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이준혁 샤이니 엑소 온앤오프 김남길
탄다이아 전체글ll조회 484l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여긴 2016년이에요."



'여기는 2006년이에요.'








[방탄소년단/정호석] 2016 어느 날 | 인스티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OST - 생명의 이름




2016 어느








날이 더워지려고 하면 문득 생각이 난다. 아무도 모르는 나의 이야기를, 아무도 믿지 않을 그런 이야기를. 무더운 여름이 조금은 견딜만했던 그 이야기가 요즘따라 떠오른다.

아직은 바람이 한적하다라는 말이 어울릴만한 날씨였다. 하지만 곧 무섭게 쏘아올릴 무더위에 온 몸이 움츠러들지만 그래도 지금의 바람이 있기에 딱히 고민거리는 아니었다. 유일하게 아무도 없는 그 장소에 혼자 서 있으면 나는 천천히 바람을 맞는다. 그냥 나는 바람을 맞는다.




"나와."




아. 작게 나오려던 탄식이 다시 목구멍을 타고 들어가버린다. 어느 순간 유일했던 장소를 점차 빼앗기고 있는 지금 나는 그들에게 또 자리를 뺏기고 말았다. 어느 날부터 상쾌한 바람보다는 하얀 연기와 냄새가 나를 반기고 있었기에 잠깐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아 핸드폰."




계단을 천천히 내려오던 중 치마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의 행방을 찾던 나는 작게 탄식을 지르며 계단을 거슬러 올라갔다. 옥상 앞에 도착한 나는 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담배냄새에 한 발 뒤로 물러나며 인상을 찌푸렸다. 들어가야할까, 말까 고민을 하던 나는 입술을 앙 다문 채 계단을 내려오고 말았다.
5교시가 끝이 나고 10분 정도의 쉬는 시간동안 빠르게 발을 움직이며 옥상으로 향했다. 은은하게 퍼져오는 담배냄새를 피해 옥상문을 열자 방금과는 다른 햇빛 냄새가 나를 반겼다. 옥상을 둘러보며 핸드폰을 찾아다니던 나는 작게 울려오는 진동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천천히 진동소리에 발을 옮겨 도착한 곳에는 액정이 약간 깨져있는 내 핸드폰이 있었다. 인상을 살짝 구긴 채로 핸드폰을 들어올렸고 그제서야 전화가 걸려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정호석'

낯선 이름 세 글자에 인상을 찌푸렸고 거절을 하려던 나는 문득 생각에 잠겼다. 이러한 이름이 왜 내 핸드폰에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심지어 저장한 적도 없는 전화번호였기에 그 궁금증은 배가 되었고 나는 통화연결을 하고 말았다.




'야 김남준'




남자 목소리였다. 잔뜩 투정이 담긴 목소리는 곧 내 침묵이 탓인지 낮게 깔려왔다.




'왜 대답이 없어. 김남준.'
"아… 전화를 잘못 거신 것 같은데…."
'네? 어… 아닌데. 남준이 번호 맞는데?'
"010 1234 0912."
'맞는데? 누구세요?'




오히려 내가 물어보고싶은 말이었다. 도대체 누구시길래 제 핸드폰의 당신이 저장되어있을까요?
당신은 누구시길래 저를 이렇게 당황스럽게 만들고, 누구시길래 저를 이렇게 궁금하게 만들까요?
당신은 누구입니까?




'아 죄송합니다. 제 친구 번호가 바뀌었나봐요.'
"… …."
'들어가세요.'




썩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전화통화를 하는데 들어가라니, 그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통화를 종료했고 나는 수업 종소리를 듣곤 헐레벌떡 옥상을 뛰쳐나갔다.






***





"야 김남준."
"왜."
"너 언제 핸드폰 바꿨냐?"
"뭔 소리야. 나 핸드폰 안 바꿨는데?"
"나 아까 네 번호로 연락했더니 어떤 여자가 받던데?"




