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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 첫사랑


w. 펄럽



5



오랜만에 푹 잔 것 같다. 살짝 열어두었던 창문 틈으로 들려오는 새 소리가 듣기 좋다.
짹짹거리는 소리가 마치 알람소리인 것 같아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났다. 으으- 
팔을 쭉 뻗으니 뼈 소리가 들려온다. 요새 운동을 안했더니 몸이 굳었나. 창문가로 걸어가 커튼을 걷어냈다.
창문 밖으로 화단에 물을 주는 백현이 보였다.


"변백현!"


왠지 반가운 마음에 대뜸 백현을 불렀다. 안 들린 건지, 모르는 척 한 건지 백현은 내 쪽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호스를 이리저리 움직인다. 뭐, 꼭 지금 아니어도 언젠가는 보겠지. 하는 생각에 
백현을 다시 부르진 않고 창문턱에 기대 백현이 물주는 걸 지켜보는 데 옆에서 경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박에리?"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가 들려와 놀라 고개를 휙 틀었다. 그 바람에 목이 살짝 꺾인 것 같이 아파왔다.
아! 하는 소리를 내며 뒷목을 붙잡고 다시 천천히 경수의 방 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경수가 나와 비슷한 자세로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웃음을 참으며 날 보고 있었다.


"아프겠다."


"맞아, 아파. 저번부터 나 너한테 자꾸 웃긴 모습만 보여주네."


"재밌고 좋아."


말끝에 큭큭, 딱 만화에 나올 법한 의성어 같은 웃음을 붙인 채 경수는 한참을 웃었다. 내가 쪽팔린 게 그렇게 재밌나.
한숨을 쉬며 여전히 뒷목을 잡은 채로 백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때까지도 열심히 화단에 물을 주고 있던 백현이
돌연 들고 있던 호스를 정리하기 시작하더니, 손목시계를 한 번 쳐다보고 나와 경수의 방이 있는 쪽을 올려다보며
손을 흔든다. 이제야 인사를 하는 건가 싶어 목을 감싸지 않은 쪽 팔을 크게 흔들어줬더니 뭐라고 소리를 친다.
안 들려! 하고 다시 백현에게 소리 쳐 말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EXO/도경수] 첫사랑 5 | 인스티즈



"아침 먹을 시간이라고!"

저번에 이어 칼같이 아침을 챙기는 백현의 아침인사였다.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오는 데 경수와 마주쳤다. 경수도 마침 내려가려던 참이었는지 같이 내려가자, 하며 천천히 앞장선다.
어, 어. 얼떨결에 경수의 뒤를 따라 내려가고 있는데, 경수가 뒤를 돌아본다.  
목이 아직도 아픈 탓에 여전히 뒷목을 잡고 있었는데, 경수의 손이 갑자기 내 뒷목으로 향한다. 
밀어내기도 전에 내 손을 밀어 낸 경수의 서늘한 손이, 내 뒷목을 살살 주무른다.


"아직도 아파?"

"으. 응. 혹시 파스 같은 거 있어? 붙이면 좀 나을 것 같은데."

"파스? 아, 내 방에 있을 텐데. 잠깐만 기다려, 가져올게."


아, 이따가 줘도 되는데. 경수는 내가 채 대답을 하기도 전에 거의 다 내려온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경수의 손이 머물렀던 목을 살살 쓸어내렸다. 차가운 손이 닿았었으니까 차가울 줄 알았는데, 어째 목이 더 뜨거워 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머리를 긁적이며 멀뚱히 서 있던 내 앞에 그새 씻고 온 건지 앞머리에 맺힌 물기를 털어내며 들어오는 백현이 보였다.


"어, 백현이다."


잘 잤어? 싱긋 웃으며 아까 미처 하지 못한 인사를 건넸다. 앞머리를 털어내며 나를 보던 백현이 나직하게 한 마디를 던지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너, 얼굴 빨개."


