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관계
(센티넬버스)
내 전남친은 높은 등급의 센티넬은 아니었다. 내 스스로가 가이드인 줄 모르고 있었다면 아마 전남친을 스킨십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라고만 기억해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소속된 가이드센터의 유망주인 최고 높은 등급이었고, 아직 나만큼의 등급을 원하는 센티넬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센터에서는 내가 자유로운 활동을 해도 간섭하지 않았다. 보통 나만큼 높은 등급이라면 여러명이 내 능력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가지만, 어째서인지 센터에서는 나를 아끼기에만 급급했다. 만약 센터에서 전남친이 센티넬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더라도 손 잡는것으로 충분한 가이딩이 되는 센티넬까지 쳐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난 아저씨가 오기 전날까지만 해도 대체 무슨 이유로 나에게 연애금지령을 내렸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처음 아저씨를 봤을 땐 이제껏 센터에 살면서 단한번도 본 적 없는 높은 등급의 센티넬이라는 기운을 느꼈다.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나를 훑어본 그 눈빛은 아직도 아른거린다. 이제껏 봐온 센티넬들이랑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나보다 낮은 등급의 가이드들도 센티넬들의 무릎이 꿇리는 것을 보고서야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해서 난 훨씬 좋은 대우를 받겠거니, 했는데 이게 무슨.. 내가 무릎을 꿇고 데려가달라고 빌어야할 것만 같았다.
"SS등급 가이드 치고 너무 어린거 같은데."
"에이, 이제 곧 성인이에요. 그리고 지금 한시가 급하실텐데 나이따지시는건 좀.."
"저 핏덩이 데리고 가이딩하려면 진땀 빼게 생겼네. 각인할 수나 있나?"
"각인이야 번거롭더라도 서류 진행하시면 되고, 그 부분은 제가 책임집니다.하핫."
센터장이 저렇게 굽실대는 센티넬은 또 처음이다. 근데 이게 들으면 들을수록 기분나쁘네? 되게 등급낮은 가이드 대하듯히 하잖아?
"저기요, 제가 나이가 어린거지 등급이 낮은건 아니거든요?"
"아하.. 그래서 너 가이딩은 제대로 할 수 있나?"
"전남친이랑 관계 직전까지 갔는데요."
정말. 관계를 맺었다면 센터가 뒤집어졌을것이다. 공주 기르듯이 길러놨더니 센티넬로 쳐주지도 않는 등급인 애랑 각인을 해버렸으니.
어쩌면 아저씨가 온 것이 아주 좋은 타이밍을 맞췄다고 할 수 있었다.
"되게 당돌하네. 데리고 살려면 골치좀 아프겠다 너."
"목숨걸린 마당에 아저씨가 하실 말은 아닌거 같은데요."
참다참다 도저히 감당이 안되서 여기 오신거 아닌가? 아저씨의 표정은 흥미로운듯 했지만 이를 꽉 문듯한 하관에 웃음이 나오려는걸 간신히 참았다.
목을 좌우로 한번 꺾더니, 이내 센터장에게 말을 건넨다.
"내일 아침 아홉시까지 대기시켜놓으세요. 못도망가게 꽉 붙잡으시고요."
"예?? 아 예.."
"내일보자 꼬맹이."
내 어깨를 한번 잡았다 놓고가는 아저씨에 나야말로 골치가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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