이상했다. 분명 김남준이라는 번호를 눌러 전화를 했는데.
노트에 글씨를 끄적이던 녀석은 온점 하나를 딱 찍고 나서야 나에게 시선을 돌려 관심을 보였고 나는 고개를 저으며 의자에 앉았다.
곧 선생님이 들어오고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시선은 핸드폰에서 멀어지지 않았다.

빗자루를 들고 바닥이나 쓸고 있을 때 나는 행동을 멈추고선 바지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선 저 멀리서 대걸레나 부시고 앉아있는 김남준에게 물었다.




"진짜 너 번호 안 바꿨지?"
"아! 안 바꿨어!"




도대체 이 여자는 누구일까?






***






학교가 끝나고 집에 별 일 없이 터벅터벅 걸어가던 중 다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김남준 핸드폰 번호 안 바뀌었다는데 당신 누구예요?'
"이 핸드폰 주인인데요?"
'이 번호 주인이 김남준인데 어떻게 번호가 두 개가 나뉘어요? 누구예요, 당신!'
"이 번호 주인이고 이 번호로 개통되어있는 핸드폰 주인이라고요!"
'웃기지마요! 당신 내가 신고할테니까 딱 기다려요. 목소리 들으니까 딱 학생인데 어디 학교야!'
"소단고등학교 2학년 7반 김여주(이)다. 신고하던지!"




핸드폰 스피커가 조용해졌다. 잠시 침묵이 오가는 것 같다. 혹시 내 대담함에 한 발 뒤로 물러난걸까했던 생각도 잠시 곧 소음이 잠시 들려왔다.
숨이 헐떡이는건지 괜시리 잡음이 많이 들려와 인상을 찌푸렸고 아주 오랫동안 침묵이 흘렀다.
잡음이 사라진 지금 그 남자가 나에게 묻는다.




'귀신님이세요?'
"예?"
'귀신이에요? 그 괴담이 진짜였나봐.'
"무슨 소리예요."
'제가 소담고등학교 2학년 7반이거든요.'




역시 나 또한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진다. 이건 또 무슨 헛소리인가 싶은 찰나 그 남자 쪽에서 잡음이 다시 들려오기 시작한다.
대충 들려오는 말에는 무섭다는 둥, 드디어 내가 귀신과 만났다는 둥의 말이 나왔던 것 같다. 어쩌면 이 남자가 굉장히 또라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이어서 또라이를 잘못 만났구나라는 생각에 전화를 끊으려던 찰나 그 남자 목소리가 다시 울려왔다.




'진짜 누구예요. 장난치지말고.'
"하아…. 서울 소담고등학교 2학년 7반 김여주입니다. 이 번호는 제 번호가 맞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질문은 제가 해야할 것 같네요."
'뭐, 뭘요.'
"당신 누구예요!"







***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느낌에 김남준에게 달려가 팔을 잡고선 늘어졌다. 귀신을 봤다며 울먹이는 내 말소리에 김남준은 무슨 헛소리냐며 팔을 내쳤고 나는 끝까지 친구 놈의 팔을 붙잡았다.




"진짜라니까! 막 네 번호를 가지고 자기 번호라고 우기고, 자기가 우리 학교 2학년 7반이래. 김여주(이)라는 이름 없잖아! 우리 반에!"
"누가 널 스토킹하겠냐만은 스토킹같은 그런 거 아니야?"
"그게 위험한 거 아니야?"
"그렇지."
"아아아아아!"




저런 말을 아무렇지않게 흘리는 놈이나 진짜 이 통화의 주인공이나 여러모로 나를 힘들게 하는 건 똑같았다.

집에 도착한 나는 소파에 핸드폰을 던져놓은 채로 저 멀리 떨어져버렸다. 엄마를 부르며 부엌에 들어서자 저녁 준비를 하던 엄마는 나를 보고선 무심하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나는 엄마의 뒤에 붙어 잠시 주저하다 두 눈을 꼭 감고 입을 열었다.