그게 무슨 말이야? 물으려던 내 목소리는 파스를 들고 내려온 경수의 목소리에 묻혀버렸다. 
누구랑 얘기해? 경수가 가져온 파스의 포장을 뜯어 목에 붙여 주려는 건지 손을 뒤쪽으로 가져가다 가만히 있는다.
뭐 해? 붙여주려던 거 아니야? 하는 내 물음에 경수가 잔뜩 당황한 목소리로 머리, 라고 한다.


"머리? 머리가 왜?"

"너무 길어서……. 잠깐만 옆으로 넘겨줘."


아, 그제야 경수의 말을 깨달은 내가 묶지 않고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하나로 모아 앞쪽으로 넘겼다. 됐지? 아, 응.
망설이는 듯 말꼬리를 늘이며 경수가 천천히 내 목에 파스를 붙여준다. 곧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잘 붙으라는 듯 파스를 붙여 둔 자리를
경수가 손바닥으로 톡, 톡 두어 번 정도 가볍게 쓸어주고 이제 가자, 하고 뒤돌아서 계단을 내려간다. 이 작은 파스가 뭐라고 아까보다 훨씬
목이 잘 움직인다. 그나저나, 아까 백현이 했던 말이 신경 쓰였다. 내 얼굴이 빨갰다고?

식당에 들어가자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경수가 연희 아주머니 옆자리에 앉아있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주머니께 인사를 하고 
백현의 옆자리에 가 앉았다. 자리에 앉자 줄곧 아래를 향하고 있던 경수의 눈동자가 내 쪽을 향한 것 같았다. 박에리, 없던 도끼병이 생겼니.
착각이겠지….  고개를 작게 젓고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들었는데.


[EXO/도경수] 첫사랑 5 | 인스티즈


경수와 눈이 딱 마주쳐버렸다.


켁, 켁! 사레가 들렸는지 기침이 멈추질 않았다. 옆에서 백현이 요란스럽게 내 등을 두들기며 괜찮아? 괜찮아? 웃음을 참으며 물어온다.

아니, 네가 두들기는 등이 너무 아픈데요, 라고 대꾸해 주고 싶은데 입 밖으로 나오는 건 말이 아니라 기침뿐이었다.

빨개진 얼굴로 물을 찾으니 경수가 슥, 제 앞에 놓여있던 물 컵을 밀어주었다. 일단 컵을 들어 물을 들이켰다. 하, 살겠다. 

겨우 기침을 멈추고 경수에게 고마워, 인사를 건넸다. 경수는 말없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곤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고 내 옆에서 그걸 다 

지켜보고 있던 백현이 나를 놀리기 시작했다.



"너는 얼굴 빨개지는 게 특긴가 봐?"


[EXO/도경수] 첫사랑 5 | 인스티즈



장난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백현이 내 볼을 건드리며 물어온다. 아까도 빨갰는데, 지금은 더 빨갛네. 사과같은 네 얼굴?
이상한 소리를 내며 웃던 백현이 옆에 앉아계시는 수원댁 아주머니의 만류에 겨우 장난을 멈추고 다시 밥을 먹는다. 

약간 뾰루퉁한 얼굴로 백현을 흘겨주고 일어섰다. 에리야, 조금 더 먹어. 걱정하시는 것 같은 연희 아주머니의 말에 아니에요, 다 먹었어요.

잘 먹었습니다. 인사를 하고 그릇을 정리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백현이 괘씸했다. 언젠간 크게 한 번 놀려줄거야, 이루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다짐을 하며  방으로 올라 와 오랜만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딸? 잘 있어?]


통화연결음이 막 끊기기 직전에 엄마가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 있어서 전화한 건 아니지? 엄마의 목소리가 반갑다.


"응, 엄마 딸 잘 있어요. 엄만 어떻게 문자 한 번을 안 해."

[그런 거 안 보내도 우리 딸 잘 있을 거 아니까 그러지.]


