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에서좋은사진공유해주신그대감사합니다
신혼부부 조각
"어머님 선물은 이걸로 하면 되고, 아버님은……아! 이거 좋겠다. 흐잉, 근데 이거 너무 비싸."
울상을 지으며 손에 들었던 양주병을 내려놓은 성열이 주변을 휘휘 둘러보았다. 각자의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사자고 하고서 찢어져서 쇼핑을 하기로 했는데 아까부터 자꾸 서방이란 자식이 제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귀찮게 했다. 사람들 많은 데서 입술을 들이밀지 않나, 엉덩이나 허리를 더듬지 않나, 귓불을 깨물지 않나. 이게 아직도 세부의 흥취에 젖어 있나보다. 여긴 대한민국이야 이 서방아. 참다못한 성열이 결국 엉덩이를 걷어차며 저리 꺼지라고 소리를 지르자 툴툴 거리며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쟤 우리 엄마 아빠 줄 선물 안 사는 거 아냐? 삐쳐서?!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곧 그 마음을 떨쳐버리고 성열은 열심히 선물을 골랐다. 결혼하고서 처음으로 가는 시…댁인데. 잘 보여야지. 어머님 선물로 제일 잘 나간다는 화장품을 고르고 나서 양주 모으시는 게 취미라는 아버님 선물을 보러 왔는데. 웬걸. 생각보다 비싸다. 서방에게 헬프 요청을 하려 찾아보지만 아까 전만해도 귀찮게 굴던 서방,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참 도움 안 되는 사람 같으니. 성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주류 매장을 나왔다.
"어? 우와. 이거 진짜 이쁘다."
건너편 코너에 있던 CK 매장에서 전에 패션 잡지에 나왔던 시계를 발견했다. 블랙 컬러를 워낙 좋아하는 서방이 입맛을 다시면서 가지고 싶어 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더 예쁘다. 간지 쩔어. 확, 이거 서방 사줄까? 아씨. 나 지갑 바꾸려고 했는데. 신상 나온 거. 이거 사면 지갑 못 사는데. 고민하던 성열은 이내 결심을 하고 직원을 불렀다. 그래, 이거 사고, 아까 그 양주도 사는 거야. 잠시 아쉬움이 스쳤지만 성열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만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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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렁주렁 쇼핑백을 양 손목에 매달고 돌아온 성열과 달리 명수는 참 간소하기 짝이 없다. 덜렁 넷. 뭘 샀는지는 모르겠으나 지루한 저 표정으로 봐서 간단하게 쇼핑을 끝내고 저를 기다린 것 같다. 혹시 얘도 내 선물 샀으려나?
"야, 너 뭐 샀어? 어디 봐봐."
"너 줄 건 없어."
"와, 치사하다 치사해. 내 것도 좀 사면 어디가 덧나냐?"
"넌 내 거 샀냐?"
"샀을 거 같냐?"
"응. 아까 뭐 포장하던데, 그거 내거지."
"뭐, 뭘 포장해?! 몰라 이 치사한 자식아."
"자식아? 이게 아직도 서방님한테 말을 함부로 하네."
"얼씨구. 서방님? 웃기고 있네. 야, 넌 평생 나한테 야로 불릴 거야 치사 빤쓰야."
치사 빤쓰소리에 발끈한 명수가 성열이 든 쇼핑백을 억지로 빼앗아 보려고 하자 서방의 어깨를 퍽 밀친 성열이 나가떨어진 명수를 뒤로하고 총총총 걸어 나갔다. 궁디를 씰룩이는 뒷모습이 씹덕터져서 명수 입꼬리도 움찔움찔 올라갔단 건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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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뭐."
"아직도 삐쳤냐?"
"삐치긴 내가 뭘! 안 삐쳤거든."
"근데 왜 틱틱대. 남자들은 바가지 긁는 여자 안 좋아해."
"내가 왜 여자야?!"