"나 핸드폰 바꿔줘요!"
"배부른 소리하네. 핸드폰이 얼마나 비싼데. 네 돈으로 바꿔."
"아 진짜 심각하다니까! 오늘 김남준 번호로 연락을 했는데 이상한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니까. 분명 핸드폰이 이상한거야!"
"정신차려, 아들."




냉정한 그대의 이름은 마더, 마더, 마더.

집게 손가락으로 핸드폰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렸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책상위에 소리나게 올려놓고선 한참을 경계하며 자리에 서 있었다. 팔짱을 낀 채로 가만히 서 있던 나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경계심을 더욱 고조시켰다.






***





"저기요. 핸드폰 액정이 나가서요."
"핸드폰 보험이 있으시면 저렴하게 하실 수 있으신데 확인해드릴까요?"
"아… 보험이 없으면 많이 비싼가요?"
"저렴한 핸드폰이랑 비슷하게 떨어지죠."




이러한 이유로 핸드폰 매장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머리를 헝크리며 발악을 하자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기 시작했고 나는 핸드폰으로 얼굴을 겨우 가리며 자리를 떴다.
집에 도착한 지금 나는 가만히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고민을 했다. 혹시나 정말 스토커나 이상한 사람이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사람과 연락했던 그 때 나는 나쁘다는 느낌보다는 진짜 모르는 상황에 처한 사람을 만난 느낌이 더 강했다.
핸드폰을 든 나는 전화번호부에 들어가 '정호석'이라는 이름을 눌렀다.




"전데요. 우리 경찰서에서 만납시다."
'경찰서요?'
"네. 그 쪽도 저 의심하는 거 같으니까 안전하게 경찰서 앞에서 만납시다."




한동안 침묵이 다시 흘렀다. 아마 이 사람은 심히 고민을 하고 있는 듯 했다. 혹시 무언가 찔리는게 있는 것인가 싶은 마음에 한 쪽 입꼬리를 올렸고 경찰에 신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쯤 그 남자의 동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요. 내일 학교 옆에 있는 경찰서에서 5시에 만납시다.'
"저도 동의합니다."
'안 나오시면 저 바로 경찰서로 들어갑니다.'
"이하 동문입니다."




경찰서를 전방 500m를 남겨 둔 지금 주변의 인물들을 샅샅이 살피고 있었다. 손목시계를 틈틈이 보며 시간이 다가올수록 신경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정확히 5시가 되고 난 지금 경찰서를 빠르게 지나다니는 사람들만 있을 뿐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최대 5분이나 기다린 지금 나는 그를 비웃으며 경찰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역시나가 역시나였다. 경찰서 앞에 오기는 무슨, 한적하기만 이 곳에서 그 여자 한 명 찾기가 힘든 일은 아니었으니 분명했다. 그 여자는 약속을 어겼고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경찰서 문 쪽으로 향했다.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니 경찰분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한다. 머쓱하게 첫 말머리를 잡고선 입을 열었다.




"제 친구 핸드폰 번호를 도용하는 여자가 있어서요."





***





"이상한 남자가 제 번호를 자꾸 자기 친구 번호라고 우기는 남자가 있어서요."
"아…. 일단 확인 좀 해도 될까요?"




그 남자의 핸드폰 번호를 찾아 경찰분에게 넘겨드리고선 이상하게 눈치를 슬쩍슬쩍 보던 와중이었다. 곧 신호음이 이어지고 경찰분은 고개를 저으며 나와 초점을 나누었다. 없는 번호라는데요? 그 분의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핸드폰을 다시 되받아 확인하자 이미 종료된지 오래였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통화를 연결했다. 없는 번호라는 말만 나올 뿐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기에 당황스러운 건 나였다.




"상대방이 번호를 바꾼 것 아닐까요?"
"그런걸까요?"
"일단 번호를 적고 가시면 저희가 따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네."




