
-옷, 옷 좀 입는 게..
-옷.
-.......네?
-옷을 줘야 내 입을 거 아이가. 곰팅아.
...아. 아까 들고 있던 교복 와이셔츠가 아직 내 손에 들려 있었다. 왠 이상한 여자가 나타나서 옷을 훔쳐갈 기세로 뚫어져라 쳐다보고, 게다가 옷까지 안 줬으면서 옷을 입으라 윽박을 질렀으니 말 다 했지. 쟤는 날 미친 아줌마로 봤을 것이 틀림없다. 고딩에게 곰팅이라니...얼이 빠져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계속 그러고 있다가, 또 혼났다. 변태라고.
-변태, 남 옷 입는데 대놓고 꼬나보고.
순간 얼굴에 몰려오는 화끈함과 동시에 손에 느껴지는 빳빳한 면 느낌이 괜시리 가려워 재빨리 돌려주고 도망가려는 심산으로 원피스에 묻은 흙먼지를 툭툭 털고 비켜가기 위해 옆으로 한 발자국을 옮겼는데, 어어..
-으아아..!
풍덩. 아래로 빠져 버렸다.
멀리서 봤을 때는 마냥 아름답기만 했던 호수 안에 들어와 보니 한없이 차갑기만 했고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나에게는 그만큼 무서운 곳이 없었다. 호기심에 들어갔다가 무서워서 잠을 못 잤던 서울랜드에 있는 귀신의 집보다 훨씬 무서웠다.
-.....으으.
팔을 최대한 크게 휘적여 위로 올라가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이렇게 어이없이 죽나 싶어 물속에서 소리 내어 오열했다. 소리가 안 나서 괜히 더 입을 벌리고 눈은 꼭 감은 상태로 더 크게 울었다. 집사 오빠,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아 미안하다. 나 먼저 갈,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내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는 손길이 느껴진다. 서서히 꼭 감은 눈꺼풀 사이사이로 밝은 색이 보였다. 생각보다 물 속에서 너무나 쉽게 나와버린 느낌에 내가 드디어 천국에 온 건가. 싶어 눈을 떴다. 다행히 천국은 아니고 얕은 물가였다.
숨을 참다가 한꺼번에 쉬려다 보니 머리가 핑 돌았다. 에구구, 돈다 돌아. 고개를 겨우내 들어 누군가 봤더니 아까 그 남자애였다. ..아. 쟤가 나를 건져 줬구나. 고맙네, 좀...많이.
옅은 갈색의 짧은 생머리가 흠뻑 젖었다. 아까 봤었던 새하얀 교복도 흠뻑 젖어 그 애의 몸에 딱 붙은 채 물방울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반듯하게 다림질이 잘 되어 있었던 교복이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흐물흐물하기 짝이 없었다. 내 머리에서도 뚝뚝 물이 떨어졌다. 아무 말도 없이 계속 멍하니 있다가, 우리는 무언가에 홀린 듯 물가에 서서 서로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고, 그 애의 눈동자 속에 비친 내 모습은 물에 젖어 있었다.
-.........
-.........
인정하기 싫지만.
분위기가, 지금 좀 많이 야하다.
혹시 속옷이 비치나, 급하게 옷을 정리하려고 손을 드니 그 애가 갑자기 자기 손도 들어서 내 손목을 턱 잡는다. 계획 없이 갑자기 세게 잡힌 손목이 아려온다.
-아...
금방 물속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손은 불에 닿은 듯 뜨거웠다.
-....나이는.
-느에..?
느에라니, 느에가 뭐야! 이상하게 볼 거 아냐!
-니, 몇 살인데.
그 애가 물어온다. 나이가 몇이냐고.
-스물다섯이요...
-..뭐야. 아줌마네?
아니, 한창 분위기 좋았는데 이 놈 자식이.
-어.......
낮은 목소리로 그 애는 잠시 뜸을 들인다. 헉헉대는 숨소리는 거칠었다.
-아줌마 키스할 줄 아나.
-네?!!?!
-아, 안 돼 너랑은.
-와?
-싫어, 고딩이랑은 안 해...키스.
-뭐?
-안 할 거라고, 새파랗게 어린 놈이랑은!
-거짓말.
-..........
-거짓말 하지 마라.
고딩의 말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언제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입술에 돌진했다. 내가 에라 모르겠다. 하며 목에 팔을 감으니까 웃으면서 내 허리를 끌어당긴다. 난 고딩의 팔 힘에 종잇장처럼 딸려갔다. 얘 봐...구남친보다 잘 하는 것 같아..
건전하게 끝날 것만 같던 입맞춤이 점점 진득해진다. 입 안에서 뜨거운데 말캉한 게 뒤섞이는 느낌이 야했다. 딱 붙은 채 얼굴을 맞대고 있는 우리 사이에는 무언가의 보이지 않는 선이 있었다. 우리는 삽시간에 자연스럽게 그 선을 넘어 버렸고, 동시에 그 애의 손이 내 옷 속으로 들어왔다. 물기가 어려 차가운 손에 순간 반응한 내가 부르르 떨자, 그 애가, 입술을 떼고 반쯤 풀린 눈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아줌마, 우리 집 갈래.
나 못 참겠다.
하늘은 파랗고, 두 남녀의 입술은 빨갰다.
ㅡ
안녕하세요 천국의 아이들입니다!
저번에 태용이 글이 초록글에 올라갔더라구요! 너무 감사드려서 메모장에서 하나 털어왔어요 감사합니다 ❀´▽ ` ❀♥
이 글이 옛날에 써놓고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있던 글이라서 개연성이 1도 없어요...☆ 부디 이해해주새오☆
그런데 이 글이 비밀이 하나 있는데 사실 이 글은 민형이가 주인공이었어요! 그리고 원래는 불Markㅡ...붙여야 하는 글이었는데,,, 애기 데리고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그만뒀다고 합니다..☆ 메일링 뭐..원하세여..? (아무도없었다)
저번에 초록글 감사드리고 암호닉분들도 너무 감사드려요ㅠㅠ
그럼 좋은 금요일 보내세요! (급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