"그럼 침대에서 박는 내가 여자겠냐, 박아주면 좋다고 질질 싸……"
"야! 너 밖에서 또!!!"
주변을 둘러보며 급하게 명수의 입을 틀어막은 성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있다. 반면 폭탄 발언을 한 명수는 태평하기 그지없다. 서둘러 가벼운 제 서방 주둥아리를 싸맸지만 이미 주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이 부부의 낯 뜨거운 대화를 다 이해한 모양. 수군거리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오늘밤 글잡에 [실화주의]공항에서간지터지는게22222부부본ssul.txt 올라올 기세. 쪽팔림과 당황스러움, 그리고 아직도 제가 아래라는 순응하기 힘든 현실에 자괴감을 느낀 성열이 머리를 감싸고 고개를 푹 숙였다.
"자."
수그렸던 고개를 삐죽 들고 성열이 불퉁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게 뭔데."
"봐, 니가."
떨떠름한 손길로 명수가 내민 쇼핑백을 열고 내용물을 꺼내자 금장 박힌 검은 색 케이스가 떡 하니 드러난다. PRAD…….
"어? 이거…."
"니가 전에 보고 갖고 싶다 그랬잖아."
성열이 바꾸고 싶다던 그 지갑이다. 흠흠. 쑥스러운 지 명수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딴청이나 피운다.
"으이이……명수야아."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성열이 명수의 가슴팍에 머리를 파묻었다. 창피함이나 주변 시선 따위는 깡그리 잊은 지 오래. 게이 부부의 강림을 확신한 주변 사람들이 이제 대놓고 수군거렸지만 이미 둘만의 파라다이스로 떠난 게이 부부 귀에는 아_무_것_도_안_들_려.mp3
"나도 사실 너 선물 사써어."
감동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다가 간신히 팔 한 쪽을 끄집어 낸 성열도 주섬주섬 제 짐 꾸러미에서 뭔가를 꺼낸다. 아까 샀던 CK 시계. 선물의 묘미는 포장 뜯는 재미라는 진리를 망각한 성열이 제 손으로 포장을 찢고 시계를 꺼내 명수의 손목에 채워준다. 약간 탐탁지 않았지만 명수는 애써 성열의 기분을 맞추려 좋아하는 표정을 짓는다.
"이제 기분 괜찮아졌어?"
"웅."
코맹맹이 목소리로 성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여워. 성열에게 들리지 않게 중얼거린 명수가 아빠 미소를 지으며 성열의 머리를 부볐다.
"그럼 이제 우리 집 가서 꼬까옷 입고 우리 엄마 아부지한테 잘 다녀왔습니다, 하고 절하자?"
"웅!"
"우리 열이 새색시니까 치마저고리 입고 연지곤지 찍고 인사하는 거다?"
"우……이게 진짜!"
끗.
이라고하면아쉬우니까 | ||||
"아 그리고 성열아."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 서로 머리를 맞대고 사이좋게 러시아워를 만끽하던 게이 부부 중 서방 역을 담당한 명수가 가만히 제 짝을 불렀다.
"웅?" "아까 내가 준 선물 말이야." "웅." "그거 사은품도 있다?" "진짜? 뭔데? 얼른 나 줘." "여기서 꺼내긴 좀 그런데." "아잌, 왜. 뭔데 그래. 빨리 나 줘." "화내기 없기다?" "뭔데?"
명수가 주머니에서 꺼내 성열의 손바닥 위에 얹은 건…….
"……이 미친놈아."
꽃장식 머리핀. 택시 기사 아저씨가 난감해하시든 말든, 이미 그들의 탑승 순간부터 아저씨는 묘한 기류를 직감하고 말 한 마디 없이 그 좋아하시는 라디오 볼륨도 높이지 못한 채 땀을 흘리고 계셨지만, 그와 상관없이 우리의 위대한 게이 부부는 뒷좌석에서 격한 주먹다짐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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