그 남자의 전화번호를 메모장에 적은 후 터덜터덜 경찰서를 빠져나왔다. 역시 찔리는 게 있으니까 번호를 바꿨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허탈한 웃음과 함께 경찰서와 멀어지던 찰나 진동이 한 번 더 크게 울렸다. 그리고 나는 다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뭐야, 왜 지금은 돼?'
"뭐예요?"
'경찰서 안에서는 없는 번호로 뜨면서 왜 나오니까 연락이 되는거냐고. 진짜 뭐에 홀린건가?'
"저도 똑같아요. 밖에 나오니까 연락이 되는데…."




또 다시 침묵. 가끔씩 울리는 사람들 말소리와 함께 곧 큰 소리로 소리가 울렸다. 마트에서 흔히 들려오는 상품을 알리는 그런 목소리들이 울려왔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 사람의 모습을 찾으려 애를 썼지만 전혀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거기 지금 마트 소리나는거죠?"
'예. 여기에 소단마트가 있으니까.'
"소단마트요? 소단마트 2009년에 문을 닫았는데."
'무슨 소리예요.'
"7년전에 이미 문 닫았다고요."




상대방은 꽤나 당황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당황한 나도 있었다. 분명 소단마트라는 이름으로 상품을 팔고 있었고 세일을 하고 있다는 말도 울려퍼졌다. 거짓이라고 하기에는 내가 어릴 적에 자주 듣던 그러한 목소리였고 대사였기에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여긴 2016년이에요."
'여기는 2006년이에요.'




하. 탄식이 터져나왔다.




처음에는 부정이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기도 했고 흔히 드라마의 소재로만 쓰이던 게 나에게 일어났다는 사실도 썩 좋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은 신기함이었다. 입에서는 온갖 감탄사가 다 터져나왔고 그 감탄사 뒤에는 어이없다는 뜻의 탄식도 터져나왔다. 그 다음의 행동은 또 다시 부정, 이런 행동을 반복하다 결국에는 납득으로 치닫고 있었다.

볼펜으로 시끄럽게 책상이나 두드리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 학교 학생이 진짜인지를 확인해보면 더욱 명확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동아리를 준비하던 나는 은근슬쩍 선생님의 옆으로 다가갔다.




"저기, 선생님 제가 질문이 있는데요."
"응. 말해봐."
"예전에 저희 학교에 정호석이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정호석?"
"네."




동아리 준비물을 책상에 잠시 내려놓던 선생님은 꽤나 깊게 고민을 하는 듯 인상을 찌푸리셨고 나 또한 그녀를 따라 인상을 조심스럽게 찌푸렸다. 생각을 마친 선생님은 작게 탄성을 내지르며 '알지'라는 대답을 내놓으셨고 나는 아쉽다는 듯 탄식을 내뱉었다.




"예전에 댄스동아리에서 유명했던 친구같은데?"
"댄스 동아리요?"
"어, 그 때 대회 나가서 상도 많이 받아왔었어."




진짜로 정호석이라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 놀랍기도 했지만 그 뒤에 그를 수식하는 단어들이 꽤 신기했다. 댄스동아리를 하던 그, 상을 많이 받은 그. 그리고 그의 얼굴을 사진으로 보았을 때 가만히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나는 아마도 그가 궁금한 듯 했다. 아니, 그가 궁금했다.




"나는 그 쪽 얼굴 봤는데."
'내 얼굴을 봤다고?'
"네. 그 쪽 졸업사진을 봤는데. 생각한 것보다 그렇게 잘생기지 않았던데요?"
'… ….'
"뭐야, 장난이에요. 장난. 무슨 장난을 못 치게 갑자기 정적이 흐르고 그래요."