"하여튼 말은. 삼촌 일은 어떻게 됐어?"


[아, 그거? 잘 해결됐어.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나보더라. 경수는 잘 있니?]


"엄마는 딸 안부보다 경수 안부가 더 궁금한가봐."

[어머, 말 했잖아. 엄만 경수 좋아한다니까.]


"연희 아줌마한테 다 듣고 있을 거면서."


얘는, 전화기 너머로 엄마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경수가 발작을 일으켰던 그 일은 빼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엄마와 나누며 

통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 되어갔다. 멀리서 누군가 엄마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 누구야? 하는 내 물음에,

아아, 있어. 딸. 엄마 끊는다. 대답도 하기 전에 끊긴 전화를 붙잡고 차마 못한 말을 흘렸다. 보고싶어, 엄마.


엄마와의 통화를 끝내고 밖을 보니 내내 흐렸다, 맑았다를 반복하던 날씨가 마음을 고쳐먹은 모양인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하늘이 보였다.

이 저택에 와서 처음 보는 날씨에 기분이 좋아 당장 경수의 방으로 달려갔다. 노크를 하자 들어와, 하는 경수의 목소리가 들려 들뜬 기분으로 문을 열었다.

못 본 새 커튼이 바뀌어 있었다. 내 방 커튼과 비슷한, 하늘색의 얇은 커튼이 살랑거리며 어서와, 하며 나를 반기는 듯 했다.


"우리 산책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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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늘두 잘보구가요 ❤️❤️❤️
7년 전
펄럽
첫번째 댓글 감사합니다 독자님 ♥♥ 재밌게 읽으셨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2
에헷 기다렸다가 알림오자 설레는 마음으로 읽었어요! ㅎ
7년 전
펄럽
안녕하세요 독자님!! 독자님이 기다리신다니 더 열심히 써야겠어요 ㅠㅠㅠㅠ 댓글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3
작가님 너무 재밌어요ㅠㅠㅠㅠ신알신 하구가요!!!!!
7년 전
펄럽
안녕하세요 독자님! 감사합니다 ㅠㅠㅠ 재밌게 읽어주셔서요 ㅠㅠㅠ 신알신도 감사합니다 ♥♥
7년 전
독자4
가로세로에요!!! 오늘 처음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다음화도 빨리나왔으면 좋겠어요♥♥ 작가님 신알신 하구 갈게여!!!
7년 전
펄럽
안녕하세요 독자님!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ㅠㅠㅠ 신알신, 댓글 감사드려요 ♥♥ 다음화 빨리 오도록 노력할게요 ㅎㅎ
7년 전
독자7
넹!!!!!!!!♥♥♥♥♥♥
7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7년 전
펄럽
안녕하세요 독자님! 댓글 신알신 감사드립니다 ♥♥ 더 열심히할게요!
7년 전
독자6
얼굴이 빨개졌다니... 흐하 이거 경수때문이죠?? 간질간질 좋습니당
7년 전
펄럽
안녕하세요 독자님! 에리(여주)가 이제 점점 마음을 자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앞으로 자주(?) 얼굴이 빨개질 예정입니다ㅎㅎㅎ 오늘도 댓글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8
작가님 너무 설레요 ㅠㅜㅜㅜㅜㅜㅜㅜㅜ 경수야 사랑한다❤❤❤❤❤
7년 전
펄럽
안녕하세요 독자님! 설레셨다니 저 성공했스빈다 ㅠㅠㅠㅠ 댓글 감사드려요!
7년 전
독자9
너무 재밌어요ㅜㅜㅜㅜㅜㅠ 신알신하고갈게요
7년 전
펄럽
안녕하세요 독자님! 댓글과 신알신 감사드립니다❤
7년 전
독자10
여주도이제 경수가 좋아지기 시작하는건가...?ㅎㅎㅎㅎ설렌당
7년 전
독자11
글이너무이쁘네요 ㅎ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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