여전히 그에게선 대답이 없었다. 혹시 통화가 끊긴 것일까 다시 확인을 했지만 여전히 통화는 이어지고 있었다. 그의 이름을 몇 번 되뇌었을 때 그가 작은 탄식과 함께 자신의 존재를 알렸던 것 같다. 급한 일이 있다며 연락을 끊은 그가 사라지고 옥상에 가만히 서 있던 나는 내 손에 들린 사진을 보며 작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약간 낯설지만 익숙한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탄소년단/정호석] 2016 어느 날 | 인스티즈




***




"이름이 뭐야."
"김여주입니다."
"몇 살?"
"8살인데요?"




나의 얼굴을 봤다는 너와 똑같이 너의 얼굴을 마주했다. 물론 지금의 그녀와 다르겠지만 아마도 그녀는 꽤 잘 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걸려온 그녀의 통화와 내 앞에 또르르 굴러 온 작은 공 하나를 줍고선 고개를 들어보이니 고작 7살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 녀석이 나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를 부르는 친구 덕분에 그 아이가 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심히 가지고 놀아."
"네. 감사합니다."




배꼽인사를 하고 저 멀리 떠나는 녀석을 보고선 내 핸드폰을 한 번 슬쩍 켜보았다. 아주 작게 마음에 꽃이 피었던 것 같다.




***




그 이후로 무슨 일인지 익숙해진 그의 얼굴이 있었다. 그의 얼굴과 이름을 알았던 게 이유였는지 아니면 잘 맞는 우리의 관계 덕에 이 남자와 친해지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특유의 밝은 목소리에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듯 했고, 조금 심심했던 시간에도 그 덕분에 재미있게 보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짧은 기간 동안 알아낸 것 중 재미있는 것이 있었다.




'거기에 뒀으니까 찾아봐.'
"아니 무슨 맨날 묻어놔요. 찾기 힘들게."
'겉에 놓으면 누가 가져갈게 당연한데.'
"아니 맨날 손톱에 흙이 들어가니까."




투덜거리는 내 목소리에 잠시 고요함이 있었고 그를 몇 번이고 불렀으나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이상함에 인상을 찌푸렸고 다시 화면을 바라보니 여전히 전화는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더니 다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아직 모르는 듯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다시 정신이 든 나는 그에게 다시 말을 이어가라고 말했고 그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말을 걸어왔다.

그가 놓아두었다는 그 자리에 천천히 흙을 훑어놓으면 작은 상자가 모습을 비추고 그 상자를 열면 그가 말한 무언가가 모습을 비추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인지 얇은 팔찌가 눈에 보였고 전화를 다시 붙잡고선 대화를 이어갔다.




"완전 예쁘네요."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고마워요. 그런데 나는 전해주지도 못하네요."




그리고 알아낸 또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과거에 의한 현재는 변할 수 있지만 현재에 의한 과거는 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만히 서 있던 그 곳에서 전화통화를 마친 나는 물건이 놓여있던 그곳을 다시 원상복귀를 시킨 후 조례를 하기위해 떠났다.




'교탁 앞에서 두번째 줄.'
"왔어요."
'나는 창문 쪽에 앉아있어.'
"저는 그 옆에 앉아있고요."




현실성도 없고 괴리감만이 자리잡은 지금 나는 이 상황에 이미 빠져들어갔고 그도 나와 마찬가지였다. 내가 알고있는 그의 얼굴을 떠올리며 눈을 감으면 괴리감이 사라진 듯 했다. 정말 내 옆에 그가 있는 듯한 느낌에 나는 또 다시 눈을 지그시 감아버린다.




'오늘은 무슨 일 없었어?'
"오늘 체육을 하다가 무릎 까졌어요."
'약은 발랐고?'
"바로 양호실을 갔죠. 그리고 약을 발랐지만 수업에는 안 갔죠."




장난이 섞인 투정을 부리며 상대방은 곧 웃어오며 나를 다독여온다. 정말 딱 좋은 느낌에 두 눈을 더욱 꾹 감아버렸고 그는 또 다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별다른 이야기없는 하루도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 내 하루가 꽤 특별해지는 기분이었고 나는 그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말이 오가던 둘은 다시 침묵을 유지하기 시작했고 작게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그리고 딱 둘이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 바람분다.'




내 두 눈이 떠지며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핸드폰을 귀에서 멀리 떨어뜨렸고 내 주변을 둘러보았다. 창문을 가린 커텐때문에 교실이 어두웠고 그 곳에는 오직 나만이 앉아있었다. 내 옆자리엔 더 이상 그가 있지 않았고 그가 말한 바람따위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게 현실이었다.

휴대폰 넘어로 나를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아무런 말 없이 전화를 끊었고 책상위에 엎드려 눈물을 가리었다. 곧 시끄럽게 울려대는 벨소리가 내 눈물을 보이게 만들었고 곧 벨소리가 줄어들어 둘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렸다.




"난 그 쪽이 궁금해요."




내 목소리가 교실을 미약하게 울리고 흩어져버렸다.




***




연락이 갑자기 끊겨 다시 걸고 걸었지만 그 전화를 받는 이는 없었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하는 마음에 마음이 불안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오늘따라 길게 느껴졌다. 김남준에게 먼저 가라고 했던 지금 혼자서 걷는 이 길이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싶었기에 또 다시 연결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받지 않는 전화였다. 그녀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




현실과 환상의 괴리에서 허덕이고 있는 나였다. 무려 열흘이라는 시간동안 환상을 잊었다. 3일동안 걸려오던 전화벨소리도 이제는 들려오지 않았다. 점점 현실을 찾아오는 것 같았다….

그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아주 짧은 신호음이었지만 나에게는 너무 길게 느껴졌다. 그 신호음 끝에 들려오는 그 남자의 목소리에 나는 또 한 번 설레이고 만다. 그가 나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고 나는 그 목소리에 또 다시 울어버리고 말았다.




"나 그 쪽이 너무 보고싶어요."
'… ….'
"나한테 찾아오면 안돼요? 나는 못가니까 그 쪽이 나 좀 찾아오면 안돼요?"
'… ….'
"보고 싶어요, 나."




이상한 잡음이 들려왔고 곧 크게 들려오던 소리는 전화를 끊기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끊겨버린 전화기를 붙잡은 채로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몰랐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통화의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고 한참 후에 나를 찾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었다. 그 때는 환상에 빠져 신경을 쓰지 못했던 나는 지금 후회라는 것을 하고 있었다.




***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는 것은 굉장히 쉬운 일이었다. 남들 앞에서 웃기만 하면 나에게 슬픔이라고는 없는 듯 해보였다. 그렇기에 항상 입가에는 웃음이 있었고 그렇게 나는 꽤 행복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야, 이 사진 누구야?"
"내 놔, 몰라도 돼."




배경화면에 찍힌 그의 얼굴을 본 친구가 그에 대해 물어왔다. 나는 친구에게서 핸드폰을 뺏어가며 급하게 핸드폰을 껐고 친구는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뭐냐, 남자친구인거야?"
"아니야."
"그럼 뭔데. 짝사랑?"
"응. 내 첫사랑."




노트를 써 내려가던 손길이 멈추었다. 작게 인상을 찌푸리며 내가 했던 말을 되짚었고 '첫사랑'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들어 친구를 바라보았다. 내가 알고 있는 내 첫사랑은 그가 아니었는데 나는 그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었다. 무언가가 달라졌다고, 내 생각에 무언가가 매워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걸까. 내 생각의 일부분을 채워주고 있는 그는 과거의 이 날, 이 시간 그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나는 고민했다. 손에 들린 핸드폰을 다시 한 번 꼭 쥐어보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세한 떨림으로 걸어 본 전화였기에 심장이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역시나 연락이 끊겨있었다. 심지어는 없는 번화라며 나에게 친절히 대답까지 해주고 있었다.




"김여주, 선생님이 너 찾아."




갑작스러운 다른 인물의 등장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아무런 표정없이 나를 부르는 같은 반 친구가 있었다. 나는 놀란 마음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교무실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교무실 앞에 선 나는 느리게 문을 두드리며 문고리를 열었다.




"왜 찾으셨…."




[방탄소년단/정호석] 2016 어느 날 | 인스티즈

"초등학생때부터 지켜주고 아끼던 동생이죠."




그와 눈이 마주쳤다. 나와 초점을 마주한 그가 나에게 나즈막하게 웃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저 꼬맹이 첫사랑이기도 하고."




그가 나를 찾아왔다. 그가 나를 찾아 이곳까지 왔다.




***




"근데 오빠는 누구예요?"
"음… 미래에, 아니지 내 초점에서는 현재. 아니 과거에…."
"네?"
"그러니까 너한테는 미래인데 나한테는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일…. 너무 어려운가?"




작은 손에 붙들려있는 아이스크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곧 너는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너를 달래며 손을 맞잡으며 편의점을 찾아갔다. 너는 너의 손에 다시 아이스크림이 들리자 언제 울었냐는 듯 웃어버렸고 나는 어린 너의 질문을 받으며 나의 생각을 정리했다.




"네가 언젠가 만날 사람이야."




너의 머리를 쓰담으며 너에게 맛있냐고 묻자 고개만 끄덕이는 너를 보고선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내들어 너의 이름을 찾았다.




"오빠는 착한 것 같아요.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그래, 맞아. 오빠가 많이 착해."
"나중에 오빠랑 결혼할거예요."

.
.
.


"그래… 내가 너 꼭 찾을게."















BGM과 분위기의 중요성.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헐.글이너무좋아요 ..완전대박..순백의글이라고해여하나.. 아무튼 글이 하얀색이에요..!
7년 전
비회원231.155
영화 동감 같아요ㅜㅜ
7년 전
비회원246.100
헐.. 분위기가 몽환스럽고 신비해요.. 진짜 글이 너무좋아요!!
7년 전
독자2
비비빅이에요! 와...과거이자 현재, 미래라는 이야기가 왠지모르게 먹먹한 것 같아요ㅠㅜㅜㅜ첫사랑이라는 말도 그렇고ㅠㅜㅜㅠㅜ
7년 전
독자3
와 소재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 분위기도 브금도 다 마음에 들어오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4
아....분위기...ㅠㅠㅠㅠ브금이랑 글이랑 잘어울리는거같아요ㅠㅠㅠ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05.01 21:30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05.05 00:01
김남길[김남길] 아저씨 나야나05.20 15:49
몬스타엑스[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3 세라05.15 08:52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 05.05 00:01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 05.01 21:30
나…18 1억 05.01 02:08
강동원 보보경심 려 02 1 02.27 01:26
강동원 보보경심 려 01 1 02.24 00:4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634 1억 02.12 03:01
[이진욱] 호랑이 부장남은 나의 타격_0917 1억 02.08 23:19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817 1억 01.28 23:06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2 예고]8 워커홀릭 01.23 23:54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713 1억 01.23 00:4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615 1억 01.20 23:2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513 1억 01.19 23:2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516 1억 01.14 23:37
이재욱 [이재욱] 1년 전 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_0010 1억 01.14 02:52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414 1억 01.12 02:00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419 1억 01.10 22:24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314 1억 01.07 23:00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217 1억 01.04 01:01
윤도운 [데이식스/윤도운] Happy New Year3 01.01 23:59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118 1억 01.01 22:17
준혁 씨 번외 있자나30 1억 12.31 22:07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나의 타격_0318 1억 12.29 23:1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213 1억 12.27 22:4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118 1억 12.27 00:5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end22 1억 12.25 01:21
이진욱 마지막 투표쓰11 1억 12.24 23:02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1]11 워커홀릭 12.24 01:07
전체 인기글 l 안내
5/28 16:12 ~ 5/28 16:14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